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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Penulis: 희나리K

제1화

Penulis: 희나리K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5-26 22:18:12

차가운 공기가 뺨을 스치는 어느 가을날, 희뿌연 햇살이 나뭇가지 사이로 조용히 내려앉았다. 

은하는 옷장에 걸린 새 교복을 바라보았다. 단정하게 걸려 있는 교복은 마치 새로운 시작을 속삭이는 듯했지만, 은하에게는 그저 낯설고 무거운 천 조각에 불과했다. 

고등학교 입학 후 벌써 세 번째 전학. 이제는 익숙해야 할 것 같은데도, 여전히 이 순간은 낯설었다. 그리고 이 지긋지긋한 고등학교 생활은 아직도 1년도 넘게 남아있었다.

학교를 옮길 때마다 별다른 감정은 들지 않았다. 친구들과 헤어지는 것도, 새로운 환경에 적응해야 하는 것도. 

다른 아이들은 아마 달랐을 것이다. 친구들과의 이별을 아쉬워하거나, 새로운 만남에 대한 기대와 불안 속에서 잠을 설치기도 했겠지.

하지만 은하에게 그런 감정은 사치였다. 지금 은하의 인생에서는 11살 차이가 나는 오빠가 세상의 전부다. 언제나 곁에서 챙겨주고, 감싸주는 유일한 가족. 강우주.

“은하야. 괜찮아. 다 괜찮으니까 아무 걱정하지 마.”

“응.”

오빠의 목소리는 한결같이 따뜻했지만, 은하는 알고 있었다. 오빠는 누구보다 자신을 걱정하고 있고, 자신이 무너지지 않기를, 이번 만큼은 제대로 자리 잡기를 바란다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짧은 대답과 함께 교복을 꺼내 입었다. 차가운 옷깃을 여미며 거울 속 자신의 모습을 바라보았다.

언제 봐도 늘 낯설기만 한 모습. 그저 이번에는 정말, 버티고 싶다라는 생각 밖에는 들지 않았다.

학교로 향하는 길, 우주는 조수석에 앉은 은하를 한 번 슬쩍 바라보았다.

창밖을 응시하는 은하의 표정은 담담했지만, 오랜 시간 은하를 지켜본 우주는 알고 있었다. 은하가 지금 얼마나 긴장하고 있는 지를.

“잠은 잘 잤어?”

“응, 그냥… 평소처럼.”

말투는 담담했지만, 손끝이 살짝 움츠러든 걸 보니 역시나 거짓말같았다. 새로운 학교로의 첫 등교를 앞두고 있던 은하가 잘 잤을 리 만무하고, 매일 밤 불을 키고 자기까지 하니까.

우주는 튀어나오려는 한숨을 억지로 참으며 은하를 다독였다.

“오늘 하루만 무사히 넘기면 돼.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고.”

“…….”

“너무 애쓰지 마. 주목 받을 필요도 없어. 그냥 무사히, 무사히만 지나가자.”

은하는 오빠의 말을 듣고 생각했다. 

맞다. 새로운 친구를 사귈 필요도 없고, 주목을 받을 필요 역시 없다. 조용히, 아무 일 없이 그저 평범한 학생처럼 살아가는 것. 그조차도 버겁고 어려운 일이다.

잠시 후, 차가 송화고등학교 정문 앞에 멈춰 섰다.

우주는 기어를 주차 상태로 돌리고 은하가 앉아있는 조수석 쪽으로 몸을 돌렸다. 

“혹시나 불편한 일 있으면 꼭 오빠한테 말하고.”

은하는 억지 미소를 지어 보이려 했지만, 그건 어색한 흔적만 남긴 채 이내 사라졌다. 대신,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우주는 그런 은하의 머리를 한 번 쓰다듬어 주고 차에서 내려 문을 열어주었다.

“가자. 첫날부터 지각하면 곤란하지.”

천천히 차에서 내린 은하는 눈앞에 펼쳐진 송화고등학교를 바라보았다. 

높은 담장, 붉은 벽돌 건물, 운동장 너머로 보이는 학교의 상징적인 커다란 은행나무. 앞으로 매일 마주할 풍경이겠지.

송화 고등학교는 명문고는 아니지만 꽤나 큰 학교였다. 우주가 이 학교를 선택한 이유는, 성적 중심의 입시보다 비교적 자유로운 분위기가 유지된다는 이유. 

학생들의 특기와 취미를 찾을 특별 활동이 많다는 것 역시 마음에 들었다. 우주에게 은하의 성적은 중요하지 않았다. 

