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2화

Penulis: 금소
“민 대표!”

소파 중간에 앉아 있던 백발의 노인이 호통을 치면서 지팡이로 바닥을 힘껏 내리찍었다. 노인은 힘겹게 자리에서 일어난 뒤 어두운 얼굴로 민성현을 바라보며 말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나한테 제대로 설명해야 하는 거 아닌가? 나는 아이들 사이의 일은 잘 모르지만 그래도 이 일은 도저히 그냥 넘어갈 수가 없어. 우리 진씨 가문에서는 그동안 민씨 가문을 많이 도와줬어. 진운 은행의 자금이 없었다면 민씨 가문은 일찌감치 파산했을 거야.”

상대방이 자신의 목숨줄을 틀어쥐자 민성현은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하면서도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다.

“진씨 가문의 은혜는 기억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민성현이 원망스러운 눈빛으로 민하윤을 바라보았다. 그는 수치도 모르고 도움도 안 되는 민하윤을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싶었다. 그의 돈줄을 끊어버리려고 하다니.

그러나 지금으로서는 정략결혼을 취소할 수밖에 없었다.

“결혼은 무를 수 없어.”

진태원은 민성현의 마음을 꿰뚫어 본 것처럼 단호히 말했다.

“할아버지, 저는 몸 간수도 제대로 못 하는 가벼운 여자랑 결혼하고 싶지 않아요. 언어장애가 있는 건 둘째 치고 저 아닌 다른 남자랑 잤잖아요.”

진서우는 감정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는 할아버지가 가문의 이익을 위해 자신에게 민하윤과의 결혼을 강요할까 봐 걱정되었다.

“할아버지는 할아버지 손주며느리가 바람을 피워서 할아버지 손주가 모두의 웃음거리가 되길 바라세요?”

처음에 진서우는 민하윤과의 결혼에 못 이기는 척 동의했다. 민하윤은 몸매도 좋고 얼굴도 예쁜 보기 드문 미인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서우는 민하윤에게 언어장애가 있을 줄은 몰랐다. 그 점이 진서우는 창피했다.

아마 민하윤과 잠자리를 가지더라도 민하윤은 신음조차 낼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진서우는 민하윤보다 조금 더 오픈 마인드인 민하윤의 동생 민희수를 좋아했다.

진서우는 민희수와 소꿉친구였는데 얼마 전 술김에 그녀와 잠자리를 가졌고, 민희수는 울면서 진서우에게 결혼하자고 했다. 솔직히 진서우는 조금 불안했다. 그러나 누구와 결혼하게 되든 어차피 정략결혼일 뿐이니 민하윤만큼 예쁘지 않은 민희수와 결혼하게 되어도 별로 상관없었다.

그리고 눈치가 빠르고 걸핏하면 싸늘한 표정을 짓는 언어장애인 민하윤보다 민희수와 결혼하는 편이 나을 것 같았다.

그래서 진서우는 민하윤과 파혼하기 위해 어젯밤 일부러 판을 짰다.

민희수가 집요하게 감시하지만 않았다면 진서우는 민하윤이 다른 남자와 함께 밤을 보내게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렇게 좋은 일을 자신이 아닌 남이 누린다는 건 배 아픈 일이었지만 안타깝게도 진서우는 그 기회를 누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민하윤과 잠자리를 가진 남자가 부럽기도 했다.

진서우는 음흉한 눈빛으로 민하윤의 흰 피부를 바라보며 어젯밤에 일어났을 일들을 상상했다.

진서우의 속내를 꿰뚫어 본 민희수는 표정이 더욱 어두워졌다. 민희수의 마음속에서 증오가 끊임없이 자라났다. 민희수는 민하윤이 평생 재기할 수 없게 할 생각이었다.

“언니, 어서 서우 오빠한테 사과해야지.”

민희수의 애교 섞인 목소리에 다들 정신을 차렸다.

진태원은 표정이 좋지 않았다. 그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의미심장하게 말했다.

