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116화

Author: 복덩이
반하준이 차에 걸린 방울 소리를 처음 들은 날이 바로 반유하의 장례식 날이었다. 지금 방울 소리가 다시 울렸다.

‘가장 친한 친구를 걱정하고 있나?’

“오빠, 꼭 나현이를 잘 돌봐줘야 해.”

반하준은 심호흡을 하고 엄규민에게 전화를 걸었다.

“인터넷에 떠도는 나현이에 관한 안 좋은 영상과 댓글 전부 삭제해.”

“전부 삭제하라고요?”

엄규민이 다시 한번 확인하자 반하준이 짜증을 냈다.

“내가 도와주는 사람이 나현이 말고 더 있겠어?”

엄규민은 문득 떠오른 생각을 이내 지웠다.

“알겠어요. 지금 바로 처리하겠습니다.”

...

강씨 저택.

강나현이 헐렁한 후드티를 입고 전신 거울 앞에 서 있었다. 옷이 헐렁해서 몸매가 전혀 드러나지 않았다. 내세울 게 없는 상체인 건 사실이었다.

하의는 검은색 반바지를 입었는데 반바지 길이와 후드티 밑단이 거의 비슷해서 다리가 더욱 길어 보였다.

그녀는 입술에 바른 립스틱을 휴지로 꾹꾹 눌러 지우면서 최대한 자연스러운 입술 색을 만들려 했다. 메이크업을 연하게 했지만 강나현의 남사친들은 그녀가 메이크업한 사실조차 알아채지 못할 것이다.

강나현은 외출 준비를 마쳤다. 오늘 밤에도 남사친들과 술을 마시면서 밤새도록 놀기로 약속했다.

그때 휴대폰이 울리자 전화를 받았다.

“뭐? 오늘 밤에 안 온다고? 젠장. 흥 깨게.”

강나현이 몇 마디 욕하려던 찰나 또 다른 전화가 걸려왔다. 전화를 받자마자 그녀의 안색이 눈에 띄게 변했다.

“너도 안 온다고? 감히 날 바람맞혀? 죽고 싶냐?”

“나현아, 요즘은 좀 조용히 있는 게 좋을 것 같아.”

전화 속의 남자는 우물쭈물하다가 그녀에게 충고했다.

“인터넷에 너에 대한 불리한 여론은 전부 삭제됐지만 너랑 찬규 일 이미 이 바닥에 소문이 다 퍼졌어.”

“나랑 찬규가 뭘 어쨌는데? 걔는 내 제일 착한 아들이란 말이야.”

강나현은 인터넷에 자신을 검색해봤지만 부정적인 여론은 보이지 않았다.

‘별일도 아닌 걸 가지고 호들갑 떨긴.’

그녀는 술자리가 취소돼도 별로 마음에 담아두지 않았다.

강민아의 SNS를 들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Related chapters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17화

    휴대폰이 또 울리자 강나현은 소스라치게 놀랐다.화면에 뜬 황 기자라는 이름을 보자 강나현의 얼굴이 더욱 굳어졌다. 추적 818의 황 기자가 이 시점에 전화했다는 건 분명 좋은 일은 아닐 것이다.벨 소리는 마치 사형 선고처럼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녀가 전화를 받았다.“여보세요.”강나현이 전화를 받자마자 황 기자의 불만 가득한 목소리가 들려왔다.“현이 형 때문에 완전히 망했어요. 나 기자증 취소당했다고요.”강나현이 바로 부인했다.“그게 나랑 무슨 상관인데? 네가 법을 위반한 짓을 한 거겠지.”황 기자가 억울함을 토로했다.“윗선에 여러 세력이 압력을 넣고 있대요. 추적 818 프로그램이라도 살리려고 회사에서 날 해고했어요.”그녀는 순간 멍해졌다.“설마 심씨 가문의 태산 그룹에서 압력을 넣은 거야?”“태산 그룹뿐만이 아니에요.”기자의 목소리에 두려움이 가득했다.“현이 형, 강민아가 그냥 평범한 가정주부라면서요? 근데 공권력까지 강민아를 감싸고 있다고요. 우리가 건드릴 수 있는 상대가 아니에요.”“헛소리하지 마.”강나현이 욕설을 퍼부었다.“여론을 제대로 통제하지 못한 네 잘못이지.”그녀는 계속하여 기자를 탓했다.“됐어. 이젠 너한테 기대할 것도 없네. 강민아 내 손으로 직접 처리하겠어.”...ALI 수학 경시대회 결승 결과 발표를 하루 앞둔 날, 육성민은 강민아와 정이와 함께 등산을 갔다.아침 6시, 희미한 햇살이 비치는 가운데 산에는 안개가 자욱했고 시원한 바람이 불었다.육성민은 땀 흡수가 잘 되는 흰색 기능성 티셔츠와 밀리터리 운동복 바지를 입고 맨 앞에서 성큼성큼 걸어갔다.허벅지 근육이 탄탄해서 운동복 바지가 팽팽해졌고 티셔츠가 딱 붙어 가슴 근육이 뚜렷하게 보였다. 짧은 소매 아래로 드러난 팔뚝 근육도 아름다운 라인을 자랑하고 있었다.강민아는 벗어놓은 운동복 상의를 허리에 묶고 고개를 숙인 채 앞으로 나아갔다. 육성민이 걸음을 옮길 때마다 운동 바지 위로 드러난 엉덩이 라인이 아주 환상적이라 고개를 들 수가 없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18화