그에게 중요한 것은 단 하나, 은하가 이곳에서 무사히 지낼 수 있는가.

은하는 여전히 학교 건물을 낯설게 바라보았다. 멀리서 뛰어다니는 학생들의 모습이 보였고, 어디선가 들려오는 웃음소리가 아침 공기를 가볍게 만들었다. 

모두가 자연스럽게 어울리고 있는 듯 보였지만, 은하는 그 안으로 스며들 자신이 없었다. 아니, 스며들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는 게 맞는 것 같았다.

우주는 조용히 손을 뻗어 은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

“잘 다녀와. 파이팅. 강은하!”

“알겠어.”

은하는 어색한 우주의 응원에 한 번 더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그리고 차분히 학교 정문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조용히 불어오는 바람에 은행나무 가지가 살짝 흔들렸다. 

유난히 추운 가을의 끝, 은행 나무는 가지만 남아 있지만, 언젠가 이 나무도 초록빛의 잎이 자라고, 또 언젠가 노랗게 물들겠지.

‘그때까지 버틸 수 있을까?’

등교 시간이 얼마 남지 않자, 학생들은 삼삼오오 모여 건물 안으로 향했다. 은하는 최대한 눈에 띄지 않으려 가방끈을 더욱 꼭 쥐고, 고개를 살짝 숙인 채 교무실로 향했다.

그러다 교무실 문 앞에서 잠시 멈춰 섰다. 문 안쪽에서 들려오는 목소리들, 종이 넘기는 소리, 커피를 따르는 소리.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 오는 긴장감이 엄습했다.

조용히 문을 밀어 열었다. 교무실 안에는 여러 명의 교사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업무를 보고 있었고, 몇몇은 커피를 들고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그중 한 명, 단정한 안경을 쓴 젊은 남자 교사가 쭈뼛쭈뼛 서있는 은하를 발견하고 다가왔다.

“강은하 학생?”

은하는 조용히 고개만 끄덕였다.

“반갑다. 나는 2학년 3반 담임, 이지훈 선생님이야. 앞으로 잘 부탁해.”

“네.”

담임 선생님의 목소리는 부드러웠지만, 은하는 여전히 긴장이 풀리지 않았다. 선생님은 그런 은하를 다시 한번 바라보았고, 이내 자리에서 서류 한 장을 챙겨 들고, 살짝 미소 지었다.

“교실로 같이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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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34화

    “그래서? 밤새 여기 있겠다고?”“응. 너는 가던가.”태하의 시선이 병실 문을 향했다.문득, 자신이 내뱉었던 말을 떠올렸다.‘허전하겠다. 그동안 내가 대신 오빠 해줄까?’그때만 해도 장난 반, 진심 반이 담긴 억지스러운 말이었다. 하지만 그 말을 지키지 못했다는 생각이 가슴 한쪽을 묵직하게 짓눌렀다.“널 어떻게 믿고 혼자 가냐.”두 사람은 조심스럽게 문을 열고, 병실 안으로 들어섰다. 침대 위에는 여전히 창백한 얼굴로 잠들어 있는 은하의 모습이 보였다. 기계음과 숨소리만이 흐르는 공간. 태하가 망설임 없이 한쪽 소파로 걸어가 자리를 잡자, 이현 역시 그 옆에 앉아 한 숨을 내쉬었다.시간이 흐르고, 창문 너머로 어둠이 완전히 내려앉았다.은하가 푹 자길 바라는 마음에 말없이 자리에서 일어나 스위치를 내린 태하.형광등이 꺼지는 순간, 병실은 한층 더 고요해졌다. 희미한 의료 기기 불빛과 창문을 타고 스며든 어둠만이 공간을 채웠다.이현은 소파에 기대 앉아 아무 말 없이 눈을 감았다. 태하 역시 마찬가지였고.그러나 얼마 후, 병실 문이 급하게 열렸다. 가쁜 숨을 몰아쉬며 병실 안으로 들어온 설희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다.“뭐야? 불은? 너희들이 끈 거야?”순간, 태하와 이현은 놀란 마음에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형광등이 다시 켜지고, 차가운 불빛이 공간을 밝히자마자 설희의 시선이 침대 위로 향했다.다행히, 은하는 깊이 잠들어 있었다. “하아, 은하는 불 끄고 못 자.”태하와 이현의 눈이 동그랗게 커졌다. 불을 끄고 못 잔다고? 이건 또 무슨 소리야.“죄송합니다… 푹 자길 바라는 마음에…”“다행이네, 안정제 덕분에 깨진 않아서.”사실, 설희는 누구보다 등골이 오싹했다. 만약, 불이 꺼진 병실에서 은하가 깨어났다면 어땠을지를 상상하자, 절로 고개가 저어졌다.“은하 옆엔 내가 있을 테니까. 니들은 그만 돌아가. 미성년자들이 밤 늦게 뭐하는 거야?”“싫어요.”“저도 싫은데요.”“이것들이 진짜?”무작정 쫓아낼 수도 없었다. 지금까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33화

