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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02화

작가: 금소
민하윤은 입맛이 없어서 몇 입 먹고는 젓가락을 내려놓았다. 그녀를 지켜보던 하도진은 사악한 미소를 지었다.

“하윤아, 내가 쓰던 젓가락을 썼네?”

그는 장난기 넘치는 표정을 짓더니 말을 이었다.

“이건 간접적으로 키스한 거나 마찬가지잖아. 안 그래?”

민하윤은 그에게 음식을 떠먹인 후에 자연스럽게 그 젓가락으로 반찬을 집어서 입에 넣었다.

주먹만 한 얼굴이 점점 빨갛게 달아올랐다. 그녀는 도시락통을 정리하고는 서명인에게 건넸다.

이때 하도진은 진지한 어조로 말했다.

“시간이 늦었으니 얼른 들어가 봐. 서 비서가 있으니 걱정하지 않아도 돼.”

하지만 민하윤은 어쩐지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

“하윤아, 병원에서 편히 쉬지도 못하잖아. 집에 가서 푹 쉬고 내일 다시 와.”

곰곰이 생각하던 하도진은 말을 이었다.

“업무를 보고 나서 시간이 되면 나를 만나러 와줘.”

민하윤은 이 병실에서 편히 잘 수 있을 거라고 여겼다. VIP 병실이라 간이 주방도 있었고 커다란 샤워실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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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15화

    “15개월이나 있어야 해. 정말 결정한 거야?”임형섭은 고개를 돌려 민하윤을 바라보았고 뼈마디가 도드라진 그의 손가락은 핸들을 가볍게 두드리고 있었다.“네. 저한테도 시간이 좀 필요해요. 스스로를 추슬러야 하니까요. 명원시를 떠나는 건 결국에 나쁘지 않은 선택 같아요.”“그렇다면 가. 아버님은 내가 잘 모실게. 연수 행장 끝나면 그때 다시 명원시에서 보자.”민하윤은 입술을 꾹 다물었다.고맙다는 말이 목 끝까지 차올랐지만 끝내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민하윤은 이미 임형섭에게 너무 많은 빚을 진 기분이 들었다.“괜히 울컥하는 말은 됐어. 가고 싶은 도시는 있어? 나라면 하성시나 선주시를 추천할 텐데... 성장 가능성도 좋고 지점 실적 평가도 훌륭해서 네가 가면 문제도 별로 많지 않을 거야...”임형섭은 늘 그랬다.언제나 맨 먼저 가장 정확하고 가장 좋은 조언을 건네줬다.민하윤의 시선은 표 맨 아래쪽에 멈췄다.“저는 항도시 지점에 가고 싶어요.”민하윤의 양어머니는 항도시의 사람이었다.어릴 적부터 물안개 자욱한 항도시에서 자라난 여자였다. 사람 자체가 항도시 여자 특유의 온화함을 닮아 있었고 눈매는 늘 촉촉하고 다정했다.민하윤의 희미한 기억 속에서 양부모는 재래시장에서 생선을 팔았다.그때 민하윤은 아직 어렸다.민하윤이 졸리다고 칭얼대기만 하면 엄마는 고무장갑과 앞치마를 벗고 손을 깨끗이 씻은 뒤 아직 어린 민하윤을 품에 안고 재웠다.모녀는 깨끗한 비료 포대 두 장을 깔고 거기 꼭 붙어 누워 있었다. 시장은 늘 시끄러웠고 사방에서 흥정하는 목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런데도 강수경은 민하윤을 살살 흔들어 재우며 이름도 모르는 노래를 낮게 흥얼거리고는 했다.항도시의 여자답게 강수경은 늘 부드럽고 단정했다.비싼 화장품 하나 써 본 적 없었지만 피부는 물기 머금은 것처럼 맑고 하얘서 시장에서 장사를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도 가장 예쁜 여자였다.민하윤의 가장 행복했던 유년 시절 대부분은 그 시끌벅적한 재래시장에서 흘러갔다.양부모에게 민하윤은 너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14화

