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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3화

Author: 금소
새벽 두 시.

창밖에서는 아직도 밤바람이 멎지 않았고, 가득 핀 벚꽃이 바람을 따라 사각사각 흔들렸다. 은은한 꽃향기가 실처럼 가늘게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

침대 한쪽이 조용히 꺼졌다.

남자는 초봄 한밤의 냉기를 그대로 몸에 두른 채, 옷도 갈아입지 않고 누워 뒤에서 민하윤을 끌어안았다.

민하윤은 원래 잠이 얕았다. 몸을 웅크린 채 자고 있다가 금세 눈을 떴고, 본능적으로 허리와 아랫배를 감싸고 있는 하도진의 두 손을 떼어 내려 했다.

“깼어?”

하도진의 목소리는 잠긴 듯 낮았다. 까슬하게 올라온 턱수염이 민하윤의 어깨를 살짝 스쳤다.

불도 켜지지 않은 방 안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깊고 얕은 숨소리만 들으며 누워 있었다.

“하윤아, 무서웠지?”

하도진은 민하윤의 손을 도로 감싸 쥐고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더 강하게 품 안에 가뒀다.

민하윤은 어둠 속에서 하도진을 등진 채 누워 있었다.

그래서 하도진이 지금 어떤 얼굴로 이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

하도진은 숨을 깊게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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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353화

    새벽 두 시.창밖에서는 아직도 밤바람이 멎지 않았고, 가득 핀 벚꽃이 바람을 따라 사각사각 흔들렸다. 은은한 꽃향기가 실처럼 가늘게 방 안으로 스며들었다.침대 한쪽이 조용히 꺼졌다.남자는 초봄 한밤의 냉기를 그대로 몸에 두른 채, 옷도 갈아입지 않고 누워 뒤에서 민하윤을 끌어안았다.민하윤은 원래 잠이 얕았다. 몸을 웅크린 채 자고 있다가 금세 눈을 떴고, 본능적으로 허리와 아랫배를 감싸고 있는 하도진의 두 손을 떼어 내려 했다.“깼어?”하도진의 목소리는 잠긴 듯 낮았다. 까슬하게 올라온 턱수염이 민하윤의 어깨를 살짝 스쳤다.불도 켜지지 않은 방 안에서 두 사람은 서로의 깊고 얕은 숨소리만 들으며 누워 있었다.“하윤아, 무서웠지?”하도진은 민하윤의 손을 도로 감싸 쥐고 놓아주지 않겠다는 듯 더 강하게 품 안에 가뒀다.민하윤은 어둠 속에서 하도진을 등진 채 누워 있었다.그래서 하도진이 지금 어떤 얼굴로 이 말을 하는지는 알 수 없었다.하도진은 숨을 깊게 들이켰다. 목울대가 민하윤의 가늘고 여린 등에 닿았다. 하도진은 얼굴을 민하윤 목덜미에 묻고 헝클어진 머리카락 사이로 스며든 익숙하고 좋은 향기를 조용히 맡았다.민하윤은 몸이 딱딱하게 굳었다.자기도 모르게 긴장으로 등이 뻣뻣해졌다. 민하윤은 뱃속 아이가 다칠까 봐 감히 움직이지도 못했다.하도진은 이미 민하윤의 침묵에 익숙해져 있었다.하도진은 꾹 참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눈가에 차오른 뜨거운 기운을 애써 눌러 삼켰다.“내가 없을 때 그 미친 여자가 널 다치게 했어?”“하윤아, 너는 맨날 아픈 것도 참고 삼키기만 할 거야?”하도진이 내뿜는 숨결 때문에 서늘해야 할 밤공기가 이상하게도 뜨겁고 아슬하게 달아올랐다.목소리는 낮고 사람을 홀리는 듯했지만 그 밑에는 다른 감정이 가늘게 섞여 있었다.민하윤은 그 감정을 조금 더 들여다보고 싶었다.하지만 하도진은 그럴 틈을 주지 않았다.하도진은 민하윤의 어깨를 돌려 억지로 자신을 보게 만들었다.뜨거운 숨결이 민하윤의 피부 위로 쏟아졌다.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352화

