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863화

Author: 임공
이틀 뒤.

시연은 조이를 품에 안고, 조이의 작은 가방까지 챙긴 채 현관문을 열고 나서려던 참이었다.

그 순간, 옷을 갈아입으러 들어오는 유건과 마주쳤다.

“아저씨!”

조이는 통통한 팔을 흔들며 유건을 향해 팔을 뻗었다.

유건은 아주 자연스럽게 조이를 받아 안았다.

“할아버지가 데리러 오셨어? 너 출근해?”

“네.”

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

유건은 이미 집 안을 스윽 훑어보았고, 시연이 야간 근무를 해야 해서, 고상훈이 사람을 보내 조이를 본가로 데려오라고 한 것을 알아차렸다.

유건의 눈매가 좁아졌다.

그 눈빛엔 납득 못 하는 기색이 서려 있었다.

‘할아버지한텐 한없이 부드러우면서, 나한텐 어쩜 그렇게 냉정할 수 있지?’

그 표정을 읽고, 시연은 입을 열었다.

“근무 끝나는 대로 바로 돌아올 거예요. 고 대표님 치료에는 지장 없게 할게요.”

그 순간이었다.

유건이 무심한 듯, 그러나 다소 거칠게 말을 뱉었다.

“일 안 하면 안 돼? 그렇게 돈이 없어?”

‘내 가족카드도 줬는데...’

하지만, 단 한 번도 결제 내역 알림이 온 적은 없었다.

그래서 유건은 덧붙였다.

“내가 월급 줄게. BLUE 그만둬.”

“그건 안 돼요.”

시연은 거의 반사적으로 고개를 저었다.

“우리... 전에 약속했잖아요.”

그녀는 유건이 인증하는 혼인신고 증거 자료를 받고 싶을 뿐이라고 분명히 말했었다.

그 말을 들은 유건은 그제야 기억났는지, 미간을 찌푸렸다.

‘그랬지...’

하지만 여전히 이해되지 않았다.

“왜 꼭 BLUE여야 해? 너, 신분 확인 끝나면 바로 유산도 받고, 합법적으로 병원도 열 수 있는데.”

‘정말 그렇게까지 힘든 거야? 돈 벌려고 굳이 거기까지 나가야 해?’

그에 대한 시연의 대답은, 가볍고도 단호했다.

“입장에 따라, 세상을 보는 시선이 다른 거죠. 제 일이니까, 고 대표님은 신경 안 쓰셔도 돼요.”

말을 마친 시연은 조이 쪽으로 손을 뻗었다.

“가자, 조이.”

“네.”

품이 비어버리자, 유건은 멍하니 모녀의 뒷모습을 바라봤다.

‘뭔가 이상한데...’

그동안도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04화

    “쳇.”지하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그럼 난 진짜 우쭐해지네. 이 얼굴만 살아 있으면, 너도 평생 내 곁에 있는 거잖아.”“응? 응! 그렇게 이해해도 되겠네! 하하...”그는 고개를 숙여, 진아의 이마에 자신의 이마를 가볍게 맞댔다.진아가 낮은 목소리로 말했다.“나 다 알고 있어. 당신은 항상 나한테 잘해 주고, 나를 해칠 사람도 아니잖아.”잠시 숨을 고른 뒤, 덧붙였다.“그러니까... 내가 당신이랑 조금이라도 더, 둘만 있을 수 있다면, 그만큼은 같이 있고 싶어.”그 말을 듣는 순간, 지하의 눈가가 확 뜨거워졌다.눈동자 깊숙한 곳이 순식간에 젖었다.그는 눈을 감았다가 다시 떴다.“난 너한테 잘할 거야.”목소리가 조금 잠겼다.“영원히. 정말로, 영원히.”“이제 들어가자.”“그래.”두 사람은 손을 꼭 잡은 채 천천히 집 쪽으로 걸어갔다.대수롭지 않은 이야기를, 끊기듯 이어 가며.“근데 당신, 이렇게 계속 일도 안 하고 돌아다니면, 우리 나중에 밥 굶는 거 아니야?” “그럴 일 없어.”지하가 웃으며 말했다.“우리 부모님도 계시고, 위에 형이 넷이나 있어.”“와... 그럼 그분들이 우리 먹여 살려 주는 거야?”“그렇지.”“그럼 다행이다.”진아가 깔깔 웃었다.“완전히 안심했어.”잠시 후, 진아가 하늘을 올려다보며 말했다.“오늘 날씨 진짜 좋다. 우리 ‘선물’도 데리고 산책 나갈까?”“그래.”지하는 망설임 없이 답했다.“전부 네가 하고 싶은 대로 해.”...한 달 뒤.진아가 잠든 후, 지하는 유건에게서 전화받았다.[지하.]유건의 목소리는 차분했다.[의사 구했어. 진아 씨 데리고, 돌아와.]지하는 핸드폰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자연스럽게, 반대쪽 손도 꽉 말려 들어갔다.몇 초가 흐른 뒤, 그는 낮고 묵직하게 말했다.“그래... 고마워.”통화를 끊은 뒤, 지하는 한동안 그대로 서 있었다.그리고 천천히, 눈을 꼭 감았다.지금 지하의 마음은 너무도 복잡했다.기쁘면서도 서글펐다.기쁜 이유는 분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03화

