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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5화

Author: 금소
민하윤은 씩씩대면서 수화를 한 뒤 두 손을 축 내려뜨렸다.

하도진의 미간이 더 심하게 찌푸려졌다. 그는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민하윤을 지긋이 바라보았고 그의 시선에 조금 찔린 민하윤은 속으로 투덜댔다.

‘보긴 뭘 봐? 수화는 알지도 못하면서.’

하도진은 민하윤을 잠시 바라보다가 시선을 거두어들였다.

“나랑 이혼하겠다고 할 줄 알았는데. 내가 널 얕봤네.”

원래는 이혼할 생각이었다. 그러나 지금 민하윤은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다. 수백억의 가치를 지닌 에스티와의 협력 프로젝트를 망쳤으니 임원들은 민하윤을 질책할 것이고 심한 경우 임형섭까지 좌천될 수 있었다.

만약 직장을 잃는다면 지금 은행 잔액으로는 다음 달 말까지 버틸 수가 없었다.

자존심을 부리는 것도 생존이 가능한 상황에서야 가능했다. 게다가 서동민은 아주 비싼 수입 약을 사용해야 했고 24시간 내내 간병인이 옆에서 돌봐줘야 했다. 지금 민하윤은 달리 기댈 데가 없으니 참고 견디는 수밖에 없었다.

[그러려고 했었는데 지금은 아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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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329화

    붉은 테일램프를 번쩍이던 롤스로이스는 이내 사거리 너머로 사라졌다.민하윤은 등을 돌린 채 바람 속에 서 있었다.머리끝이 사방으로 흩날렸다. 명원시의 4월은 제법 날이 풀렸지만 밤공기는 여전히 차가웠고, 쌀쌀한 바람은 어둠 속에서 낮고 쉰 숨소리처럼 휑한 벌판을 훑고 지나갔다.임형섭은 한동안 가늘고 여린 민하윤의 뒷모습을 바라보다가 끝내 손을 뻗어 민하윤의 어깨를 붙잡았다.“집까지 데려다줄게.”상의하는 말투가 아니었다.임형섭은 곧바로 조수석 문을 열고, 민하윤의 어깨를 가볍게 눌러 차에 태웠다.민하윤은 입술만 꾹 다물었다.민하윤은 임형섭이 이렇게까지 싸늘한 표정을 거의 본 적이 없었다.차는 어두운 도로 위를 묵묵히 달렸다.앞에서 끼어들려는 차 한 대가 불쑥 들어왔다.임형섭은 표정을 굳은 채 속도를 줄이지 않았다.상대가 급히 핸들을 왼쪽으로 꺾는 바람에 두 차는 거의 스치듯 지나갔다.“미친 거 아냐? 한 번 끼워 주면 죽기라도 하는 거야?”끼어들던 차 운전자가 반쯤 내린 창문 너머로 욕설을 퍼부었다.임형섭은 차갑게 한 번 쳐다보더니, 입술만 달싹이면서 욕을 돌려줬다.민하윤은 놀란 얼굴로 고개를 돌려 임형섭을 봤다.임형섭은 속에 응어리가 잔뜩 맺혀 있었다.속도계 바늘도 어느새 제한속도 바로 아래까지 올라가 있었다.민하윤은 점점 더 불편해졌다.차 안은 너무 조용했지만 그 침묵이 더 견디기 힘들었다.“하윤아.”임형섭이 갑자기 길가에 차를 세웠다.임형섭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 마치 스스로에게 용기를 주는 사람 같았다.“아무도 생각하지 말고 정말 네 마음만 생각해서 대답해 줘.”임형섭은 한 손목을 핸들에 걸친 채 몸을 틀어 민하윤을 똑바로 바라봤다.“명원시를 떠나는 건 어때? 해외로 나가서 살 생각은 없어?”‘명원시를 떠난다고... 해외로 간다고?’“누구 눈치도 보지 말고, 돈 걱정도 하지 마.임형섭은 오래 품고 있던 말을 한꺼번에 꺼냈다.“지금 너에게는 기회가 있어. 너만 원하면 렉스톤에 있는 은행으로 옮길 수 있어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328화