    민희수는 손이 보이지 않을 만큼 바쁘게 움직였다.새 쇼핑백을 몇 개 더 끌어와 눈에 보이는 가방들을 닥치는 대로 쓸어 담기 시작했다.몇 미터는 족히 되어 보이는 유리 아일랜드장 안에는 보석과 장신구가 가득했다.젊은 취향의 핑크 다이아 풀세트, 사파이어 목걸이, 색색의 보석들이 정신없을 만큼 진열돼 있었다.소장용 비취 팔찌와 펜던트도 눈에 띄었다. 투명도도 뛰어났고 빛깔도 좋았다. 크기까지 커서, 한 번 시선이 닿으면 쉽게 떼기 어려울 정도였다.이 드레스룸 전체가 돈으로 찍어 누르듯 꾸며진 공간 같았다.태그도 떼지 않은 새 옷과 가방이 그냥 먼지를 뒤집어쓴 채 놓여 있었다.이 정도쯤 되면 단순히 돈만 많다고 되는 일이 아니었다.엄청난 돈은 물론이고, 그만큼의 애정과 정성까지 있어야 가능한 일이었다.민하윤은 늘 궁핍한 삶에 익숙했던 사람이었다.이런 값비싼 물건들에 애착을 느낄 사람이 아니었다. 이렇게 귀한 것들을 쌓아 두고 먼지만 앉게 놔둘 리도 없었다.그러니 이 모든 건 민하윤이 산 게 아니라 하씨 가문의 그 은밀한 후계자가 민하윤을 위해 준비해 둔 것일 수밖에 없었다.질투가 민희수의 이성을 완전히 집어삼켰다.그 순간, 민희수는 민하윤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고 자신이 그 자리를 대신해 여기 남고 싶다는 생각까지 했다.견딜 수 없는 불공평함이 가슴속에서 들끓었다.‘왜 민하윤이 이런 사랑을 받아야 하지? 말도 못 하는 그 여자가 왜 이렇게까지 정성 어린 사랑을 받아야 하느냐고!’그런 생각에 민희수의 속은 점점 더 타들어 갔다.민희수는 입술을 꽉 깨문 채 눈물을 뚝뚝 떨구면서도 거의 미친 사람처럼 드레스룸을 털어 갔다.그리고 그 뒤로 검은 제복을 입은 건장한 남자들이 이미 여러 겹으로 에워싸고 있다는 사실조차 눈치채지 못했다....한편 하도진의 얼굴은 얼음장처럼 차가웠다.하도진은 공항 터미널 밖으로 반짝이는 불빛들을 노려보며 전화기 너머를 향해 낮고 서늘한 목소리로 쏘아붙였다.“매년 관리비를 수천만 원씩 내는데 그 돈을 받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351화

    민하윤은 바닥에 주저앉은 채, 마치 희망이라도 본 사람처럼 현관문 쪽을 올려다봤다.나지혜는 콧노래를 흥얼거리며 양손에 채소와 과일이 가득 든 봉투 두 개를 들고 들어오다가 거실 바닥에 주저앉아 있는 민하윤을 보자마자 얼굴이 하얗게 질렸다.“사모님, 어디 불편하세요? 얼굴이 왜 이렇게 안 좋아요? 어머나, 식은땀까지 이렇게 많이...”나지혜는 목소리까지 떨며 들고 있던 장바구니를 바닥에 내팽개치고 달려왔다. 그러고는 허둥지둥 휴대폰을 꺼내 응급차를 부르려 했다.민하윤은 숨을 고르며 나지혜의 손을 덥석 붙잡았다. 핏기 하나 없는 입술로 아무 말도 하지 못한 채, 다급하게 2층 쪽을 가리켰다.나지혜가 민하윤의 손끝을 따라 고개를 들었다. 위층에서 무언가를 뒤지는 소리가 희미하게 들렸다. 나지혜는 입을 틀어막고 소곤거렸다.“집에 도둑 든 거예요?”민하윤은 힘겹게 고개를 끄덕였다. 손끝이 떨렸지만 애써 수어를 이어 갔다.[관리실이랑 경비팀에 연락해서 처리해 주세요.]나지혜는 놀란 얼굴로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데도 민하윤의 안색이 너무 안 좋아 보여 마음이 놓이지 않았다.“사모님, 그래도 구급차부터 부를게요. 어디 다치신 거 아니에요?”‘안 돼...’민하윤은 급한 마음에 입까지 벌렸지만 당연히 소리는 나오지 않았다. 민하윤은 나지혜 손을 붙잡고 연신 고개를 저었다.[저는 괜찮아요. 그냥 한 번 넘어진 게 너무 놀라서 그래요. 다친 데는 없어요.]민하윤은 억지로라도 미소를 지어 보였다. 나지혜를 안심시키기 위해서였다.한편 민희수는 눈이 번쩍였다.복도 끝쪽에 있는 방으로 들어선 민희수는 통유리창 앞에 서서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명원시 상권을 바라봤다.방 안에는 거대한 침대가 놓여 있었고 검은색과 회색 위주의 단정한 침구가 깔려 있었다. 차갑고 고급스러운 백단과 화이트티 향이 은은하게 퍼졌다.민희수는 무의식적으로 손을 뻗어 침대를 한 번 쓸어 보더니 낮게 웃음을 흘렸다.남자 옷방은 완벽하게 정돈되어 있었다. 잘 다려진 고급 맞춤 정장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350화

