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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82화

Author: 복덩이
강민아는 반석현의 표정이 참 다양한 걸 보았다.

전보다 더 절제하는 것 같은데 천진난만한 다섯살 아이가 어른처럼 행동하면서도 강민아를 바라보는 눈에는 기쁨과 애착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녀를 본 반석현은 앞으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손을 꽉 말아쥐었다.

힘겹게 강민아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강민아를 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도저히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다.

강민아는 몸을 웅크린 채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

반석현은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고 따뜻한 빛에 사로잡힌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

“카트다!”

정이는 휴게실에 마련된 게임들에 시선이 이끌렸다.

“엄마, 우리 같이 카트 타면 안 돼요?”

정이가 천진난만하게 외치자 강민아도 같은 말을 하며 반석현에게 물었다.

“우리 같이 카트 해도 될까?”

별빛을 담은 검은 눈동자로 바라보던 반석현이 핑크빛 입술을 달싹이다가 강민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작은 손을 내밀어 강민아의 손으로 가져갔다.

강민아는 반석현의 작은 손을 잡았다.

“가자, 내가 데려다줄게.”

반석현은 강민아와 함께 걸으며 고개를 숙인 채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

강민아와 심은호는 두 아이에게 보호 장비를 입히고 헬멧을 씌웠다.

회사의 카트는 성인 전용으로 설계되어 있어 정이와 반석현은 혼자서 카트를 조종할 수 없다.

강민아와 심은호도 장비와 헬멧을 착용한 뒤 정이가 먼저 나서서 제안했다.

“저는 아저씨랑 한차에 타고, 석현이는 엄마랑 한차에 타라고 해요.”

반석현은 강민아와 정이를 제외하고는 심은호를 포함한 다른 사람과 신체 접촉이 불가능했기에 심은호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

그는 정이를 카트에 태웠고 두 대의 카트는 나란히 달렸다.

“우리도 내기해요.”

심은호가 제안하자 강민아가 물었다.

“뭘 걸래요?”

얼굴을 감싼 헬멧이 심은호의 눈에서 반짝이는 웃음을 가렸다.

“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뽀뽀하기!”

“...”

그녀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

“그런 내기라면 지든 이기든 그 쪽한테만 좋은 것 같은데요?”

“손해 보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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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s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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Xiàlì Quán (J.루나)
재밌는데...댓글이 없는게 이상하네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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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84화

    출발 카운트다운 신호음이 울리고 카운트다운이 끝나는 순간 두 대의 카트가 동시에 출발선을 박차고 나갔다.장기명은 발끝을 세우며 목을 쭉 뻗어 트랙을 바라봤고, 그와 진찬규의 시선은 트랙을 질주하는 카트를 끝까지 따라갔다.안채린이 순식간에 뒤처진 것을 확인한 진찬규와 장기명의 눈에서 흥분한 기색이 말끔히 사라졌다.장기명은 머리를 긁적였다.“안채린 씨가 선두를 달릴 줄 알았는데.”안채린이 뒤처지자 진찬규도 조바심을 내며 말했다.“조금만 더 기다려봐요.”그의 말이 입 밖으로 나오기 바쁘게 안채린과 앞 카트 사이의 거리가 점점 벌어지는 것을 보았다.“오호!” 장기명은 깜짝 놀라 외친 뒤 고개를 돌려 심은호에게 말했다.“심은호 씨 친구분 실력이 대단한데요?”그제야 장기명은 심은호 옆에 정이와 반석현이 서 있는 것을 보고 웃으며 농담을 건넸다.“심은호 씨가 애도 봐요?”그는 강민아가 바빠서 심은호가 두 아이를 돌보는 것이라고 생각했다.심은호는 그를 무시했고 정이가 가슴을 쑥 내밀고 장기명에게 자랑스러운 듯 말했다.“우리 엄마 엄청 대단해요!”“그래.”장기명은 고개를 끄덕이다가 다음 순간 정이의 말에 반응하듯 홱 몸을 돌렸다.“뭐라고?”“안채린과 경기하는 게 강민아라고?”장기명과 진찬규가 동시에 목소리를 냈다.정이는 이미 트랙에서 벌어지는 경기에 몰입해 이리저리 뛰어다니고 손을 흔들며 소리치고 있었다.“엄마 화이팅! 엄마 화이팅!”장기명과 진찬규는 다시 한번 뒤를 돌아 트랙을 바라보았다.진찬규는 여전히 믿기지 않았다.“안채린을 저렇게 먼 거리로 앞서고 있는 사람이 강민아라고? 강민아가 카트를 운전할 수 있다고?”그러자 장기명이 말했다.“프로 레이서에요. 루나 알죠? 루나가 강민아잖아요.”진찬규는 서경 레이싱 대회 사건에 대해 들어본 적은 있었지만 대회를 보러 가진 않았다. 이후 강나현의 교통사고 소식을 접한 그는 친구의 안위에만 관심이 집중돼 당시 인터넷의 핫이슈가 무엇이었는지 알아볼 겨를이 없었다.트랙에서 안채린은 끝까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83화