    그날 밤 내내 지하는 제대로 잠을 이루지 못했다.새벽같이 눈을 뜨고 일어났다.유건은 가사도우미가 끓여준 커피를 소파에 앉아 여유롭게 마시고 있었다. 지하는 그 커피가 술이라도 되는 것처럼 한 번에 들이켜고 싶은 심정이었다.“좀 가만히 있어.”유건이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내 앞에서 계속 왔다 갔다 하니까, 눈이 아플 지경이야. 뭐가 그렇게 걱정돼? 시연은 의사잖아. 너보다 훨씬 잘 돌볼 걸?”지하는 기가 막혀 웃었다.“내가 그게 걱정인 줄 알아?”“그럼 뭐야?”유건이 비꼬듯 말했다.“시연이 네 험담 좀 해서 진아 씨 데리고 갈까 봐?”그러고는 가차 없이 덧붙였다.“그럼 네가 자업자득이지. 시연 씨가 무슨 말을 하든, 그건 다 사실일 테니까.”“너...”지하는 막 ‘아내 생기더니 친구는 안중에도 없냐’라고 쏘아붙이려던 참이었다.그때, 위층에서 발소리가 들렸다.시연이 진아의 팔을 살짝 끼고 천천히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진아!”지하는 반사적으로 앞으로 달려갔다.조심스럽게 그녀를 살피며 물었다.“어젯밤, 잘 잤어?”“응, 잘 잤어.”진아는 눈을 휘며 웃었다.평소와 다를 것 없는 얼굴이었다.“나, 어젯밤엔 안 뒤척였어. 그냥 조금 늦게 잠들어서 지금 막 일어난 거야.” “와, 그렇게 착했다고?”지하는 웃으며 진아의 손을 잡았다.그 모습을 본 시연은 조용히 진아의 팔에서 손을 떼고 유건 쪽으로 걸어갔다.유건은 시연에게 커피를 건네며 말했다.“아침 먹고 바로 갈 거야. 진아 씨는... 데려갈 거야?”시연은 그를 흘겨보며 말했다.“알면서 물어보는 거야?”“포기한 거야?”유건이 눈썹을 치켜올렸다.“아니면 역시 남편 말이 제일 잘 먹히는 건가?”“어디서 잘난 척이야.”시연은 웃으며 욕하듯 말하고는 유건의 뺨을 살짝 꼬집었다.“난 나름대로 이유가 있어.”“무슨 이유?”유건이 물었다.“불쌍해서?”“그것만은 아니야. 아니다, 그게 제일 중요한 이유는 아니잖아?” 시연의 시선은 미소 지으며 지하를 바라보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02화