    민희수는 민하윤의 물기가 어릴 정도로 하얗고 부드러운 피부를 악착같이 노려봤다.‘이렇게 땅값 비싼 고급 저택에 살면서 명원시 상류층 여자들도 감히 넘볼 수 없는 남자와 결혼하다니. 민하윤이 대체 뭐라고... 말도 못 하는 주제에 왜 이렇게 편하게 잘살고 있는 건데? 오히려 민하윤이 진서우한테 시집가야 했어. 겉보기만 번지르르한 그 짐승 같은 놈한테 맞고 또 맞아서 온몸이 멍투성이가 되고 아이까지 잃어야 했다고! 원래 그 결혼은 민하윤의 몫이었잖아...’그런데 왜 자기가 이 고통을 다 떠안아야 하고 민하윤은 이렇게 편하게 살아야 하느냐는 생각에 민희수는 머릿속에 질투가 걷잡을 수 없이 부풀어 올랐다.민희수는 눈이 시뻘게진 채 성큼성큼 현관 쪽으로 다가왔다. 그리고 민하윤의 코앞에 손가락을 들이대며 이제는 아예 가면도 벗어 던졌다.“언니, 병원에 누워 있는 그 늙은것들이 언니의 친부모지 나랑 무슨 상관인데? 끝까지 모르는 척하겠다는 거야? 그 인간들은 진작 유언장 써 놨어. 민씨 가문의 부동산도, 회사 지분도, 돈도, 차도 다 나한테 준다고...”민희수는 이를 악물며 내뱉었다.“나는 그 인간들이 당장 죽어 버리기만 기다리고 있었어. 그래야 재산 정리해서 해외로 튈 거 아니야. 진서우 그 쓰레기가 진 빚을 왜 내가 갚아야 해?”민하윤은 그대로 굳어 버렸다.민희수가 그저 제멋대로 자라 버린 줄만 알았지 짐승만도 못한 인간일 줄은 몰랐다.민성현과 송해정은 피 한 방울 안 섞인 입양한 딸을 눈에 넣어도 안 아플 만큼 끔찍이 아꼈다. 민희수가 하늘의 별이라도 갖고 싶다고 하면, 별이라도 따서 바칠 사람들이었다.민하윤은 이 모든 게 너무도 비참하게 느껴졌다.민성현과 송해정이 그렇게 금이야 옥이야 키운 딸이 자기들을 늙은것들이라고 욕하고 빨리 죽어서 유산이나 남기라고 저주하는 걸 들으면 무슨 생각이 들겠는가.민하윤은 숨을 길게 들이켰다.병원에 누워 있다는 부모님이 오히려 조금은 가엾게 느껴졌다. 지금 당장 여기 와서 자기들이 어떻게 딸을 키워 냈는지 똑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349화

