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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화

Author: 임공
아르바이트가 없어졌으니, 지시연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살아야 했으며, 가능한 한 빨리 아르바이트를 찾아야 했다.

그러나 시연이 예상한 바와 같이, 그녀는 실습 업무 자체로도 매우 바빴고, 시간도 자유롭지 않기 때문에 다른 아르바이트 자리를 찾을 수 없었다.

시연은 일주일간 틈틈이 일자리를 찾았는데, 배가 고프면 빵을 두 입 먹을 뿐이어서 눈에 띄게 야위어 갔다.

그녀는 오늘도 야근하고 나서 일자리를 찾으러 가려고 했다.

“시연아.”

같은 실습의인 주하은이 그녀의 어깨를 두드렸다.

“오준수 선생님께서 사무실로 오라고 하셨어.”

시연은 멍해졌다.

“무슨 일로 부르셨는지 알아?”

“모르겠어.”

주하은이 고개를 저었다.

“난 이만 채혈하러 가봐야 해. 너도 얼른 가봐.”

“그래, 알겠어.”

시연이 눈살을 찌푸렸다.

‘그날이랑 상황이 비슷한 것 같은데...’

그녀는 곧바로 오준수의 사무실로 갔다.

오준수는 전문의이자 의대 실습의의 총책임자였다.

시연이 문을 두드리며 말했다.

“오 선생님, 저를 찾으셨다고 들었습니다.”

“그래.”

그녀를 한 번 바라본 오준수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가 약간의 의혹을 품은 채 입을 열었다.

“시연아, 병원 행정실에서 연락이 왔는데, 너더러 실습이 중지됐으니까 내일부터 안 나와도 된다고 하더라.”

시연이 온몸을 떨며 눈동자를 움츠렸다.

“왜... 요?”

오준수가 고개를 저었다.

“글쎄다, 학교 측에 물어보니까 그냥 시키는 대로 하라는 말만 돌아오더라고.”

총책임자이던 그는 시연이 실습의 가운데서 가장 우수한 학생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이론이든 수술 실습이든, 흠잡을 데가 없는 학생이었는데...’

오준수도 곤혹스러워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진 건지 감도 안 오는 거야?”

‘제가 무슨 실마리를 잡을 수 있겠어요?’

곰곰이 생각하던 시연은 갑자기 심장이 꽉 조이는 듯했다.

‘틀림없이 고유건의 짓이야!’

시연이 눈물을 글썽이며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선생님, 정말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병원에 말씀 좀 해주시면 안 돼요?”

오준수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병원 의료부면 우리 쪽의 책임 교수님도 손을 써보겠지만, 병원 행정실 측의 지시니까 나도 방법이 없을 것 같아.”

“네, 알겠습니다, 선생님.”

오준수의 사무실에서 나온 시연은 온몸에 오한을 느꼈다.

‘그래, 고유건이 그랬잖아... 내가 대가를 치르게 하는 만 가지 방법을 알고 있다고...”

‘만 가지는 무슨, 이거 하나로도 충분해!’

‘실습하지 않으면 졸업할 수 없고, 졸업을 못 한다면... 요 몇 년 동안의 공부가 물거품이 되는 거야!’

‘그 사람이 망친 건 내 미래라고!’

‘안 돼, 고유건이 내 인생을 망치도록 내버려둘 수는 없어!’

‘어떻게든 그 사람을 만나서 나를 용서해달라고 빌어야 해!’

시연이 벌벌 떨며 핸드폰을 꺼냈고, 유건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

하지만 그는 전화 받을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시연이 눈을 가리자, 끝내 눈물이 흘러내렸다.

‘대체 왜? 운명은 왜 이렇게 불공평한 거야?!’

‘친아빠와 새엄마 모녀는 10여 년 동안 우리 남매를 잔인하게 괴롭히고, 악의적인 일을 서슴치 않았는데도 불구하고 무사하잖아.’

‘그런데 나는 딱 한 번 복수했을 뿐인데, 지옥의 구렁텅이로 빠진다고?’

하지만 시연은 여기서 포기할 생각이 없었다.

‘고유건이 전화를 받지 않는 상황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뭘까? 어떻게 해야 그 사람을 만날 수 있겠냐고!’