    “아.”유건이 그제야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지하의 어깨를 가볍게 두드렸다.놀리지는 않았다.“그럴 만하지.”지하는 오히려 유건을 흘겨보며, 장난스럽게 말했다.“너도 술 마시지 마.” “왜?”유건은 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뭐야, 나까지 처제 때문에 금욕이라도 해야 해?”“가.”지하는 웃으며 욕하듯 말했다.“내 얘기는 그게 아니야, 조이도 이제 꽤 컸잖아. 너랑 시연 씨도 자리 잡았고... 이제 둘째 생각해도 될 때 아니야? 고씨 집안, 원래 사람 적잖아. 서둘러서 하나 더, 아니, 둘쯤 더 낳아.” “아직은 그럴 생각 없어.”유건은 고개를 저으며 잔을 내려놓았다.“조이가 이만큼 클 때까지, 나는 제대로 곁에 있어 준 적이 거의 없어. 그래서 시연이랑 몇 년은 조이한테만 집중하기로 약속했어.” “조금 더 크면, 그때 동생 만들어 줘도 늦지 않아. 애는 반려동물이 아니잖아.”지하는 그 말을 들으며 마음 한구석이 묘하게 흔들렸다.진아가 떠올랐다.그리고 세상에 나오지 못했던 아이.‘인연이 아니었던 거지...’“좋은 생각이다.”지하는 담담히 말했다.“너희 판단이 맞아.”유건은 정말로 고생 끝에 안정을 찾은 셈이었다.고씨 가문은 앞으로 더 나아질 일만 남아 있었다....그날 밤, 시연과 진아는 같은 침대에 누웠다.두 사람은 마주 보고 누워 있었다.“진아야.”시연이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나랑 같이 돌아가면 안 될까?”“아빠랑 엄마 보고 싶지 않아?”“네가 기억 못 하는 건 알지만... 그분들... 너를 정말 많이 보고 싶어 해.”그 말을 듣고 진아는 한동안 아무 말이 없었다.잠시 후, 입술을 살짝 깨물며 말했다.“기억은 안 나지만... 내 부모님이 날 많이 걱정하고 계실 거란 건 알겠어.”“그렇지.”시연은 고개를 끄덕였다.“근데...”진아는 조용히 한숨을 내쉬었다.“언제 돌아갈지... 그 사람 말 듣고 결정하려고.”“응?”시연은 놀란 눈으로 진아를 봤다.진아는 조금 쑥스러운 듯 입술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01화

    “시연아.”유건은 즉시 자리에서 일어나 시연의 팔을 붙잡았다.“당신 왜 나를 말려? 부 대표님은 할 거 다 해 놓고, 책임질 생각은 없는 거 아냐?”시연은 유건의 손을 거칠게 뿌리치고, 지하를 똑바로 노려봤다.눈빛에는 분노가 그대로 담겨 있었다.“부 대표님, 진아한테 얼마나 잘해 주고 있다고 생각해요? 결국엔 전부 자기중심적인 행동이잖아요. 돈 좀 있다고, 사람 마음 마음대로 휘두르는 거, 그게 다라고요!”“허...”지하는 그 말에 얼굴이 굳어 버렸다.턱선이 단단히 굳었지만, 정작 반박할 말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았다.‘그래, 맞아.’‘나는... 이기적이야.’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들었다.‘이 세상에 이기적이지 않은 사람이 어디 있어?’“흥.”시연은 비웃듯 웃었다.“왜 말이 없어요? 제 말이 맞으니까, 할 말이 없는 거겠죠.” 그리고 단호하게 선언했다.“오늘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진아를 데려갈 거예요.”“안 됩니다. 그건 절대 안 돼요.”지하도 물러서지 않았다.“정말 안 될 것 같아요?”시연은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두 사람은 그대로 맞서 섰고, 공기마저 굳어 버린 듯한 정적이 흘렀다.“시연, 지하... 너희들...”유건이 분위기를 수습하려 입을 여는 순간,“조용히 해!”“말하지 마요!”두 사람의 목소리가 동시에 터져 나왔다.유건은 그대로 입을 다물고 두 손을 들어 보였다.‘그래, 알았다. 난 빠질게.’그때...“시연아...”다시 말이 나오려는 순간, 시연이 반사적으로 소리치려다가 이상함을 느끼고 멈췄다.“조용...”유건의 목소리가 아니었다.진아였다.진아는 입술을 꼭 다문 채 조금 긴장한 얼굴로 시연을 바라보고 있었다.“그만 화내... 사실... 그 사람은 나한테 되게 잘해 줘.”“진아야?”시연의 표정이 굳었다.‘아, 그렇지. 진아는 기억을 잃었어.’지하가 예전에 저질렀던 수많은 일들 역시 전부 잊은 상태였다.‘그래서 더 데려가야 하는 건데...’기억이 없을수록 더 위험할 수도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600화