    그녀는 커피를 한 모금 마시고는 여유로운 자세로 장기명과 진찬규에게 말했다.“예전에 회사에 있을 때 심심해서 카트로 좀 달렸는데 최고 기록이 됐지 뭐예요. 이제 드디어 제 기록을 깨는 사람이 나타나서 기분이 좋네요. 다만...”안채린은 한 손으로 난간을 잡은 채 눈을 내리깔며 아래를 내려다봤다. 하루 만에 자신의 기록이 두 대의 카트에 의해 깨졌고, 두 대 모두 아이를 태우고 있었다. 즉 아이가 없었다면 속도를 몇 초 더 단축할 수 있다는 의미였기에 안채린의 눈빛이 어두워졌다.“아이들을 태웠는데 왜 저렇게 빨리 달리는지 모르겠어요. 너무 위험한 것 같은데.”그녀의 말에는 약간의 질책이 섞여 있었다.장기명이 안채린을 띄워주며 아부하듯 말했다.“심심해서 달린 걸로 기록을 세웠으니 진지하게 임하면 저 사람들 기록을 넘을 수도 있지 않나요?”“제 최고 기록이 1/3 정도 더 빠르죠.”“헉!”장기명과 진찬규는 동시에 놀란 소리를 내며 두 사람은 조금 더 감탄하는 눈빛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휙!트랙 위, 저 멀리 선두에 있는 카트를 보며 안채린의 미간이 일그러졌다.양자 테크 안에 숨겨진 실력자가 있을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며칠 동안 양자 테크에 있으면서도 카트 기록이 깨지지 않았는데 갑자기 아이와 함께 탄 사람이 그녀의 기록을 깨지 않았나. 이건 그녀에 대한 도발이나 다름없었다.그 생각에 안채린의 얼굴은 점점 더 추해졌다.마침 조금 전에 우경아 비서로부터 더 이상 강민아를 건드리지 말고 강민아의 일에 적극 협조하라는 경고를 받은 상태였다.‘웃겨. 어떻게 한낱 주부한테 굴복해.’앞서 강민아가 많은 관계자 앞에서 그녀를 망신 준 탓인지 양자 테크 직원들도 그녀를 도발하기 시작한 것 같다.두 대의 카트가 차례로 결승선을 통과하자 안채린은 아래층으로 내려갔다.정이는 헬멧을 벗고 외쳤다.“졌어요!”하지만 속상해하기는커녕 재빨리 카트에서 내려 심은호에게 물었다,“아저씨, 엄마 업을래요, 석현이 업을래요?”“석현이를 업고 싶은데 석현이가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82화

