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505화

Author: 금소
하도진은 자기 입을 막고 있던 민하윤의 손목을 붙잡아 내리더니 어깨를 짚은 채 몸을 숙여 입을 맞췄다.

민하윤은 눈을 감고 긴장한 채 입술을 꼭 다물었다.

당연히 하도진이 더 밀고 들어올 줄 알았다.

금방이라도 큰일이 벌어질 것처럼 민하윤은 숨까지 죽이고 있었는데 잔뜩 찌푸린 미간 위로 뜻밖에도 서늘한 입맞춤이 가볍게 내려앉았다.

하도진은 낮게 웃더니 민하윤을 놓아줬다.

“밥 먹자.”

‘이걸로 끝이라고?’

민하윤은 입술을 꾹 다물고 흘러내린 가는 어깨끈을 다시 끌어올렸다.

실크 원피스 자락은 허리까지 밀려 올라가 있었고 곧고 하얀 두 다리는 허공에 드러난 채였다.

괜히 온몸에 힘이 빠진 민하윤은 얼른 방으로 도망치듯 들어갔다.

느릿느릿 세수를 하고 양치까지 마친 뒤 옷장에서 흰 실크 셔츠를 꺼냈다.

민하윤은 잠옷을 반쯤 벗다가 문득 등골이 서늘해져 침실 문 쪽을 돌아봤다.

그 순간, 민하윤은 하마터면 혼이 빠질 뻔했다.

하도진이 문가에 기대선 채 민하윤을 보고 있었다.

하도진의 의미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525화

    ‘설마... 그 여자일까?’민하윤의 심장이 덜컥 가라앉았다.하지만 곧바로 고개를 저었다.‘아무리 빨라도 출소는 연말쯤일 텐데...’민하윤은 자기 짐작이 맞는지 확인하고 싶어 무의식적으로 밖으로 뛰어나가려 했다.하지만 이남주가 얼른 민하윤을 붙잡았다.“언니, 이것 좀 봐 봐요. 색깔이 너무 예쁘지 않아요? 저 완전 옛날 중전마마 같지 않은가요? 이 분위기에... 빨간 비키니만 하나 더 사면 끝이에요. 무조건 시선 다 쓸어 담는다니까요? S급 고객 중에 솔로 하나쯤 있으면 저한테 첫눈에 반할지도 모르잖아요. 이 색깔이 진짜 미쳤어요. 보기만 해도 고급스러운 스타일이네요. 말 한마디 안 해도 온몸에서 중전마마의 기세가 뿜어져 나오잖아요.”이남주는 못생긴 오리 새끼에서 재벌 사모님으로 신분 상승하는 상상에 흠뻑 빠져 있었다.민하윤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멍하니 고개를 끄덕였고 천천히 호흡을 가다듬으며 스스로를 다독였다.‘괜한 생각하지 말자. 세상에 닮은 사람이 얼마나 많은데... 설마 출소도 안 한 민희수가 벌써 돌아다닐 리가 있겠어.’“이걸로 할게요. 새 걸로 포장해 주시고 샘플도 두 개만 더 챙겨 주세요. 저 여기 자주 오거든요.”이남주가 매장 직원과 실랑이를 벌이자 조금 전까지 넘치던 중전마마 같던 포스는 순식간에 사그라들었다.민하윤은 넋이 나간 사람처럼 시종일관 기운이 없는 채로 이남주에게 이끌려 2층 의류 매장으로 올라갔다. 비키니 전문 매장은 구석진 곳에 있었고 옆으로는 명품 매장들이 번쩍번쩍 빛나고 있었다.이남주는 빨간 비키니 두 벌을 골라 거울 앞에서 번갈아 대 보더니 도무지 결정을 못 하겠는지 민하윤에게 물었다.“좀 많이 야한가요? 그럼 이걸로 할까요? 이것도 빨간색인데...”민하윤은 옆에 있던 다른 옷을 집어 들었다.빨간 원피스형 수영복이었다.가릴 데도 안 가릴 데도 전부 꽁꽁 가려진 디자인이었다.그러자 이남주는 잠시 말문이 막혔다.“언니, 요즘 시대가 무슨 시대인데... 이게 무슨 비키니에요? 저는 삼각 비키니 입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524화

