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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66화

Author: 송진
강지연이 먼저 다가와 인사를 건네자 성유리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안녕하세요.”

“얼마 전에 도한시 다녀오셨다면서요? 어땠어요? 거기는 재밌었어요?”

예전처럼 도도하게 무시하던 태도는 온데간데없고 오늘의 강지연은 꽤 친근하게 말을 걸었다.

성유리는 잠깐 머뭇거리다가 대답했다.

“네. 재밌었어요. 풍경도 너무 좋고요.”

“그래요?”

강지연은 미소를 지으며 옆에 있는 남자를 돌아봤다.

“저희도 나중에 놀러 가요. 네? 저도 진짜 여행 간 지 오래됐거든요.”

“좋지. 네가 가고 싶으면 가자.”

방해준은 다정하게 대답하며 그녀의 어깨를 감싸안았고 그 모습은 누가 봐도 부부처럼 자연스럽고 다정해 보였다.

두 사람의 모습을 본 성유리는 이런 생각이 들었다.

오늘 이 자리에 와 있는 사람들 중엔 꽤 이름 있는 인물들도 많았다.

이런 공개적인 자리에서 방해준이 저런 행동을 하다니?

그럼 방해준의 진짜 아내는 어쩌라는 걸까?

하지만 그건 성유리와는 아무 상관 없는 일이었으니 딱히 관심도 없었다.

곧 그들은 박한빈과도 인사를 마쳤고 사람이 떠난 잠깐의 틈을 타 그가 성유리에게 물었다.

“왜 이렇게 기분이 안 좋아 보여?”

“아니에요.”

성유리는 바로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지만 박한빈이 여전히 자신을 빤히 바라보는 걸 느끼고는 마지못해 말을 덧붙였다.

“그냥... 좀 심심해서 그래요.”

박한빈이 뭔가 더 말하려는 찰나, 누군가 다가와 그를 부르자 어쩔 수 없이 박한빈은 고개를 돌려 인사하러 갔다.

이런 상황에 성유리는 이미 익숙했다.

그래서 아무 말 없이 박한빈의 팔짱을 뺀 뒤, 바람을 쐬러 가겠다는 핑계로 혼자 돌아섰다.

뒤늦게 반응을 한 박한빈이 그녀를 다시 잡으려 했지만 이미 늦어버린 뒤였다.

성유리는 원래 정원 쪽으로 가보려 했지만 오늘 처음 오는 행사장이라 길을 잘 몰랐다.

빠르게 홀을 지나쳐 걷다 보니 나온 곳은 정원이 아니라 수영장이었다.

예전에 물에 빠졌던 기억이 너무 강하게 남아 있어서일까, 성유리는 여전히 물만 보면 본능적으로 무서웠다.