‘그래, 방법은 고 어르신의 병실을 지키고 서 있는 거, 그거 하나뿐이야.’

고유건은 고상훈에 대한 효심이 지극해서 아무리 바빠도 매일 병원을 방문했다.

시연은 즉시 VIP 병동으로 가서 기다릴 준비를 했다.

하지만 그녀는 병동의 아래층에 도착하자마자 주지한의 뒤를 따라 입구를 나서는 고유건을 보았다.

시연은 눈동자에 엷은 핏빛을 띠며 그의 앞으로 돌진했고, 다시 한번 조심스럽고 비열하게 입을 열었다.

“고유건 씨, 우리 얘기 좀 할 수 있을까요?”

유건은 얇은 입술을 오므린 채 옅은 미소를 머금고 있었지만, 아주 차가운 어투로 말했다.

“무슨 얘기?”

시연은 심장이 살짝 조여오는 것 같았다.

“사과하러 왔어요... 제가 잘못했어요, 제발 살려주세요, 뭐든 할게요.”

그녀의 자존심과 증오감은 그의 권력 앞에서 언급할 가치가 없었다.

유건이 아주 가볍게 냉소했다.

“그걸 이제야 안 거야? 그런데 어쩌지? 이미 늦었는데.”

그가 손을 들어 시연의 아래턱을 움켜쥐었다.

“나한테 도발할 용기를 냈으면, 감당할 능력도 있었어야지.”

“혹시...”

고통을 감내하던 시연은 눈이 점점 빨개졌다.

“내가 어떤 부탁을 해도... 가만두지 않을 생각이에요?”

“그래.”

그의 단호한 대답은 의심의 여지가 없었다.

“그러니까 쓸데없는 짓은 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두 사람이 눈을 마주한 채, 몇 초간의 정적이 흘렀다.

시연이 갑자기 웃음을 터뜨렸다.

“인정할게요, 전에는 내 생각이 틀렸어요. 그러니까 고유건 씨가 나를 상대하려는 것도 내 업보인 거죠.”

“하지만, 이 말을 꼭 해야겠어요.”

“고유건 씨는 한 사람의 미래, 더 나아가서는 인생 전체를 완전히 망가뜨리려 하면서도, 조금의 자비도 베풀지 않았어요. 고유건 씨, 당신은 정말 최악이에요!”

‘정말 싫어, 지동성, 장미리, 그리고 장소미가 생각날 만큼!’

‘고유건과 장소미, 두 사람은 진짜 천생연분이야!’

순간, 시연은 피가 머리끝까지 솟구치는 듯했다.

“이혼하고 싶다고 했죠? 잘 들어요, 꿈 깨시라고요!”

그녀는 이 말을 마치고는 몸을 돌려 달아났다.

순간, 눈동자를 움츠린 고유건의 얼굴에 폭풍우가 치기 전의 어둠이 깔렸다.

‘뭐라고? 내 생각은 전혀 하지 않는구나!’

분노가 가슴에 쌓인 유건이 다리를 들어 길가에 놓인 쓰레기통을 발로 차서 넘어뜨렸다.

‘우당탕'하는 큰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지만 옆에 있던 지한은 감히 나설 수 없었다.

...

시연은 기숙사에 가지 않고 진아의 집으로 달려갔다.

“진아야, 이제 나 어떡하지?”

그녀가 눈을 붉히며 실습이 중단된 사실을 알렸지만, 고유건에 관한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왜 그런 일이 생긴 거야?”

진아는 그녀를 위해 진심으로 조급해했다.

“이건... 성빈이한테도 알려야 해.”

실습이 중단된 것은 결코 작은 일이 아니었다. 사실, 진성빈은 진씨 가문의 도련님이었는데, 그들과 달리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응.”

시연이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진성빈은 그저께 L시에 갔기 때문에 G시에 없었다.

진아는 곧장 그에게 전화를 걸었고, 그는 그제야 상황을 인지할 수 있었다.

[내가 우선 사람을 시켜서 똑똑히 알아볼게. 조급해하지 말고 내가 돌아갈 때까지 기다려줘.]

“알겠어.”

전화를 끊은 진아가 시연의 손을 잡았다.

“성빈이를 믿고 기다려 보자. 분명 방법이 있을 거야.”