“결혼은 계획대로 진행할 거야. 민씨 가문에 딸이 하나만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야.”

그 말에 모든 이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거실에 나란히 서 있는 민하윤과 민희수를 바라보았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파혼하겠다고 악다구니를 쓰던 진서우가 갑자기 조용해졌다. 마치 떼를 쓰던 아이가 사탕을 받고 조용해지듯 말이다.

민희수는 얼굴이 빨개지더니 부끄러운 듯 송해정의 뒤에 숨었다. 민하윤과 비교하면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무구한 아이처럼 보였다.

민하윤은 멍한 얼굴로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그녀는 창백해진 얼굴로 자신의 약혼자와 민희수가 서로 시선을 주고받는 것을 보았고, 그 순간 뭔가를 깨달았다.

거실에 있던 사람들 모두 의논이 분분했다. 민씨 가문의 그 일은 비밀이 아니었다.

민씨 가문에서는 아이를 잃어버렸던 적이 있는데 당시 송해정의 정신 상태는 날이 갈수록 나빠졌었다. 그들은 원래의 삶으로 돌아가기 위해 보육원에서 민하윤 또래의 여자아이를 입양했다. 민씨 가문 사람들 모두 그 아이를 애지중지했고 그 아이에게 민희수라는 이름을 지어줬다.

그런데 십여 년 뒤, 갑자기 경찰이 찾아와 그들의 실종된 친딸의 DNA가 유전자 정보 데이터베이스에서 발견됐다고 알렸다.

그 일로 도시 전체가 떠들썩해졌다. 체면을 지키기 위해 민씨 가문에서는 밖에서 떠돌며 고생했던 친딸을 집으로 데려온 뒤 대외적으로 앞으로 민씨 일가에는 딸이 두 명이라고 밝혔다. 그들은 친딸을 데려왔다고 해서 입양한 딸을 돌려보내지 않았다.

거기서 끝났다면 꽤 그럴싸한 아름다운 결말이었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민씨 가문의 친딸 민하윤은 그동안 갖은 고생을 했고, 17살 때 양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돌아가시면서 큰 충격을 받아 실어증에 걸리고 말았다.

외모든, 분위기든, 자태든, 몸매든 민하윤은 모든 방면에서 민희수를 가뿐히 이겼다. 그러나 단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실어증에 걸려서 말을 할 수 없다는 점이었다.

민씨 가문과 진씨 가문이 정략결혼을 할 거라는 것도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민씨 가문은 몇 년 전 자금줄이 끊겼었는데 당시 진씨 가문에서 거액의 자금을 제공하여 민씨 가문을 위기에서 구했다.

민씨 가문이 기사회생할 수 있었던 것은 모두 진씨 가문 덕분이었다.

두 집안은 사업 거래가 잦았고 장기적인 이익을 위해 집안 어른들은 정략결혼을 하기로 했다. 사실 처음에 진서우와 결혼할 사람은 민희수였다. 민희수와 진서우는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라서 친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진씨 가문에서는 이익의 확실성을 중요시했기에 며느릿감으로 민하윤을 더 선호했다.

사실 진씨 가문에서는 민씨 가문이 갑자기 등을 돌릴까 봐 걱정되어 진짜 민씨 가문의 피를 가진 민하윤을 선택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젠 민하윤의 추문을 모두가 알게 되었으니 더는 며느리로 받아줄 수가 없었다. 그러나 민씨 가문과 진씨 가문의 이익은 유지해야 했기에 진태원은 한 걸음 양보하여 양녀인 민희수를 며느리로 받아줄 생각이었다.

“희수는 아직 어리니 2년 뒤쯤으로 미루죠.”

줄곧 말이 없던 송해정이 갑자기 자리에서 일어나며 자신이 사랑하는 막내딸을 위해 나섰다.

