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저도 이 방에 갇힌 것 같습니다.”
문틈 너머로 보이는 칼릭스의 얼굴은 지나치게 고요했다.
엘리시아는 손잡이를 놓지 않았다. 문은 분명 안쪽으로 움직였지만,
마지막 한 뼘을 남겨둔 채 보이지 않는 것에 걸려 있었다.
그녀가 더 세게 밀자 문짝이 낮게 떨렸다. 칼릭스는 손을 대지 않았다.
어깨도 문턱 안으로 들어오지 않았다.
그가 거짓말하고 있다면 굳이 이런 방식일 이유가 없었다.
황제의 권한을 내세워 문을 열 수도, 자신에게 해명할 기회를 달라고 요구할 수도 있었다.
전생의 칼릭스는 부탁하는 법을 몰랐다.
엘리시아가 원하는 것을 미리 계산하고,
가장 안전하다고 판단한 결과를 손에 쥐여주면 그것으로 충분하다고 믿었다.
지금 문밖의 남자는 자신이 움직일 수 없다는 사실만 알렸다.
엘리시아는 그를 믿지 않았다.
그러나 당장 믿을 필요도 없었다. 확인하면 됐다.
“뒤로 물러나십시오.”
칼릭스가 한 걸음 물러났다.
그의 발뒤꿈치가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가 다시 문 바로 앞에 놓였다.
공간이 접힌 것처럼, 거리는 조금도 늘어나지 않았다.
“다시요.”
두 번째도 같았다.
칼릭스의 눈이 어둠 아래를 훑었다.
그는 바닥을 확인하려는 듯 발끝을 옆으로 돌렸지만, 그조차 허락되지 않았다.
보이지 않는 원 안에 두 발이 묶여 있었다.
엘리시아는 문을 밀던 힘을 뺐다.
그러자 걸려 있던 문짝이 아주 조금 열렸다.
방이 칼릭스를 들이려 하는 것은 아니었다.
반대로 자신이 그를 완전히 밀어내는 것도 막고 있었다.
두 사람을 같은 공간에 넣되, 문턱 하나를 사이에 두도록 강제하는 구조였다.
“폐하께서는 이 방에 들어오실 수 있습니까?”
“시도하지 않겠습니다.”
“가능한지를 묻고 있습니다.”
칼릭스는 문턱을 내려다보았다. 잠시 뒤 오른발을 반걸음 앞으로 옮겼다.
검은 장화 끝이 방 안쪽 바닥에 닿기 직전, 금빛 불꽃이 문지방을 따라 솟았다.
불길은 뜨겁지 않았지만 칼릭스의 제복 자락을 밀어냈다.
그는 즉시 발을 거두었다. 오른손이 아주 잠깐 굳었으나,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몸 옆에 내려놓았다.
엘리시아는 그 손을 보았다.
화상을 입은 흔적은 없었다.
“제가 허락하지 않으면 들어오지 못하는군요.”
“그런 것 같습니다.”
“폐하께서 저를 내보낼 수도 있습니까?”
“모릅니다.”
“모르는 것을 확인하는 데에는 황제 폐하의 허락이 필요하지 않겠지요.”
엘리시아는 손잡이를 놓고 뒤로 물러났다.
이번에는 문을 닫으려 하지 않았다.
대신 칼릭스와 문, 창밖의 어둠이 한 시야에 들어오도록 자리를 잡았다.
“나가세요.”
첫 번째와 달리 칼릭스의 몸이 흔들렸다.
강한 바람을 정면으로 맞은 사람처럼 검은 제복이 뒤로 밀렸다.
그의 발은 어둠 속에서 버티려 했지만,
이번에는 접힌 공간이 풀리며 거리가 급격히 벌어졌다.
칼릭스가 엘리시아를 바라보았다.
놀람보다 먼저 확인하려는 시선이었다.
그마저도 곧 어둠에 삼켜졌다.
문이 저절로 닫혔다.
문짝이 맞물리는 순간, 황궁 침실의 공기가 무너졌다.
바닥이 발밑에서 사라지고 창문 밖의 어둠이 방 안으로 쏟아졌다.
엘리시아는 손을 뻗지 않았다.
붙잡을 것이 없다는 사실을 알면서 허공에 매달리고 싶지 않았다.
눈을 감고 몸이 떨어지는 감각을 받아들인 순간,
등 아래로 부드러운 매트리스가 닿았다.
그녀는 현실의 침대 위에서 눈을 떴다.
창문 틈으로 새벽빛이 비치고 있었다.