“응.”

시연은 점차 냉정함을 되찾았다.

요 몇 년 동안 갖은 고생을 한 시연에게 이 정도 일은 버틸 수 없는 것이 아니었다.

진아는 시연이 혼자 쓸데없는 생각을 할까 봐 기숙사로 돌아가지 못하게 했다.

다음 날.

진아가 출근한 후, 시연은 정신없이 전문 서적을 뒤적거리고 있었다. 바로 그때, 핸드폰이 울리며 고상훈에게서 전화가 왔다.

2초 동안 머뭇거리던 시연이 전화를 받았다.

“어르신... 몸은 괜찮으세요?”

[괜찮고말고.]

고상훈이 미소를 지으며 시연에게 물었다.

[시연아, 지금 어디니? 할아버지한테 좀 와보거라. 내가 할 말이 있어서 그러는데, 안 되겠니?]

“아니에요, 지금 바로 갈게요.”

비록 시연은 매우 기분이 좋지 않았으나, 자신을 만나고 싶다는 고상훈의 제의를 거절할 수는 없었다.

시연은 세수하고 간단히 단장한 후, 강울대학교병원 VIP 병동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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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76화

    병원을 나서자 유건은 시연을 대하는 태도가 한층 더 조심스러워졌다.원래라면 오늘 회사에 가야 했지만, 지금은 그럴 마음이 전혀 들지 않았다.“여보, 오늘 뭐 하고 싶어? 당신이 하고 싶은 거, 내가 다 같이할게. 어때?”“좋아.”시연은 유건의 뜻을 알아차렸고, 굳이 거절하지 않았다.두 사람은 외래 진료동 로비를 지나 출구 쪽으로 걸어가고 있었다.그때, 시연이 갑자기 걸음을 멈췄다.시선은 한 방향에 고정돼 있었다.“여보?”유건은 혹시 또 어디가 불편해진 건 아닌지 순간 긴장했다.“왜 그래? 어디 아파?”“아니...”시연은 슬쩍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아는 사람을 봤어. 당신도 아는 사람이야.”“그래?”그녀의 시선을 따라 유건도 고개를 돌렸다.앞쪽 무인 접수기 줄 맨 끝에 한 여자가 서 있었다.“누군데?”유건은 눈을 가늘게 뜨고 곰곰이 기억을 더듬는 표정을 지었다.“응?”시연은 웃음을 참으며 그를 위아래로 훑어봤다.“못 알아보겠어? 연기 꽤 그럴듯한데.”“아니, 진짜로 모르겠어. 누군데?”“그만 좀 해.”시연은 가볍게 그를 흘겨봤다.“아무리 그래도, 당신이랑 한때는 엮였던 사람이잖아. 게다가 다 옛날 일이야. 내가 언제까지 그걸로 뭐라고 할 사람처럼 보여?” 그 여자는 다름 아닌, 장소미였다.“아... 그 사람이구나.”유건은 그제야 떠올랐다는 듯 말했다.그리고 자연스럽게 시연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그녀를 품으로 끌어당겼다.“나 진짜로 연기한 거 아니야. 당신이 말 안 했으면 진짜로 기억 못 했을걸? 그리고 말이야, 내가 장소미랑 뭐, 제대로 사귀었다고 하기도 애매하지 않나?”“흥!”시연은 담담하게 웃었다.“잘 사귀었는지 아닌지는... 당신이 제일 잘 알겠지.”“제발 좀 그만하고, 살려줘.”유건은 이마를 짚으며 말했다.“몇백 년 전 일 같아. 그땐 내가 참... 멍청했잖아.”본인이 스스로 멍청했다고 인정해 버리니, 시연도 더는 파고들 생각이 없어졌다.애초에 그녀도 크게 마음에 담아둔 일은 아니었으니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75화

