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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말랑우유
청하가 사무실 문을 열고 나왔을 때는 이미 방송국 직원들에게 새 지시가 내려간 뒤였다. 모두 급히 움직이며 원래 진행자인 이수빈의 메이크업과 의상을 다시 준비하고 있었다.

촬영장은 소란스러웠고 사람들은 숨 돌릴 틈 없이 바쁘게 오갔다.

조금 전까지 정장을 갈아입고 무대에 오를 준비를 하던 다미만 구석에 서서 어쩔 줄 몰라 했다.

‘이미 다 정해진 일이었는데 왜 갑자기 바뀐 거지?’

언제 다가왔는지 청하가 다미 옆에 섰다.

다미는 급히 입술에 힘을 주고 조심스럽게 인사했다.

“선배님...”

다미는 청하를 볼 때마다 마음 한구석이 찔렸다. 마치 고양이 앞의 쥐처럼 저절로 움츠러들었다.

청하가 말했다.

“옷은 예쁘네요. 한다미 씨한테는 별로 안 어울리지만...”

다미가 굳었다. 자신이 지금 입은 건 짙은 와인색의 강렬한 정장이었다.

어깨에는 패드까지 들어가 있었지만 지나치게 마르고 작은 체격 탓에 원래 옷이 가진 세련된 실루엣을 살리지 못했다.

오히려 과하게 꾸민 듯 촌스러워 보였다. 어린아이가 어른 옷을 몰래 입은 것처럼 어딘가 어색했다.

사실 스타일리스트도 이미 다미에데 옷을 입히기 전부터 다른 옷으로 바꾸자고 했다.

하지만 다미는 와인색 정장을 붙잡고 놓지 않았다.

“입어 보지도 않았는데 어떻게 안 어울리는지 알아요?”

몇 번이나 고집하자 스타일리스트는 어쩔 수 없이 입혀 주었다. 사이즈가 너무 커 안쪽 곳곳을 옷핀으로 집어 놓은 탓에 움직일 때마다 몸이 찔려 불편했다.

다미는 눈을 내리깔고 자신을 한껏 낮추는 말투로 말했다.

“제가 아직 어려서 선배님 같은 분위기는 못 내겠죠. 그래도 몇 번 더 입어 보고 익숙해지면 저한테도 맞을 거예요.”

‘익숙해지면 맞는다고?’

청하는 다미를 쳐다보지도 않고 앞쪽 촬영장만 바라봤다.

“한다미 씨, 한마디만 충고할게요.”

“사람이 옷을 입는 거지, 옷이 사람을 입는 건 아니에요. 아무리 좋은 옷도 결국 사람을 돋보이게 하는 도구일 뿐이에요. 올라가고 싶다면 마지막에는 결국 실력으로 승부가 결정됩니다.”

재언의 힘을 빌리면 잠깐은 이름을 알릴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 자리를 오래 지키려면 남들보다 더 많은 노력이 필요했다. 아무 능력도 쌓지 않은 채 인맥만 붙들고 있어서는 오래 갈 수 없었다.

사람을 띄워 주는 힘은 언제든 같은 사람을 끌어내릴 수도 있었다.

다미는 세상을 너무 쉽게 보고 있었다. 아직 어린 나이였다. 이만큼 비꼬는 말을 들으니 귀 끝까지 붉어졌다. 다미가 모기만 한 목소리로 말했다.

“제가 어려서 아는 것도 부족해요. 혹시 잘못한 게 있어서 선배님 기분을 상하게 했다면 너무 화내지 말아 주세요.”

청하가 그제야 고개를 돌려 다미를 바라봤다.

굽 높은 구두를 신은 청하가 반 뼘쯤 더 커 자연스럽게 내려다보는 자세가 됐다.

“그럴 리가요. 내가 어린 후배랑 뭘 따지겠어요. 나이가 어리면 철없는 건 이해할 수 있죠. 다만 마음 쓰는 방향이 잘못되면 나중에 바로잡으려고 해도 쉽지 않아요.”

부드러운 목소리였지만 다미가 던진 말을 그대로 돌려주는 답이었다.

다미는 고개를 더 깊이 숙인 채 억울한 듯 주먹을 움켜쥐었다.

“선배님 말씀 명심할게요...”

무슨 일이 있었든 새 프로그램 촬영은 예정대로 진행됐다.

경험 많은 수빈이 진행을 맡자 현장 분위기도 안정됐고 출연자들과의 대화도 자연스럽게 이어졌다.

중간 휴식에 들어갔을 때는 이미 녹화의 절반 이상이 끝나 있었다.

청하는 촬영본을 확인하고 있었다.

쉰을 넘긴 국장이 텀블러를 들고 다가왔다.

