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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3화

Author: 임공
“노은범...?”

강수희는 도저히 믿을 수가 없어서 입이 다물어지지 않았다.

‘내가 잘못 본 걸까?’

‘우리 아들이랑 나란히 걸어가는 여자가... 지시연?’

망설일 틈도 없이, 강수희는 곧장 두 사람의 뒤를 따라갔다.

...

디저트 카페에 도착하자, 은범은 시연에게 초콜릿 브라우니와 생과일 오렌지 주스를 주문해 주었다.

“괜찮아?”

“응, 좋아.”

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히 괜찮지. 은범이는 내 취향을 누구보다 잘 아니까...’

“맛있어?”

시연은 천천히 초콜릿 브라우니를 스푼으로 떠먹으며,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응, 맛있네.”

“그러면 다행이고.”

은범은 가볍게 웃으며 물 한 모금을 마셨다.

그러던 중, 시연이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은범아.”

“네 여자 친구는?”

은범의 손이 순간 굳었다.

“너희... 잘 만나고 있어?”

“...”

은범은 급히 고개를 들고 당황해서 순간적으로 몸이 경직되었다.

‘...뭐?’

“잘 만나고 있어. 근데 갑자기 그건 왜 묻는 거야?”

시연의 질문에 은범은 이상한 낌새가 느껴졌다.

시연은 디저트 스푼을 내려놓고, 잠시 은범을 바라보았다.

은범의 눈빛을 깊숙이 들여다보았다.

그러다 문득, 시연의 눈가에 희미한 물기가 차오르기 시작했다.

“...은범아.”

그녀는 나지막이 말했다.

“애초에... 여자 친구 같은 건 없지?”

은범은 숨이 턱 막혔다.

‘...어떻게 알았지?’

시연은 은범을 너무 잘 알고 있었다.

은범은 거짓말을 못 하는 성격이었기 때문에 한 사람을 진심으로 좋아하는 이상, 다른 누군가를 만날 수 있는 성격이 아니었다.

그는 단 한 번도 시연을 잊은 적이 없었다.

자신의 정곡을 찔리자, 은범도 더 이상 감출 수 없었다.

“...어떻게 안 거야?”

시연은 대답하지 않았다. 그것은 중요한 게 아니었다.

대신, 그녀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단단한 눈빛으로 은범의 시선을 정면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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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91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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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91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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