    두 달 뒤.이른 아침, 유건은 눈을 떴다.그는 시연이 깰까 봐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켜, 발소리도 거의 내지 않은 채 아래층으로 내려갔다.곧장 주방으로 들어가, 시연의 아침 식사를 준비하기 위해서였다.한 달 전부터, 시연에게 입덧 증상이 본격적으로 나타나기 시작했다.먹는 족족 토했고, 어떤 날은 물 한 모금만 마셔도 바로 울렁거렸다.식욕은 눈에 띄게 떨어져서 언제 물어봐도 돌아오는 대답은 늘 같았다.“배 안 고파.”집에는 양식 요리사도 있고 한식 요리사도 있었고, 게다가 왕성애까지 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시연이 혹시라도 ‘이게 먹고 싶다’라고 말만 하면, 바로 앞에 차려질 수 있는 환경이었다.그런데도 시연은 까다로워서 유독 유건이 직접 만든 것만 먹었다.그래서 시간이 허락하는 한, 유건은 직접 주방에 섰다.특히 그는 말할 것도 없이 아침 전담이었다. 주방에 들어서자 왕성애가 유건을 보고 웃으며 말했다.“대표님, 일찍 일어나셨네요. 재료는 다 준비해 놨어요.”“네, 감사합니다.”왕성애는 앞치마를 가져와 그의 허리에 둘러주며 말했다.“이건 말이죠. 아기가 엄마 대신 대표님한테 기회 주는 거예요. 조이 가졌을 때는 제대로 못 챙겨줬잖아요. 이번엔 다 보상하라는 거죠.”“알아요, 이모님.”유건은 자연스럽게 손을 놀리기 시작했다. 동작은 익숙했고 불평 같은 건 전혀 없었다.오히려 아내가 자기 음식만 찾는다는 사실이 은근히 자랑스러웠다.‘내가 해 준 걸 좋아한다는 거잖아.’잠시 뒤, 시연이 일어났을 때는 이미 아침상이 완성돼 있었다.식탁에는 시연과 조이가 나란히 앉았다.유건은 접시를 가져와, 모녀 앞에 각각 한 접시씩 놓아 주었다.아내가 임신했다고 해서 조이를 소홀히 해서는 안 됐다.오히려 더 신경 써야 했다. ‘동생이 생기면 부모의 사랑이 줄어든다’라는 느낌을 아이에게 주면 안 됐다.물론, 유건과 시연은 그 점을 아주 잘 지켜왔고, 조이는 전혀 그런 불안을 느끼지 않고 있었다.조이는 밥을 먹다가 슬쩍 시연을 올려다봤다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74화

    이번 D시 여행은 말 그대로 웃음이 끊이지 않는 시간이었다....그로부터 8개월 뒤, 진아는 병원에서 아들을 낳았다.몸무게 3.5kg가 넘는, 아주 건강한 아이였다.임씨 집안의 첫 손주이자 부씨 가문의 막내 증손.태어나는 순간부터 금수저를 물고 나온 아이였다.진아는 몸 상태 때문에 자연분만을 선택하지 못하고, 제왕절개 수술을 받았다.지하는 수술실 밖 준비실에 대기하고 있다가 아이가 태어난 뒤 수술실 안으로 들어갔다.보호복으로 갈아입고, 장갑을 낀 채 의사에게서 가위를 건네받았다.그리고 아이와 엄마를 잇고 있던 탯줄을 직접 잘랐다.이후, 아이를 품에 안고 진아 곁으로 가서 엄마와 아들을 함께 끌어안았다.“여보, 고생했어.”진아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웃었다.“응.”수술실을 나와 진아는 병실로 옮겨졌고, 지하는 그날 밤 내내 한 걸음도 떨어지지 않고 곁을 지켰다.그 사이, 양가 어른들은 의료진에게 떡과 감사 선물을 나눠 주고 있었다.“고생 많으셨습니다. 정말 감사합니다.”인사를 마친 뒤에는 백일잔치와 돌잔치 이야기까지 자연스럽게 이어졌다.아이 하나 태어났을 뿐인데... 해야 할 일은 끝도 없이 많았다....진아를 보고 나온 뒤, 시연과 유건은 손을 맞잡은 채 병실을 나섰다.“참 좋다.”시연은 고개를 살짝 기울이며 미소 지었다.진심으로 진아가 행복해 보여서였다.몇 년 전, 진아가 뇌종양 수술로 아이를 포기하고 사랑마저 포기했던 그 시절에는 아무도 그녀가 이렇게 잘살게 될 거라 상상하지 못했다.“그러게.”유건은 손목시계를 흘끗 보았다.“아직 시간도 괜찮은데, 조이 데리고 오늘은 밖에서 저녁 먹을까?”“좋... 아!”시연이 고개를 끄덕이던 순간, 발을 헛디뎌 앞으로 휘청였다.“여보!”다행히 유건이 재빨리 그녀를 붙잡아 품으로 끌어안았다.그런데 아래를 내려다본 순간, 유건은 등골이 서늘해졌다.시연은 두 눈을 꼭 감은 채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유건은 곧바로 시연을 안아 들고 곧장 응급실로 향했다.“선생님,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73화