민하윤은 싸늘한 표정으로 자신의 친모를 바라보았다. 민씨 가문과 진씨 가문의 정략결혼이 결정되었을 때 그녀의 의사를 물은 사람은 없었다. 이 결혼은 오로지 두 가문의 이익을 위한 것이었고, 민하윤은 그 탓에 원하지도 않는 결혼을 해야 했다. 그런데 민하윤이 아닌 민희수로 상대를 바꾸자고 하자마자 바로 안 된다면서 나서는 것을 보니 우스웠다.

민하윤은 자조하듯 입꼬리를 올렸다. 그곳에 있는 사람들 중에 민하윤의 편은 단 한 명도 없었다. 심지어 친부모님마저 그녀를 혐오했고 자연스럽게 민희수를 편애했다.

누가 민씨 가문의 친딸일까?

민하윤은 차가운 눈빛으로 눈앞의 민희수를 바라보았다. 민하윤이 민씨 가문으로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았을 때, 민하윤의 부모님은 민희수가 서운해할까 봐 걱정되어 민희수에게 온 신경을 쏟아부었다.

사실 민하윤의 생일이 민희수보다 이틀 늦었지만 그런 건 아무도 신경 쓰지 않았다.

민하윤은 민희수만큼 부모님의 환심을 잘 사지 못했고 심지어 말도 할 줄 몰랐다. 17살이 되어서야 민씨 가문으로 돌아왔으니 그들 사이에 가족애 따위는 없었다.

심지어 민하윤의 방은 아주 작은 데다가 가정부의 방 옆에 있었다. 반대로 민희수는 아주 크고 예쁘게 꾸며진 방을 가졌다.

민하윤은 매달 식비가 10만 원뿐이었고 매일 버스를 타고 등교해야 했다.

반대로 송해정은 민희수의 안전이 걱정된다고 일부러 운전기사를 시켜 민희수를 픽업했고 가정부는 매일 민희수를 위해 다양한 음식을 준비했다. 그러다가 집밥이 질리면 호화로운 5성급 호텔로 가서 밥을 먹었고 신용카드도 마음껏 긁었다.

민하윤이 기숙사를 운영하는 공립학교를 다닐 때 민희수는 명원의 사립학교를 다녔다.

민하윤의 옷장 안에는 양부모님 집에서 가져온 낡은 옷 몇 벌뿐이었지만 민희수에게는 예쁜 옷들과 명품 가방들이 가득했다.

민희수가 성년의 날 선물로 빨간색 스포츠카를 받았을 때 민하윤의 생일을 기억하는 사람은 한 명도 없었다.

두 사람의 생일은 불과 이틀 차이였다. 부모님은 매년 민희수를 위해 성대한 생일 파티를 열었지만 민하윤을 위해서는 생일 케이크 하나 준비해 준 적이 없었다. 아무도 그녀의 생일을 기억하지 못했고 축하해 주는 사람도 없었다.

송해정은 민희수가 정략결혼의 희생양이 되는 건 원하지 않으면서 갑자기 낯선 남자와 결혼하게 된 민하윤의 기분은 전혀 신경 쓰지 않았다.

민씨 가문의 진짜 딸은 과연 누구일까?

누가 봐도 사랑 가득 받는 민희수일 것이다.

민하윤의 부모님은 친딸인 민하윤을 사랑하지 않았고 진서우와 민희수는 민하윤 몰래 바람을 피웠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욕받이가 된 건 다름 아닌 민하윤이다.

이곳에서는 민하윤의 존재 자체가 웃음거리였다.

Lanjutkan membaca buku ini secara gratis
Pindai kode untuk mengunduh Aplikasi
Komen (2)
goodnovel comment avatar
happyhomejoa
뭐야. 자기핏줄을 천대하고.
goodnovel comment avatar
갈매기경
흥미진진 합니다 작가님 멋져요
LIHAT SEMUA KOMENTAR

