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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Author: 희나리K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5-29 15:00:11

조심스럽게 은하를 안아들고 보건실로 향해 걸음을 옮기는 태하. 팔에 안긴 몸은 생각보다 가벼웠고, 숨소리는 여전히 불안정했다. 

민희 역시 걱정스러운 얼굴로 뒤를 따르며 은하의 핸드폰을 꽉 쥐고 있었다.

보건실로 향하자마자 은하를 조심스레 침대 위에 내려 놓았다.

놀란 보건 선생님이 급히 다가와 은하의 상태를 살폈고, 담임 선생님 역시 소식을 듣고 보건실로 달려왔다.

“무슨 일이 있었던 거니?”

“큰 소리에 갑자기 놀란 듯 하더니… 가방에서 약을 꺼내 먹었어요.”

“약? 무슨 약?”

민희는 서둘러 은하의 가방을 뒤적여 은하가 먹었던 작은 약통을 꺼냈다. 

하얀 플라스틱 통. 뚜껑을 돌려 열자, 안에는 작은 푸른색 알약이 들어 있었다.

보건 선생님은 약통을 받아 들고, 곧장 라벨을 확인했다. 

“프로프라놀롤…?”

보건 선생님의 얼굴이 심각하게 굳어졌다. 단순한 진정제가 아닌, 베타 차단제. 심장의 과도한 반응을 억제하고 불안과 공황 증상을 완화 시키는 약.

주로 트라우마나 극심한 불안 장애를 겪는 환자들에게 처방 되는 약이었다. 

“너희들은 그만 나가 있어.”

보건 선생님의 단호한 목소리에, 민희와 태하는 짧게 서로를 바라보았다. 얼굴에는 걱정과 혼란이 가득했지만, 선생님의 심각한 표정을 보고 더 이상 버티지 못하고 문 밖으로 나섰다.

그리고, 보건실 문 앞에는 뜻밖에도 백이현이 서 있었다.

두 사람의 표정이 단단히 굳었다. 이게 다 누구 때문인데. 또 구경이나 하러 온건가 싶어서.

그때, 저 멀리 복도 끝에서 누군가 다급하게 뛰어오는 모습. 탁, 탁, 탁. 빠르게 복도를 가로지르는 단단한 구두 소리가 다급했다.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보건실을 향해 달려오고 있는 남자. 강우주. 은하의 오빠였다.

우주는 거침없이 보건실 문을 열었다.

“은하야!!”

우주의 시선이 곧장 침대 위로 향했다.

창백한 얼굴, 식은땀이 맺혀 있는 이마, 규칙적이지 않은 가쁜 숨결. 본능적으로 은하의 손을 붙잡았다.

“은하야. 강은하!”

목소리에는 감출 수 없는 걱정과 초조함이 서려 있었다.

보건 선생님이 조용히 한숨을 내쉬며 우주에게 약통을 전했다.

“베타 차단제를 복용한 상태인데도 이 정도라면….”

우주는 은하의 손목에 손을 올리고 능숙하게 맥박을 재기 시작했다.

너무 빨랐다. 이건 단순한 불안 발작이 아니었다. 스트레스 반응이 극심했다는 뜻.

“일단 병원으로 가야겠어요. 선생님. 연락 드리겠습니다.”

담임 선생님은 당황한 듯했지만, 그런 우주의 태도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네. 연락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더 이상 지체할 수 없었다. 곧장 은하를 조심스럽게 안아 들었다.

보건실 문 밖을 나서자, 이제야 이현과 태하, 민희의 모습이 보였다.

“은하 친구들이구나. 챙겨줘서 고마워.”

이현과 태하는 입을 꾹 다물었고, 오직 민희만이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은하는 괜찮은 거에요?”

“괜찮아야지. 또 보자.”

그렇게 정신없는 인사를 건넨 후, 우주와 은하의 모습은 그들의 시야에서 사라졌다.

***

은하는 눈을 감은 채, 자신을 감싸는 온기를 희미하게 느끼고 있었다.

공중에 붕 떠 있는 듯한 느낌. 동시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은하야. 오빠야. 조금만 참아.” 

분명 오빠인데, 낯익은 목소리인데. 의식을 되찾지 못한 몸은 대답할 기운조차 남아았지 않았다. 

“괜찮아. 괜찮으니까, 눈 감고 있어.”

언젠가 비슷한 말을 들었던 것 같다. 그때마다 지금처럼 몸이 무거웠고, 눈을 뜨면 늘 어딘가로 옮겨져 있었다. 

우주는 급히 자신이 근무하는 병원으로 향했고, 신속하게 은하의 상태를 확인했다. 산소 마스크가 씌워진 뒤 안정제까지 투여됐다. 

“은하야. 오빠가 너무 욕심 낸 걸까. 너한테 학교는… 정말 무리였던 걸까….”

발걸음 소리와 함께 병실 문이 벌컥 열렸다. 소식을 듣고 달려온 우주의 동기. 정신의학과 의사, 김설희. 

설희는 우주와 대학교 때부터 함께 해온 꽤나 친한 동료 의사였다. 그리고, 은하의 상태에 대해 설희 역시 잘 알고 있었다. 

“강우주. 은하 왔다며. 괜찮아?”

“아니… 한동안 이러지 않았는데….”

설희 역시 은하의 상태를 신중하게 살폈다. 그리고는 걱정스럽다는 듯 은하와 우주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괜찮아. 호흡이랑 맥박, 다 돌아오고 있어.”

그때, 은하의 희미한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오빠….”

두 사람은 이제야 안도하는 듯, 긴 숨을 내쉬었다.

“괜찮아. 여기 병원이야. 눈 뜰 수 있겠어?”

익숙한 천장, 주위엔 기계음이 잔잔하게 울리고 있었다. 몸은 여전히 무거웠지만, 아까처럼 심장이 빠르게 뛰지는 않았다.

“응….”

“일단 쉬어. 수액 다 맞으면, 집에 가자. 알았지?”

“응.”

은하는 짧게 대답한 후, 다시 눈을 감았다. 그렇게 다시 깊은 잠에 빠져들었고, 우주는 익숙한듯 베드 옆에 자리를 잡았다.

설희는 힘내라는듯 우주의 어깨를 두드리고, 병실을 빠져 나왔다. 표정은 어두웠고, 가슴이 조여들었다. 

벌써 세번째 전학이라고 들었는데, 이게 또 무슨 일이지. 

은하와 우주는.. 대체 언제쯤 평범한 삶을 되찾을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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