    “무슨 말씀이세요?”진아는 순간 멍해졌다.부명주는 답답한 듯 재촉했다.“묻는 말에 그냥 대답해!”“그게... 지난달... 지난달쯤이요?”진아는 머릿속으로 날짜를 더듬어 계산해 보며 말했다.“어휴!”부명주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고개를 저었다.“너 말이야, 너희 둘이 그런 관계인데 생리가 이렇게 오래 안 왔으면, 조금은 눈치를 챘어야지!”“저는...”진아는 아직도 상황이 잘 이해되지 않은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아프고 나서부터는 그게 계속 좀 불규칙했어요.”“불규칙해도 이 정도는 아니지!”부명주는 지하를 한 번 힐끗 보더니 말했다.“너, 믿어도 돼. 쟤 저렇게 토하는 거, 다 너 때문이야.”“네?”진아는 눈을 크게 떴다.“설마요?”“‘설마’는 무슨 ‘설마’?”부명주는 웃음을 터뜨렸다.“요즘 애들은 참... 경험이 없어. 사이 좋은 커플에서 여자가 임신하면, 남자가 대신 입덧하는 경우도 있어!”그러면서 손을 내저었다.“뭐 하고 있어? 당장 병원 가서 검사부터 해!”“아... 네.”병원에 도착해 검사를 마치고, 결과가 나왔을 때 모두가 말문을 잃었다.“내가 뭐랬어?”부명주는 결과지를 들여다보며 활짝 웃었다.“딱 봐도 임신이잖아.”그리고 진아와 지하를 번갈아 보며 말했다.“두 사람, 이렇게 오래 질질 끌었으면 됐다. 아이까지 생겼는데, 이제 빨리 살림 합쳐. 애도 태어나는데 부모가 따로 살 순 없잖아.”“아...?”진아는 입을 벌린 채 자기 배를 내려다봤다.“진짜... 생긴 건가?”지하 역시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한 얼굴이었다.그는 진아의 손을 꽉 잡고, 어쩐지 얌전한 새색시 같은 표정으로 말했다.“진아, 그럼 우리... 우웁...”말을 다 끝내기도 전에 그는 다시 입을 틀어막고 화장실로 달려갔다.그 모습을 본 시연은 번쩍 고개를 들어 유건을 바라봤다.“방금 봤어? 당신은 부끄럽지도 않아?” “내가 왜?”유건은 억울한 표정이었다.“왜냐고?”시연은 눈을 가늘게 떴다.“난 조이 가졌을 때,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72화