    민하윤은 고개를 저으며 몇 걸음 뒤로 물러섰다.“하윤아, 난 다른 뜻 없어.”하도진은 정말 민하윤 앞에서는 속수무책이었다. 민하윤은 달래도 안 되고 밀어붙여도 안 통했다.민하윤은 경계 어린 눈빛으로 하도진을 바라봤다.한때 하도진의 마음을 수도 없이 흔들어 놓았던 아름다운 얼굴에는 이제 웃음기라고는 조금도 남아 있지 않았다.“수술도 했잖아. 할머니도 몸 잘 추슬러야 한다고 하셨어. 산후조리처럼 푹 쉬면서 몸부터 챙겨야 해.”하도진은 이유도 모르게 잠깐 울컥했다.아직 체온이 남아 있는 외투를 내밀었지만 민하윤은 받으려 하지 않았다.하도진이 직접 걸쳐 주려고 다가가자 민하윤은 그것마저 싫다는 듯 계속 몸을 피했다.‘이게 몸을 잘 추슬러서 무슨 소용이 있겠어...’민하윤은 앞으로 인생에서 다시 다른 남자를 만나 아이를 낳을 생각 따위 없었다.하도진이 몰고 온 검은 벤틀리는 길가에 그대로 서 있었다.그런데도 하도진은 굳이 입구에 남아 민하윤과 함께 비가 그치기만을 기다렸다.하지만 이미 늦었다.민하윤 마음속의 비는 아직도 그치지 않고 있었다.지금에 와서 보니 모든 게 이미 너무 늦어 버렸다.“하윤아, 진짜 나랑 선을 딱 긋고 완전히 끝내겠다는 거야? 우리 사이가 그렇게까지 괴로웠어? 죽을 때까지 안 보고 살아도 될 만큼... 너는 그렇게까지 내가 싫었던 거야?”하도진은 외투를 거둬들이며 차갑게 웃었다.예전의 민하윤은 말만 못 했을 뿐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수어로조차 자신과 대화하기를 거부하고 있었다.하지만 민하윤은 마치 하도진이라는 사람 자체를 완전히 지워 버린 것처럼 조용히 빗줄기만 바라봤다.그때 비상등을 켠 검은 랜드로버 한 대가 천천히 다가왔다.억수같이 쏟아지는 빗물에 앞 유리가 휩쓸려 와이퍼가 쉴 새 없이 움직이고 있었기 때문에 하도진은 운전석에 누가 앉아 있는지 제대로 볼 수 없었다.차는 곧 민하윤 옆에 멈춰 섰다.운전석 문이 열리고 긴 검은 우산 하나가 펼쳐졌다.임형섭은 물이 고인 바닥을 밟고 빠르게 걸어왔다. 한 손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13화

