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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36화

Author: 복덩이
객석에서 강기성은 강성진에게 연락했다.

“네, 아버지. 나현이가 졌어요. 네, 꼴찌 했어요. 그것도 앞사람과 격차가 아주 크게.”

말하며 강기성은 큰 소리로 웃음을 터뜨렸고 전화기 너머로 강성진의 욕설이 들렸다.

“걔는 머리에 물만 들어찬 거 아니냐? 망신당할 짓을 하지 말라고 그렇게 말했는데 이제 서경 전체가 쓸모없는 놈이라는 걸 알겠네.”

전화기 반대편에 있던 강성진이 이마를 부여잡고 말했다.

“걔가 강씨 가문 망신은 혼자 다 시키는구나!”

강기성은 다른 재벌 2세들이 흥분하며 외치는 소리를 들었다.

“대박, 루나가 얼굴을 공개하기로 한 거야?”

“세상에, 신비한 여신 루나가 직접 베일을 벗다니.”

그들은 동시에 자리에서 일어났고 몇몇은 망원경을 들고 트랙에 있는 루나를 보거나 휴대폰을 들고 카메라를 확대했다.

일부는 쌍안경으로 트랙에 있는 루나를 가리켰고, 다른 친구들은 휴대폰을 꺼내 휴대폰 렌즈를 가까이 가져갔다.

무심코 대형 스크린을 올려다본 강기성은 그대로 굳어버리며 손에서 휴대폰이 미끄러졌다.

툭.

소리와 함께 휴대폰이 바닥에 떨어졌다.

...

강민아는 한 손에 헬멧을 들고 객석을 향해 손을 흔들며 돌아설 때마다 큰 환호를 불러일으켰다.

“루나가 이렇게 어렸어?”

“엇, 낯이 익은데? 왜 어디서 본 것 같지?”

“강민아다! 얼마 전 ALI 수학 경시대회 금상 수상했던 천재 주부. 세상에, 그 여자가 루나였어!”

“수학 천재 강민아? 그 사람이 루나라고? 세상에, 강민아는 신이야.”

루나가 강민아라는 사실을 알게 된 많은 관중들이 목이 터져라 소리를 질렀다.

“우와, 엄마다!”

육성민, 윤세현과 함께 첫 번째 줄에 앉아 있던 정이는 대형 스크린에 나타난 강민아를 보자마자 흥분한 나머지 자리에서 펄쩍 뛰었다.

난간에 기대어 발끝을 세우더니 잔뜩 들떠서 육성민을 향해 고개를 돌리며 외쳤다.

“엄마가 레이싱도 해요! 너무 대단해요!”

“너희 엄마가 국내 최고의 여성 카레이서야!”

...

“우와!”

반석현은 유리 벽에 두 손을 갖다 댄 채 두 눈에는 수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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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설마 심은호가 부사장이 반씨 가문 사모님일 때부터 좋아한 건 아니겠지?”“왜 그렇게 오랫동안 독신으로 지냈나 했더니, 남의 아내를 탐낸 거였어?”가십거리에 사람들은 흥분하며 가만히 앉아있지 못했다.“설마 강민아가 반하준과 이혼하기 전에 두 사람이 이미...”“어쩐지 둘이 그렇게 빨리 만나더라니. 이미 오래전부터 서로 시그널 주고받은 거 아니야?”“설마 반 대표가 바람피우는 걸 알고 강민아와 이혼한 건가? 세상에!”다들 저마다 상상의 나래를 펼치며 파격적인 소문에 재벌가 인사들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반하준의 어두운 눈동자에 살기가 번뜩였다.심은호가 그의 평판을 망칠 작정이라면 지옥에 떨어지더라도 심은호를 끌고 갈 것이다!‘심은호, 너만 할 수 있는 거 아니야. 감히 내 여자를 노렸으니 너도 똑같이 당해봐.’지유빈은 반하준의 말에 웃음을 터뜨렸다.“강민아 씨 말로는 대표님께서 적극 이혼을 원했다고 하던데요. 왜 이혼하고 나서는 강민아 씨가 누굴 만나는지 이렇게 신경 쓰는 거죠?”강민아는 반하준이 아무리 소란을 피워도 무표정한 얼굴로 일관했고, 반하준은 지유빈을 우습게 여겼다.“기자로서 아직도 모르겠어? 심은호가 내 아내를 오랫동안 탐냈다고! 5년 전부터 내 아내를 지켜봤다는 명확한 증거가 있어!”“이혼까지 했는데도 왜 계속 아내라고 말하는 거죠? 그 결혼에서 벗어나지 못한 사람은 대표님 혼자인 것 같은데요.”거대한 스피커가 반하준의 몸속에서 울려 퍼지듯 그의 심장을 뒤흔들고 오장육부에 고통을 선사했다.옆에서 지켜보는 사람이 더 잘 안다. 강민아가 이혼한 뒤 지유빈은 기자로서 업무 때문에 줄곧 강민아를 지켜봤다.자리에 있는 사람들이 세 사람의 가십거리에 집중하는 동안 지유빈만 그 본질을 꿰뚫어 본 것이다.깊은 곳에서부터 흔들리는 반하준의 눈동자를 보며 남자가 단순히 강민아 앞에서 허세를 부리고 있다는 걸 알아차렸다.그때 반하준의 휴대폰이 진동했다.무시하고 싶었지만 지유빈의 말에 궁지로 몰린 그는 갑자기 울리는 전화가 구세주처럼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65화