    민하윤의 얼굴이 한순간 새하얗게 질렸다. 가라앉아 있던 기억이 하나둘 다시 떠올랐다.새해 첫날이었다. 민하윤은 직접 지방 출장을 지원했고 공항에서 탑승을 기다리다가 오랜만에 SNS를 들여다봤다.그러다 우연히 민희수의 게시물을 보게 됐다. 민씨 가문의 부모와 민희수 부부, 네 사람이 식탁에 둘러앉아 다정하게 찍은 사진이었다. 민희수는 거기에 문장까지 덧붙여 놨다.[새해 최고의 선물은 이미 뱃속에 있어요. 우리 가족의 첫 번째 가족사진.]4월의 명원시에는 꽃이 한창이었다. 목련도 피고 온갖 색의 튤립도 만개했고 분홍빛 벚꽃도 거리와 공원을 가득 채웠다.민희수는 그 뒤로도 한 번 더 사진을 올렸다. 셀카 속의 민희수는 유난히 지쳐 보였고 민하윤은 그때만 해도 임신 초기라 컨디션이 안 좋은 줄로만 알았다.그제야 민하윤은 전부 떠올렸다.민하윤은 눈빛에 비친 놀라움을 거두고 차가운 표정으로 뒤로 한 걸음 물러났다. 그러고는 본능적으로 올려뒀던 손을 아랫배에서 슬며시 떼어 냈다. 민희수가 눈치챌까 봐서였다.“언니, 제발 도와줘. 나 진짜 잘못했어. 그때 언니한테 그렇게 못되게 굴면 안 됐어. 언니는 내 언니잖아. 설마 엄마 아빠랑 나를 모르는 척할 거야?”민희수는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눈물범벅이 되어 울부짖었다. 입술에는 핏기 하나 없었다.“진서우 그 개자식이 날 때렸어. 한 번도 아니고 여러 번... 그래서 내 아이도 없어졌어.”[언니? 이제 와서 내가 민씨 가문 사람으로 보이는 거야?]민하윤은 싸늘하게 웃으며 손짓했다.[우리 생일은 하루 차이였어. 그런데 내가 민씨 가문에서 생일상 한 번 받아 본 적 있었어?]그러자 민희수는 표정이 확 굳어졌다. 목까지 올라온 말이 막힌 듯 한동안 입만 달싹이다가 겨우 입을 열었다.“그럼 엄마 아빠도 그냥 버릴 거야? 진서우 때문에 지금 집안이 완전히 망하게 생겼어. 처음에는 자금이 잠깐만 필요하다면서 아빠한테 60억을 빌려 갔는데 그 인간이 뒤에서 우리 집 장부에 있던 돈을 전부 빼돌렸어.”민희수는 점점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348화

    하도진이 고개를 들어 대형 스크린을 바라보자 에스티 그룹의 이름은 분명히 올라가 있었다.서북 프로젝트는 정말 하도진의 손에 들어왔다.그런데 주민혁 쪽에도 함께 돌아갔다.역시 도 시장은 관가에서 오래 굴러온 사람이었다.머지않아 명원시로 자리를 옮길 사람답게 에스티 그룹도 주원 그룹도 함부로 건드릴 수 없다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었다.도 시장은 결국 누구 편도 들지 않고 누구도 적으로 돌리지 않는 쪽을 선택한 셈이었다.서북 프로젝트는 결국 에스티 그룹과 주원 그룹, 두 곳에 나뉘어 가졌다.하도진은 미간을 깊게 찌푸렸다.회의장 입구 쪽, 조명이 닿지 않는 그늘에 키 큰 남자가 비스듬히 서 있었다.다름 아닌 주민혁이었다.주민혁은 이 결과가 전혀 뜻밖이 아니라는 듯, 눈썹을 치켜올리고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두 손을 펼쳐 보였다. 마치 먼저 들어가 보라는 듯한 몸짓이었다.짙은 남색 정장을 입은 여자 사회자가 다시 차분하게 순서를 이어 갔다.선정된 기업 대표들과 관계자들이 차례로 무대에 올라 협약서에 서명해 달라는 안내였다.하도진은 숨을 길게 들이마신 뒤 직인을 챙겨 자리에서 일어났다.그러자 주민혁도 한 발 뒤에서 자연스럽게 따라붙었다.하도진은 억지로 웃음을 걸치고 관계자들과 악수했다.수많은 카메라 플래시와 취재진의 시선이 쏟아지는 가운데 하도진은 서북 프로젝트 의향 계약서에 서명했다.두 사람은 앞뒤로 무대에서 내려왔다.그 순간 주민혁이 하도진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붙이며 낮게 말했다.“형, 내가 진작 말했잖아. 형이 원하는 건 전부 내가 가로챈다고... 이번에는 형이 운 좋았던 거야. 형이 도 시장의 약점을 잡았잖아. 그게 아니었으면 서북 프로젝트를 형한테 절반이나 떼어 줄 일은 없었거든.”하도진은 차갑게 웃었다.“서북 프로젝트 따내면 뭐가 달라져? 주원 그룹 안에서 네가 발언권이 생길 것 같아?”그러자 주민혁 입꼬리가 천천히 올라갔다.어둠 속에서 하얀 이가 드러났다.“그 말 못 하는 여자 말이야. 예전에 약혼자 하나 있지 않았어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201화