    이혼 절차는 생각보다 빠르게 끝났다. 하도진이 손을 써 둔 덕분에 두 사람이 서류를 들고 작은 사무실에 들어간 뒤 각자 빨간 이혼 증명서를 손에 쥐고 갈라서기까지 걸린 시간은 고작 10분 남짓이었다.8월 날씨는 변덕스러웠다. 조금 전까지 멀쩡하던 하늘이 순식간에 어두워졌고 거리에는 사나운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길가의 버드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며 요란한 소리를 냈고 행인들도 발걸음을 재촉했다.멀리 하늘 끝에는 먹구름이 짙게 드리워져 있었다. 누가 봐도 폭풍우가 몰려오기 직전의 날씨였다.민하윤은 처마 밑에 선 채 일부러 하도진과 거리를 벌렸다.“비가 오네. 어디 가는데? 돌아가는 길이라면 내가 데려다줄게.”하도진이 먼저 말을 걸었다.하도진의 너무도 자연스러운 태도 때문에 민하윤은 순간 마치 두 사람이 아직 완전히 끝난 게 아닌 것처럼 착각할 뻔했다.그 말이 끝나기 무섭게 후텁지근하던 하늘에서 콩알만 한 빗방울이 후드득 떨어지기 시작했고 바람도 점점 거세졌다.가끔 묵직한 천둥소리까지 뒤섞여 들려왔다.민하윤은 고개를 저었다.그리고 예의 바르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서며 수어를 했다.[괜찮아요. 번거롭게 안 하셔도 돼요.]순간 말문이 막힌 하도진은 가슴 한가운데 솜뭉치라도 얹힌 것처럼 답답했다.무엇보다 하도진은 민하윤이 저런 식으로 차갑게 선을 긋는 걸 가장 싫어했다.“왜? 민하윤 씨는 벌써 나랑 완전히 남이 되고 싶어졌나 봐? 어젯밤에는 날 하 대표님이라고 부르더니 오늘은 같은 차에 타는 것도 싫은 거야?”하도진은 속이 뒤집힌 탓에 내뱉는 말이 더더욱 독해졌다.민하윤은 눈을 내리깔았다.하도진의 말 안에 담긴 비꼼과 가시 따위는 전혀 못 들은 척했다.민하윤은 지키고 싶은 선이 있었고 사람과 사람 사이에는 분명한 경계선이 필요하다고 믿었다.정상적인 관계와 친밀한 관계는 전혀 다른 영역이었다.민하윤은 자신이 불같이 사랑하고 불같이 정리하는 사람은 아니라고 생각했다.전 남편을 아무렇지 않게 대할 만큼 대범한 사람도 아니었다.그러니 서로 좋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12화

    하도진이 그렇게라도 나서지 않으면 어른들은 아이가 태동이 멈춘 건지 외부 충격으로 유산한 건지 따질 생각조차 하지 않을 터였다. 결국 민하윤이 엄마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했다는 식으로 아이가 세상에 나오지 못한 모든 잘못을 민하윤에게 떠넘겼을 것이다.“준혁아, 회초리 이리 내놔.”하진석이 비틀거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기어코 자기 손으로 직접 하도진을 때리겠다는 뜻이었다.회초리가 두 차례 더 날아오자 하도진은 통증에 무릎이 휘청거렸다. 기억을 더듬어 봐도 할아버지가 직접 손을 댄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네 잘못을 알기는 아느냐?”채선화와 김옥자는 동시에 일어나 하진석을 말렸다. 한편으로는 할아버지가 흥분하다가 무슨 일이라도 날까 걱정됐고 또 한편으로는 너무 세게 때려 정말 하도진을 크게 다치게 할까 두려웠다.하지만 하도진은 끝내 입을 열지 않았다.대신 고개를 들어 2층을 한 번 올려다보더니 마음속으로만 대답했다.‘난 분명히 잘못했어. 하윤을 잃어버린 게 바로 내 잘못이었지.’분위기 좋은 생일잔치는 엉망이 되어 버렸다. 어른들은 때릴 만큼 때리고 욕을 퍼부을 만큼 퍼부었지만 하도진은 고집스럽게도 끝내 입을 열지 않았고 자기 잘못을 인정하지도 않았다.채선화는 가슴이 답답해져 일찌감치 방으로 들어가 쉬었다.한 상 가득 차려진 음식에는 아무도 젓가락을 대지 않았고 어른들은 하나같이 한숨만 쉬다가 자리를 떴다.누구도 하도진을 이해할 수 없었다.분명 집안에 경사였던 일이 어쩌다 이렇게까지 망가진 걸까.날이 저물 무렵 하도진은 자기 방에 들어가 깨끗한 셔츠 한 장을 꺼내 갈아입었다. 피가 밴 셔츠는 그대로 버렸다.그런 꼴로 방에 들어가고 싶지 않았다.하도진은 민하윤이 놀랄까 봐 두려웠다..방 안은 캄캄했다.민하윤은 침대 한쪽에 웅크린 채 누워 있었다. 불도 켜지 않은 채 등을 돌리고 있어서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하윤아, 너랑 좀 얘기하고 싶어.”하지만 돌아오는 건 여전히 죽은 듯한 정적뿐이었다.하도진은 비틀린 입꼬리로 허탈하게 웃었다.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11화