    강민아는 반석현의 표정이 참 다양한 걸 보았다.전보다 더 절제하는 것 같은데 천진난만한 다섯살 아이가 어른처럼 행동하면서도 강민아를 바라보는 눈에는 기쁨과 애착이 가득했다. 하지만 그녀를 본 반석현은 앞으로 한발짝도 움직이지 않고 손을 꽉 말아쥐었다.힘겹게 강민아와의 거리를 유지하고 있었다.강민아를 보고 싶어서 여기까지 왔는데 도저히 가까이 다가갈 수가 없었다.강민아는 몸을 웅크린 채 그에게 손을 내밀었다.반석현은 멍한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보며 부드럽고 따뜻한 빛에 사로잡힌 것 같은 착각이 들었다.“카트다!”정이는 휴게실에 마련된 게임들에 시선이 이끌렸다.“엄마, 우리 같이 카트 타면 안 돼요?”정이가 천진난만하게 외치자 강민아도 같은 말을 하며 반석현에게 물었다.“우리 같이 카트 해도 될까?”별빛을 담은 검은 눈동자로 바라보던 반석현이 핑크빛 입술을 달싹이다가 강민아를 향해 고개를 끄덕이고는 자신의 작은 손을 내밀어 강민아의 손으로 가져갔다.강민아는 반석현의 작은 손을 잡았다.“가자, 내가 데려다줄게.”반석현은 강민아와 함께 걸으며 고개를 숙인 채 달콤한 미소를 지었다.강민아와 심은호는 두 아이에게 보호 장비를 입히고 헬멧을 씌웠다.회사의 카트는 성인 전용으로 설계되어 있어 정이와 반석현은 혼자서 카트를 조종할 수 없다.강민아와 심은호도 장비와 헬멧을 착용한 뒤 정이가 먼저 나서서 제안했다.“저는 아저씨랑 한차에 타고, 석현이는 엄마랑 한차에 타라고 해요.”반석현은 강민아와 정이를 제외하고는 심은호를 포함한 다른 사람과 신체 접촉이 불가능했기에 심은호도 이를 잘 알고 있었다.그는 정이를 카트에 태웠고 두 대의 카트는 나란히 달렸다.“우리도 내기해요.” 심은호가 제안하자 강민아가 물었다.“뭘 걸래요?” 얼굴을 감싼 헬멧이 심은호의 눈에서 반짝이는 웃음을 가렸다.“진 사람이 이긴 사람에게 뽀뽀하기!”“...”그녀는 피식 웃음을 터뜨렸다.“그런 내기라면 지든 이기든 그 쪽한테만 좋은 것 같은데요?”“손해 보는 것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81화

    우경아가 버럭 소리를 질렀다.“강민아 씨, 욕심이 너무 큰 것 아닌가요?”그녀의 눈에 강민아는 그런 큰 야망을 가질 자격이 없는 사람이었다.강민아는 웃으며 말했다.“하지만 우 대표님도 즐거우시잖아요. 아닌가요?”그녀에게 속내를 들킨 우경아는 낮은 웃음을 내뱉었다.“우영 그룹의 지분 5%라니, 좋아요. 아주 좋네요. 강민아 씨, 그쪽이 나한테서 우영 그룹의 지분을 뺏을 능력이 있는지 두고 볼게요. 3개월 후 지자체와 협력한 프로젝트에 뭔가 잘못되면 그쪽이 선택할 수 있는 길은 두 가지뿐이에요. 지옥으로 가든지, 경찰서로 가든지.”절대 아무나 우경아를 상대로 내기를 제안할 수 없었다. 그녀로부터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우경아의 손에 목숨을 걸어야 했다.강민아는 낮은 목소리로 강조하듯 말했다.“제가 도전장을 내밀었으니 우 대표님도 저에게 전적으로 협조해 주셨으면 좋겠네요.”우경아도 그녀의 말을 따라 말했다.“당연히 전적으로 협조하죠. 바보와 미치광이는 한 끗 차이에요. 강민아 씨가 바보든 미치광이든 난 기꺼이 당신이 열심히 뛰다가 전장에서 죽는 모습을 보고 싶네요.”“제가 원하는 건 우 대표님 말씀 한마디뿐이에요.”강민아와 영상 통화를 끊은 우경아는 그녀에게서 자극받은 설렘을 만끽했다.강민아가 전폭적인 협조를 부탁한 목적은 우경아의 손을 빌려 안채린을 제압하기 위해서였다.하지만 그 힘을 빌리는 데는 너무 큰 대가가 따랐다.심은호가 뒤를 지켜준다고 해서 우경아가 그녀를 못 건드린다고 생각하는 걸까.우경아의 코끝에서 차가운 비웃음이 흘러나왔다.3개월 후 강민아가 가져올 선물이 깜짝선물일지, 웃음거리일지 정말 기대가 됐다.우경아는 비서를 통해 안채린에게 강민아의 일에 적극 협조하라는 말을 전했다. 그녀도 안채린이 또다시 강민아의 앞길을 방해하는 걸 원치 않았다....오후 3시, 정이가 하교할 시간이다.강민아는 출장을 가야 하니 정이를 학교에서 양자 테크로 데려오겠다는 육성민의 연락을 받았다.정이와 함께 반석현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80화