    이남주는 검지를 민하윤 앞에서 흔들며 말했다.“언니, 이번엔 진짜 달라요. 들으니까 S급 다이아 레벨의 고객들도 다 온대요. 우리 은행이 이번에는 제대로 돈 쓰는 척하더라고요. 스타 라이트 프로젝트가 끝난 김에 해남에서 은행 설립 30주년 행사까지 같이 치른다나...”이남주는 눈을 굴리며 혀를 찼다.“진짜 알뜰하다 못해 쪼잔하다니까요. 그냥 스타 라이트가 잡아 준 전세기 같이 타겠다는 거잖아요? 이런 데서까지 돈 아끼고 싶은 걸까요? 역시 자본가는 자본가네요.”그러자 민하윤이 문득 물었다.“정말 S급 다이아 레벨의 고객도 다 참석하는 건가요?”“아마 그럴걸요? 오늘 오전에 재무팀에 경비 처리 서류 내러 갔다가 매니저님의 컴퓨터에 참석자 명단 떠 있는 거 봤어요. 그 까다로운 하 대표님만 빼고 다른 S급 고객은 다 간대요.”이남주는 민하윤과 하도진 사이의 복잡한 사정을 전혀 몰랐다.그래서 하도진 얘기만 나오면 늘 못마땅한 표정을 지었다.민하윤은 키보드를 두드리던 손을 잠깐 멈췄고 입술만 꾹 다문 채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하 대표님 같은 사람은 우리 은행처럼 이렇게 작은 기념행사에는 관심도 없겠죠. 게다가 은행 행사 따위가 약혼 같은 인생 대사보다 중요할 리도 없고요.”이남주는 민하윤의 얼굴이 한순간 하얗게 질린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혼자 중얼거리듯 말을 이었다.“하윤 언니, 제발 저랑 같이 좀 가줘요. 혼자 가서 사려니 너무 민망하단 말이에요.”민하윤은 겨우 정신을 붙잡고 손끝의 차갑고 무딘 감각을 무시한 채 어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좋아요.”이남주는 자기 흰색 중고 비틀을 몰고 가다 타이밍 좋게 임시 주차 자리를 낚아챘다.뒤에서 기다리던 빨간 마세라티 한 대가 미친 듯이 경적을 울렸다.하지만 이남주는 눈 하나 깜빡하지 않았다. 남의 자리를 빼앗았다는 미안함 따위는 조금도 없었고 오히려 입꼬리만 슬쩍 올라갔다.이남주는 자기 운전 실력에 완전히 취한 얼굴이었다.빨간 마세라티는 여전히 흰 비틀 뒤를 바짝 붙인 채 경적을 눌러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523화

    하도진의 차는 지하 2층에 세워져 있었다.민하윤은 걸음을 멈췄다.검은 코닉세그를 한눈에 알아봤다.남자는 차체에 반쯤 기대선 채, 손끝에 담배를 하나 물고 있었다.구준오는 휘파람을 불며 입을 열었다.“사람은 이미 너한테 데려다줬어. 고맙다는 말은 됐고.”하도진은 미간을 찌푸리더니 담배를 비벼 끄더니 곧장 민하윤 쪽으로 걸어왔다.민하윤은 순간 뭔가 잘못됐다는 걸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하도진은 단번에 민하윤의 손목을 움켜쥐고 낮고 또렷한 목소리로 물었다.“너도 뉴스를 보게 된 거야? 그런데 네가 생각하는 그런 거 아니야. 나도 이 일은 몰랐어.”구준오는 심술궂은 웃음을 띤 채 휴대폰을 들어 이렇게까지 저자세인 하도진의 모습을 찍어두려 했다.하지만 곧장 하도진에게 들켰다.“꺼져.”하도진이 짧게 욕을 던졌다.구준오는 웃으며 차에 올랐고 차는 금세 출발해 사라졌다.민하윤은 본능적으로 하도진의 손을 뿌리치려 했다.“놓아요. 도진 씨는 피곤하지도 않으세요? 한편으로는 온 세상에 심씨 가문의 아가씨랑 약혼한다고 알리면서 또 한편으로는 저한테 매달리며 다시 시작하자고 하잖아요.”하도진은 입술을 달싹였지만 결국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민하윤은 눈을 내리깔며 말을 이었다.“도진 씨의 어머니는 심씨 가문의 아가씨를 정말 좋아하시잖아요. 어젯밤에 르네 별장에 온 사람도 그분들이었고요. 그런 여자라면 늘 저보다 하씨 가문 사람들의 마음에 더 잘 들겠죠.”민하윤의 목소리는 차분했지만 말끝이 조금 떨렸다.“결국 다 제자리로 돌아가는 거예요.”하도진은 미간을 살짝 찌푸린 채, 물러나려는 민하윤의 손을 다시 붙잡았다.“이 일은 내가 정리할 거야. 하윤아, 설마 내가 무슨 마음인지 아직도 모르겠어?”“알면 뭐가 달라지는데요?”“하윤아, 난 이번 생에 너 아니면 안 돼.”민하윤은 끝내 고개를 들지 못하고 잠깐 멍하니 서 있다가 낮게 중얼거렸다.“우리가 결국 결혼할 수 없으면요?”“그래도 난 널 포기 못 하겠어.”하도진의 눈빛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522화