청하가 자리를 비켜 주려 하자 국장은 어깨를 눌러 다시 앉히고 웃으며 옆에 자리 잡았다.

“그냥 앉아 있어. 그런 거 신경 쓰지 말고. 그런데 윤 PD, 오늘 아주 제대로 한 건 했다며?”

재언처럼 이름 있는 인물의 일은 작은 소문도 업계에 빠르게 퍼졌다.

아침에 벌어진 일이 오후가 되기도 전에 다 알려졌으니 청하는 놀라지 않았다.

“아니에요.”

청하는 부드럽게 답했다.

“수빈이 억울한 일을 당하는 게 싫었을 뿐이에요.”

청하는 원래 무언가를 빼앗기지 않으려고 아등바등하는 성격이 아니었다. 빼앗길 수 있는 것이라면 붙잡을 가치도 없다고 생각했다.

오늘 자리를 잃은 사람이 자신이었다면 불평 한마디하지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자기 팀 사람이 자신 때문에 부당한 일을 당하는 건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국장은 고개를 저었다.

“네가 억울한 일 당해도 말을 해야 알지. 계속 참으니까 주변에서 만만하게 보는 거야. 아무나 기어 올라와 네 자리까지 넘보잖아.”

“제가 지금 이 자리에 앉아 있을 실력이 있다면 누가 와도 겁낼 이유가 없어요.”

청하는 바로 답했다.

“그 밖의 건 한다미 씨가 갖고 싶으면 가져가도 상관없고요.”

다미가 청하의 PD 자리를 원했다면 오히려 제대로 경쟁자로 인정했을 것이다. 같은 조건에서 정정당당하게 겨뤄 볼 생각도 있었다.

‘만약 한다미가 원하는 게 심재언의 아내 자리라면... 마음대로 하라고 해.’

‘이젠 나도 신경 쓰지 않으니까.’

그 말을 하는 동안에도 청하는 촬영 모니터만 바라보고 있었다. 화가 나거나 분한 기색은 조금도 보이지 않았다.

국장은 할 말을 잃고 한참 뒤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청하는 국장이 오랫동안 지켜봐 온 후배였다. 아주 어린 나이에 방송국 막내 스태프로 들어와 어떤 고생도 마다하지 않았다.

끈질기고 인내심이 있었으며, 거친 흙을 뚫고 나온 돌처럼 소박하면서도 단단했다.

한 번이라도 청하와 일해 본 사람은 청하 특유의 진심과 감각을 좋아하게 됐다.

그런데 심씨 집안으로 시집간 뒤부터 끝없는 비난과 악성 소문이 폭풍처럼 따라붙었다.

몇 년밖에 지나지 않았는데 지금의 청하는 전혀 다른 사람처럼 보였다. 거센 비바람을 다 맞고 땅속 깊이 가라앉은 돌처럼, 마음이 모두 식어 아무 파문도 일지 않는 사람 같았다.

‘윤 PD는 내 딸과 비슷한 나이인데...’

‘대체 얼마나 많이 부서지고 깎여야 지금 같은 사람이 되는 거야?’

국장이 낮게 탄식했다.

“그렇게 좋은 애가 어떻게 이렇게 됐을까...”

그 한마디였다.

마음 아파하는 기색이 그대로 담긴 짧은 탄식.

가슴 깊이 눌러 두었던 청하의 감정이 한꺼번에 둑을 넘었다.

억눌린 감정이 수천 배로 부풀어 홍수처럼 밀려왔다.

무전기를 쥔 청하의 손끝이 저릿하게 굳었다가 미세하게 떨렸다.

아픔조차 무뎌질 정도였다.

청하는 말 없이 스스로에게 같은 질문을 던졌다.

‘그때는 사랑에 눈이 멀어, 내가 만든 꿈속으로 앞뒤도 안 보고 뛰어들었던 거야.’

‘이제 꿈은 깼어.’

‘나도 정신 차릴 때가 됐어.’

...

첫 촬영 날이라 자잘한 일이 많았다.

청하가 일을 마쳤을 때는 동윤이를 데리러 갈 시각이 이미 지나 있었다.

핸드폰에는 어린이집 선생님이 보낸 메시지가 와 있었다.

[동윤이 어머님, 동윤이는 조금 전에 아버님이 안전하게 데리고 가셨습니다.]

청하는 화면을 끄고 직원들과 인사를 나눈 뒤 집으로 돌아갔다.

재언은 집 안에 다른 사람이 오래 머무는 걸 싫어했다.

결혼한 뒤에도 상주 도우미는 두지 않았다.

정해진 시간에 청소하고 돌아가는 사람과 저녁을 준비한 뒤 퇴근하는 요리사만 있었다.