    심은호가 헤어지겠다는 말에 반하준은 악랄한 눈빛을 드러냈다.비록 연기라는 걸 알지만 저렇게까지 말해놓고 어떻게 수습할지 두고 볼 작정이었다.“심은호, 이미 말했으면 지켜야지.”반하준은 심은호에게 강민아와 헤어지라고 강요할 생각이었다.“난 심은호 씨랑 헤어질 생각 없어.”강민아가 말하며 심은호의 큰 손을 감싸더니 반하준에게 경고하듯 말했다.“당신이 우리 사이에서 수작을 부린다고 심은호 씨와 안 헤어져.”반하준의 표정이 급격히 어두워지며 심장이 저 깊은 나락으로 던져진 듯했다.“민아 씨...”심은호가 부드럽게 그녀를 부르자 강민아가 그의 손을 맞잡으며 말했다.“두 집안 인수식에서 소란을 피운 건 이 사람이에요. 나가도 그쪽이 아니라 반하준이 나가야 한다고요!”심은호는 입꼬리를 씩 올렸고, 반하준은 누군가 몽둥이로 세게 내리치듯 심장 안쪽에서 둔탁한 소리가 들렸다.심은호는 강민아의 말에 위로받았는지 두 눈이 조금씩 반짝이기 시작했다.“민아 씨는 나한테 참 잘해주네요.”강민아의 단호한 말 한마디면 그는 만족할 것 같았다.강민아가 부드럽게 그를 달랬다.“내 남자 친구니까요.”“강민아!”보다 못한 반하준이 의자에서 벌떡 일어났다.‘내가 여기 있는데!’그가 바로 앞에 있는데도 강민아와 심은호는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맞닿은 두 사람의 시선이 끈적했다.“민아 씨, 아직 말하지 않은 게 하나 더 있어요.”심은호는 큰 결심을 한 듯 목소리는 온화했지만 예쁜 두 눈에는 슬픈 기색이 묻어났다.“반하준이 우리 둘을 헤어지게 하려고 병원 시스템을 해킹해 내 진료기록을 훔쳐 갔어요. 내가 병원에 다니는 걸 알고 병이라도 있을까 봐 내 진료기록으로 나한테 헤어지라고 협박했어요!”강민아도 당연히 알고 있는 사실이다. 게다가 그녀가 먼저 심은호에게 반하준이 한 어리석은 짓을 널리 알리자고 제안하기도 했다.지금 심은호는 일부러 다른 사람이 들으라고 이런 말을 하는 거다.그가 말을 끝내기도 전에 가십거리를 직감한 사람들이 귀를 쫑긋 세웠다.심은호의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64화

