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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화. 파트너가 왜 이렇게 잘생겼죠?

Author: SeuMim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10-21 22:22:47

나는 기획팀 사무실 유리문을 열며, 재빨리 그의 손에서 내 서류 파일을 쏙 빼앗아 들고 걸음을 휙 재촉했다.

“그럼 내일부터는 업무 평가부터 차근차근 점수 잘 받아야겠네요.”

그는 등 뒤에서 기분 좋게 소리 내어 웃으며 대답했다.

그래.

나한테만 특별한 게 아니다.

원래 저 사람의 성격 기본 설정값이 친절과 다정함인 거다.

아주 합리적이고 머리 아플 일 없는 깔끔한 결론이다.

그런데 왜....

내 입안이 왜 이렇게 괜히 쌉싸름한 건지 알 수가 없다.

오후 두 시.

나는 오전 회의에서 논의한 내용을 검토하고 반영하느라 모니터 앞에 딱 붙어 있었다.

이동 시간과 체류 시간을 한 번 더 체크하고 깔끔하게 PDF로 변환하고 나니 더는 손볼 곳이 없었다.

그런데 자꾸 마우스 커서가 화면 오른쪽 아래의 사내 메신저 아이콘 주위를 배회했다.

연락이 올 이유는 명확하다.

나는 이 코스의 총괄 기획 담당자니까.

그리고 이건 자그마치 12주짜리 장기 프로젝트니까.

나는 키보드 위에 올려둔 손가락을 황급히 뗐다.

잠깐.

아직 메시지 알림이 뜨지도 않았는데 내가 왜 강아지처럼 메신저 창을 기다리고 있어?

그때, 모니터 우측 하단에서 파란색 알림 창이 뿅 하고 솟아올랐다.

[한이준]: 해인 과장님, 오전에 같이 정리한 촬영 포인트 세부 동선표 다 되셨을까요?

나는 일 초 만에 대화창을 열고 바탕화면의 P*F 파일을 쭉 끌어다 놓았다.

[문해인]: 네. 방금 수정한 최종 버전입니다. 골목길 촬영 시간과 카페 체류 시간까지 전부 수정해서 반영했습니다.

[한이준]: 확인했습니다. 손이 정말 빠르시네요.

[문해인]: 바로바로 정리하는 편입니다.

[한이준]: 덕분에 내일은 외근 나가서 길 잃을 걱정은 전혀 안 해도 되겠네요.

[문해인]: 3페이지에 상세 지도도 첨부했어요. 길을 잃으시면 지도부터 확인해 주세요.

[한이준]: 지도가 왜 필요해요. 현장 기획자인 과장님만 졸졸 따라가면 되는데요.

엔터 키를 치려던 내 손이 우뚝 멈췄다.

지도가 있는데 왜 굳이 나를 졸졸 따라와?

아니지.

그냥 내가 기획자로서 전체 동선을 꿰뚫고 있으니까 길을 안내해 달라는 당연한 뜻이겠지.

[문해인]: 현장에서는 제가 앞에서 확실하게 안내하겠습니다.

[한이준]: 좋습니다. 저는 과장님이 혹시라도 놓치는 게 없도록 바로 옆에서 잘 확인할게요.

나는 모니터에 뜬 메시지를 한 번 더 조용히 읽었다.

놓치는 게 없도록 곁에서 살피겠다.

업무를 같이하는 파트너가 저렇게 든든하게 말해 주면 확실히 외근 나갈 맛이 난다.

그런데 연달아 말풍선이 하나 더 띠링 이어졌다.

[한이준]: 물론 제가 카메라 만지느라 뷰파인더 밖을 놓치는 건 해인과장님이 잘 챙겨 주셔야 합니다.

[문해인]: 그건 상호 검증 차원으로 철저히 진행하겠습니다.

[한이준]: 역시 빈틈이 없으시네요.

[문해인]: 수석님도요

[한이준]: 제가요?

[문해인]: 오전에 골목길 동선과 채광 체크까지 아주 세심하게 잡아 주셨잖아요.

잠시 답장이 오지 않았다.

나는 괜히 방금 내가 보낸 메시지 창을 힐끗거렸다.

문장이 너무 딱딱했나?

아니, 기획자가 협업 파트너의 촬영 감각을 팩트 기반으로 칭찬한 건데 딱딱할 게 뭐가 있어.

십 초쯤 지나자 곧바로 답장이 도착했다.

[한이준]: 그렇게 좋게 봐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한이준]: 아, 내일 장비는 무거운 거 말고 가벼운 미러리스 카메라 하나만 들고 갈게요. 커다란 카메라를 메고 가면 주변 시선 때문에 현장 분위기를 해칠 수도 있어서요.

[문해인]: 아주 좋은 생각이네요. 일반 이용자 눈높이에서 가장 자연스럽게 코스를 확인하는 게 이번 검증의 핵심 목적이니까요.

[한이준]: 맞아요. 누가 봐도 그냥 주말에 평범하게 데이트하러 나온 두 사람처럼 보이게 가겠습니다.

평범하게 데이트하러 나온 두 사람. 틀린 말은 하나도 없는데 왜 문장이 이렇게 자꾸 묘하게 간질거리는 거냐고?!

[문해인]: 도보 이동이 꽤 많으니 복장도 운동화 신고 가장 편하게 입고 오시면 됩니다.

[한이준]: 알겠습니다. 내일은 과장님을 아주 잘 따라가겠습니다.

나는 모니터에서 시선을 떼고 의자에 몸을 기댔다.

이 사람 왜 자꾸 나를 졸졸 따라오겠다고 강조하는 거야.

……그냥 길잡이 해달라는 이야기잖아.

알아.

나도 다 안다고.

오후 여섯 시, 퇴근 시간이 가까워졌다.

나는 내일 현장에 들고 갈 외근 자료를 마지막으로 한 번 더 확인했다.

A코스 체크리스트, 예산표, 상세 지도, 그리고 공방 예약 확인서.

완벽하다. 빠진 건 없다.

업무용 캘린더를 열어 내일 오후 일정을 살폈다.

[오후 1:00~6:00] 저예산 데이트 A코스 현장 검증 - 한이준,수석님과 함께

마우스 커서가 괄호 안의 글자 주변을 어슬렁거렸다.

한이준 수석님과 함께.

이걸 왜 굳이 적어 놨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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