    강민아는 그녀가 방금 한 말에 이중적인 의미가 있다는 걸 전혀 눈치채지 못한 듯했다.강민아는 눈을 반짝이며 심은호가 다음에 어떤 반응을 보일지 조용히 기다리고 있었다.심은호는 그녀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 그는 그녀의 진심을 파악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결국, 심은호가 먼저 고개를 숙였다.“민아 씨가 원하는 거 다 줄게요.”심은호는 자리에서 일어나 그녀를 위해 차를 우리러 갔다.강민아는 그가 물을 붓고 찻잎을 우려내는 동작 하나하나를 바라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 정말 보기만 해도 눈이 즐거운 장면이었다.그녀는 여유롭게 책상 앞에 앉아 자료를 훑어보면서도, 동시에 뭔가를 기다리고 있었다.잠시 후, 심은호는 차를 다 우려내고는 컵을 조심스럽게 들어 살짝 불어낸 후, 그녀 앞으로 내밀었다.은은한 차향이 그녀의 코끝을 간지럽혔다. 그녀는 천천히 한 모금 마셨다.바로 그때, 강민아의 컴퓨터 화면에 또다시 우경아의 영상통화 요청이 떴다.강민아는 입꼬리를 올리며 통화를 수락했고,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화면에 비친 우경아를 바라보았다.우경아는 강민아의 표정을 보고 잠시 멈칫했다.우경아는 곧 깨달았다. 강민아는 그녀가 다시 연락할 거란 걸 이미 예측하고 있었던 것이다.우경아는 한쪽 눈썹을 치켜올렸다.우경아는 이 상황이 그저 재미있을 뿐이었다.그녀의 눈빛 속에 감춰져 있던 투지가 다시금 타오르기 시작했다.“안 이사랑 방금 연락했어요. 안 이사가 내 의도를 완전히 오해한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민아 씨 컴퓨터 접근 권한을 그녀에게서 회수했어요.”우경아는 자신이 한발 물러섰으니, 이제 강민아도 이쯤에서 그만하라는 뜻이었다.우경아는 결코 호의를 그냥 주는 사람이 아니었다. 우경아는 언제나 주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되찾아가려는 사람이었다.“듣자 하니, 민아 씨랑 하준 씨가 진행하던 협상이 꽤 잘 되고 있다면서요? 하준 씨가 적극적으로 양자 테크와의 협력을 추진 중이라고 들었어요. 민아 씨 전남편이니까, 앞으로도 그 사람이 있으면 일하기도 편하겠죠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79화

    우경아의 사무실 문이 급하게 두드려졌다.우경아의 남자 비서는 이런 상황이 오히려 더 흥분되는 듯, 그녀의 얼굴에 탐욕스러운 키스를 퍼부었다. 마치 그녀를 놓치기 싫다는 듯이 말이다.우경아는 혀를 차며 남자 비서를 밀어냈다. 그녀의 표정이 불쾌해지자, 남자 비서는 서둘러 행동을 멈추었다.그리고 이 모든 장면은, 회사 전 직원이 컴퓨터 앞에서 실시간으로 목격하고 있었다.이번엔 정말 신선한 스캔들이었다!이건 단순히 우경아가 민망한 영상에 노출된 문제가 아니었다. 진짜 문제는 전 직원이 지금 ‘실시간 중계’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남자 비서는 능숙하게 우경아의 옷매무새를 단정히 해줬다. 옷깃을 여미고 치마를 곧게 펴 주는 손길이 자연스러웠다.그리고 남자 비서는 문 쪽으로 걸어가 조용히 문을 열었다.우경아 사무실의 방음문이 양옆으로 열리자, 행정 비서의 얼굴이 새파랗게 질렸다.이건 단순한 해킹이 아니었다. AI 합성 영상이 아닌, 진짜 실시간 방송이었다.“무슨 일이야?”우경아가 물었다.그녀는 얼굴에 묘한 홍조를 띠고 있었지만, 전혀 당황한 기색이 없이 태연했다. 그녀는 사무실에서 남자를 가지고 노는 걸 들켜도 신경을 쓰는 성격이 아니었다.행정 비서의 얼굴엔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복잡한 표정이 떠올랐다. 행정 비서는 입술을 달싹였지만, 선뜻 말을 잇지 못했다.“우 대표님, 사무실 컴퓨터가 해킹당했습니다...”이 말을 들은 우경아가 눈살을 찌푸리며 컴퓨터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우경아의 남자 비서는 조용히 자신의 휴대전화를 꺼내 메시지를 확인했다. 그러자 얼굴이 순식간에 창백해졌다.“우 대표님! 우리 완전 큰일 났어요!”남자 비서는 우경아를 향해 당황한 표정으로 소리쳤지만, 어떻게 말을 꺼내야 할지 몰라 망설였다.우경아는 상황이 심상치 않다는 걸 감지했다.“구체적으로 무슨 일인지 말해.”우경아가 행정 비서에게 물었다.행정 비서는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우 대표님의 컴퓨터 카메라가 원격으로 켜졌습니다. 아까 사무실에서 있었던 일이 전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78화

