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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침묵을 동의로 간주한다는 것

ผู้เขียน: 데이지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7-12 17:18:35

아침 일곱 시가 되자 황제 집무실의 긴 탁자 위에 결속식 문서가 쌓였다.

레온하르트 폰 리히터는 외투를 제대로 여미지도 못한 채 불려왔지만 

불쾌한 기색을 드러내지 않았다. 

황제가 새벽에 사람을 부르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다만 결속식 한 달 전, 결속 준비를 멈추겠다는 지시를 내리는 경우는 처음이었다.

그는 탁자 끝에 서서 원본 목록을 넘겼다.

“성녀 측에서 일정 변경만 요청했을 뿐 결속 자체를 거부했다는 통보는 없었습니다.”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폐하께서 먼저 준비를 중단하실 이유가 있습니까?”

칼릭스는 문서의 첫 장을 읽고 있었다.

‘황실과 대신전의 합의에 따라 성녀의 거처를 결속식 칠 일 전 황궁 본전으로 옮긴다.’

당사자의 승인란은 없었다.

다음 장에도 마찬가지였다. 

경호대 교체, 서신 검열, 성흔 검사, 식사 관리, 의복 규정, 의식 전 외부 접견 금지. 

모두 엘리시아의 안전과 제국의 안정을 이유로 들고 있었지만, 

그녀가 거절할 수 있는 항목은 한 줄도 없었다.

“중단이 아니라 보류입니다.”

칼릭스는 문서 한 장을 옆으로 빼놓았다.

“로젠베르크 성녀가 결정하기 전까지 되돌릴 수 없는 조치를 하지 않습니다.”

레온하르트가 탁자 가까이 다가왔다.

“성녀의 결속 의사는 이미 확인된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누가 확인했습니까?”

“대신전입니다.”

“어떤 방식으로요?”

레온하르트는 대답 대신 서류 더미 아래쪽에서 얇은 장부를 꺼냈다. 

어린 성녀의 신성력 교육, 신탁 수용, 향후 결속 의무가 한 문서에 묶여 있었다.

서명란에는 열네 살의 엘리시아가 쓴 이름이 있었다.

칼릭스의 시선이 멈췄다.

처음 성녀로 선발된 날의 서명이었다. 

엘리시아는 그날부터 대신전에 머물렀고, 성녀로서 지켜야 할 규율에 동의했다. 

그 규율 끝에 황제와의 결속 의무가 포함돼 있었다.

“열네 살이었습니다.”

레온하르트가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

“저도 압니다.”

“결속 상대가 누군지도 정해지기 전입니다.”

“당시 법으로는 성녀 선발 동의가 이후 결속까지 포함합니다.”

“본인의 현재 의사를 확인하는 절차는요?”

재상은 다른 문서를 펼쳤다.

“성녀가 정식으로 거부 의사를 제출하지 않으면 동의가 유지되는 것으로 봅니다.”

칼릭스는 그 문장을 읽었다.

침묵을 동의로 간주한다.

짧은 조항 하나였다.

전생의 그는 이 문서를 본 적이 있었다. 

결속 준비를 서두르면서도 그 문장이 무엇을 뜻하는지 묻지 않았다. 

엘리시아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고, 

그녀가 결속을 원할 것이라고 믿었다.

사랑은 확인 절차를 생략할 이유가 되지 못했다.

그 당연한 사실을 그는 한 번의 죽음이 지나간 뒤에야 문장으로 읽고 있었다.

칼릭스는 장부를 덮었다.

“이 조항을 근거로 어떤 결정이 내려졌는지 전부 분류하십시오.”

“폐하.”

레온하르트가 서류 위로 손을 얹었다. 

황제의 명령을 막는 행동은 아니었으나, 

그대로 받아 적기 전에 의도를 확인하겠다는 뜻이었다.

“결속을 취소하시려는 겁니까?”

“그 결정은 제가 내릴 수 없습니다.”

“폐하께서 결속 당사자이십니다.”

“두 당사자 중 하나일 뿐입니다.”

칼릭스는 성녀의 서명이 적힌 오래된 장부를 밀어놓았다.

“로젠베르크 성녀가 결속을 원하지 않는다고 말한다면 취소됩니다. 

원한다고 말해도, 과거의 서명이나 침묵을 근거로 하지 않을 겁니다.”

“대신전이 반발할 겁니다.”

“그 반발도 기록하십시오.”

“귀족회의는 제국의 지맥 안정을 문제 삼을 테고요.”

“그것도 기록하십시오.”

레온하르트는 잠시 칼릭스를 바라보았다.

“폐하께서 평소보다 기록을 많이 찾으시는군요.”

칼릭스는 대답하지 않았다.

전생의 자신은 기록을 믿었다. 정확히는, 자신이 선택한 기록만 믿었다. 

이번에는 기록 자체가 아니라 누가 만들었고 누가 빠졌는지부터 볼 생각이었다.

짧은 침묵이 지난 뒤 그가 말했다.

“성녀 측에 원본 사본을 보내십시오. 요약본은 안 됩니다. 

삭제된 부속문서와 과거 개정 이력까지 전부요.”

“황실 내부 문서도 포함합니까?”

“성녀의 거처와 신체, 직위에 관련된 것이라면 포함합니다.”

“보안 등급을 해제해야 합니다.”

“해제하십시오.”

레온하르트가 장부를 챙겼다.

집무실을 나가기 전, 그는 문 앞에서 한 번 돌아보았다.

“성녀께서 모든 문서를 읽은 뒤 결속을 거부하시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칼릭스는 책상 가장자리에 놓인 오른손을 천천히 폈다. 

손바닥에는 아무 상처도 없었지만, 

문지방의 금빛 불꽃이 밀어냈던 감각이 남아 있었다.

“받아들일 겁니다.”

“그 뒤에는요?”

“그 뒤의 일은 그때 결정하겠습니다.”

레온하르트는 더 묻지 않고 나갔다.

문이 닫힌 뒤 칼릭스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그는 엘리시아에게 용서를 구할 말을 수없이 생각한 적이 있었다. 

시간을 되돌리기 전에도, 돌아온 뒤에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꿈속에서 그녀가 처음 요구한 것은 사과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나가달라는 것이었다.

사과를 받아달라고 붙잡는 순간, 그 요구를 다시 무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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