Bab terbaru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99화

    새해가 되자 민하윤은 세뱃돈을 받느라 손이 다 아플 지경이었다.하도진은 젖은 머리를 수건으로 털며 침대 위에 양반다리를 하고 앉아 돈을 세는 아내를 바라봤다.하도진은 돈에 눈이 반짝이는 민하윤의 모습이 못마땅한 듯 말했다.“돈이 그렇게 좋아?”하지만 민하윤은 싱글벙글 웃기만 했다.설날인데 괜히 하도진과 말다툼할 생각은 없었다.평소에는 어른들이 주는 돈을 선뜻 받기도 애매했지만 명절만큼은 마음 편히 세뱃돈을 받을 수 있었다.게다가 올해는 두 아이 덕분에 유난히 세뱃돈 봉투가 많았다.하나같이 두툼했고 할아버지와 할머니는 아예 통 크게 주주와 연이 앞으로 각각 통장까지 하나씩 만들어 줬다.하도진이 혀를 차며 말했다.“좋아서 어쩔 줄을 모르네. 침까지 흘리겠어. 난 당신이 이렇게 돈 좋아하는 사람인 줄은 예전엔 몰랐는데...”민하윤은 놀림을 받아도 조금도 신경 쓰지 않았고 오히려 실실 웃으며 말했다.“이게 말로만 듣던 돈 세다가 손 아픈 기분인가 봐요.”하도진은 침대에 앉아 아무 봉투나 두어 개 집어 안을 훑어봤다.축하 문구는 거의 비슷했다.하회주, 하명연 어린이의 건강한 성장과 행복, 새해의 복 많이 받으라는 덕담이 가득했다.하도진이 두툼한 봉투 두 개를 집어 민하윤 앞에서 일부러 흔들었다.“근데 이거 당신한테 준 거 맞아? 아무리 봐도 우리 두 아들의 세뱃돈 같은데...”민하윤은 바로 눈을 흘기며 봉투를 낚아챘다.“뭘 몰라서 그래요. 제가 잠깐 대신 보관해 주는 거예요. 대신 보관이라고요. 설마 제가 몰래 써 버리기라도 하겠어요?”하도진은 피식 웃더니 눈을 반쯤 가늘게 뜨고 팔을 베개 삼아 침대에 드러누웠다.민하윤은 깜짝 놀란 표정으로 돈부터 감쌌다.“어라, 거기 눕지 마요. 일어나요.”하도진은 눈꺼풀만 살짝 들어 올리며 말했다.“그렇게 돈을 좋아하면서 내가 준 카드는 왜 한 번도 안 써? 내가 사 준 가방이랑 옷, 보석은 왜 밖에 하고 나간 적도 없지?”민하윤은 입술을 삐죽이며 시선을 내렸고 작게 중얼거렸다.“너무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98화

    모임 장소는 어른들이 모두 좋아하는 명원식 요리 전문점으로 정했다.구준오가 서른 명이 앉을 수 있는 대형 원탁이 놓인 룸을 예약했고 각 집안 어른의 입맛과 먹지 못하는 음식까지 미리 확인해 메뉴도 주문해 두었다.사람들이 하나둘 도착했고 가장 마지막으로 모습을 드러낸 건 송지훈과 구이현, 꾸꾸 세 식구였다.송지훈은 이제 누가 봐도 능숙한 아빠였고 어딜 가든 아들 일은 전부 자신이 챙겼다.송지훈이 유모차를 밀고 들어오자 구이현은 행복한 얼굴로 그의 팔짱을 끼고 있었다.몇 달 된 아기는 한창 뽀얗고 통통해서 가장 귀여울 때였다.어른들은 너도나도 꾸꾸를 안아 보겠다며 나섰다.송씨 가문과 구씨 가문 어른들은 아직 사돈이 된 게 완전히 익숙하지 않은 모양이었다.구이현의 어머니와 시어머니는 서로 양보하며 한차례 실랑이까지 벌였다.“외할머니가 안아 볼게요.”“아니에요. 친할머니가 안을게요.”송씨 가문의 어른들은 손자가 엄마 성을 따라 구씨가 된 것을 조금도 개의치 않았다.애초에 구씨 가문에 미안한 마음이 있던 터라 아이의 이름이 구경운으로 정해진 뒤에도 오히려 송지훈에게 몇 번이고 당부했다.“이현이에게 평생 잘해.”구이현은 어린 나이에 자기들의 가문으로 시집와서 이렇게 건강하고 통통한 손자까지 낳아 주었으니 엄마 성을 따르는 것쯤은 당연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했다.반대로 구씨 가문은 처음에는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게 사실이었다.금지옥엽 키운 딸이 열 살도 넘게 차이 나는 남자에게 마음을 빼앗긴 것도 모자라 앞날이 창창했던 발레리나의 길까지 내려놓고 일찍 아이를 낳아 가정을 꾸렸으니 쉽게 받아들이기 힘들었다.하지만 사람은 오래 지켜봐야 진짜 모습을 알 수 있는 법이었다.송지훈은 나이가 좀 많다는 것만 빼면 흠잡을 곳이 없었다.사람을 대하는 태도도 성격도 반듯했다.무엇보다 구이현의 까다로운 성격과 철없는 투정까지 조건 없이 받아 줬고 처음부터 지금까지 한결같이 잘해 줬다.송지훈은 어른들에게 효도했고 아내를 존중했다.심지어 꾸꾸의 출생 신고를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97화