    강민아가 웃으며 말했다.“어른 멧돼지는 크고 힘이 세서 정말 나타나면 바로 뒤돌아 달려야 해.”“전 엄마 업고 같이 달릴게요!”...육성민은 눈 깜짝할 사이에 숨 한 번 헐떡이지 않고 산 중턱까지 올라갔다.시선을 들어 구불구불한 계단 위에 있는 훤칠한 모습이 보이자 그는 서서히 상대방과의 거리를 좁혔다.두 사람이 나란히 걸을 때 심은호는 고개를 돌려 육성민을 보았다.“오호, 이런 우연이...”심은호는 땀을 흡수하는 헤어밴드를 착용해 앞머리가 위로 들려 소년미가 넘쳤다.촉촉한 물기가 어린 그의 무결점 피부는 백옥처럼 투명했다.“정광사에서 태우는 첫 향이 영험하다고 들었는데 육 소위님도 향 태우러 오셨나요?”심은호가 군인 시절 육성민의 호칭을 부르자 그의 눈빛이 살짝 어두워졌다. 이 도련님이 그에 대해 잘 아는 것 같았다.육성민은 살짝 입술을 달싹이며 조용히 대답했다.“네.”하지만 그도 궁금했다. 심은호 같은 남자는 세상 모든 걸 손쉽게 얻을 수 있을 텐데.“심은호 씨는 정광사에서 뭘 기도하러 오셨죠?”이 세상에 심은호가 얻지 못하는 게 있을까.“결혼운이요.”심은호의 말이 떨어지자 육성민의 발걸음은 더욱 빨라졌다.심은호는 육성민이 한 번에 두 계단씩 오르며 속도를 내는 모습에 날카로운 눈빛을 번뜩였다.육성민을 따라잡으면서도 그와 한가하게 이야기를 나눌 여유는 있었다.“육 소위님은 뭘 기도하러 오셨어요?”육성민은 심은호를 향한 도발로 가득 찬 목소리로 비웃었다.“저도 결혼운이요.”그의 말과 함께 두 사람 사이엔 불꽃이 튀었다.그렇게 둘은 서로 쫓고 쫓기며 돌계단 위를 거칠게 뛰어갔다.승려복을 입은 스님이 사원 문 앞에 앉아있다가 갑자기 스쳐 지나가는 바람에 졸음도 달아났다.대문 안을 들여다보니 두 개의 민첩한 실루엣이 그에게서 멀어지고 있었다.“이봐요!”문을 지키던 스님은 너무 멀리 가서 들리지 않을 걸 알면서도 외치고는 이렇게 중얼거렸다.“오늘 절에 다른 손님은 받지 않는데...”육성민과 심은호는 절에 들어서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19화

    그 미소에 반하준의 목울대가 움찔했다. 심은호가 말하는 사람이 누구인지 너무 잘 알았다.누군가 전처를 탐낸다는 걸 알자 분노는 그저 잠깐 스쳐 지나가고 역겨운 마음이 더 컸다.고개를 든 반하준이 멀지 않은 곳에 100년 된 버드나무를 바라보았다.버드나무의 뿌리는 울퉁불퉁하게 얽혀 있었고 줄줄이 뻗은 가지에 잎은 무성했는데 정광사의 소원나무였다. 소원을 담은 수백만 개의 빨간 리본이 나뭇가지에 묶여 있었고 무수한 소원 팻말이 나뭇가지에서 매달려 있었다.바람이 지나가면 그 팻말들이 서로 부딪쳐 딸랑딸랑 소리를 냈다.“매년 정광사에 와서 기도를 드렸는데 부처님은 그 여자 소원을 들어주신 적이 한 번도 없었어.”반하준이 심은호에게 농담 삼아 말하는데 민이가 잔달음으로 걸어 들어오더니 반하준에게 이렇게 외쳤다.“아빠, 난 그 여자가 날 위해 켜놓은 평안등이 싫어요.”민이는 두 손으로 주먹을 쥐었다. 불당에서 한 불패에 그와 정이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것을 보고 미심쩍은 마음에 주지 스님에게 영문을 물어보았다.주지 스님은 강민아가 매년 절에서 두 아이를 위해 평안등을 올린다고 했다.“그 여자는 더 이상 내 엄마가 아니고 정이도 나랑 같은 성을 쓰지 않잖아요. 난 내 이름이 정이와 함께 있는 게 싫어요.”민이가 반하준에게 말했다.“주지 스님 할아버지한테 그 불 끄라고 해요. 내 이름도 지우고!”민이의 말을 들은 주지 스님은 미간을 찌푸렸다.“꼬마 시주님, 어머니께서 해마다 부처님 앞에서 경을 읽고 평안등을 올렸는데 그걸 꺼버리면 앞으로 어머니의 덕으로 쌓은 복을 누릴 수 없게 됩니다.”민이는 주지 스님의 말에 아랑곳하지 않았다.“끄라고요! 그 멍청한 여자가 날 지켜주는 건 원하지 않아요!”강나현의 두 눈에 웃음기가 스쳐 지나가며 한탄하듯 말했다.“민아 언니는 미신을 잘 믿어요. 평소에도 계속 기도 어쩌고 하면서 하느님과 부처님 타령하더니. 민이가 평안등이 싫다는데 주지 스님께서 꺼주세요. 반씨 가문 도련님은 그런 것 필요 없어요.”주지 스님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20화