    하도진은 민하윤도 그저 명예와 돈만 밝히는 다른 여자들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었다.하지만 이제는 깨달았다. 그녀는 진정한 행복 근처에도 발조차 들여놓아 본 적이 없었고 단 하룻밤 인연뿐인 남자에게 자존심을 다 버리고 매달리는 것만이 그녀에겐 고통스럽지만 피할 수 없는 유일한 길이었음을.하도진은 술기운에 취해버리려 했으나 보글보글 끓어오르는 생강 물을 보는 순간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는 손에 들고 있던 잔을 거칠게 바닥으로 내동댕이쳤다.얼음 조각과 함께 박살 난 유리 파편이 순식간에 사방으로 튀었다.난생처음 끓여보는 생강차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202화

    컵의 절반 정도를 겨우 먹인 하도진은 수건을 가져와 미온수에 적셔와 서툰 손길로 그녀의 이마와 손바닥을 정성스럽게 닦아내기 시작했다.몇 번이고 반복되는 지루한 간호 끝에, 새벽녘이 되어서야 민하윤의 상기된 얼굴이 제빛을 찾고 호흡도 고르게 변했다.체온계로 정상 수치를 확인한 하도진은 그제야 긴장이 풀린 듯, 옷도 벗지 못한 채 침대 한쪽 끝에 그대로 쓰러져 잠들었다.민하윤이 눈을 뜬 것은 허기 때문이었다. 낯선 천장과 주변 풍경에 당황한 그녀의 눈에 회백색의 고급스럽지만 차가운 인테리어가 들어왔다. 주인이 얼마나 재미없는 사람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200화

    민하윤은 조수석에 몸을 웅크린 채 앉아 있었다. 하도진의 캐시미어 코트가 그녀 위에 덮여 있었고 은은하게 좋은 향이 배어 나왔다.그녀는 입꼬리를 아주 조금 끌어올린 채 고개를 돌려 눈을 감았다. 17살 이후로, 누구의 사랑도 바라지 않게 되었다. 성장이라는 이름의 과제는 무감각하고도 아프기만 했다.불편한 기억들은 오래전부터 마음속 깊이 묻어 두었다. 돌이켜 보면, 민씨 가문으로 돌아간 그 순간부터 송해정은 본능적으로 그녀를 밀어내고 혐오하고 있었다.차는 르네 별장의 메인 도로 옆에 멈췄다. 어둠이 내려앉는 시간, 짙은 남색 하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203화

    민하윤은 그릇을 밀쳐냈다. 속이 뒤집히며 몰려오는 강렬한 구역질에 그녀는 서둘러 일어나 1층 화장실로 달려가 전부 쏟아냈다.어제 아침 이후로 아무것도 먹지 못한 탓에 나온 것이라곤 끈적한 점액질과 방금 마신 삼계탕 두 모금이 전부였다.“괜찮아?”하도진이 물 한 컵을 들고 다가와 그녀의 등을 가만히 쓸어내렸다.민하윤은 몸을 일으켜 수어로 답하려 했으나 그 순간 다시 허리를 숙여 하도진이 보는 앞에서 점성 섞인 위액을 토해냈다.[아마 열 때문에... 속이 안 좋은 걸 거예요. 다른 오해는 마세요.]지난번 상상임신 때의 전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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