    주민혁은 미간을 찌푸리며 속으로 낮게 욕설을 뱉었다.민하윤의 손이 가늘게 떨리자 임형섭은 차가운 시선으로 경찰을 바라봤다.“질문을 바꿔 주실 수 있을까요?”경찰은 곤란한 표정으로 고개를 저었다.“죄송합니다. 민하윤 씨, 심정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그래도 절차상 확인해야 하는 부분이라 규정대로 진술을 받아야 합니다.”민하윤은 깊게 숨을 들이켠 뒤, 펜을 종이 위에 내리꽂듯 움직였다.임형섭은 숨조차 제대로 쉬기 힘들었다. 뜨거운 물이 손등에 쏟아지는 줄도 모르고 일회용 종이컵을 세게 구겨 쥐었다.임형섭의 관자놀이가 미세하게 뛰었다. 겉으로는 간신히 침착한 얼굴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속에서는 짙고 어두운 충동이 걷잡을 수 없이 자라나고 있었다.세상에 완벽한 성인군자는 없었다.임형섭은 늘 말끔한 수트 차림에 단정하고 점잖은 얼굴로 사람을 대했다. 부드럽고 예의 바른 태도도 어디까지나 남이 선을 넘지 않을 때만 가능한 일이었다.지금 임형섭의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뿐이었다.장민현을 죽이고 싶었다.민하윤이 그 순간 얼마나 무서웠을지 얼마나 절망했을지 상상조차 하기 싫었다.목소리조차 낼 수 없는 민하윤이 도움을 청하지도 못한 채 버텼을 시간을 떠올리자 임형섭은 숨이 턱 막혔다.‘주민혁이 조금만 늦었더라면...’임형섭은 민하윤을 너무 잘 알았다.‘하윤의 성격이라면...’임형섭은 그 뒤를 끝까지 생각하지 못한 채 숨을 길게 들이켰다.그리고 본래 형태도 알아볼 수 없게 찌그러진 종이컵을 조용히 탁자 위에 내려놓았다.경찰은 서로 눈을 마주치고는 주민혁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이제 주민혁 씨 차례입니다. 말리다가 주먹이 나간 건 이해하더라도 왜 사람을 시켜 폭행하게 했습니까?”주민혁은 느슨한 태도를 유지한 채 경찰 질문에도 태연하게 대응했다.“제 경호원이 사람을 때린 건 잘못이죠. 그런데 그런 말씀 하실 거면 증거부터 있어야 하지 않겠어요?”주민혁은 피식 웃었다.“직접 물어보시죠. 제가 시켜서 때렸다고 했습니까? 그리고 표현이 너무 거칠잖아요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327화

    주민혁은 옆으로 고개를 틀어 민하윤을 한 번 봤다.민하윤은 너무 놀란 탓에 아직도 몸을 가늘게 떨고 있었고 얼굴은 핏기 하나 없이 새하얬다.별장 안에서는 아직도 수군거림이 끊이지 않았고, 모두 민하윤을 두고 하는 말이었다.그런데도 민하윤은 등을 곧게 세운 채, 임형섭의 뒤에 조용히 서 있었다. 겉으로는 차분하고 단단해 보였지만, 꽉 쥔 주먹이 민하윤의 상태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었다.그 순간, 주민혁의 심장이 이상하게도 아주 짧고 몇 초쯤 아렸다.그러고는 묵직한 통증과 함께 저릿한 감각이 온몸으로 번졌다.주민혁은 미간을 찌푸렸다.자기 몸이 보이는 반응이 자신도 낯설었다.임형섭은 민하윤을 감싸안듯 지키며 사람들 사이를 빠져나갔다.그 악의적인 시선과 수군거림은 민하윤을 두 번 찌르는 칼과 다를 바 없었다.피해자를 향한 여론은 늘 두 번째 상처가 된다.주민혁은 맨 뒤에서 느긋하게 따라가다가, 문득 걸음을 멈췄다.그리고 민하윤을 향해 악의적으로 떠들던 남자 스태프 앞에 멈춰 섰다.“뭐 하려고요?”남자 스태프는 분명 두려웠으면서도 애써 태연한 척 뒤통수를 긁적였다.주민혁은 갑자기 피식 웃었다.주민혁은 지팡이를 뒤에 서 있던 거구의 경호원에게 넘기고, 얇은 셔츠 소매를 느긋하게 걷어 올렸다. 그러더니 목에 걸린 출입증을 움켜쥔 채 남자 스태프를 단번에 끌어당겼다.아까 그 남자가 내뱉은 말이 주민혁 머릿속에서 계속 부풀어 오르고 있었다.“저는 못 믿겠는데요? 하윤 씨가 뜨려고 먼저 감독님을 꼬신 거 아닙니까? 일이 잘 안 풀리니까 죄를 뒤집어씌운 거고요. 부감독님은 평소에도 여자 출연자나 여자 스태프한테 매너가 좋았어요.”‘매너는 무슨 개소리야.’주민혁은 마른 체형이었지만 그의 주먹은 망설임이 없었다.한순간에 바람을 가르듯 날아간 주먹이 그 입이 더러운 남자 스태프의 얼굴에 그대로 꽂혔다.남자 스태프는 비틀거리며 두 걸음 뒤로 밀려났다.몸이 균형을 잃고 뒤로 넘어가는 와중에도 코에서 터져 나온 피를 손으로 막으려 했다.주민혁의 손가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326화