    하도진의 입꼬리는 살짝 올라가 있었다.본가에 들어설 때까지도 그런 미소는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주주와 연이는 요즘 할 줄 아는 말이 점점 많아졌다.두 아이는 작은 머리를 맞댄 채 거실에 쪼그려 앉아 증조할아버지가 새로 들인 앵무새를 구경하고 있었다.“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앵무새는 초록빛이 감도는 화려한 깃털을 가졌고 부리 주변에는 선명한 붉은빛이 돌았다.앵무새는 반짝이는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제법 사람 흉내를 내 말도 따라 했다.연이는 깔깔 웃으며 따라 외쳤다.“새야, 안녕.”그러다 뒤를 돌아봤다가 아빠가 한쪽 무릎을 꿇고 엄마의 신발을 벗겨 주는 걸 발견했다.연이는 곧장 쪼르르 달려가 민하윤의 손을 잡고 새장을 가리키며 자랑했다.“새! 새!”민하윤은 아들을 안아 올려 볼에 뽀뽀하고는 조금 어리둥절한 얼굴로 물었다.“무슨 새?”“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앵무새가 새장 안 횃대 위를 왔다 갔다 하며 사람만 보면 영리하게 외쳤다.“안녕하세요!”하지만 두 아이의 관심은 오래가지 않았다.몇 분 놀더니 금세 앵무새를 거실에 내버려두고 가사 도우미에게 딸기를 씻어 달라고 졸랐다.저녁 식탁에서는 김옥자가 두 아이의 생일 이야기를 꺼냈다.나이가 들수록 집안에 사람이 많이 모이는 게 좋다며 이번에는 호텔에서 제대로 생일잔치를 열자고 했다.민하윤은 어른의 호의를 무안하게 만들지 않으면서 어떻게 이 생각을 말릴지 고민하고 있었다.그때 하도진이 갑자기 식탁 아래로 손을 뻗어 민하윤의 왼손을 잡았다.민하윤은 살짝 당황해 하도진을 흘겨보며 손을 빼려고 했다.하지만 하도진은 턱을 아주 조금 들어 김옥자 쪽을 한번 바라봤다.의미는 너무나 분명했다.민하윤은 얼굴을 찌푸리다가 곧바로 알아차렸고 더는 손을 빼지 않고 하도진이 잡은 채로 내버려뒀다.그때 하도진이 먼저 입을 열었다.“할머니, 애들이 아직 얼마나 됐다고 벌써 호텔까지 잡아서 생일잔치를 해요? 별로 상관도 없는 사람들 잔뜩 불러 놓고 괜히 번거롭기만 하잖아요.”말투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96화

