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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93화

피비린내가 느껴지고 나서야 유시아는 천천히 멈추기 시작했다.

임재욱은 바로 그녀의 턱을 잡아당겨 두 눈을 부릅뜨고 물었다.

“대답하라고!”

“맞아요.”

유시아는 그를 똑바로 바라보며 대놓고 그에 대한 모든 한을 드러냈다.

“미워요. 지금 당장 죽어도 눈 하나 깜빡하지 않을 정도로요. 가능하다면 평생 그쪽 얼굴 보고 싶지 않을 만큼으로 밉고 싫어요.”

“그래.”

임재욱은 아픈 말만 하는 유시아를 바라보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어차피 넌 평생 날 사랑할 리도 없잖아. 그럼, 평생 날 미워해. 평생토록 날 미워하고 증오해.”

유시아의 사랑이든 미움이든 그게 뭐든 받아들일 수 있었다.

하지만 유독 자기를 무시하고 홀대하는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늦은 밤, 두 사람 모두 어두운 얼굴로 각자 별장으로 들어갔다.

임재욱은 쇼핑백 두 개를 들고 들어와서 옷을 갈아입고 있는 유시아에게 말했다.

“입어 봐. 사이즈 맞지 않으면 바꾸고.”

유시아는 그의 손에서 드레스를 건네받았다.

임재욱의 마음을 도통 알 수가 없으나 소현우가 남겨준 집까지 빼앗아 가는 것으로 자기에 대한 불만이 가득하다는 것만은 확인되었다.

집까지 모두 넘겨주고 나면 유시아는 정말로 빈털터리가 된다.

만약 그의 심기를 건드리게 된다면 그다음은 심씨 가문 차례가 될 것이다.

그러한 상황이 펼쳐지게 되면 유시아가 했던 모든 희생이 물거품으로 되어 버린다.

유시아는 쇼핑백을 들고서 옷방으로 들어가 문을 닫으려고 했다.

그때 임재욱이 문을 가로막아 버리는데.

“우리 사이에 그냥 갈아입지 그래?”

유시아가 아무런 대꾸도 하지 않자, 임재욱은 한 걸음 더 다가와 웃는 듯 마는 듯 다시 입을 열었다.

“왜? 밀당이라도 하겠다는 거야?”

그런 임재욱을 바라보면서 유시아는 피식 웃었다.

“제가 어찌 감히... 보기 싶으시다면 보여 드려야죠.”

말하면서 그녀는 드레스를 가지고 거울 앞으로 다가가 천천히 하나씩 벗기 시작했다.

원피스, 이너, 스타킹... 양파 껍질을 벗기듯이 한층 씩.

마지막 한 층이 되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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