    강민아가 계단 쪽을 바라보니 민이는 그녀를 보자 작은 입을 삐죽 내밀며 쳐다보기도 싫은 듯 팔짱을 낀 채 옆으로 돌아섰다.강나현의 목소리가 울려 퍼졌다.“언니, 미신을 너무 믿는 것 아니야? 하루 종일 기도만 드리면 민이가 어떻게 얼굴을 들고 다니겠어.”“현이 형 말이 맞아요!” 강나현이 무슨 말을 하든 아이는 바로 거들었다.조금 전 대웅전을 돌아다닐 때 강나현이 아이에게 민이와 정이의 이름이 적힌 불패와 평안등이 있다는 걸 알려줬다.정이는 더 이상 반씨 가문의 아가씨가 아닌데 반우정이란 이름이 반씨 가문 도련님과 함께 있으니 불길하지 않나.민씨는 생각하면 할수록 화가 치밀어 올랐다.“이봐요!”아이가 강민아를 불렀다.“그쪽이 올린 평안등 꺼요. 난 더 이상 그쪽이랑 엮이기 싫으니까.”주지 스님의 얼굴이 굳어졌다.“시주님...”그는 반하준이 민이를 단속하길 바랐다.“주지 스님.”강민아의 나지막한 목소리가 울려 퍼지자 주지 스님은 그녀를 돌아보았다.여인의 맑고 하얀 얼굴에 맑은 샘물로 씻은 듯한 검은색 반짝이는 눈동자가 굳은 결심을 드러냈다.“반씨 가문 도련님 말씀대로 하세요. 전 더 이상 저 사람을 위해 평안등을 올리지 않을 테니까요.”주지 스님은 할 말이 많은 듯 입만 벙긋하다가 강민아와 민이를 번갈아 바라보고는 이내 고개를 숙이고 염불 한 마디를 외웠다.고즈넉한 사찰안에 산바람이 불자 버드나무에 매달린 붉은색 소원 팻말이 흔들리며 소리를 내고 있었다.한 계단으로 두 가족이 분리되었다.“꼬마 시주님, 따라오세요. 어머니께서 켜놓은 평안등을 원하지 않으시면 직접 끄세요.”주지 스님이 계단을 따라 올라갔다.“반현민!”정이의 힘차고 맑은 목소리가 절에 울려 퍼졌다.정이의 외침을 들은 민이의 얼굴이 굳어지며 주지 스님을 따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대웅전 안으로 들어갔다.정이는 하고 싶은 말이 가득했지만 이 순간 더 이상 말을 해봐야 소용없다는 것을 알았다.강민아는 고개를 돌려 수천 개의 붉은 실이 매달려 있는 소원 나무를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21화

    “글씨가 있어요!” 정이가 읽어갔다.“오래도록...남은 인생...”소원 팻말의 글씨는 비바람에 다소 희미해져 정이는 글자를 알아볼 수 없었다.강민아는 고개를 들어 정이에게 말했다.“가져와. 엄마가 버릴게.”정이가 살며시 잡아당기자 소원 팻말이 뚝 떼어졌다.강민아는 소원 팻말을 들고 쓰레기통으로 걸어가 망설임 없이 던져버렸다.18살 때 반하준이 그녀를 정광사로 데려와 소원 팻말에 자신의 바램을 적었다.어린 나이에 고생한 강민아에게 평생 기쁘고 행복한 일만 가득하길. 그는 강민아를 불쌍히 여겨 그녀에게 잘해줄 거라고 다짐했다.그런데 나중에 모든 것이 바뀌었다...한때 진심으로 사랑했고 미친 듯이 빠져들었고 아낌없이 주었지만 이젠 모든 걸 내려놓고 이별을 마주하며 절대 뒤돌아보지 않을 거다.반하준의 손에 힘이 들어갔다가 이내 풀렸다. 그 일이 일어나지 않았다면...굳이 생각하고 싶지는 않았다. 강민아에게 사랑을 줬다면 모든 게 달라졌을까.남자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성큼성큼 걸음을 내디디며 단호하게 아들과 함께 떠났다....이틀 후, 많은 네티즌이 인터넷에서 거듭 새로 고치며 ALI 수학 경시대회 공식 사이트를 살펴보았다.오전 10시 정각에 ALI 수학 경시 대회 최종 결과 순위가 발표되었다.ALI 그룹 공식 SNS를 통해 공개한 명단 속 결승 1등은 강민아였다.강민아의 이름이 다시 한번 검색어에 올랐다.ALI 그룹은 강민아의 열기에 힘입어 최종 순위를 발표하는 동시에 상위 20명이 최종 금, 은, 동상을 놓고 경쟁하는 챌린지에 참여할 거라는 소식을 전했다.이번 대회도 역시 인터넷을 통해 생중계되며 JVC 채널 사회자가 직접 나서서 진행한다....부신 그룹.반하준이 회의실에 들어섰다. 고급 맞춤 정장을 입은 그는 반듯한 옷차림에 당당한 걸음걸이가 타고난 리더였다. 회의실에 있던 주주와 임원들의 시선이 전부 반하준에게 집중되었다.회의실 대형 스크린에는 외국계 투자회사 대표들도 여러 명 등장했는데 그들은 카메라를 통해 반하준을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22화

    이때 회의장에 꽤 많은 사람이 더 들어왔다.주주들은 들어온 사람들을 보자마자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났다.“어르신 오셨어요?”반하준의 부친 반용훈이 들어왔다.대머리 반용훈이 들어오자마자 회의실 전체가 생기를 띠며 눈에 띄게 밝아졌다.불상처럼 생긴 반용훈은 귓불도 크고 두 눈에 미소를 머금은 채 입꼬리를 올리고 누구나 웃는 얼굴로 마주했다.반하준은 부친을 보고도 상석에 가만히 앉아 존경의 의미로 그를 향해 살짝 고개를 끄덕일 뿐이다.그 순간 회의실 밖에 또 다른 사람이 등장했다.비서가 휠체어를 밀며 거기에 앉아있던 반용화가 사람들 시선에 들어왔다.반하준은 멈칫하며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주주들도 서둘러 반용훈을 지나쳐 반용화에게 다가갔고, 반용훈은 고개를 돌려 주주들에게 둘러싸인 반용화를 향해 미소를 지었다.주주들은 반용화 앞에서 두세 발짝 떨어진 곳에 멈춰 서서 늙어서 뻐근한 허리를 굽혔다.“반 연구원님, 안녕하세요.”“반 연구원님, 만나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큰 화면으로 부신 그룹 경영진과 온라인 미팅을 하고 있던 외국 대표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와우, 닥터 반! 세상에, 내가 저 사람을 만나다니!”“놀랍군요. 반 연구원이 회의에 참석한다는 걸 미리 알았다면 오늘 모든 일정을 미루고 8시간 비행기로 서경에 날아갔을 텐데.”반용화는 검은색 캐주얼한 정장을 입고 셔츠 단추를 목 아래까지 풀었다. 매끈한 얼굴선을 지닌 그는 태연하고 차분한 모습을 보였다.반용화의 얼굴은 신의 은총을 한 몸에 받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였지만 애석하게도 5년 전 사고로 인해 장애를 갖게 되었다.하지만 그는 휠체어에 앉아서도 남다른 분위기를 자아냈다.반용화가 반하준을 바라보는 서늘한 시선은 넓고 푸른 들판에서 불어오는 바람 같았다.그렇게까지 싸늘하진 않았지만 어딘지 모르게 아득히 벽이 느껴진달까.반하준은 직접 반용화 앞으로 다가와 정중하게 인사를 건넸다.“작은아버지.”반용화는 고개를 끄덕였고 비서는 휠체어를 밀고 그를 반하준 옆자리로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23화