나중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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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박한빈의 얼굴을 마주 보자 성유리는 차마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잠깐의 침묵 끝에야 그녀가 겨우 입을 열었다.“저한테 시간을 조금 주셔야죠. 그리고...”“그리고 뭐요?”“박한빈 씨는 저를 좋아하세요?”성유리는 고개를 들어 그를 똑바로 바라봤다.그 질문에 박한빈은 잠깐 멈칫했다.사실 이건 성유리가 예전부터 계속 생각해 온 문제였다.그런데도 막상 박한빈의 당황스러워 보이는 표정을 보자 성유리는 가슴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그리고 이를 악문 채 말을 이었다.“솔직히 박한빈 씨도 저 안 좋아하시잖아요? 저랑 결혼하려는 것도 결국은 두 집안 사이의 약속 때문이잖아요. 박한빈 씨도 저 안 좋아하면서 왜 저한테만 좋아하라고 강요하세요?”“전 성유리 씨랑 결혼할 겁니다.”박한빈은 단호하게 대답했다.“그런데 성유리 씨는 계속 저를 벗어나려고만 하잖아요.”“제가 그러는 게 잘못이에요? 저는 그냥 서로 사랑하고 좋아하는 사람이 결혼하는 게 맞다고 생각할 뿐인걸요?”“그럼 전에 백지환이라는 남자랑 결혼했으면 행복할 것 같습니까?”박한빈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계속 말했다.“서로 좋아한다고요? 성유리 씨가 좋아했던 게 대체 어떤 사람이었는데요? 인간으로서의 자격은 있었습니까?”허를 찌르는 말에 성유리는 얼굴까지 붉어지며 버럭 소리쳤다.“박... 박한빈 씨도 좋은 사람은 아니잖아요!”“네?”박한빈은 눈을 가늘게 뜨며 의미심장하게 물었다.“지금 그 말... 무슨 뜻이죠?”그제야 성유리는 자신의 말이 자칫 오해를 살 수 있다는 걸 깨달았고 서둘러 해명하려고 했다.“사실 박한빈 씨도 좋은 사람은 아니라고요. 그냥 사실이 그렇다는 거예요. 그게 제가 당신을 좋아하는지... 그거랑은 별개의 문제라고요.”“그래요?”박한빈은 성유리의 말을 듣고 천천히 성유리 쪽으로 몇 걸음 더 다가왔다.“그럼 전 왜 좋은 사람이 아니라는 건데요?”“저도 백지환 씨처럼 바람을 피웠나요? 아니면 밖에서 성유리 씨를 비하하는 얘기라도 하고 다녔어요?”“그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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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한빈의 목소리는 단호했다.그 말투에 진무혁은 뭔가 느꼈다.“설령 제 약혼녀가 단순히 사고로 빠진 거라 해도 반드시 뭔가 해명해야 할 겁니다.”인위적인 사고가 아니라면 결국 이 파티의 주최자인 자신이 책임져야 한다는 뜻이었다.그 생각에 진무혁은 등골이 서늘해지는 걸 느꼈고 한참을 머뭇거리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CCTV는 이미 확인 요청을 했습니다. 다만, 성유리 씨가 빠진 각도가 조금 애매해서...”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박한빈의 안색은 더욱 어두워졌다.“하지만 걱정 마십시오, 박 대표님. 반드시 원인을 찾아내겠습니다.”진무혁이 다급히 덧붙였다.박한빈은 그에게서 눈을 떼지 않고 고개를 돌려 의사에게 물었다.“상태는 어떻습니까?”의사는 성유리의 몸을 꼼꼼히 살피고 있었다.뜻밖의 질문에 그는 잠시 움찔했지만 곧 대답했다.“걱정하지 마십시오. 큰 부상은 없습니다. 다만 감기에 걸린 듯하니 오늘 밤 발열만 없도록 주의하시면 됩니다.”박한빈은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저는 먼저 가보겠습니다.”진무혁이 성유리를 향해 말했다.“성유리 씨, 부디 푹 쉬세요. 오늘 밤 일은 제가 꼭 책임지고 조사하겠습니다.”박한빈은 그저 옆에서 그 모습을 조용히 지켜보았다.덕분에 진무혁은 성유리에게 존댓말을 쓰고 있었다.성유리는 그 말에 등줄기에 식은 땀이 흘렀지만 옆에 있는 박한빈을 슬쩍 쳐다본 후에야 대답했다.“수고 많으셨습니다.”“아닙니다. 저한테 너무 예의 차리지 마십시오.”진무혁이 급히 답하고는 박한빈을 다시 한번 확인한 뒤, 의사를 데리고 서둘러 방을 나갔다.문이 닫히자마자 성유리는 다시 연달아 재채기를 했다.박한빈이 그녀를 바라보며 미간을 찌푸렸다.“아직도 춥습니까?”성유리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자리에서 몸을 일으켰다.그리고 그와 떨어지려는 듯 자신의 외투를 벗어 던졌다.“뭐 하는 겁니까?”박한빈이 다소 긴장한 목소리로 물었다.“저... 샤워하려고요.”성유리의 말에 박한빈은 갑자기 그 사실을 떠올렸다.처음 물에 젖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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