    심은호라는 남자, 정말이지 무서울 정도였다.하지만 강민아는 그런 그에게 전혀 불쾌함을 느끼지 않았다.오히려, 그답다고 생각했다.그가 그녀의 삶 속에 자주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했을 때부터, 강민아는 이 남자가 한 걸음 한 걸음 치밀하게 접근하고 있다는 걸 감지하고 있었다.비서가 나가고, 강민아는 의자에 등을 기대고 몸을 살짝 뒤로 젖혔다.“나와요.”그녀가 명령하듯 말했다. 그녀의 차가운 목소리가 사무실 안에 울려 퍼졌다.“은호 씨, 이제 정신이 좀 들었겠죠?”심은호는 비좁은 책상 아래에서 기어 나왔다. 그러고는 눈가에 웃음을 가득 머금은 채 그녀를 보며 물었다.“재밌었어요?”“꽤 재밌더라고요. 은호 씨한테 홀딱 넘어갈 뻔했잖아요.”강민아는 장난스럽게 말하며 고개를 돌렸다.심은호는 살짝 실망한 듯한 표정을 지었다.“그 말은 저한테 아직 안 넘어왔다는 거네요?”그러더니 그는 다시 그녀에게 다가와 몸을 기울이고 낮은 목소리로 속삭였다.“아까 절 만졌을 때, 기분 좋았죠?”강민아의 눈동자가 반짝였다. 눈에 담긴 장난기와 호기심이 빛을 발했다.“솔직히 말해도 돼요? 나는 심 대표가 이렇게 만질 맛 나는 사람일 줄은 몰랐어요.”이제 두 사람 사이엔 예전처럼 어색함이 남아있지 않았다. 그런데 오늘은 강민아가 심은호를 ‘심 대표’라고 부르며, 장난기 어린 어투로 말을 건넸다.심은호는 강민아가 자신의 의도를 간파했다는 걸 알았다.그가 굳이 책상 아래로 들어간 건, 이런 짜릿한 상황을 연출해 그녀의 마음을 흔드는 것이 목적이었다.하지만 심은호의 계획은 들통나고 말았다. 그 사실에 그는 한편으로 좌절하면서도, 또 한편으로 그녀에게 더 깊이 빠져드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어쩌지, 나는 민아 씨가 점점 더 좋아지고 있어.’심은호는 침을 꿀꺽 삼키더니 말을 이었다.“민아 씨가 원하면 언제든지 만져도 돼요.”강민아가 시선을 돌리며 말했다.“사실 저 은호 씨 손을 좀 빌리고 싶어요.”심은호는 잠시 멈칫했지만, 곧 자기 손을 그녀 앞으로 내밀며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77화