    반하준은 강민아의 얼굴을 다시 보고 나서야 예선 1등이 단순히 강민아의 운이 아니었음을 깨달았다.그녀는 결승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이번 챌린지에서는 20위권 참가자들이 각자 도전하고 싶은 사람을 선택한다.참가자는 도전자의 출제에 답해야 하지만 도전자 역시 자신의 질문에 답해야 한다.참가자가 문제에 답을 하지 못하거나 논리적인 사고를 보여주지 못하면 바로 탈락이다.20위, 19위, 18위 참가자는 모두 강민아에게 도전장을 내밀었고 강민아가 문제를 풀자 그들은 탈락했다.다음으로 17, 16, 15위 참가자도 강민아에게 도전장을 내밀었다.계속해서 도전자에게 지목당하는 강민아의 모습을 보며 네티즌들은 모두 강민아를 응원하는 댓글을 남겼다.[왜 다 강민아한테만 도전해? 가정주부라고 무시해?][다 같이 덤벼서 공격한다는 거지?][그러기엔 너무 상대가 안 되는걸?]생방송에 참여한 참가자들은 네티즌들의 댓글을 보지 못했고, 강민아에게 도전장을 내민 그들은 하나둘씩 자리를 떠났다.강민아는 도전 무대에 오른 이후 한 번도 내려오지 않았다.반하준은 스크린 속 밝은 표정의 강민아를 바라보며 무아지경에 빠진 듯했다.어쩐지 그녀가 전보다 더 아름다워진 것 같았다.‘저걸 다 알고 있다고?’하지만 그녀는 고작 학사 학위만 따냈을 뿐이다.7년 동안 반씨 가문에서 남편과 아이들을 위해서만 살았는데 혹시 남몰래 공부라도 한 걸까.한 주주가 말했다.“강민아 씨를 부신 그룹 CTO로 데려오죠. 능력도 뛰어난데 반 대표님 아내이니 제일 적합한 사람인 것 같네요.”반하준의 표정이 굳어졌다.“저희는 이미 이혼했습니다.”하지만 주주들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이혼했어도 다시 데려와요.”“하준이 네 지위와 외모를 보고 어느 여자가 마다하겠어?”“여자는 원래 그래요. 몇 마디 구슬리면 바로 넘어온다니까요.”...결승전에서 2위를 차지한 참가자가 도전 무대에 올라 강민아에게 도전장을 내밀 수밖에 없었다.반하준은 숨이 멎었다.정말 강민아를 부신 그룹에 데려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124화

    강민아는 시상대에 올라 조직위원장이 건네준 금상 트로피를 받았다.그녀가 마이크 앞에 서자 진행자가 물었다.“강민아 씨, 7년 동안 전업주부로 살아왔는데 어떻게 금상을 받을 수 있었는지 다들 궁금해합니다.”강민아는 녹아내릴 듯한 스포트라이트 아래에서 시선을 들어 올렸다. 카메라 앞에서 하얀 얼굴이 더욱 찬란하게 빛났다.심호흡한 그녀는 단상 아래 18살 자신이 앉아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검은 눈동자 속에는 별처럼 빛나는 광채가 반짝이고 있었다.“제가 트로피를 받고 이 자리에 설 수 있었던 비결은 저 자신을 사랑하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새로운 삶을 맞이하며 타인의 반응에 겁내거나 외부의 평가에 자책하지 않기 위해서 저는 커다란 용기가 필요했습니다. 저를 부정하는 말들도 있겠지만 애초에 저 자신 말고 누구의 인정도 갈구할 생각이 없습니다. 제 인생의 주인공은 저니까요.”강민아가 봄바람처럼 따스한 미소를 지으며 수많은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제가 살아온 인생을 자주 되돌아볼 순 있겠지만 절대 그때로 돌아가지는 않을 겁니다.”강민아가 ALI 수학 경시대회에서 금상을 차지하자 온 인터넷이 들썩였다.[국내 최고의 대회에서 금상을 획득한 강민아에게 축하를 보냅니다! 그녀의 앞날에 희망이 가득하길 기원하겠습니다!][강민아 씨에겐 더 넓은 세상이 기다리고 있어요!][내가 말했지. 여자는 남자를 버린 순간부터 더 넓은 세상으로 날아갈 거라고.]인터넷에서는 국내 10여개의 명문 대학에서 강민아에게 축하 메시지를 보냈다.30분도 채 되지 않아 해외 유명 대학들이 SNS를 개설하고 강민아에게 축하와 초대를 보냈다.네티즌들은 이번 ALI 대회가 얼마나 큰 관심을 받고 있는지 실감했다.세계 유수의 대학들이 강민아를 열심히 초청하는 상황 속에 국내 주요 기업들도 가만히 있지 않았다.심지어 국가 자본이 탄탄한 군사 관련 기업들도 강민아에게 연락을 보냈다.그리고 몇몇 재벌가 사모님들의 계정에 찾아가 보복성 메시지를 남기는 네티즌도 꽤 많았다.얼마 전 그들