    병원에는 경찰들이 도착해 이현과 태하에게 진술을 받았고, 학교 측에도 즉시 연락이 들어갔다.담임 선생님도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왔다. 이 모든 일 들이 벌어지는 동안, 은하는 여전히 정신을 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눈앞의 상황을 보고도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의식을 잃은 채 병원 침대에 누워 있는 강은하.그 옆에서 날이 선 얼굴로 앉아 있는 백이현.그리고 단호한 표정으로 경찰과 대화 중인 정태하.“얘들아. 이게… 도대체 무슨 일이야?”모든 상황 설명을 들은 담임 선생님의 표정이 굳어졌다.학교에서 파견된 또 다른 교사 한 명도 병원으로 뛰어 들어왔고, 상황은 겉잡을 수 없이 심각해졌다. 응급실 모니터에 보이는 은하의 수치들을 확인한 설희가 태하와 이현을 바라보았다.“다행히 상태는 안정되고 있어. 병실로 옮길 거니까 너희들은 이만 돌아가.”그제야 조금은 안도한 듯 했지만, 아무도 돌아갈 생각은 없어 보였다. 자리에서 미동조차 없는 두 사람의 모습을 확인한 설희가 피곤하다는 듯 눈썹을 찡그렸다.“진짜 말 안 듣네.”잠시 후, 담임선생님과 급히 파견된 교사, 그리고 이현과 태하 역시 병실로 함께 이동했다.은하는 무겁게 가라앉은 의식 속에서 서서히 깨어나고 있었다.머리가 띵하고, 몸이 이상하게 무거웠다.무엇보다 공기가 달랐다. 익숙한 교실의 소음도, 냄새도 아니었고 희미한 형광등 불빛이 눈꺼풀 사이를 찔렀다.“은하야? 정신이 좀 들어?”천천히 고개를 돌리자 설희의 모습이 보였다.오랜만에 보는 설희는 여전히 흰 가운을 입고, 마치 우주처럼 따뜻한 시선으로 자신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은하는 한동안 그 시선을 가만히 올려다보았다. 꿈인지, 현실인지 알 수 없는 멍한 상태였다.“설희 언니…?”“응. 이제 안전해. 걱정하지 마.”부드럽게 은하의 손을 포개 쥐었다. 은하는 순간적으로 움찔했지만, 설희의 손길은 차분하고 안정적이었다.그제야 자신이 어디에 있는지를 완전히 인식할 수 있었다.‘또 병원이구나….’“…오빠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32화

    잠시 후, 응급실 문이 열리며 누군가 급하게 뛰어 들어왔다. “강은하 환자 어디 있어요? 담당의 입니다.”설희였다. 우주가 출장을 간 탓에, 연락이 자동으로 설희에게 전달됐던 것.설희는 빠르게 침대 위에 누운 은하를 확인하더니, 단숨에 상황을 파악했다.“공황으로 인한 발작 후 의식 저하 상태… 심박수 체크했고, 혈압은요?”“저혈압 수치로 확인됐고, 아직 자발적 반응은 없습니다.”설희는 은하의 곁에 서 있는 태하와 이현을 바라보았다.“너희 둘, 은하랑 같이 있었어?”“네….”“일단 기다려. 정맥 투여 가능한 안정제로 준비해 주세요. 수액 라인부터 확보해주시고요.”안정제가 투여되자 급박했던 의료진들이 조금은 안도하는 모습이었다.설희는 그제야 이현과 태하와 함께 자리를 옮겼다. 응급실 바깥에 놓인 벤치에 자리를 잡은 세 사람. 설희가 두 사람을 바라보며 물었다.“얘들아. 어떻게 된 일인지 말해줄 수 있어?”“학교 옥상에서…. 사고가 있었어요.”태하의 대답에 설하는 곧장 눈살을 찌푸렸다. “이거 지금… 단순한 일이 아닌 거지?”태하는 입술을 꽉 깨물었고, 이현의 표정에선 그 어떤 것도 읽을 수 없었다. 그저 손 끝만이 미세하게 떨리고 있었다. “솔직히 이야기 해야 해. 아무래도 그냥 넘어갈 일이 아닌 것 같은데?”설희의 말이 맞다. 이건 보통 일이 아니었다.태하는 결국 은하에게 일어났던 모든 일에 대해 솔직하게 털어 놓기 시작했다,창고에서 있던던 일을 전부 전해 들은 설희가 곧장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우주에게 전화를 걸려고 했지만, 그럴 수 없었다.우주는 분명 이 소식을 듣자마자 학회고 나발이고 모든 걸 팽개치고 귀국할 것이다. 그건 우주의 병원 생활에 있어 치명적인 일이 되고 말 것이다.결국 우주에게는 문자 메시지만을 남겼다.[은하, 학교 끝나고 나랑 같이 있어. 걱정하지 말고 이따 전화할게.]그리고, 곧바로 경찰에 연락을 취했다.“여기 강진 병원 응급실입니다. 고등학생이 학교 내에서 협박 및 감금 피해를 당했습니다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31화