    심은호라는 사람을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바로 ‘빠져나올 수 없는 중독’ 그 자체였다.복부 깊숙한 곳에서 올라오는 경련은 그녀에게 지금 몸에 무언가 이상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음을 알려주었다. 초여름의 따스한 오후, 사무실 안의 공기조차 눅눅하고 무겁게 느껴졌다.그녀는 전기에 감전된 듯, 척추 끝에서부터 짜릿한 전율이 온몸을 타고 퍼졌다.그녀는 입술을 살짝 벌리고는, 문득 심은호라는 사람에 대해 진한 호기심을 느끼게 되었다.“당신 같은 사람이 왜 하필 저를 좋아하게 된 거죠?”강민아의 목소리가 심은호의 머리 위로 떨어졌다.“네? 나 같은 사람이라니, 어떤 사람 말이죠?”심은호는 고개를 들어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 표정에는 어떤 방어도 없었다. 마치 그녀가 어떻게 해도 좋다는 듯한 순순한 태도였다.강민아는 눈을 내리깔고 의자에 앉아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녀의 가슴 깊은 곳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묘한 떨림이 피어올랐다.‘상위자’의 시선이란 게 이런 것일까. 그녀의 가슴 속에는 마치 날개를 퍼덕이는 나비들이 한꺼번에 쏟아져 나올 듯 요동쳤다.심은호가 그녀한테 보내는 시그널은 그를 마음껏 괴롭혀도 좋다는 것이었다.심은호는 무릎을 꿇고 있었다.그 어떤 과분한 짓을 해도, 그는 저항하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은호 씨는 본인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르시나 봐요?”강민아의 말투에는 장난기가 섞여 있었다.심은호의 별처럼 반짝이는 눈동자엔 웃음기가 가득했다.“민아 씨도 본인이 얼마나 매력적인지 모르시는 거 아니에요?”그는 강민아의 말을 고스란히 돌려주었다.“그래도 은호 씨보단...”“민아 씨, 사람마다 인생의 속도는 다 달라요. 어떤 사람은 빨리 가고, 어떤 사람은 천천히 가죠. 인생이 어디까지 오를 수 있을지, 무슨 성취를 이룰 수 있을지는 마지막 순간이 되어봐야 아는 거예요. 어울리느냐 마느냐는, 그저 스스로를 괴롭히는 쓸데없는 생각일 뿐이에요. 감정이란 결국 좋아하느냐 아니냐, 그제 전부예요.”심은호의 큰 손이 강민아의 가느다란 다리를 부드

  • 사라진 아내, 돌아온 나   제476화

    반하준은 연진숙이 자꾸 그의 사생활에 간섭하는 게 정말 불편했다.강민아와 이혼하게 된 데에도, 연진숙의 참견이 한몫했다는 걸 그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작은아버지께서 계속 안 회장네를 챙겼잖아요. 안 회장 딸, 예전에 작은아버지의 추천서를 받아서 유학한 거 말이에요, 기억나세요?”“그게 벌써 몇 년 전 이야기냐.”연진숙이 말을 이었다.“안채린 그 아가씨, 미린국에서 잘 나간다고 하더라. 얼마 전에 귀국했는데, 지금은 우영그룹 산하의 양자 테크에 입사했대.”반하준은 자리를 뜨려다, 그녀의 말 속에서 익숙한 단어를 듣고는 발걸음을 멈췄다.“안채린 씨가 양자 테크에서 어떤 직책을 맡고 있는데요?”연진숙은 마음속으로 쾌재를 불렀다.반하준이 드디어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것이다.“우경아 회장이 꽤 아낀다더라. 입사하자마자 바로 실무 총책을 맡았다고 들었어.”반하준의 머릿속에 바로 의문이 스쳤다.‘양자 테크의 일인자는 강민아 아닌가?’이 말이 사실이라면, 강민아의 회사 내 입지가 그리 단단하지 않다는 뜻이다.미린국에서 하버드를 졸업하고 돌아온 안채린은 이미 금융 잡지에서 여러 번 본 인물이었다. 게다가 그녀의 후견인은 다름 아닌 반용화였다.반면 강민아는 배경도 없고 실무 경험도 부족하다. 안채린과 같은 사람을 상대하기엔 큰 부담이 따랐을 것이다.반하준은 싸늘한 목소리로 말했다.“다음 주, 제가 정광사를 떠나면은 안채린 씨와 한번 만나게 해주세요.”연진숙은 감격스러울 만큼 기뻤다. 지금 당장이라도 안 회장에게 연락해 안채린과의 만남을 잡고 싶을 정도였다.“알겠어, 산에서 내려가자마자 바로 준비할게.”한편, 양자 테크에서.강민아가 바닥에 발을 딛자, 의자 바퀴가 뒤로 밀려나며 책상에서 멀어졌다.그녀는 책상 아래 무릎을 꿇고 있는 심은호에게 말했다.“이제 나와요.”심은호는 앞머리를 쓸어 넘기며 고개를 들었다.조금 전 그녀가 그를 만졌던 감촉이 남아 있는 듯 입가에 엷은 웃음을 띠었다.“진정 좀 하고요.”강민아의 시선이 자연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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