    “당장 무릎 꿇어!”하준혁의 관자놀이에는 푸른 핏줄이 불거져 있었다. 손이 닿는 곳에는 배나무로 만든 회초리가 놓여 있었다.가느다란 그림자가 2층으로 완전히 사라진 걸 확인한 뒤에야 하도진은 겨우 숨을 돌렸다.그리고 아무 말 없이 하준혁의 발치에 무릎을 꿇었다.“좋아. 네가 하윤한테 책임을 떠넘기고 싶지 않다면 오늘은 네 할아버지 할머니 앞에서 내가 직접 묻겠다.”하준혁은 화가 치밀어 손까지 떨고 있었다.“너희 부부는 우리한테 숨기고 유산 수술을 한 거야?”처음 채선화에게서 그 이야기를 들었을 때만 해도 하준혁은 선뜻 믿지 못했다.세상에 어느 부모가 그렇게까지 독할 수 있단 말인가.아이를 이런 집안에서 낳는 게 뭐가 문제라고 이 기쁜 일을 어른들에게 알리기는커녕 몰래 병원에 가서 아이를 지운단 말인가.그런데 지금 자신 앞에서 고집스럽게 무릎을 꿇고 있는 아들을 보자 하준혁은 모든 걸 단번에 알아버렸다.이 일은 정말 하준혁이 생각한 그대로였다.“말해. 내 말이 맞아? 아니야?”하도진은 턱을 살짝 들고 짧게 답했다.“맞아요.”그 말에 김옥자는 손까지 덜덜 떨었다.가슴을 쓸어내리며 급하게 청심환을 입에 털어 넣었다.“도진아, 대체 왜 그랬니? 그렇게 어렵게 찾아온 아이를 왜 지운 거야?”하도진은 입술만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그 무심하고 뻔뻔한 태도에 하준혁의 분노는 더 치솟았다.하준혁은 곧장 손에 있던 회초리를 들어 하도진 등의 한가운데로 내리쳤다.조금도 봐주는 기색이 없었고 집 안에는 매를 때리는 소리가 선명하게 울려 퍼졌다.민하윤은 2층 복도 구석에 숨어 서서 아래층에서 하도진이 맞는 소리를 들었다. 손바닥을 꽉 쥔 채, 당장이라도 뛰쳐나가 자기 잘못이라고 말할 것만 같았다.이 일은 처음부터 끝까지 하도진과는 상관없었고 모든 사람을 속인 건 민하윤이었다.그러나 하도진이 대신 매를 맞을 이유는 없었다.아이를 왜 끝내 지켜내지 못한 건, 아마도 운명이었을 것이다.채선화는 더는 못 보겠다는 듯 고개를 돌렸고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410화