Latest chapter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72화

    반하준은 고개를 들어 방 문 쪽을 바라보았다.시야의 가장자리가 뿌옇게 뒤덮여 앞이 보이지 않았다.눈을 크게 깜빡이자 들어온 여자가 이미 그의 앞으로 다가왔다.“하준 씨.”강나현의 다리에 힘이 풀리더니 온몸이 그의 위로 쓰러졌다.반하준은 그녀를 밀어내려 했지만 손이 뒤로 묶여 움직일 수 없어 몸을 뒤로 빼기만 했다.강나현은 온몸에 뼈가 사라진 듯 그대로 무너져 내리며 반하준의 몸을 따라 아래로 떨어졌다.“강나현, 뭐 하는 거야!”반하준이 고함을 지르자 강나현이 흐릿한 눈동자로 가슴을 움켜쥐더니 고개를 들어 뜨거운 숨을 뱉으며 반하준을 바라보았다.“나 너무 더워. 온몸이 간지러워.”반하준의 눈가엔 싸늘한 감정만 담겨 있었다.“쓸데없는 걸 먹은 건 아니지?”강나현은 머릿속이 혼란스러웠다.“그냥 술을 조금 마셨을 뿐인데...”반하준이 불쑥 물었다.“술을 누가 줬는데?”“파티에 있던 웨이터가.”강나현이 고개를 들고 코를 훌쩍거렸다.“이 방 냄새 좋다. 향기로워.”강나현의 말을 듣는 순간 반하준은 온몸에 얼음이 섞인 찬물 한 바가지를 뒤집어쓴 느낌이었다.그는 숨을 꾹 참다가 다시 들이쉬는 순간 강나현이 말한 달콤한 향기를 맡을 수 있었다.반하준은 마음속으로 중얼거렸다.‘젠장!’그는 줄곧 방 안에 있었고 향기가 서서히 퍼졌기에 방금 들어온 강나현처럼 공기 중에 느껴지는 향기를 감지할 수가 없었다.반하준의 시선이 테이블 위에 놓인 와인 잔에 향했다.그도 조금 전 술을 마셨지만 나중에 두 손이 묶이면서 더 이상 잔에 손을 대지 않았다.만약 수갑이 채워지지 않았고 이 방에서 갈증을 느꼈다면 그는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저 술을 찾았을 거다.반하준은 어렴풋이 직감했지만 마음 속으로는 말도 안 된다며 부정했다.그는 강나현에게 물었다.“누가 널 들여보냈어?”강나현은 볼이 붉게 물든 채 손을 들어 화끈거리는 이마를 만지작거렸다.“응? 기억이 안 나. 하준 씨, 나 취한 것 같아. 머리가 너무 어지러워!”강나현이 말하며 다시 반하준에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71화

    누군가 다가와 반하준의 귀에 속삭였다. “반 대표님, 부사장님이 단둘이 얘기하고 싶다고 하십니다.”그에게 말을 전하러 온 사람은 강민아 비서였다.멈칫하던 반하준이 잠시 주위를 둘러봤지만 강민아는 보이지 않았다.“민아 어디 있어요?”비서가 말했다.“부사장께서는 바깥 사무실에서 기다리고 계십니다. 따라오세요.”반하준은 비서를 따라나섰다.조금 전까지만 해도 많은 사람들 앞에서 그에게 말도 안 하고 눈길도 안 줬는데 이제 와서 단둘이 만난다고?그 생각에 반하준은 숨이 가빠졌다.참으로 방탕한 여자다. 두 남자를 동시에 만나려 한다니! 심은호 앞에서는 그를 무시하고 또 심은호의 눈을 피해 그와 만나려 하고 있다.남녀관계에서 강민아가 하는 행동은 반하준의 예상을 완전히 넘어섰다.‘방탕하게 살고 싶어서 이혼하자고 한 건가?’어떻게 이럴 수가 있나. 심은호와 윤세현을 양옆에 둔 것도 모자라는가.결혼 생활 도중 그녀가 바람을 피운 적은 없는지 궁금할 정도다.그렇게 생각하며 반하준은 점점 더 짜증이 밀려왔다. 가슴이 무거운 돌덩이에 짓눌린 듯 심장이 아파서 숨을 제대로 쉴 수가 없었다.직원이 방 문을 열며 안으로 안내했다.방 문 앞에 서 있던 반하준은 지금 강민아가 자존심을 버리고 용서를 빈다면 심은호, 윤세현과 깨끗하게 헤어지게 할 거라 다짐했다.물론 강민아가 기꺼이 그의 곁으로 돌아와 속죄해야만 용서할 거다.“반 대표님, 안에서 잠시만 기다려주세요.”사람이 정신이 팔렸을 때 누군가 옆에서 뭐라고 시키면 생각 없이 따르게 된다.방으로 들어간 반하준은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살펴보니 방에 아무도 없었다.‘조금 전 강민아 비서가 뭐라고 했지? 기다리라고?’그를 여기로 불러놓고 기다리게 한다니.강민아가 일부러 못되게 그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걸까?하지만 오늘은 강승이 정식으로 인수된 날이라 강민아는 분명 할 일도 많고 만날 사람도 많을 거다.먼저 따로 만나자고 했으니 잠시 기다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았다.반하준은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70화