    10분 뒤, 이남주는 자기 몫으로 받은 선물 상자를 안고 민하윤의 사무실로 들어왔다.“저 새해 연휴 끝나고 일주일 휴가 냈어요. 본가에 좀 다녀오려고요.”그러면서 과일 상자를 내려놓았다.“이 과일들 품질 꽤 괜찮던데... 부장님이 가져가서 두 아들한테 주세요.”민하윤은 할 말을 잃었다.‘이게 바로 말로만 듣던 텔레파시인가...’그때 이남주가 물었다.“그런데 왜 저를 부르셨어요?”민하윤은 멋쩍게 웃으며 자초지종을 설명했다.이남주는 한참을 웃더니 허리까지 제대로 펴지 못했다.“저는 예전에 쌍둥이 부모들이 왜 그러는지 진짜 이해 못 했거든요.”“똑같이 생긴 애가 둘이나 있는데 굳이 똑같은 옷, 똑같은 신발을 사 주잖아요. 남들이 구별할까 봐 그러는 줄 알았어요.”이남주는 웃음을 겨우 참으며 덧붙였다.“이제는 좀 알 것 같네요.”민하윤은 말하자면 눈물 없이는 못 듣는다는 얼굴로 연신 고맙다고 했다.“그러면 사양 안 하고 받을게요. 고마워요.”...하도진은 민하윤을 데리러 은행 근처까지 와 있었다.잠시 뒤 민하윤에게 전화가 왔다.차를 좀 더 가까이 세우고 직접 건물 안으로 들어와 달라는 부탁이었다.하도진은 바로 빈정거리듯 말했다.“애틋한 선배가 떠났으니 이제야 나도 사람들 앞에 내놓을 생각이야?”예상대로 전화기 너머에서 민하윤의 욕 한마디가 날아왔다.민하윤은 전화를 끊고 과일 상자 몇 개를 어떻게 엘리베이터까지 옮길지 고민했다.그때 서용우가 먼저 다가와 반갑게 인사했다.그는 눈치도 빨라 곧바로 과일 상자를 들어 엘리베이터 안까지 옮겨 줬다.민하윤은 고맙다고 인사하며 근황을 물었다.젊고 밝은 성격의 서용우는 조금 쑥스러운 듯 머리를 긁적였다.“부장님, 저 지난주에 고객팀 팀장으로 승진했어요. 월급도 15퍼센트 올랐고요.”두 사람이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 엘리베이터가 1층에 도착했다.서용우는 과일 상자를 밖까지 옮겨 준 뒤 택시까지 불러 주려고 했다.“괜찮아요. 저를... 데리러 온 사람이 있어서요.”민하윤이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95화

    백누리가 공항에서 엉망으로 울어 화장까지 번진 사진은 무려 일주일 동안 연예 뉴스 메인을 장식했다.소속사 홍보팀 직원들이 어떻게든 기사를 내리려고 애썼지만 끝내 실패했다.나은지는 새로 계약한 남자 배우를 데리고 지벤의 레드카펫 행사에 다녀온 참이었다.돌아오자마자 연예 뉴스 실시간 검색어에 떡하니 걸려 있는 기사를 보고 얼굴이 일그러질 만큼 화가 났다.백누리를 처음부터 지금 자리까지 끌어올린 사람이 바로 나은지였다.가장 힘들었던 시절, 백누리는 웹드라마에서 이름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 단역밖에 맡지 못했다.한 달 내내 촬영장에서 고생하고 받은 돈이 고작 70만 원이었다.그마저도 작품이 공개되고 나니 무능한 제작자가 편집을 엉망으로 해 백누리의 장면은 몇 컷밖에 남지 않았다.데뷔한 순간부터 지금까지 두 사람은 서로 의지하며 버텨 왔다.그동안 겪은 일들은 남들에게 일일이 설명하기도 어려울 만큼 많았다.나은지가 백누리를 아끼는 만큼 지금의 분노도 컸다.방바닥에는 구겨진 휴지가 잔뜩 널려 있었다.나은지는 그 한가운데 서서 백누리의 코앞을 가리키며 쏘아붙였다.“너 미쳤어? 인생의 첫 여우주연상을 받는 날에 시상식에서 도망쳐서 공항까지 가더니 화장이 다 번지도록 울고 그 꼴을 행인들한테 찍혀 인터넷에 올라가게 해?”“내가 네 경쟁 배우들이었으면 자다가도 웃다가 깨겠어. 넌 지금 네 커리어를 스스로 박살 내고 있는 거야!”“장 감독님한테도 제대로 찍혔고 업계 사람들한테는 웃음거리까지 됐어!”나은지의 목소리가 점점 높아졌다.“일하기 싫으면 그냥 말해. 스무 살 넘은 어린 애들이 네 자리 하나 차지하려고 눈에 불을 켜고 줄 서 있어.”“경쟁 배우들은 네가 한 번만 삐끗하길 기다렸다가 네 명품 광고 다 뺏어 가려고 난리라고!”백누리는 두 무릎을 끌어안은 채 얼굴을 파묻고 있었고 퉁퉁 부은 눈가에는 물기가 번들거렸다.지금의 백누리는 깨져 버린 도자기 인형처럼 위태로워 보였다.말도 없고 아무런 반응도 없었다.평소 같았으면 벌써 실실 웃으며 나은지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794화