    임형섭은 조용히 차를 몰았다. 마음속에 끓어오르는 어둡고 복잡한 생각들은 민하윤 앞에 조금도 드러내지 않았다.어쩌면 민하윤에게는 시간이 필요할지도 몰랐다. 불쾌한 사람들과 아픈 기억을 잊고 새로운 사람과 새로운 미래를 다시 받아들일 준비를 할 시간 말이다.진정한 이별은 대개 소리 없이 찾아온다. 사람은 나름대로 모든 준비를 마치고 마지막만큼은 품위 있게 끝내고 싶어 하지만 세상일은 좀처럼 뜻대로 흘러가지 않는다.안색이 몹시 창백한 민하윤은 차에서 내리기 직전, 조수석의 거울을 보며 입술에 립스틱을 덧발랐다.아무리 화장해도 유산 수술이 몸에 남긴 상처까지 감출 수는 없었다. 민하윤은 단정한 투피스를 입고 연한 누드톤 하이힐을 신었다.머리끝부터 발끝까지 정성스럽게 꾸몄다.아마 이번이 마지막일지도 몰랐다. 앞으로 다시는 이 집 대문을 넘지 않을 수도 있으니까.분명 좋은 집안에 시집온 뒤로 민하윤의 삶은 달라졌다.하지만 누구나 부러워하는 하씨 가문 며느리라는 자리는 민하윤에게 한 번도 행복한 자리가 아니었다.민하윤은 깊게 숨을 들이켰다.오늘 어르신의 생신 회식에서 짧고도 황당했던 두 사람의 결혼에 스스로 마침표를 찍기로 했다.다른 이유는 딱히 없었고 민하윤은 그저 자기 자신에게만큼은 분명한 결말을 남기고 싶었다.무엇보다 하도진의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한때 진심으로 민하윤을 대해 준 사람들이었으니 민하윤은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섣달그믐날 밤, 하도진은 병원에서 첫사랑 고은율의 곁을 떠나지 않았고 민하윤은 혼자 불편한 마음으로 본가에서 설을 보내며 어른들이 건넨 새해 축하 세뱃돈을 받았다.마지막으로 세뱃돈을 받았던 때가 언제였는지조차 이제는 기억도 나지 않았다.민하윤은 다시 한번 숨을 골랐다.그리고 결심을 내린 듯한 얼굴로 차 문을 밀어 열었다.바람이 살짝 스치고 지나가자 하도진은 민하윤의 몸에 남아 있던 향기를 느꼈다.그 순간 하도진은 문득 후회했다.‘젠장, 무슨 이혼이야.’처음부터 끝까지 하도진은 민하윤이 자기 곁을 떠나는 일 따위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100화

    구준오가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도진아, 뭐 찾는 거야?”하도진은 자신이 보고 싶던 사람을 찾지 못해 조금 실망했으나 티를 내고 싶지는 않아 감정을 추스른 뒤 덤덤히 말했다.“서 비서는?”서명인은 조금 놀랐다. 그동안 수년간 묵묵히 고생하며 밑바닥에서부터 시작해 하도진의 비서가 된 보람이 있었다. 하도진은 비록 평소에는 차갑고 냉정하며 무자비해 보였지만 큰 고비를 넘긴 뒤 눈을 뜨자마자 가장 먼저 서명인을 찾았다.서명인은 감동을 받고 코를 훌쩍이면서 횡설수설 말했다.“저 여기 있어요. 대표님, 무슨 지시 있으신가요?”하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98화

    다들 고은율의 신분을 묵인했다. 오직 서명인만이 머뭇거리는 표정으로 휴대전화를 손에 꼭 쥐고 있었다. 교통사고 같은 큰 일을 집안 어른들에게 얘기하지 않는 것은 어른들을 괜히 걱정시키는 일이라서 이해할 수 있었지만, 하도진과 결혼하여 그의 아내가 된 민하윤에게까지 비밀로 하는 건 이해할 수 없는 일이었다.게다가 아내도 아닌 고은율까지 이 사실을 아는데 정작 하도진의 아내인 민하윤이 아무것도 모르고 있는 건 이상했다.서명인은 몸을 돌려 밖으로 나간 뒤 거듭 망설이다가 민하윤의 번호로 전화를 걸었다....세리 엔터에서 나오자마자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10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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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247화

    명원시 국제 공항.탑승교 출구는 사람으로 미어터졌다. 민하윤은 흰 셔츠에 청바지, 그 위로 검은 트렌치코트를 걸친 채 가방에서 선글라스를 꺼냈다. 옅게 번진 다크서클을 어떻게든 가리려는 몸부림이었다.해외 자금 프로젝트는 고작 일주일 만에 정리됐다. 현지 회사 법무팀이 자료를 죄다 정리해 한 장의 소장을 만들어, 오염된 원료를 납품한 해외 업체를 법정에 세웠다. 협력 은행 직원인 민하윤 일행도 당연히 따라붙어 야근했다. 시차도 못 풀고 회의실에 모여 과일이니 간식이니 음료니 다 갖춰 놓은 채, 몇 날 며칠을 밤새웠다.예정보다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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