    강나현의 눈이 휘둥그레지며 소리쳤다.“나 저 사람 알아! 강승 직원이야!”그녀는 연설문이 바뀐 것이 반하준과 무관하다는 사실을 모두에게 증명하기 위해 고래고래 소리를 쳤다.그 순간 장면이 전환되고 연설문을 바꾼 사람이 복도에서 반하준과 단둘이 만나는 게 보였다.두 사람이 서로 대화를 나누는 모습이 고스란히 카메라에 잡혔다.이 모습을 본 사람들이 저마다 수군거렸다.강나현은 표정이 확 바뀌며 말문이 막힌 채 믿을 수 없다는 듯 놀란 눈으로 반하준을 돌아보았다.심은호의 연설문이 바뀐 게 정말 반하준과 관련이 있을 줄이야.하지만 반하준이 했다기엔 너무 저급한 수작이 아닌가.강승의 직원을 시켜서 연설문을 바꾼 것도 모자라 감히 회사 안에서 직원과 따로 만나다니.그런 짓을 하면서도 반하준은 카메라를 피할 생각조차 못 했던 걸까.강나현은 놀란 표정으로 반하준을 바라봤지만 남자는 다 들키고도 태연하게 의자에 앉아 있었다.마치 대형 스크린에서 강승 직원과 공모한 사람이 전혀 아닌 것처럼.강민아는 시치미를 떼는 반하준의 모습에 입을 열었다.“그럼 저 직원에게 반 대표님과 무슨 얘기를 나눴는지 물어보죠.”카메라에 찍힌 직원은 당황해서 무수히 많은 사람의 시선을 마주한 채 눈에 띄게 두 다리를 덜덜 떨었다.“부사장님, 반 대표님이 저한테 시켰어요! 저한테 2천만원 줬는데 이 돈 다 드릴게요. 제발 한 번만 용서해 주세요!”자리에 있던 손님들이 경악하며 말했다.“정말 반하준이 한 짓이야? 심은호를 노리는 건가?”“심은호와 강민아가 만나니까 전남편이 질투가 나는 건 당연하지. 근데 너무 비열하다.”강민아에게 공개적으로 폭로 당한 반하준은 비웃듯 콧방귀를 뀌었다.“너한테 들킬 줄 알았어. 그냥 네가 어떻게 할지 보고 싶었을 뿐이야. 심은호의 연설문이 바뀐 걸 알고도 아무 말 안 하길래 난 네가...”반하준은 말을 꺼내며 입에서 씁쓸한 맛이 느껴졌다.그는 수치심도 모르는 듯 이렇게 물었다.“그래, 내가 시켰어. 그게 뭐? 강민아, 심은호 때문에 이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63화

    강민아는 무언가를 감지하고 심은호를 올려다보았다.그의 얼굴에는 미소가 번져 있었고, 그 순간 그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그때 심은호가 들고 있던 빈 연설문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다.“어떤 못된 사람이 저한테 빈 연설문을 줬네요.”단상 아래가 소란스러워졌다.“왜 아무것도 없어?”“누가 그런 거야?”“이곳 강승에서 설마 강승 직원이 심은호한테 이런 유치한 짓을 한 거야?”강민아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이 달라졌다.심은호는 탁자 위에 두 손을 얹고 앞으로 몸을 숙여 위에서 첫 번째 줄에 앉아 있는 반하준을 내려다보았다.“인수식에서 내 발목을 잡아 공개적으로 망신당하길 바라는 사람이라면, 분명 태산 그룹이 순조롭게 강승 테크를 인수하는 게 못마땅한 거겠죠.”강민아는 손을 뻗어 탁자 위에 놓인 빈 연설문을 집어 들고는 자리에서 일어나 반하준에게로 곧장 걸어갔다.“심은호 씨 연설문 내놔.”강민아가 입을 열자마자 반하준의 옆자리는 물론, 뒤편에 앉아있던 재계 거물들도 어안이 벙벙해졌다.“반 대표가 심 대표 연설문을 바꿔치기했다고?”“말도 안 돼, 반 대표가 왜 그런 유치한 짓을 해?”사람들은 충격에 휩싸여 외쳤다.심은호는 자리에 서서 강민아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심장이 강심제를 주입한 듯 쿵쾅거렸다.그는 고개를 기울이며 날카로운 눈썹을 살짝 치켜들고 반하준을 향해 도발적인 비웃음을 보냈다.‘이럴 줄은 몰랐지. 네가 연설문 바꿔서 민아 씨가 날 위해 나서주네.’의자에 앉아 있던 남자가 턱을 들어 올려 앞에 서 있는 강민아를 올려다보았다.반하준은 강민아를 이런 각도로 바라볼 때마다 자신이 그녀에게 통제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본인조차 열등한 존재로 전처를 올려다보는 것이 기분 좋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강민아가 그에게 강압적으로 굴수록 그의 몸속 세포는 더욱 꿈틀거리기 시작했다.반하준은 강민아가 왜 이토록 위압적인 모습으로 눈앞에 다가왔는지도 잊을 정도로 두 눈이 흐릿하게 변해갔다.강민아는 반하준이 반응하지 않는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62화

