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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 침묵은 동의가 될 수 없으니 

Penulis: 데이지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7-12 17:16:11

엘리시아는 열린 문을 붙든 채 침실 안을 돌아보았다.

현실에서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녀가 칼릭스와 대화를 나누는 동안 몸은 침대에 누워 있었고, 

경비병들은 기척조차 듣지 못했다.

“황제 폐하께서 별궁에 오셨습니까?”

“오지 않으셨습니다.”

이레나는 대답한 뒤 엘리시아의 얼굴을 살폈다. 

어제와 달리 질문을 삼키는 데 익숙해진 표정이었다.

“물과 새 수건을 준비하겠습니다.”

“그 전에 한 가지 확인할 게 있습니다.”

엘리시아는 복도 밖으로 나가지 않고 문턱 안쪽에 섰다.

“황궁에서 가장 최근에 도착한 관보를 가져다주세요. 

오늘 것만 말고 지난 한 달 치 전부요. 

제국력 연감과 귀족회의 회의록도 필요합니다.”

“지금 가져오라는 말씀이십니까?”

“가능한 것부터요. 기록보관실이 열리는 시각도 확인해주시고요.”

이레나가 허리를 숙였다.

“알겠습니다.”

“그리고 황제 폐하의 동정을 알아보려 하지 마세요.”

몸을 돌리던 이레나가 멈췄다.

“폐하께서 어디 계시는지 확인하지 않아도 괜찮으시겠습니까?”

엘리시아는 손잡이에서 손을 떼었다.

“그분이 기억하는 것과 제가 확인해야 할 것은 다른 문제예요.”

그녀는 침실 안으로 돌아간 뒤 문을 닫았다.

잠금쇠는 그대로 두었다.

같은 시각, 칼릭스는 황제의 침실 바닥에서 눈을 떴다.

침대 위가 아니었다.

등 뒤에는 차가운 대리석이 닿아 있었고, 

오른손은 침대 기둥 아래에 깔려 감각이 둔했다. 

그는 몸을 일으킨 뒤 손가락을 한 번씩 접었다 펴보았다. 

뼈에 이상은 없었다.

방 안은 어두웠다. 

창밖에는 아직 해가 뜨지 않았고, 문밖 경비의 목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칼릭스는 열린 침실 문을 바라보았다.

분명 잠들기 전에는 닫혀 있었다. 

시종에게 누구도 들이지 말라고 명했고, 안쪽 잠금쇠도 자신이 직접 걸었다.

지금 잠금쇠는 부러진 것이 아니라 위로 올라가 있었다.

칼릭스는 바닥에 떨어진 초를 주워 촛대에 불을 붙였다. 

작은 불빛 아래로 방을 살폈지만 침입의 흔적은 없었다. 

창문도 닫혀 있었고, 침대 옆에 놓은 문서와 검은 처음 위치 그대로였다.

달라진 것은 자신이 바닥에 쓰러져 있었다는 사실과 문 하나뿐이었다.

그는 문으로 다가가 복도 쪽을 확인했다.

경비대장 데미안 크로이츠가 가까운 벽에 기대어 있었다. 

잠들지는 않았으나, 새벽 교대를 기다리느라 눈가가 거칠었다. 

문이 열리자 곧 자세를 바로잡았다.

“폐하.”

“제가 밖으로 나왔습니까?”

데미안은 질문의 뜻을 재확인하듯 칼릭스의 발밑을 보았다.

“아닙니다. 밤새 문이 열린 적도 없습니다.”

“문이 지금 열려 있는 이유는요?”

“폐하께서 방금 여셨습니다.”

칼릭스는 잠금쇠를 돌아보았다.

꿈속에서 엘리시아가 자신을 내보냈고, 

그 순간 현실의 몸이 침대에서 바닥으로 떨어졌다. 

문이 열렸다고 느낀 것도 같은 때였다.

우연으로 처리하기에는 움직임이 정확했다.

그러나 무엇인지 모르는 힘을 제멋대로 정의할 생각은 없었다. 

전생에서 그는 그렇게 했다. 

이해하지 못한 증거에 이름을 붙이고, 그 이름을 진실처럼 사용했다.

칼릭스는 데미안에게 방 안을 수색하라고 명하지 않았다.

“리히터 공을 깨우십시오.”

“재상을 지금 부르시겠습니까?”

“예. 그리고 오늘 결속식 검토 일정은 취소됐습니다.”

“성녀 측에서 보낸 통보 때문입니까?”

칼릭스는 침실 안의 책상으로 시선을 옮겼다.

어젯밤 엘리시아에게 보낸 답신의 사본이 놓여 있었다. 

그가 직접 쓴 세 문장. 방문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일정 재조정권이 성녀 측에 있다는 확인.

꿈속의 엘리시아는 그 약속을 믿지 않았다.

믿지 않아도 됐다.

이번에는 신뢰를 요구하기 전에 의심할 수 있는 자료부터 내놓아야 했다.

“결속식 관련 원본 문서도 전부 가져오라고 하십시오. 

황실 보관본뿐 아니라 대신전과 귀족회의가 보유한 목록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데미안이 곧 대답하지 않았다.

“무슨 문제라도 있습니까?”

“결속식 준비위원회는 일출 뒤 첫 회의를 예정하고 있습니다. 

원본을 옮기려면 대신전 측 입회가 필요합니다.”

“준비위원회에는 예정대로 모이라고 하십시오.”

칼릭스는 바닥에 떨어진 초의 굳은 밀랍을 손톱으로 떼어냈다.

“준비하러 모이는 것이 아니라, 준비를 멈추기 위해 모일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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