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고객님께서 전화를 받을 수 없습니다. 잠시 후 다시 걸어 주시기 바랍니다.]윤청하는 떨리는 손으로 핸드폰을 주머니에 밀어 넣었다.청하가 탔던 호주 시드니발 비행기가 심한 난기류를 만나, 추락의 위기를 간신히 이겨내고 도착했다.겨우 착륙해 입국장 출구 앞에 서 있었지만 다리는 아직도 후들거렸다.심재언에게 전화를 걸면서도 기대한 건 아니었다. 그래도 전화받지 않는 남편의 태도는 이미 식어 버린 청하의 마음을 한 번 더 차갑게 만들었다....청하는 집으로 돌아왔다.재언은 잔뜩 취해 있었다. 무표정한 얼굴로 소파 한쪽에 비스듬히 기대앉아 있었고, 입에는 거의 다 타들어 간 담배 반 개비가 물려 있었다. 그 옆에는 젊은 여자가 바짝 붙어 있어, 누가 봐도 가까운 사이처럼 보였다.여자는 얼굴을 붉힌 채 재언의 넥타이를 풀더니 셔츠 단추에까지 손을 댔다.재언은 여자의 손을 막지 않았다. 표정에서는 속내를 읽기 어려웠다.청하가 문을 닫는 소리에 여자가 고개를 돌렸다. 청하를 확인한 여자는 흠칫 놀라며 황급히 손을 거뒀다.“선배님.”그제야 청하는 여자가 누군지 알아봤다. 방송국에 새로 들어온 인턴 아나운서 한다미였다. 청순한 인상이 돋보이는 여자였다.다미를 뽑을 때 최종 검토를 맡았던 사람도 청하였다. 당시 청하는 어릴 적 자기 모습이 떠오른다며, 패기도 있고 끈기도 있는 친구라고 좋게 평가했었다.“안녕하세요.”청하는 예의상 가볍게 고개를 끄덕였다.“오늘 회식에서 심 대표님이 술을 좀 많이 드셨어요. 속이 안 좋아지실까 봐 걱정돼서 저만 남아 있었어요.”다미는 옆에 놓인, 이미 차갑게 식은 꿀물을 가리키며 얌전한 표정으로 설명했다.“선배님, 혹시 불쾌하신 건 아니죠?”다미는 고개를 푹 숙인 채 가녀린 몸을 작게 웅크리고 서 있었다. 무척 순해 보였다.재언이 좋아할 법한 타입이었다.청하조차 그런 다미에게 모진 말을 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아니에요.”청하가 담담하게 답했다.“고마워요.”다미는 조심스레 청하를 살폈다. 정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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