    태하가 은하의 어깨를 두드리며 진정 시켰다.“은하야, 진정 좀 해.”“…….”“백이현이 시킨 거 아니야. 정문 앞 편의점에서 민희를 만났어. 네가 나를 만나러 옥상으로 갔다는 데 그 소리를 듣자마자 가장 먼저 달려온 건 백이현이라고.”은하는 아무 말도 들리지 않는다는 듯, 거친 숨을 몰아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자신을 붙잡고 있던 태하의 손마저 뿌리치면서. 눈은 이미 감정을 넘어선 무표정에 가까웠다. 마치 텅 비어버린 것 같았다.터벅터벅 창고 밖을 향해 걷기 시작하는 은하. 발걸음 소리만이 무겁게 옥상 바닥을 울렸다.생각보다 심각해진 상황에 태하와 이현은 제자리에 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태하가 주먹을 꽉 말아 쥐었다.‘이건 아니잖아….’이현 역시 마찬가지였다.평소 같으면 가벼운 농담이라도 던지며 넘어갔겠지만, 이번 만큼은 그럴 수 없었다. 그저 붉어진 뺨으로 멍하니 제 자리에 서 있었다.은하가 점점 멀어져 가는 동안, 남겨진 두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잠시 후, 쿵! 둔탁한 소리가 계단 쪽에서 울려 퍼졌다.본능적으로 계단 쪽을 향해 뛰는 태하. 이현 역시 곧장 그 뒤를 따라 나섰다.다급히 계단으로 달려 내려간 그들 눈 앞에는, 무릎을 꿇은 채 계단에 기대어 있는 은하의 모습이 보였다. 옆에는 바닥에 쓰러진 책상 하나가 놓여 있었고.다리에 힘이 풀려 걷는 것조차 힘들었던 은하가 책상을 지탱했고, 고장난 다리로 인해 힘없이 굴러 떨어진 것.“강은하!”태하가 은하의 어깨를 붙잡았고, 이현은 뒤쪽에 서서 은하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괜찮아?”태하의 질문에 침묵이 이어졌다.그리고, 잠시 뒤 들려오는 믿을 수 없는 대답.“저… 안 들려요.”“뭐?”텅 비어버린 눈동자에 태하는 두려움이 몰려왔다. “너… 지금…”더 이상의 대답은 들려오지 않았다. 흐릿한 눈동자는 제대로 된 초점조차 맞추지 못하고 있었다. 이현이 입술을 꽉 깨물었다. 이제야 은하에게 다가가 한쪽 무릎을 꿇고, 눈동자를 가까이 바라보았다.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30화