    하지만 어느 날부터 그는 더 이상 강민아에게 그런 행동을 바라지 않았고, 강민아가 살갑게 다가오는 행동도 거부하기 시작했다.강민아의 상실감에 휩싸인 표정을 뻔히 보면서도 모르는 척했다.한때 그토록 경멸했던 사람을 이젠 소유할 수가 없게 되었고, 그가 손수 버린 사랑을 다른 사람에게 주는 모습을 지켜봐야만 했다.고개를 숙여 강민아를 향해 환하게 웃는 심은호의 얼굴을 보며 반하준은 가슴 속에 영원히 채워지지 않을 블랙홀이 생기는 것 같았다.억지로 시선을 돌리며 스스로 끊임없이 되뇌었다.그냥 브로치일 뿐이라고.강민아가 그에게도 브로치 여러 개를 선물했으니 전혀 질투가 나지 않는다.이미 그녀가 주는 브로치, 넥타이, 시계를 무수히 받았으니까.하지만 강민아가 건넨 선물을 어디에 뒀는지도 잊어버렸고, 그녀가 어떤 걸 줬는지도 도저히 기억나지 않았다.한 번도 신경 쓴 적이 없으니까.강민아가 잔뜩 기대하며 그에게 물건을 건넸지만 그는 받지도 않고 아내에게 아무 데나 놓으라고 했다.강민아가 준 선물을 열어보고 싫은 소리만 해댔던 게 떠올랐다.그녀가 준 것들은 한 번도 사용하지도, 착용하지도 않았다.반하준은 당장이라도 집에 달려가 강민아가 줬던 모든 걸 착용하고 심은호에게 보여주고 싶었다.심은호는 예쁜 눈동자로 교활하게 웃으며 그를 돌아보았다.“예뻐?”자랑하는 거다.“민아 씨 안목이 참 훌륭해.”그는 손을 뻗어 강민아가 직접 달아준 브로치를 만지며 보물처럼 소중하게 여겼다.강민아는 심은호의 팔 안쪽으로 손을 넣어 최대한 자연스럽게 남자의 팔짱을 꼈다.심은호는 시선을 내려 어깨를 나란히 한 여자를 바라보았다. 옷 사이로 몸이 맞닿은 채 서로 체온을 나누고 있었다.“무시해요.”반하준을 언급하는 강민아의 목소리가 다소 매정하게 들렸다.그녀는 회사에 도착하고 나서야 강성진이 직접 반하준에게 초대장을 써서 건넸고, 도어맨이 강성진의 친필 사인을 보고 반하준을 들여보냈다는 걸 알았다.그제야 강성진도 강민아에게 자신이 반하준에게 초대장을 썼다는 메시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61화

    검은 머리카락을 틀어 올린 채 달 모양의 비녀로 머리카락을 고정하자 비녀에 달린 검은색 술이 머리와 예쁜 조화를 이루었다.몸에는 슬림하게 재단된 회색 정장 재킷에 넓고 편안한 슬랙스를 매치하고 발에는 굽이 낮은 단화를 신은 채 반듯하고 당차게 걸어왔다.강승의 직원들은 이렇듯 반듯한 강민아의 모습에 이미 익숙해져 있었다.“부사장님.”직원들은 강민아를 반갑게 맞이했다.하지만 초대된 다른 재계 인사들은 강승을 손에 넣은 강민아를 이번에 처음 만나게 되었다.적지 않은 사람들이 멀리서 호시탐탐 강민아를 훑어보았다.“대학 졸업도 하기 전에 결혼한 사람이 회사 부사장이 될 줄이야. 반씨 가문에서 7년 동안 사모님으로 지냈는데 강승 주주들은 대체 무슨 생각인 거야.”누군가 거들었다.“강승에 쓸만한 사람이 없다는 뜻이지. 그래서 망하는 거고.”“강성진이 굳이 자식 중에서 후계자를 고른다면 차라리 강나현이 더 나은 것 같은데? 적어도 강성진 곁에서 자란 자식이고 부신 그룹 대표 반하준과 친구잖아.”“맞아. 재계에서는 시험 점수가 아니라 인맥이 중요하지. 강나현은 강민아보다 서경에서 아는 사람도 많잖아. 근데 하필 정의감이 넘치는데 머리는 멍청해서 사람들 다 보는 곳에서 제 아빠 스캔들을 퍼뜨릴 줄이야.”누군가 일부러 목소리를 낮췄다.“듣기론 강나현이 누군가의 계약으로 강성진 스캔들을 퍼뜨렸다던데?”“뭐? 누가 감히 강씨 가문 아가씨를 건드려?”“이번 일에 최대 수혜자가 누구겠어. 강민아가 똑똑한 건 맞지만 그걸 자기 핏줄을 상대하는 데 쓰잖아. 저런 사람은 언젠가 대가를 치르게 될 거야.”그들이 귓속말을 나누는 동안 멀지 않은 곳에 서 있던 제복을 입은 한 남자가 휴대폰을 꺼내 이들의 이름을 적고 있었다.심은호는 자신과 강민아의 초대를 받은 이들 중 강민아에게 불만이 있는 사람이 있으면 작은 수첩에 그 사람들의 이름을 적어두고 나중에 하나씩 처리할 거라고 했다.....심은호가 뒤를 돌아보니 강민아가 자신을 향해 걸어오고 있었다.그는 입꼬리를 올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60화