    현장은 너무 살벌했다. 자칫 사람 하나 죽을까 봐 겁이 난 누군가가 몰래 신고한 모양이었다.“몇 대만 쳤다면서요? 그런데 왜 온몸이 이 모양입니까?”경찰은 대놓고 못 믿겠다는 표정으로 미간을 찌푸리며 경고했다.키가 훤칠한 경호원은 억울하다는 얼굴로 손을 내저었다.“형사님, 저를 억울하게 몰지 마세요. 장민현은 자기 혼자 계단에서 굴러떨어졌습니다.”경호원이 자수는 했지만 장민현이 어떻게 3층에서 떨어졌는지는 일부러 입을 다물었다.별장 안은 쥐 죽은 듯 조용했다. 목격자들이 있어도 다들 약속이라도 한 듯 한마디도 하지 않았다.계단 쪽에 서 있던 낯선 남자는 차가운 독사처럼 한 손을 주머니에 꽂은 채 사람들을 천천히 훑어봤다. 아무 말도 하지 않는데도 그 시선만으로 입을 다물라고 경고하는 것 같았다.경찰이 차갑게 물었다.“왜 사람을 때렸습니까?”하지만 경호원은 끝내 대답하지 않았다. 어차피 직접 때렸다고 해도 최대 열다섯 날 구속하는 게 전부였다.그때 주민혁이 앞으로 나섰다. 주민혁의 눈빛은 서늘하게 가라앉아 있었고 시선은 장민현을 꿰뚫고 있었다.“여자를 성희롱했잖아요. 그러니 맞아도 싸죠.”성희롱이라는 단어가 나오자 사람들의 얼굴빛이 확 바뀌었다.사람들은 거의 동시에 구석에 조용히 서 있던 민하윤을 바라봤고, 무슨 일이었는지 눈치챈 듯 서로 수군거리기 시작했다.“그래서 속옷만 입고 있었던 거네.”“그렇다면... 이미 당한 거야?”“아마 그랬겠지. 말도 못 하니까 소리도 못 지르고...”“쯧쯧... 얼굴도 몸매도 저렇게 눈에 띄는데, 옷까지 저렇게 입고 다니면...”“목에 자국 좀 봐. 누가 문 자국 같은데?”사람들은 목소리를 낮출 생각도 없었다. 가장 더러운 상상으로 민하윤을 재단하며 멋대로 떠들어댔다.그중 남자 스태프 한 명이 툭 던지듯 말했다.“저는 못 믿겠는데요? 하윤 씨가 뜨려고 먼저 감독님을 꼬신 거 아닙니까? 일이 잘 안 풀리니까 죄를 뒤집어씌운 거고요. 부감독님은 평소에도 여자 출연자나 여자 스태프한테 매너가 좋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325화