청하가 돌아왔을 때는 이미 밤이 깊은 시간이었다.

겨울의 B시는 해가 유난히 빨리 졌다.

동윤이는 아기 의자에 앉아 작은 턱받이를 두르고 새우를 손으로 집어 먹고 있었다.

청하를 보자 활짝 웃으며 그릇 속 새우살을 자랑했다.

“엄마 봐. 사우!”

재언은 일회용 장갑을 낀 채 동윤이 옆에 앉아 느긋하게 새우 껍질을 벗기고 있었다. 긴 손가락으로 머리와 꼬리까지 깔끔히 떼어 낸 뒤 살만 아이 그릇에 넣었다.

“따라 해 봐. 새... 우.”

동윤이는 입안 가득 새우를 넣고 재언의 입 모양을 흉내 냈다.

“사... 우.”

“됐어. 먹어.”

재언의 입꼬리가 아주 조금 움직였다. 새우 세 마리를 더 까서 그릇에 넣어 준 뒤에야 장갑을 벗고 손을 씻으러 갔다.

그동안 재언은 청하를 한 번도 바라보지 않았다.

두 사람 사이에는 대화도 없었다. 같은 집에서 살지만 서로 전혀 모르는 사람 둘 같았다.

저녁을 다 먹을 즈음 동윤이는 눈도 제대로 뜨지 못할 만큼 졸려 했다.

몇 번이나 작은 머리가 그릇으로 떨어질 뻔해 청하가 아이를 침실로 데려가 재웠다.

동윤이를 재운 뒤 청하는 조용히 침실 문을 닫고 나왔다. 거실 소파에 앉은 재언과 바로 마주쳤다.

두 사람의 시선이 맞닿았다.

재언이 먼저 눈을 돌렸다. 블루투스 이어폰 위치를 고쳐 끼고 노트북 화면 속 거래처 사람과 계속 협상을 이어 갔다.

마치 청하가 없는 사람처럼 지나쳤다.

재언의 말투는 침착했고 협상의 흐름을 완전히 쥐고 있었다.

재언은 놀고먹기만 하는 재벌 2세가 아니었다.

재언이 SZ그룹을 맡은 뒤 불과 몇 년 만에 회사는 다시 업계 최상위권으로 올라섰다. 사업가로서 재언은 분명 뛰어난 사람이었다.

다만 아버지 역할에는 그렇지 못했다.

이익을 우선하는 사람답게 가족에게 쏟는 시간은 늘 부족했다.

동윤이는 두 살 반이 되도록 아빠라는 존재를 낯설어했고, 재언만 보면 민숙 품으로 숨어 버리곤 했다.

청하는 재언을 방해하지 않고 주방으로 갔다.

요리사가 퇴근 전에 끓여 둔 흰죽을 데워 몇 숟갈 먹자 하루종일 밖에서 일하느라 몸속의 냉기가 조금 가셨다.

촬영장에서는 식사할 시간이 늘 부족했다.

그런 생활이 반복되면서 청하는 밥을 빨리 먹는 습관이 생겼다.

뜨거운 죽도 단 몇 분 만에 비웠다.

정리를 마치고 그릇을 주방에 가져다 놓으려던 때 거실에서 재언이 불쑥 말했다.

“어디 갔다가 이렇게 늦게 와?”

청하는 화상회의 상대에게 하는 인사인 줄 알았다. 곧 재언이 짧게 덧붙였다.

“너한테 묻는 거야.”

청하가 사실만 말했다.

“일했어.”

“누구랑? 어디서? 무슨 일을 이 시간까지 해?”

평소 청하가 뭘 하는지 관심도 없던 사람이 한꺼번에 세 가지나 물었다.

“오늘 동윤이 어린이집에 가장 마지막까지 남아 있었어.”

재언은 노트북을 닫았다. 목소리는 데우기 전의 죽처럼 차가웠다.

“내가 데리러 안 갔다가 거기서 무슨 일이라도 생겼으면 어떻게 책임질 생각이었어?”

청하는 잠깐 멈췄다가 그제야 이유를 알았다.