    “아니야!”반하준은 분노에 미칠 지경이다. 심은호가 어떻게 감히 이런 식으로 그를 모욕할 수 있나.‘이런 악랄한 놈!’“민아야, 날 믿어줘.”반하준은 살면서 이렇듯 비굴하게 누군가에게 애원해 본 적이 없었다.처음으로 막다른 궁지에 내몰리자 그는 고립된 채 가만히 서 있었다.강민아 뒤에 서 있던 재벌가 거물들이 서로 눈치를 보며 작게 속삭이고 있었다.“반하준이 다쳤나? 멀쩡해 보이는데. 오히려 심은호가 엉망진창이네.”“누가 봐도 심은호가 괴롭힘을 당했잖아.”“반하준이 심은호 저격한 게 하루 이틀이야? 전에 심은호를 주먹으로 때린 것도 내가 봤어.”“전에 화장실에서 핸드워시를 심은호에게 뿌렸다는 얘기를 들었는데, 이번에도 눈에 거슬려서 와인을 쏟았네.”“강민아를 빼앗아 가려고? 방에 가서 단둘이 상처를 보여주기는 무슨, 누가 봐도 꼬드기는 거지!”“난 심은호 편이야. 심은호는 당당한 남자 친구인데 반하준은 전남편이잖아. 내연남이라도 되고 싶은 건가?”주변 사람들의 수군거림에 반하준의 얼굴이 먹물처럼 어두워졌다.“내연남?” 반하준은 억울한 듯 소리를 질렀다.“당신들 미쳤어? 내가 어떻게 내연남이야!”심은호는 웃으며 말했다.“사랑받지 못하는 사람이 내연남이긴 하지.”반하준의 얼굴에 먹구름이 드리워졌고, 그는 강민아가 자신을 어떻게 바라볼지 궁금해 그녀를 돌아보았다.하지만 강민아는 그를 쳐다보지도 않은 채 심은호를 머리부터 발끝까지 자세히 살펴보았다.“어디 다쳤어요?”“여기요.”심은호가 얼굴을 가리키자 반하준의 동공이 커지면서 소리를 질렀다.“안 때렸어!”강민아는 손을 뻗어 부드럽고 섬세한 손끝으로 심은호의 뺨을 어루만졌다.심은호는 사람 좋아하는 사모예드처럼 고개를 갸웃한 채 강민아의 손길을 느끼듯 천사 같은 미소를 지었다.강민아는 그의 모습에 웃음을 터뜨렸다.반하준은 자신이 무시당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한번 소리쳤다.“강민아, 나 진짜 안 때렸어!”강민아는 심은호에게 말했다.“가서 옷 갈아입어요. 복도로 나가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69화

    심은호의 말을 들은 반하준은 얼굴이 일그러졌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가슴과 갈비뼈가 아팠다.지금 강민아에게 온몸을 맡기듯 기대어 있는 저 남자는 조금 전까지만 해도 그의 손가락을 부러뜨리려고 했다.그런데 지금 오염된 브로치를 손에 들고 강민아에게 불쌍한 척을 하고 있었다.해도 해도 너무했다.“강민아, 저놈한테 속지 마!”참을 수 없어 소리를 내지른 반하준은 입안에 온통 피 맛만 감돌았다.그는 복부를 감싼 채 개미 수만 마리가 갉아먹는 듯한 통증을 참고 있었다.바닥에 깨진 유리잔을 바라보며 강민아의 동공은 이미 싸늘해졌다.“심은호 씨 몸에 묻은 레드 와인, 당신이 쏟았지?”묻는 게 아닌 반하준의 짓을 단정하는 어투였다.반하준은 입술을 달싹이며 목구멍에서 진동하는 피 맛을 삼킨 뒤 입을 열었다. “실수로 그런 거야.”심은호는 고개를 끄덕이며 연약한 꽃으로 둔갑했다.“그래요. 반하준은 실수로 그런 거니까 나 때문에 화내지 마요.”반하준은 심은호의 그런 모습에 이가 갈렸다.‘저 개자식은 연기를 왜 저렇게 잘해?’남들 몰래 연기 학원이라도 다니는 건지.“민아야, 저 자식이 일부러 불쌍한 척 연기하는 거야. 아까 날 때리는 거 못 봤지? 내 갈비뼈와 손가락을 부러뜨리려고 했어! 콜록콜록.”반하준의 가슴속에는 차마 내뱉지 못한 뜨거운 열기가 여러 가닥으로 뭉쳐서 이리저리 난동을 부리고 있었다.기침할 때마다 온몸에 지진이 일어난 것처럼 뼈가 다 부서지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심은호는 고개를 숙여 손바닥에 있는 공작새 모양의 브로치를 바라보더니 눈시울이 붉어지고 눈물이 핑 돌았다.살짝 붉게 물든 코끝으로 훌쩍이며 칭얼거리는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반하준이 그렇다면 그런 거겠죠.”그러더니 자신의 소매로 브로치 표면을 살살 닦으며 브로치에 묻은 와인 얼룩을 닦아내려 애썼다.반하준은 감시 카메라가 있는 방향을 올려다봤다.젠장!그는 심은호를 골탕 먹이기 위해 강나현에게 감시카메라를 끄라고 시켰다.카메라가 켜져 있었다면 강민아가 심은호의 본색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68화