    누가 신고했는지 알 수 없었다. 잠시 뒤, 빨간색과 파란색 불빛이 번쩍이며 경찰차 두세 대가 사이렌을 울리며 별장 아래에 멈춰 섰다.키가 크고 체격 좋은 제복 차림 경찰들이 별장 일대를 봉쇄했다.감독은 사람들 틈을 헤집고 들어오다가 반쯤 벗은 부감독 장민현을 보자마자 욕부터 튀어나왔다.“장민현, 너 X발 지금 뭐 하는 짓이야!”“경찰은 또 왜 온 거야?”수염이 듬성듬성 난 감독은 검은 공사용 조끼를 걸친 채, 말투부터 거칠었다.감독의 시선이 장민현의 하체로 떨어졌다. 장민현은 회색 타이트한 속바지 하나만 걸치고 있었고, 가랑이 쪽은 오줌에 흠뻑 젖어 얼룩이 크게 번져 있었다.“신고는 누가한 거야!”장민현은 이미 트라우마에 몸을 벌벌 떨고 있었다. 장민현은 민하윤을 건드리려 했던 일을 입 밖에 꺼내지 못했다. 손발로 바닥을 기어다니다가 선두에 선 경찰의 바짓가랑이를 붙잡고 매달렸다.“살려 주세요. 저놈들이 저를 죽이려고 해요.”그 말에 현장이 얼어붙었다.사람들은 상황도 파악하지 못한 채 장민현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방향을 따라 고개를 돌렸다.계단 입구에 어느새 젊은 남녀 한 쌍이 서 있었다.사람들은 예쁜 여자를 단번에 알아봤다. 게스트로 합류해 촬영을 시작한다는 그 여자였다. 백누리의 친구라는 소문도 돌았다.하지만 사람들은 민하윤이 왜 여기 있는지, 장민현이 두 사람을 보고 왜 저렇게 겁에 질린 건지, 아무도 이해하지 못했다.임형섭은 가장 마지막에 별장으로 들어왔다.촬영이 끝난 뒤에야 임형섭은 미처 확인하지 못한 부재중 전화와 메시지를 보고 나무 그늘에 혼자 서서 민하윤에게 답장과 전화를 남겼다.하지만 민하윤은 전화를 받지도 않았고 문자도 답장하지 않았다.임형섭은 입구에 세워진 경찰차 두세 대를 보자마자 미간을 찌푸렸다. 별장 안에서 들려오는 수상한 애원과 비명 때문에 임형섭의 마음속에는 불길한 예감이 차올랐다.임형섭은 걸음을 재촉해 안으로 들어갔다.마침 경찰이 진술을 받는 중이었다.경찰은 펜을 쥔 채, 주민혁을 노골적으로 몰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324화

    별장 안은 텅 비어 있었다. 감시 화면에서 민하윤이 마지막으로 포착된 곳은 2층 계단 입구였다.3층에는 CCTV가 없었다. 그런 생각에 주민혁은 미간을 찌푸렸고 불길한 예감이 들었다.지팡이를 짚고 3층으로 올라가던 주민혁은 마침 그 말을 들었다.“일단 조금 만지기만 할 게. 들어가지는... 않을게. 네 남자한테 차이고 싶지 않으면 우리 일을 비밀로 하는 게 좋을 거야.”그 순간, 주민혁의 눈빛이 어두워졌다. 주민혁은 부감독을 반드시 자기 손으로 직접 죽일 생각이었다. 주민혁은 남이 자신의 사냥감을 탐내는걸, 세상에서 제일 싫어했다.부감독은 아직 상황을 파악하지도 못했고, 민하윤의 치마 지퍼는 아직 반쯤 열린 상태였다.부감독은 키가 2미터에 가까운 거대한 남자에게 붙잡혀 그대로 공중에 들렸다. 발이 바닥에서 떨어진 채, 얼음처럼 차가운 얼굴의 남자 앞으로 끌려갔다.“너희는 누구야...”남자의 목소리가 떨렸다. 조금 전까지 불붙었던 욕망은 순식간에 죽어 버렸다.“너희... 뭘 하려는 건데!”“어떡하지? 나도 아직 민하윤한테 손도 못 댔는데...”주민혁은 천천히 다가가며 코와 입을 가리며 차갑게 내뱉었다.“어떻게 죽여줄까? 무기징역? 아니면...”주민혁은 손가락으로 총 모양을 만들더니 검지로 부감독의 미간에 가져다 댔다. 주민혁의 입술이 느리게 열렸다.“빵! 후...”주민혁은 차갑게 남자를 내려다보면서 손을 거뒀고, 세운 검지에 바람을 불었다.“이렇게 널 죽이면... 그건 너무 싸지.”주민혁의 말에 부감독은 다리가 확 늘어지며 힘이 풀렸다. 회색 속바지가 순식간에 젖었고 오줌이 똑똑 바닥에 고였다.주민혁은 얼굴을 찌푸렸고 역겹다는 듯 반걸음 물러섰다.부감독은 바로 비명을 질렀다. 건장한 경호원은 병아리처럼 부감독을 들어 올렸다. 부감독의 얼굴은 핏기 없이 하얘졌다.경호원은 계단 앞에서 멈췄고 팔을 뻗더니 일부러 손을 놓았다. 그러자 부감독은 바로 계단 아래로 굴러떨어졌다.부감독은 2층 계단 입구까지 기어 올라왔다. 얼굴이 피투성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129화