    민하윤은 일어서더니 가까스로 정신을 다잡은 채, 구준오를 향해 차분히 보고를 이어갔다.구준오는 투자 리스크 프로젝트 문서를 천천히 넘겨봤다.민하윤의 보고는 흠잡을 데가 없었다. 현장 실사부터 리스크 평가와 통제 방안까지 모든 단계에 구체적인 수치와 근거가 붙어 있었다. 그저 책상머리에서 짜낸 기획이 아니라는 게 한눈에 보였다.“좋습니다. 태유 은행의 성의는 충분히 확인했습니다.”구준오는 입꼬리를 살짝 올리며 옆에 앉은 송 행장을 바라봤다.“민하윤 씨는 확실히 실력이 있네요. 하윤 씨 덕분에 제 생각도 바뀌었습니다. 스타 라이트의 향후 5년 투자 업무는 태유 은행과 함께 진행하겠습니다.”회의실 분위기가 순간 팽팽하게 굳었다가, 구준오의 말과 함께 조금씩 풀렸다.“스타 라이트의 e스포츠 팀은 하반기에 해남에서 합숙 훈련에 들어갑니다. 관련 산업 체인도 해남 지사에서 맡게 될 예정이고요. 태유 은행 쪽에서도 프로젝트 진행 상황을 따라갈 인력을 현지에 파견해 주셔야 합니다.”그 말에 송 행장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물론입니다. 물론이죠! 구 대표님, 감사합니다. 앞으로 양사 협력이 원만하게 이어지기를 축원합니다!”가장 연배가 높은 송 행장이 먼저 두 손을 내밀어 구준오와 악수했다.이남주는 자기의 허벅지를 꾹 꼬집고서야 비명을 참을 수 있었다.가장 먼저 박수를 치기 시작한 것도 이남주였다.양측 책임자들이 악수하며 협력을 확정하는 순간, 회의실에 있던 사람들은 하나같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성과급도 생기고 오랜만에 단체 일정까지 잡히겠구나 싶은 기대감이 한꺼번에 퍼졌다.회의실은 순식간에 환호와 웃음으로 들썩였지만 딱 두 사람만은 그 분위기에서 완전히 비껴나 있었다.저마다 다른 이유로 썩 즐거워하지 않았다.민하윤은 자기 몫을 다 마친 뒤 조용히 단상에서 내려왔다.그리고 아무도 신경 쓰지 않는 구석 자리에 앉아 멍하니 노트북 화면만 바라봤다.민하윤은 무슨 생각을 하는지 도무지 알 수 없을 만큼 표정은 텅 비어 있었다.멀찍이서 민하윤을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521화