    “삼촌, 다 됐어요?”육성민은 체육관 밖 공터에 쪼그리고 앉아 나무 막대기로 타서 재가 돼버린 낙엽을 헤집고 있었다.그는 단열 장갑을 끼고 호일로 감싼 고구마를 불에서 꺼냈다.육성민이 호일을 뜯어내자 뿜어져 나오는 꿀고구마 향에 정이의 입안에는 금세 군침이 돌았다.“빨리 줘요!”정이가 손을 뻗어 가져가려는데 육성민이 말했다.“뜨거워.”그는 쌓아놓은 벽돌 위에 고구마를 올려놓고 숟가락을 생수로 헹군 뒤 정이에게 건넸다.정이는 숟가락으로 고구마를 파서 호호 불었다.서둘러 한입 베어 물던 아이의 두 눈이 휘어지며 통통한 얼굴에 만족스러운 표정이 나타났다.정이가 유난히 맛있게 먹는 모습을 바라보던 육성민의 눈가에도 흐뭇함이 가득했다....강승 테크. 인수식이 끝나고 뒤풀이가 진행될 때, 심은호가 화장실에서 막 나오려던 순간 마주 오던 반하준과 부딪혔다.반하준은 한발 물러서고, 심은호가 아래를 내려다보니 정장이 와인으로 얼룩진 게 보였다.장밋빛 붉은 액체가 강민아가 조금 전 선물한 공작 브로치 위로 쏟아졌다.반하준은 자신의 걸작에 감탄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눈이 없어? 자꾸 안하무인으로 굴면 다음에 더러워지는 건 옷뿐만이 아닐 거야.”반하준은 기세등등하게 손가락을 휙 돌려 잔을 아래로 뒤집었다. 남은 레드 와인이 전부 심은호의 신발 끝으로 쏟아졌다.그는 비웃으며 말했다.“복도 카메라는 고장 났지만 민아한테 찾아가 울면서 일러바쳐도 돼. 너 연약한 척 잘하잖아. 어디 계속해 봐. 미리 말하는데 민아는 단순히 호기심에 널 갖고 노는 거야. 하루 종일 자기 뒤에 숨어서 징징거리는 남자를 어떤 여자가 좋아하겠어?”반하준의 말이 떨어지기도 전에 심은호는 주먹을 휘둘렀다!주먹이 바람을 일으키며 허공을 가르더니 그대로 반하준의 복부를 강타했다. 갑자기 손을 쓸 줄 몰랐던 반하준이 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미 늦었다.손을 뻗어 막으려 했지만 그대로 심은호의 주먹에 맞고 말았다.그 탓에 반하준의 손에 들려있던 유리잔이 바닥으로 툭 떨어져 산산조각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67화

    심은호의 공개 고백에 사람들은 깊은 한숨을 내쉬지 않을 수 없었다.반하준의 얼굴은 금방이라도 번개와 천둥이 몰아칠 것처럼 검은 먹구름이 잔뜩 드리워 있었다.강민아는 풍성한 속눈썹을 들어 올리며 심은호를 바라보았다. 남자의 옆모습은 부드러운 얼굴선과 높은 콧대, 깊은 눈매를 자랑하며 마치 장인이 정성스럽게 조각한 것처럼 보였다.천장에서 비추는 조명이 그의 눈가를 비추자 길고 풍성한 속눈썹이 움직이더니 그가 고개를 돌려 강민아를 바라보았다.남자가 강민아를 향해 부드럽게 미소 짓는 순간, 호수처럼 맑은 그의 눈동자에는 오랜 세월 강민아를 향해 쌓아온 감정이 가득했다.강민아의 숨결 하나하나가 뜨거웠고, 남자의 눈에서 넘쳐흐르는 파도가 밀려와 그녀를 감쌌다.마치 용암이 발밑에 흐르듯 빠르게 위로 올라오는 열기가 온몸으로 퍼져나갔다.그녀는 무의식적으로 두 손을 꽉 쥐었고 마른침을 삼키는 그녀의 모습에 남자의 굳게 다문 입술에서 웃음이 흘러나왔다.“긴장하지 마요.” 그는 따뜻한 목소리로 강민아를 달랬다.“갑작스러운 고백에 어떻게 긴장을 안 해요?”“미안해요.” 심은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강민아가 말했다.“계속 말해요. 듣기 좋으니까.”강민아의 칭찬을 들을 줄은 꿈에도 몰랐기에 심은호는 순간 숨이 턱 막혔다.두 눈이 반짝이며 마음을 다잡은 그가 마이크를 마주한 채 아래에 있는 반하준을 똑바로 바라보았다.강민아에게 공개적으로 고백할 수 있는 자격은 오직 심은호에게만 있었고 이런 기회는 흔치 않았다!“민아 씨가 어떤 선택을 하든 응원할 겁니다. 결혼하든, 누군가를 떠나든 무엇을 하든지 늘 뒤에서 지키고 있다가 필요할 때 나타날 겁니다. 전 앞으로도 여전히 민아 씨의 모든 결정을 지지합니다. 태산 그룹에서 정식으로 강승 테크를 인수했으니 두 회사는 더욱 높은 곳을 향해 비상할 겁니다.”반하준은 입가에 비릿한 피 맛이 느껴지며 손등에는 핏줄이 툭 튀어나왔다.갑자기 뚜껑이 열린 탄산음료처럼 동시에 큰 박수 소리가 터져 나왔다. 그 소리가 마치 그의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66화