    “심 대표님, 우강 그룹 인수를 축하드립니다.”“우강 그룹을 인수했다는 건 강 부사장과 좋은 소식이 있다는 뜻인가요?”심은호와 강민아가 교제한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서경 전체가 술렁였다.재계 인사들이 이곳에 참석한 것도 직접 현장에서 소식을 전해 듣기 위해서였다.심은호가 한 손을 양복바지 주머니에 넣자 양복에 주름이 잡혔다.“앞으로 민아 씨와 저에게 좋은 소식이 생기면 가장 먼저 여러분께 알려드리죠.”참석한 사업가들은 심은호와 강민아가 가까운 사이라는 것을 단번에 눈치채며 두 사람이 정말 사랑하는 사이라고 생각했다.“잘됐네요! 좋은 소식 기다릴게요!”“부사장님은 남자 복도 많네요. 누가 봐도 부러워할 정도로 운이 좋아요.”모두가 심은호와 강민아를 놀리며 열광하고 있을 때, 갑자기 주위 목소리가 작아지며 곧이어 심은호 앞에 서 있던 사람들의 표정이 조금씩 바뀌었다.심은호가 그들의 시선을 따라 고개를 돌리자 비서와 함께 나타난 반하준이 보였다.반하준은 강렬한 기운이 느껴지는 검은색 정장을 입고 심은호를 향해 곧장 걸어왔는데, 마치 보이지 않는 두 기운이 서로 부딪힌 듯 주변 사람들은 자신도 모르게 몇 발짝 뒤로 물러서야 했다.살짝 내리깐 반하준의 살벌한 눈빛은 마치 사람의 몸 위를 기어다니는 냉혈한 짐승처럼 보였다.그가 햇빛도 닿지 않는 축축하고 음침한 어둠이라면 심은호는 따스한 햇살 아래 반짝이는 천사였다.심은호는 얇은 입술을 말아 올리며 당당하게 웃었다. 앞머리가 살짝 흔들리며 반듯하고 윤기 도는 이마를 돋보이게 했다.반하준을 조금도 신경 쓰지 않는 듯 그는 쉽게 현장 분위기를 장악했다.“반 대표님은 초대받지 못한 손님이 길가의 쥐새끼처럼 쫓겨날 거란 걸 모르시나?”반하준은 손에 쥔 초대장을 번쩍 들어 보였다.“나 초대장 있어.”“나랑 민아 씨가 직접 초대장을 써서 사람들에게 나눠줬어. 우리가 네 이름을 쓴 기억은 없는데.반하준의 귀에 ‘우리'라는 단어가 유난히 거슬렸다.그는 점점 더 싸늘한 눈빛으로 심은호를 바라보며 건방지게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59화