    누군가 옆에서 그 직원의 허황된 꿈을 툭 깨뜨렸다.“무슨 소리야. 재벌 가문이 바보인 줄 알아? 하씨 가문이랑 심씨 가문이 결혼한다잖아. 심씨 가문 쪽은 기사도 별로 없어서 누가 찾아봤는데 원래 상업 쪽 집안도 아니래. 그럼 하씨 집안의 눈에 들려면 뭐가 있어야겠어? 우리 같은 평범한 사람은 그런 꿈도 꾸지 마. 차라리 오늘 점심 배달앱 쿠폰이 터지길 비는 게 더 현실적이지.”“아...”아까 한탄하던 직원이 갑자기 목소리를 낮췄다.“내가 잘못했어. 괜한 꿈을 꿨네.”그 말에 몇 사람이 낄낄 웃었고 엘리베이터는 딩 소리와 함께 꼭대기 층에 도착했다.문이 열렸고 민하윤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다리에 힘이 살짝 풀렸다.그 순간, 커다란 손 하나가 민하윤의 팔꿈치를 받쳐 들었다.“조심해요.”구준오도 전용 엘리베이터에서 막 내리던 참이었다.주변에는 태유 은행 고위 임원들이 잔뜩 둘러서 있었고 바로 다음 순간 익숙한 뒷모습이 휘청이는 걸 보고 구준오는 인상을 찌푸린 채 반사적으로 손을 뻗은 것이었다.“괜찮아요?”민하윤은 입술을 꾹 다문 채 가볍게 고개를 저었다.그러고는 아무렇지 않은 척 조심스레 팔을 빼냈다.구준오는 머쓱하게 손을 거두고 헛기침을 했다.그래도 구준오는 한 번 더 민하윤을 돌아봤다.민하윤이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지 넋이 나간 사람처럼 보여서 신경이 쓰였다.구준오는 더 물어보고 싶었지만 민하윤의 주변에 상사들이 둘러서 있는 탓에 입을 열 수 없었다.구준오는 가볍게 고개만 끄덕이고 다시 사람들 사이에 둘러싸인 채 회의실로 향했다.구준오는 중앙 자리에 앉자마자 휴대폰을 꺼내 하도진에게 메시지를 보내려 했다.그런데 단체 대화방에 읽지 않은 메시지가 열댓 개나 쌓여 있는 걸 보고 멈칫했다.구준오는 대화창을 열고 맨 위까지 쭉 올렸다.SNS에 열광하는 진호영이 경제 기사 하나를 던져 놓았다.내용은 짧았지만 제목은 눈에 확 들어왔다.[명원 에스티 그룹 후계자, 비밀 약혼설... 에스티 그룹 주가 하루 만에 폭등!]막 수술

  • 사랑한다고 말해줘   제520화

    채선화의 얼굴이 순식간에 하얗게 질렸다.채선화는 자기 아들의 성격을 누구보다 잘 아는 사람이었다.방금 하도진이 한 말은 홧김에 던진 게 아니었다.“도진아, 우리 같은 집안은 당연히 집안도 좋고 품위도 있는 며느리를 맞아야 해. 더는 그렇게 정신 못 차리고 살면 안 돼. 밖에서 네 사생활 얘기가 얼마나 시끄러운지 아니? 이제라도 그런 여자들과는 당장 정리해. 엄마가 부탁할게. 응?”하도진은 낮게 웃었다.“누가 제 사생활이 문란하대요? 저는 지금 진지한 마음으로 그 여자랑 만나고 있어요.”“난 그런 여자랑 네가 결혼하는 거 절대 못 봐. 차라리 내가 죽는 게 낫지.”채선화의 말은 한마디 한마디가 칼날 같았고 그대로 하도진의 가슴을 후벼 팠다.하도진은 씁쓸하게 웃었고 눈빛이 점점 더 싸늘해졌다.“어머니는 제가 평생 혼자 늙어 가는 꼴을 봐야 속이 시원하세요? 제가 누구를 좋아하든 누구랑 결혼하고 싶든 좀 놔두시면 안 돼요?”채선화는 거의 절규하듯 내뱉었다.“남자랑 함부로 몸부터 섞는 여자가 무슨 좋은 여자라고 그래!”하도진은 그 말에 순간 굳었다.그러더니 마침내 무언가를 깨달은 듯 물었다.“어머니, 제가 만나는 여자가 누군지 모르시는 거예요?”채선화는 차갑게 미간을 찌푸렸다.“내가 알아야 할 이유라도 있니? 좋아, 말해 봐. 그 여자가 대체 누군데?”하도진은 한동안 말이 없었다.민하윤과 자기 사이의 상처는 아직 완전히 메워지지 않았다.다시 만난 뒤로 여러 번 서로의 체온을 나눴지만 하도진은 분명히 느끼고 있었다.민하윤은 여전히 하도진에게 전부를 내주지 않고 있었다.하도진은 민하윤의 마음을 완전히 되돌리기도 전에 또 다른 사람이나 일이 끼어들어 둘 사이를 흔들게 하고 싶지 않았다.그게 가족 문제라 해도 마찬가지였다.“어머니, 그냥 그만하세요. 아직 일이 더 커지기 전에 심씨 가문 쪽에 빨리 말씀드리고 이 혼사는 없던 일로 하세요.”하도진의 목소리는 조금씩 낮아졌다.“어머니, 제가 부탁할게요. 정말 저보고 사랑하지도 않는 여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