재언이 평소답지 않게 먼저 말을 건 건, 결국 제시간에 아이를 데리러 가지 않았다고 따지기 위해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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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방정식   제30화

    동윤은 그제야 만족한 듯 눈을 감고 얌전히 누웠다.그렇게 청하와 재언은 다시 한 침대에 누웠다. 동윤은 두 사람 사이를 파고들었고, 청하는 아들의 등에 한 손을 올린 채 가볍게 토닥여 잠을 재웠다.평소보다 서로의 거리가 가까웠다. 청하는 이제 막 잠든 아이가 깰까 봐 몸을 움직이지도 못한 채 어두운 방 안에서 재언과 눈이 마주치지 않도록 시선을 아래로 내렸다.두 사람 모두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서로 다른 숨소리만 잔잔하게 뒤섞였다. 듣고 있자니 슬슬 저절로 졸음이 밀려왔다.얼마쯤 누워 있었는지도 모른 채 청하는 서서히 잠에 빠져들었다. 무거워진 눈꺼풀이 자꾸 내려앉았고, 의식도 차츰 흐려졌다. 호흡은 어느새 고르게 가라앉았다.완전히 잠들기 직전, 곁에서 재언이 몸을 일으키는 듯한 기척과 문이 조용히 닫히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재언이 방을 나갔다. 그가 자리를 뜨자 청하의 몸을 짓누르던 긴장도 금세 풀렸다. 그제야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새벽 3시가 되어 재언이 다시 안방으로 돌아왔을 때, 엄마와 아들은 이미 깊이 잠들어 있었다.동윤은 팔다리를 사방으로 벌린 채 자고 있었고, 작은 이불은 발치까지 차 내려가 있었다.동윤이는 원래 잠버릇이 얌전한 아이가 아니었다.지난 두 달 동안 아들과 단둘이 지내며 재언도 조금씩 달라졌다. 처음에는 아이 옷 하나 제대로 벗겨 줄 줄 몰랐지만, 이제는 동윤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을 어렴풋이나마 기억할 수 있게 됐다.가끔 둘만 남아 시간을 보내다 보면 재언도 새삼 깨닫곤 했다. 아이 하나를 돌보는 일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라는 것을.정말 어려운 일이었다.재언은 손을 뻗어 아들의 이불을 다시 덮어주었다.고개를 들던 재언의 시선이 잠든 청하에게 머물렀다. 청하는 눈을 감은 채 고요히 잠들어 있었다. 한쪽 팔은 베개 곁에 힘없이 놓여 있었고, 희미한 달빛이 얼굴 위로 부드럽게 내려앉았다. 잠든 모습은 더없이 차분하고 평온해 보였다.청하를 떠올리면 가장 먼저 생각나는 말은 어쩌면 ‘온화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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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의 방정식   제25화

    최민은 표정이 굳어 바로 자리를 떠났다.자리에 남은 용현은 잠깐 멍하니 서 있다가 따라가지 않았다.청하는 통증 때문에 정신이 없었다. 재언이 방향을 잡아 이끌자 오히려 빠르게 움직일 수 있어 몇 걸음 만에 세면대로 도착했다.차가운 흐르는 물이 손등에 닿자 불에 덴 듯 따갑던 통증이 조금 가라앉았다.“내가 할게.”청하는 재언의 손에서 빠져나오려 했다. 하지만 재언은 놓지 않고 오히려 손목을 더 단단히 붙잡았다. 태도도 부드럽지 않았다. 미간에는 깊은 주름이 잡혀 있었다.“움직이지 마.”청하는 입술을 살짝 다물었다. 너무 아파 더 실랑이할 힘도 없었다.도시의 욕실과 달리 공간은 좁고 답답했다. 누런 조명은 불안정하게 깜빡였다. 키가 큰 재언은 몸을 제대로 펴지도 못한 채 고개를 숙이고 청하의 손목을 잡아 수도꼭지 아래 흐르는 물에 갖다 댔다. 찬물로 계속 열을 식히면서도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급히 따라온 다미는 바로 그 모습을 보게 됐다.오랫동안 부부로 살아온 두 사람은 어딘가 닮은 분위기가 있었다. 가까이 붙어 서 있는 모습은 뜻밖에 친밀해 보였다.다미는 문을 짚은 채 시선을 굳혔다. 표정이 눈에 띄게 어두워졌다.촬영지가 외진 곳이라 의사가 오기까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최민이 운전기사에게 최대한 빨리 달리라고 했지만 한 시간 뒤에야 도착했다.아는 얼굴을 본 청하는 예의상 인사했다.“진 선생님, 오랜만이에요.”손등의 화상은 이미 흐르는 찬물로 응급 처치를 한 상태였다. 진준환은 대충 살펴본 뒤 시선을 거두고 의료 가방을 열었다. 늘 그렇듯 표정 변화가 거의 없었다.“가능하다면 저는 제수씨를 병원 밖에서는 평생 안 보고 싶습니다.”청하는 자조하듯 웃었다.“미안해요. 오랜만에 만났는데 또 이런 모습만 보여 드리네요.”“됐어.”준환이 대답하기도 전에 재언이 차갑게 말을 잘랐다.“널 여기까지 부른 건, 둘이 수다 떨라고 한 게 아니야.”준환은 무표정하게 재언을 한 번 보고 다시 고개를 숙여 청하의 상처를 치료했다. 더 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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