    입을 크게 벌리고 거침없이 쏟아내는 통곡이 텅 빈 농구장에 울려 퍼졌다.강민아가 건네준 귤을 움켜쥔 모습이 꼭 버려진 새끼 짐승 같았다.“도련님!”경호원이 당황하며 서둘러 민이를 달랬지만 민이는 도저히 울음을 멈추지 않았다.반하준이 다가와 물었다.“반현민, 왜 울어?”툭하면 감정을 터뜨리는 아들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5살이나 돼서 왜 자꾸 울어?”강민아가 민이에게 귤 한 통을 건네는 걸 봤다. 그녀가 가자마자 아이가 우니 반하준은 민이의 무릎 위에 놓여 있던 플라스틱 상자를 가져가려고 손을 뻗었다.“안 돼요!”민이는 비명을 지르며 즉시 몸을 숙여 반하준이 강민아가 준 귤을 가져가려는 것을 막았다.마치 그 귤 상자가 자신의 소중한 소유물인 것처럼.반하준은 차가운 얼굴로 경고했다.“울지 마!”그는 아이를 달랠 줄도 몰랐고 그저 많은 사람 앞에서 갑자기 우는 민이가 못마땅할 뿐이었다.민이는 반하준이 강민아가 준 귤을 빼앗을까 봐 재빨리 손을 뻗어 귤을 입에 넣었다.귤락을 벗기지 않은 귤에서 살짝 쓴맛이 느껴졌지만 민이는 귤의 신맛과 눈물의 쓴맛을 목구멍으로 삼켰다.예전에는 강민아가 귤락을 깨끗이 뜯어내지 않으면 마구 난동을 부렸지만 이제는 그럴 자격을 잃었다.강민아가 귤을 까주는 것도 드문 일이기에 민이는 플라스틱 상자에 담긴 귤을 모두 꺼내 입에 넣었다.반하준은 민이의 입가에서 즙이 흘러나오는 것을 보며 볼품없이 먹는 아들의 모습에 눈살을 찌푸렸다.경호원에게 휴지를 달라고 부탁한 반하준은 허리를 굽혀 민이의 입을 닦아주었다.민이는 반하준이 강민아가 준 귤을 빼앗아 갈까 봐 얼굴을 돌렸고, 반하준은 민이가 자신을 경계하자 무기력하고도 짜증스러운 어투로 말했다.“안 빼앗아!”...일요일, 강승 테크 건물에서는 곧 인수식이 열릴 예정이다.마이바흐 650 폴만의 바퀴가 땅을 밟으며 대문 앞에 멈췄다.제복을 입은 도어맨이 계단을 내려와 문을 열자 심은호가 차에서 내렸다.짙은 회색 스리피스 수트가 187의 큰 키를 돋보이게 하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358화

    반하준은 정이와 함께 한 시간 넘게 연습했다. 그의 가슴은 가쁜 숨을 몰아쉬며 심하게 오르내렸고, 거친 헐떡임은 텅 빈 농구 코트에서 선명하게 들렸다.땀은 홍수처럼 그의 머리에서 쉴 새 없이 쏟아져 내리고 흠뻑 젖은 검은 머리카락은 하나둘씩 아래로 내려와 그의 잘생긴 이목구비를 덮었다. 흐트러진 모습에 전처럼 그렇게 날카로워 보이지 않았다.비라도 맞은 듯 땀이 얼굴을 타고 줄줄이 떨어지고 있었다.외투를 벗은 뒤 입고 있던 니트 조끼와 남색 스포츠 상의가 땀에 젖어 짙은 색으로 변했다.반하준은 몸을 살짝 구부린 채 쓰러지지 않으려고 모든 의지를 동원해 버티고 있었다.하지만 두 다리는 시멘트에 잠긴 듯 걸음을 옮길 수도 없었다.꽃밭에서 뛰어내린 정이는 의상을 입은 채 핑크빛 얼굴을 내놓고 있었다. 흐트러진 머리카락이 땀과 함께 이마에 붙어 있었다.아이가 강민아에게 달려가자 그녀는 정이가 사용하는 텀블러를 건넸다.정이가 벌컥벌컥 물을 마시는 동안 강민아는 작은 수건을 가져와 정이의 옷깃 사이로 손을 넣고 등을 닦아주었다.쪼그리고 앉은 강민아가 다시 정이의 옷 속에 손을 넣어 만져보고는 이렇게 말했다.“옷 다 젖었으니까 일단 옷부터 갈아입을까?”“네.”정이는 순순히 고개를 끄덕였다.강민아는 정이를 탈의실로 데려갔다. 아이의 연습을 보러 오면서 몇 벌의 옷과 신발, 양말까지 여분으로 챙겨온 것이다.정이가 양말을 벗자 강민아는 자기 양말도 축축하다는 것을 깨달았다.마른 옷으로 갈아입고 새 신발과 양말을 신긴 뒤 세면대로 데려가 수건을 적셔 아이의 얼굴과 손을 닦아주었다.그러고는 다시 정이를 데리고 나오면서 미리 준비해 둔 과일과 기력을 보충해 줄 초코바를 건넸다.정이는 의자에 앉은 채 두 다리를 흔들거렸다.강민아는 민이에게 다가가 귤이 담긴 플라스틱 상자를 건넸다.“먹을래?”민이는 흠칫하며 강민아가 건네준 플라스틱 상자를 황급히 받고는 고개를 숙여보더니 무의식적으로 말했다.“난 하얀 실 싫은데.”그의 말에도 강민아는 아무런 대꾸가 없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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