    “네.”임형섭은 모르는 척 짧게 대답했지만 시선은 계속 엘리베이터 쪽을 향하고 있었다.백누리가 그 모습을 보고 물었다.“하윤이한테도 인사하고 가실래요? 제가 전화할게요. 조금만 늦게 비행기를 타시면...”하지만 임형섭은 고개를 저으며 백누리가 전화를 걸려는 걸 막았고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 웃으며 말했다.“왔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들지만 막상 얼굴을 볼 용기는 없네요. 보면... 못 떠날 것 같아서요.”백누리는 코를 훌쩍이고는 일부러 장난스럽게 물었다.“다른 사람을 좋아해 볼 생각은 한 번도 안 해보셨어요?”임형섭은 대답을 피했고 그저 웃으며 가방을 메고 돌아섰다.탑승구로 들어가기 전, 임형섭은 백누리가 있는 쪽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백누리도 애써 웃음을 지으며 곧바로 손을 흔들어 답했다.야위고 훤칠한 뒷모습이 터미널 너머로 완전히 사라지는 순간, 백누리의 눈에서 참았던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백누리는 울면서 민하윤에게 전화를 걸었다.“왜 안 왔어? 왜 배웅하러 안 왔어...”백누리는 울먹이며 따지듯 말했다.“이번이 마지막일 수도 있잖아. 다시는 못 볼 수도 있는데...”민하윤은 전화기 너머에서 들려오는 울음과 원망 섞인 목소리를 듣기만 했고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백누리는 결국 전화를 끊더니 그 자리에 쪼그려 앉아 엉엉 울었다.주변 사람들이 하나둘 휴대전화를 들어 백누리를 찍기 시작했다.하지만 이번에는 더 이상 카메라를 가려 주는 사람이 없었다....하도진은 인삼 생강차를 끓여 민하윤 앞에 가져다 놓으며 물었다.“무슨 생각 하는 거야?”민하윤은 휴대전화를 내려놓았다.그리고 먼저 다가가 하도진을 뒤에서 꼭 끌어안았다.넓고 단단한 등에 얼굴을 묻자 속눈썹 끝에 맺혀 있던 눈물이 셔츠를 서서히 적셨다.하도진은 놀라 급히 뒤를 돌아보려 했다.하지만 민하윤은 어디서 그런 힘이 났는지 하도진의 어깨를 꽉 붙잡고 돌아보지 못하게 했다.“무슨 일인데?”민하윤의 몸이 희미하게 떨렸다.민하윤은 계속 고개만 저으며 입술을 깨문

Bab Lainnya
Jelajahi dan baca novel bagus secara gratis
Akses gratis ke berbagai novel bagus di aplikasi GoodNovel. Unduh buku yang kamu suka dan baca di mana saja & kapan saja.
Baca buku gratis di Aplikasi
Pindai kode untuk membaca di Aplikasi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