    “야, 왜 이렇게 겁먹었어?”“진짜 공황장애 있는 거 맞냐니까?”“어떤 느낌인지 좀 궁금하지 않냐?”그들의 비웃음이 점점 거칠고 악랄해지던 순간, 손길 하나가 창고 문을 반복적으로 세게 열고 닫기 시작했다.'쾅!! 콰앙!!'강렬한 소리가 울려퍼졌다.“이 소리에 반응 한다 던데? 신기하지 않냐?”“…!”갑자기 툭- 바닥에 주저 앉는 은하. 문이 닫히는 소리가 마치 모든 것이 무너지는 신호처럼 느껴졌다.몸이 굳었다. 움직여야 하는데, 도망쳐야 하는데 이상하게도 더 이상 아무것도 할 수 없는 무기력함을 느끼고 말아버렸다.'콰앙!! 콰아아앙!!!!!' 거친 쇠의 마찰음은 멈추지 않고 계속되었고, 은하는 마치 더는 움직일 수 없다는 듯, 이 상황에서 벗어날 수 없다는 듯. 이미 풀린듯한 동공으로 그들을 바라보았다.서서히 눈물 방울이 맺히기 시작했다. 눈앞에 선 형체들이 점점 어둡게 일렁였다."대박, 얘좀 봐.""완전 굳어버렸네. 저기요? 강은하씨?""진짜 문만 닫혀도 이러네. 문 트라우마냐 뭐냐?""잘 찍고 있냐.""오케이."찬희의 손에 들린 핸드폰은 여전히 은하를 향해 있었고, 문을 열고 닫는 그 친구 역시 멈출 생각이 없어 보였다. 은하에겐 지금 자신에게 벌어지고 있는 모든 상황을 생각하고, 판단한 겨를 따윈 없어 보였다.그때였다. 웃으며 철문을 열고 닫던 학생이 문 밖에서 느껴지는 강한 충격에 순식간에 떨어져 나뒹굴었다. “뭐하냐 니들?”“박찬희!!!!”어떻게 안 건지, 백이현과 정태하가 나타난 것.찬희를 포함한 무리들이 동요하기 시작했다. 이현과 태하는 망설임 없이 창고 안으로 들어섰고, 가해자들 모두가 뒷걸음질을 치고 있었다. 두 사람의 눈길이 은하에게로 향했다.헝클어진 머리카락, 교복은 이미 창고 안의 먼지로 더러워져 있었다. 무엇보다 벌벌 떨며 바닥에 주저 앉은 모습이 심상치 않아 보였다.이현의 입에서 거친 욕설이 터져 나왔다.“미친 XX들이, 돌았지? 어?”태하는 은하를 향해 달려가 자신의 교복 마

  • 사랑의 궁극적인 목적   제29화

    종례 시간이 다가오자, 하나 둘 자신들의 자리로 모여드는 학생들. 은하 역시 책상 위에 있는 교과서와 필기구를 정리하던 중, 새하얀 쪽지 하나를 발견했다.고개를 갸우뚱 거리며 쪽지를 펼쳐보았다.[은하야, 나 태하. 중요하게 할 말이 있어.조용한 곳에서 이야기 하고 싶어. 아무래도 이현이 눈치도 보이고.혹시 학교 끝나면, 옥상 창고 쪽으로 잠깐 와줄 수 있어?짧게 얘기하고 끝낼게. 부담 없어 와줘, 기다릴게.]‘태하…?’자연스럽게 고개를 돌려 태하를 바라보았다. 순간, 태하와 이현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던 급식 시간이 떠올랐다.‘이현이 눈치도 보이고.’쪽지 속 문장이 머릿속을 맴돌았다. 이런 식으로 조용히 부르는 건, 뭔가 특별한 이유가 있는 게 아닐까?‘부담 없어 와줘, 기다릴게.’마지막 말도 은근히 신경 쓰였다. 강요는커녕, 묘하게 부탁을 하는 느낌이랄까.쪽지는 곱게 접혀 주머니 안에 들어갔고, 이내 짧은 종례가 시작됐다.평소와 다름 없는 담임 선생님의 미소, 그리고 학생들의 우렁찬 대답.은하의 귀엔 아무런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이미 쪽지를 받고 난 뒤, 머리속엔 궁금증으로 가득 차 있었으니까.드디어 시작된 하교 시간.교실을 나서던 중, 민희가 은하를 향해 다가왔다.“은하야. 바로 집에 갈 거지? 나도 오늘 학원 가는 날이니까 같이 가자.”“어? 그게….”“왜? 어디 가?”“태하가 옥상에서 잠깐 보자고 해서.”민희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옥상은 박찬희 무리들의 아지트인데. “정태하가? 옥상에서?”“응.”에이, 별일 아니겠지. 다른 사람도 아니고 태하인데. 그리고, 그 자식들만 옥상을 쓰라는 법도 없는 거잖아? “알겠어. 그럼 내일은 꼭 같이 가자~ 내일 봐!”민희는 별 생각 없다는 듯 자리를 떠났고 은하는 옥상을 오르는 계단을 향해 발길을 돌렸다. 드디어 다다른 문 앞. 손잡이를 붙잡고 천천히 밀어 열어 보았다.이상하게도 그 누구의 모습도 보이지 않았다. 그저 찬 바람만이 불고 있을 뿐.‘창고가 어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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