    “설마 심은호가 부사장이 반씨 가문 사모님일 때부터 좋아한 건 아니겠지?”“왜 그렇게 오랫동안 독신으로 지냈나 했더니, 남의 아내를 탐낸 거였어?”가십거리에 사람들은 흥분하며 가만히 앉아있지 못했다.“설마 강민아가 반하준과 이혼하기 전에 두 사람이 이미...”“어쩐지 둘이 그렇게 빨리 만나더라니.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 시그널 주고받은 거 아니야?”“설마 반 대표가 바람피우는 걸 알고 강민아와 이혼한 건가? 세상에!”다들 저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파격적인 소문에 재벌가 인사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반하준의 어두운 눈동자에 살기가 번뜩였다.심은호가 그의 평판을 망칠 작정이라면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심은호를 끌고 갈 것이다!‘심은호, 너만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감히 내 여자를 노렸으니 너도 똑같이 당해봐.’지유빈은 반하준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강민아 씨 말로는 대표님께서 적극 이혼을 원했다고 하던데요. 왜 이혼하고 나서는 강민아 씨가 누굴 만나는지 이렇게 신경 쓰는 거죠?”강민아는 반하준이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했고, 반하준은 지유빈을 우습게 여겼다.“기자로서 아직도 모르겠어? 심은호가 내 아내를 오랫동안 탐냈다고! 5년 전부터 내 아내를 지켜봤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이혼까지 했는데도 왜 계속 아내라고 말하는 거죠? 그 결혼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은 대표님 혼자인 것 같은데요.”거대한 스피커가 반하준의 몸속에서 울려 퍼지듯 그의 심장을 뒤흔들고 오장육부에 고통을 선사했다.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더 잘 안다. 강민아가 이혼한 뒤 지유빈은 기자로서 업무 때문에 줄곧 강민아를 지켜봤다.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세 사람의 가십거리에 집중하는 동안 지유빈만 그 본질을 꿰뚫어 본 것이다.깊은 곳에서부터 흔들리는 반하준의 눈동자를 보며 남자가 단순히 강민아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그때 반하준의 휴대폰이 진동했다.무시하고 싶었지만 지유빈의 말에 궁지로 몰린 그는 갑자기 울리는 전화가 구세주처럼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65화

    심은호가 헤어지겠다는 말에 반하준은 악랄한 눈빛을 드러냈다.비록 연기라는 걸 알지만 저렇게까지 말해놓고 어떻게 수습할지 두고 볼 작정이었다.“심은호, 이미 말했으면 지켜야지.”반하준은 심은호에게 강민아와 헤어지라고 강요할 생각이었다.“난 심은호 씨랑 헤어질 생각 없어.”강민아가 말하며 심은호의 큰 손을 감싸더니 반하준에게 경고하듯 말했다.“당신이 우리 사이에서 수작을 부린다고 심은호 씨와 안 헤어져.”반하준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며 심장이 저 깊은 나락으로 던져진 듯했다.“민아 씨...”심은호가 부드럽게 그녀를 부르자 강민아가 그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두 집안 인수식에서 소란을 피운 건 이 사람이에요. 나가도 그쪽이 아니라 반하준이 나가야 한다고요!”심은호는 입꼬리를 씩 올렸고, 반하준은 누군가 몽둥이로 세게 내리치듯 심장 안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심은호는 강민아의 말에 위로받았는지 두 눈이 조금씩 반짝이기 시작했다.“민아 씨는 나한테 참 잘해주네요.”강민아의 단호한 말 한마디면 그는 만족할 것 같았다.강민아가 부드럽게 그를 달랬다.“내 남자 친구니까요.”“강민아!”보다 못한 반하준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내가 여기 있는데!’그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강민아와 심은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맞닿은 두 사람의 시선이 끈적했다.“민아 씨, 아직 말하지 않은 게 하나 더 있어요.”심은호는 큰 결심을 한 듯 목소리는 온화했지만 예쁜 두 눈에는 슬픈 기색이 묻어났다.“반하준이 우리 둘을 헤어지게 하려고 병원 시스템을 해킹해 내 진료기록을 훔쳐 갔어요. 내가 병원에 다니는 걸 알고 병이라도 있을까 봐 내 진료기록으로 나한테 헤어지라고 협박했어요!”강민아도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게다가 그녀가 먼저 심은호에게 반하준이 한 어리석은 짓을 널리 알리자고 제안하기도 했다.지금 심은호는 일부러 다른 사람이 들으라고 이런 말을 하는 거다.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가십거리를 직감한 사람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심은호의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64화

    강나현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소리쳤다.“나 저 사람 알아! 강승 직원이야!”그녀는 연설문이 바뀐 것이 반하준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증명하기 위해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그 순간 장면이 전환되고 연설문을 바꾼 사람이 복도에서 반하준과 단둘이 만나는 게 보였다.두 사람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다.이 모습을 본 사람들이 저마다 수군거렸다.강나현은 표정이 확 바뀌며 말문이 막힌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눈으로 반하준을 돌아보았다.심은호의 연설문이 바뀐 게 정말 반하준과 관련이 있을 줄이야.하지만 반하준이 했다기엔 너무 저급한 수작이 아닌가.강승의 직원을 시켜서 연설문을 바꾼 것도 모자라 감히 회사 안에서 직원과 따로 만나다니.그런 짓을 하면서도 반하준은 카메라를 피할 생각조차 못 했던 걸까.강나현은 놀란 표정으로 반하준을 바라봤지만 남자는 다 들키고도 태연하게 의자에 앉아 있었다.마치 대형 스크린에서 강승 직원과 공모한 사람이 전혀 아닌 것처럼.강민아는 시치미를 떼는 반하준의 모습에 입을 열었다.“그럼 저 직원에게 반 대표님과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물어보죠.”카메라에 찍힌 직원은 당황해서 무수히 많은 사람의 시선을 마주한 채 눈에 띄게 두 다리를 덜덜 떨었다.“부사장님, 반 대표님이 저한테 시켰어요! 저한테 2천만원 줬는데 이 돈 다 드릴게요.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자리에 있던 손님들이 경악하며 말했다.“정말 반하준이 한 짓이야? 심은호를 노리는 건가?”“심은호와 강민아가 만나니까 전남편이 질투가 나는 건 당연하지. 근데 너무 비열하다.”강민아에게 공개적으로 폭로 당한 반하준은 비웃듯 콧방귀를 뀌었다.“너한테 들킬 줄 알았어. 그냥 네가 어떻게 할지 보고 싶었을 뿐이야. 심은호의 연설문이 바뀐 걸 알고도 아무 말 안 하길래 난 네가...”반하준은 말을 꺼내며 입에서 씁쓸한 맛이 느껴졌다.그는 수치심도 모르는 듯 이렇게 물었다.“그래, 내가 시켰어. 그게 뭐? 강민아, 심은호 때문에 이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