    우주는 키가 커서 조이를 어깨 위에 가볍게 올려놓을 수 있었다.어디를 가든 조이는 한 발짝도 걷지 않아도 됐다.그게 너무 좋은 조이는 두 팔을 벌리고 소리쳤다.“나 여기 소속이야! 여긴 진짜 천국이야!”그 말이 퍼지자 어른들 사이에서 웃음이 터져 나왔다.시간이 흐르면서 하객들도 하나둘씩 도착했다.결혼식은 예정대로 진행됐다.오래된 저택 안에는 붉은 카펫이 길게 깔렸고, 우주는 다시 한번 시연의 손을 잡고,신부를 신랑에게 데려다주었다.그는 유건 앞에 서서 또박또박 말했다.“매형, 누나... 잘 부탁해.”이제는 말도 예전보다 훨씬 또렷해진 소년이었다.“걱정하지 마.”유건은 자기 신부의 손을 맞잡았다. 그 뒤를 조이와 케빈, 두 화동이 따라오며 하늘 가득 꽃잎을 흩뿌렸다.이어서 부케를 던지는 순서가 되자 시연이 크게 외쳤다.“던질게! 하나, 둘, 셋!”두 팔을 뒤로 크게 휘두르자 부케가 공중으로 날아올랐다.사람들의 환호 속에서 그 꽃다발은 정확히 지하의 손에 떨어졌다.“결혼! 결혼! 결혼!”모두가 손뼉을 치며 소리쳤다.지하는 꽃다발을 들고 미소 지으며 진아를 바라봤다.진아는 웃으며 입술을 삐죽였다.“나를 왜 봐? 축하해.”지하는 눈썹을 살짝 치켜올렸을 뿐, 억지로 무언가를 요구하지는 않았다.그날 밤의 피로연은 한밤중을 훌쩍 넘길 때까지 이어졌다.주인과 손님들은 그제야 하나둘 자리를 떠 각자의 방으로 돌아갔다.진아는 정말로 녹초가 되어 침대에 눕자마자 깊이 잠들었다.그리고 소란스러운 소리에 깼다.어렴풋이... 욕실 쪽에서 지하가 부산하게 움직이는 소리가 들렸다.“무슨 일이야...”진아는 비몽사몽인 채로 일어나 욕실로 들어갔다.그곳에서 지하는 변기를 끌어안고 토하고 있었다.“왜 그래?”진아의 잠은 단번에 달아났다.그녀는 급히 쪼그려 앉아 지하의 등을 두드려 주었다.“왜 이렇게 심하게 토해?”“모, 모르겠어...”지하는 힘없이 손을 흔들었다.사실 그는 이미 몇 번이나 토했고, 그동안 진아는 깨지 못했을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71화

    원래 시연의 생각은 다시는 결혼식을 올리지 않는 것이었다.하지마 그 일은 이미 부명주의 손에 넘어갔고, 거기에 레오까지 합세하니 이야기는 완전히 달라졌다. 부명주와 레오는 오래도록 딸을 향한 미안함을 안고 살아왔다.이런 기회가 왔는데, 어떻게 제대로 보상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덧붙이자면, 레오는 반년 전 예희주와 정식으로 이혼 절차를 마쳤고, 그다음 날 바로 부명주와 혼인신고 했다.그렇게 두 사람은 법적으로도 부부가 되었다.레오와 예희주 사이에 이어졌던 20년이 넘는 질긴 인연은 마침내 하나의 결말에 도달했다.적어도 레오와 예희주는 두 사람에게는 나쁘지 않은 결말이었다.레오와 부명주의 결혼식은 성대하게 치러졌다. CA국의 이름난 인사 중, 올 수 있는 사람은 거의 다 참석했다.레오는 마침내 오랜 한을 풀었다. 젊은 시절부터 사랑해 온 여자를 아내로 맞이했고, 부명주 역시 당당하게 레오의 곁에 설 수 있게 되었다.그 결혼식에 시연과 유건도 휴가를 내고 참석했다.두 사람이 마침내 함께 서 있는 모습을 보며 시연과 유건 역시 진심으로 기뻐했다.그리고 다시 이야기하자면, 부명주와 레오는 ‘딸에게 보상한다’라는 명목 아래, 원래는 소규모로 하려던 친척 중심의 피로연을 결국 정식 결혼식으로 바꿔 버렸다.앤더슨 가문에 가장 넘쳐나는 건 돈이었다.돈이 있는데, 못 할 게 뭐가 있겠는가?레오는 하객 한 사람 한 사람을 위해 숙소를 준비했고, 결혼식장은 전문가를 불러 따로 연출했다.연회는 말할 것도 없고, 시연의 웨딩드레스만 해도 여덟 벌이었다.거기에 유건의 예복, 들러리 진아의 드레스, 화동 조이와 케빈의 의상까지...준비할 것이 산더미처럼 쌓였다.부명주는 눈코 뜰 새 없이 바빴지만, 조금도 힘들거나 짜증스럽지 않았다.부명주에게 이 모든 분주함은 그 자체로 기쁨이었다.하객들보다 먼저 시연네 가족이 도착했다.신랑 신부가 직접 준비해야 할 일도 많았기 때문이다.함께 도착한 사람은 진아와 지하였다.“와...”진아는 저택에 들어서자마자 말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3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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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57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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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9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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