    송년회가 정식으로 시작되었다. 스크린에 나타난 추첨 판이 계속 돌아갔고 20분마다 추첨 번호를 뽑았다.초대장에 10개 숫자로 된 추첨 번호가 적혀 있었다. 당첨된 사람은 초대장을 가지고 가서 상품을 받으면 되었다.연회장 중심에 원형 무대가 있었고 영롱한 불빛이 무대를 비추었다. 젊은 남녀들이 손을 잡고 하나둘씩 무대로 올라갔다.민하윤은 아무 말 없이 앉아서 먼 곳을 내다보고 있었다. 이때 태유 은행의 한 고층 인사가 입을 열었다.“임 팀장님, 민하윤 씨와 같이 춤을 추지 그래요? 젊은이들이 앉아 있지만 말고 새로운 시도를 해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128화

    장내에 우레 같은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다. 하도진은 주위를 둘러보더니 구석진 곳에 서 있는 민하윤을 발견했다.그녀는 숄을 어깨에 두른 채 쑥스러워하고 있었다. 앞에 놓인 와인잔 때문에 그녀의 얼굴이 잘 보이지 않았다.몽롱한 조명 때문인지 민하윤은 오늘따라 더 슬퍼 보였다. 한 남자가 그녀 앞에 쭈그리고 앉아서 미소를 짓고 있었다.장내는 사람들이 얘기를 나누는 소리로 가득 찼다. 반짝이는 샹들리에 아래로 뭇사람들은 유리잔을 부딪쳤다.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곳에 민하윤이 서 있었다. 하도진은 심장에 통증이 밀려와서 저도 모르게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121화

    하얀색 린켄이 길가에 세워져 있었다. 정장 차림을 한 기사가 공손하게 인사하고는 차 문을 열어주었다.하도진은 특별 제작한 정장을 입고 뒷좌석에 앉아 있었다. 그는 가만히 있어도 귀티가 흘러넘쳤다.민하윤은 심호흡하고는 뒷좌석에 올라탔다. 두 사람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창밖을 내다보았다.분위기가 심상치 않다는 것을 눈치챈 기사는 긴장되어서 땀이 났다. 그는 차 안의 온도를 조금 낮추었다.그러자 하도진은 민하윤을 힐끗 쳐다보았다. 얇은 원피스를 하나만 입고 있어서 추울 것이다.그는 차가운 어조로 말했다.“기사님, 온도를 올려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118화

    민하윤은 아무 말 없이 욕실로 들어갔다. 그녀가 거절한다면 하도진의 성격상 아무리 비싼 것이라 하더라도 바로 쓰레기통에 던질 것이다.고가의 상품을 버릴 바에는 차라리 받는 편이 나았다. 이혼할 때 그의 재산을 한 푼도 얻지 못할 테니 선물 받은 것을 팔아서 저축하면 되었다.그녀가 욕실로 들어간 후, 하도진은 싱긋 웃으면서 자리에서 일어났다.바닥에 누워 햇볕을 쬐고 있던 새끼 고양이는 졸려서 눈을 게슴츠레 뜨고 있었다. 하도진의 시선이 느껴지자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하도진은 새끼 고양이를 유심히 쳐다보더니 가까이 다가가면서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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