    “아... 응, 알겠어.”두 사람은 ‘선물’을 가사도우미에게 건네고, 손을 맞잡은 채 밖으로 나갔다.거실에서는 유건이 소파에 앉아 있었고, 시연은 도저히 가만히 있지 못한 채 제자리를 맴돌고 있었다.그러다 고개를 들었을 때, 마침 진아가 안쪽에서 나오고 있었다.“진아!”시연의 얼굴이 확 밝아졌다.그녀는 거의 뛰다시피 다가가, 진아를 향해 손을 뻗었다.“너 괜찮아? 몸은 어때? 어디 아픈 데는 없어?”솔직히 말해, 시연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자신이 CA국에 다녀온 사이... 지하가 진아를 이렇게 데려와 버릴 줄은...진아 집안이 얼마나 난리가 났는지... 이게 사람으로서 할 수 있는 짓인가 싶었다.간신히 협박과 설득을 섞어 유건을 끌고 여기까지 왔다.오늘만큼은, 무슨 일이 있어도 진아를 데리고 돌아갈 생각이었다.그런데 시연이 뻗은 손은 허공을 갈랐다.진아는 시연을 처음 보는 사람처럼 멍하니 바라보다가, 지하의 팔을 끌어안고 그의 뒤로 반걸음 물러섰다.그리고 눈에는 경계와 혼란이 가득했다.“진아?”시연은 그대로 굳어버렸다.눈이 커졌다.“너 왜 그래? 나야.”진아는 입술을 살짝 내밀며 무의식적으로 지하를 올려다봤다.도움이 필요하다는 눈빛이었다.“괜찮아.”지하는 진아의 손을 잡아, 천천히 토닥였다.그리고 시연을 향해 턱으로 가볍게 가리켰다.“여기는 지시연 씨. 네가 예전에 제일 친하다고 했던 친구야.”잠시 말을 고른 뒤 덧붙였다.“네 말로는... 피는 안 섞였지만 친자매 같은 사이라고 했어.”“그리고 시연 씨의 딸 조이는 널 이모라고 불렀고, 나는 이모부라고 불렀어.”‘그런가...?’진아는 잠시 생각에 잠겼다.지하의 말투에는 확신이 있었다.‘정말... 그렇게 가까운 사람이었나 봐.’진아는 입술을 꾹 다문 채 시연을 천천히 살폈다.“진아.”시연은 이미 정신을 차린 상태였다.그녀는 의사였다.지금 상황이 뭘 의미하는지, 누구보다 빨리 이해했다.게다가 이전에도 기억을 잃은 진아를 본 적이 있었다.시연은

  • 사랑의 덫에 빠진 운명   제1599화

    “흥...”진아는 코로 짧게 소리를 냈다.그 말에 담긴 깊은 의미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듯했다.“당신 진짜 괜히 아는 척만 하는 사람 같아. 뭘 그렇게 인정하고 싶지 않은 거야?”“허허...”지하는 마른 웃음을 지었지만, 더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저 말들 하나하나가... 전부 칼이네.’진아는 아무 생각 없이 던진 말이었겠지만, 지하에게는 그대로 심장을 찌르는 말이었다.바닷바람이 정면으로 불어왔다.눈을 제대로 뜰 수 없을 만큼 세차게 불었고, 마치 모래가 눈 안으로 들어간 것처럼 따끔거렸다.지하는 연신 눈을 깜빡였다.그 바람 때문인지, 아니면 다른 이유 때문인지... 눈가가 금세 촉촉해졌다.‘만약 수명을 내어줄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나 같은 사람은 멀쩡히 살아가는데, 하필이면 왜 진아가...’그날 밤, 두 사람은 별장으로 돌아왔다....깊은 밤.진아는 또 한 번 잠에서 깼다.입을 막은 채 급히 화장실로 뛰어갔다.바로 정신이 번쩍 든 지하는 곧장 일어나 진아의 뒤를 따라갔다. 진아는 변기를 붙잡고 토하고 있었다.그 모습을 바라보는 지하의 눈가가 시큰거렸다.저녁에 많이 먹지도 않았다.이번엔 소화 문제도 아니었다.지하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진아가 숨을 고르며 조금 진정될 때까지 기다렸다가 그녀를 안아 일으켜 세웠다.양치할 물을 받아 주고 수건으로 입가를 조심히 닦아줬다.“히히.”진아는 고개를 들고 그를 향해 웃었다.그리고 그의 품으로 더 파고들며 말했다.“나한테서 냄새 안 나? 방금 토했는데... 나 냄새나지 않아?”“그래? 내가 맡아볼게.”지하는 일부러 장난스럽게 고개를 숙여, 여자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숨을 들이마셨다.“음... 완전 향기로운데?”“어?”진아는 잠시 멍해지더니, 크게 웃었다.“하하! 당신 입에 꿀 발라 놨어?”“그럼.”지하가 낮게 웃었다.“한번 맛볼래?”그 말과 동시에 고개를 숙여 진아의 입술을 덮쳤다.“읍...!”진아는 순간 눈을 크게 뜨고, 남자의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