복도에서는 경비병이 교대하는 발소리가 났고,
꺼진 벽난로 안에서는 남은 장작이 작게 갈라졌다.
엘리시아는 가장 먼저 문을 보았다.
문은 닫혀 있었지만 잠겨 있지 않았다.
그녀는 이불을 밀어내고 침대에서 내려왔다.
바닥을 밟는 순간 무릎이 조금 꺾였다.
꿈속에서 떨어진 감각이 발목에 남아 있었다.
문까지 걸어간 엘리시아는 손잡이를 내렸다.
문은 쉽게 열렸다.
바깥 경비병 두 사람이 돌아보았고,
복도 끝 의자에서 졸고 있던 이레나가 곧장 일어났다.
“엘리시아 님?”
“지금 시각이 어떻게 되죠?”
이레나는 벽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다섯 시가 조금 지났습니다.”
“제가 종을 울렸습니까?”
“아닙니다. 안에서 다른 소리도 들리지 않았습니다.”
두 사람 모두 자기 쪽으로 가져가지 않았다.결정을 나중으로 미루면서도 책임을 남겨두었다.그것은 예전의 침묵과는 달랐다.밤이 되기 전에 회각충 군체는 폐병원 외곽에 도착했다.로스테는 사람을 보내지 않았다.대신 멀리 떨어진 능선에 관측기를 두고 움직임만 봤다.회각충들은 무너진 병원 벽을 갉지 않았다.건물 뒤편의 오래된 지하 저장구로 몰렸다.그곳에는 수면이끼를 말려 보관하던 통이 묻혀 있었다.대부분 썩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북부의 차가운 지하와 봉인수지 때문에 일부는 형태가 남아 있었다.회각충이 저장구 주변을 파기 시작하자 처음에는 아무 변화도 없었다.그러다 한 마리가 오래된 이끼 조각을 입 부분으로 끌어당겼다.그 순간 개체의 움직임이 느려졌다.몸통이 몇 차례 떨리더니 그대로 웅크렸다.죽지는 않았다.잠든 것처럼 멈췄다.두 번째 개체도 같은 반응을 보였다.세 번째와 네 번째가 따라 들어간 뒤에는 군체 전체의 속도가 눈에 띄게 늦어졌다.하겐이 관측 화면을 보며 말했다. “저게 먹히는 건가?”미하일이 원격으로 수면이끼의 옛 기록을 확인했다. “사람에게는 진정 효과가 있지만, 회각충에 같은 방식으로 작용한다는 기록은 없습니다.”테사가 군체의 생체 반응을 읽었다. “죽지는 않았습니다. 왕핵 잔류 흡수도 멈췄습니다.”회각충 수십 마리가 폐병원 저장구 주변에서 움직임을 멈췄다.그리고 이상하게도 흰 뿔의 왕도 그쪽으로 가까이 오지 않았다.로스테는 처음으로 회각충을 죽이지 않고 멈출 수 있는 가능성을 발견했다.그러나 엘리시아는 바로 수면이끼를 전장에 뿌리자는 결정을 막았다.“농도와 부작용부터 봅니다. 사람이나 말이 같이 노출될 수 있어요.”하겐이 웃지도 않은 채 말했다. “성녀님이 그 말 안 할 줄 알았다면 내가 오늘까지 살아 있지도 못했겠지.”“칭찬입니까?”“이제는 저도 모르겠습니다.”미하일은 과거 수면이끼 재고량과 현재 로스테 주변 자생지를 확인하기 시작했다.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문제가 하나 더 생겼다.잠
그때 가장 앞선 회각충 하나가 흰 뿔의 왕이 조금 전 소거한 왕핵 흔적에 닿았다. 작은 몸이 그것을 빨아들이듯 웅크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껍질이 조금 더 짙은 회색으로 변했다.왕은 그 장면을 지켜보다가 갑자기 고개를 들었다.로스테 방향.정확히는 첫 번째 심장.테사의 측정판에 미세한 반응이 올라왔다.왕핵 잔류가 아니라 방향성.흰 뿔의 왕이 첫 번째 심장을 향해 명령을 보내는 것은 아니었다.다만 첫 번째 심장에서 나오는 실제 왕핵 방향성을 구별하고 있었다.가짜 왕핵 반응은 사라졌다.왕은 그쪽을 보지 않았다.“구분합니다.”테사가 낮게 말했다.“실제 왕핵과 가짜를?”“그럴 가능성이 높습니다.”하겐은 한동안 망원경을 내려놓지 않았다.사람들이 며칠 동안 씨름해서 겨우 구분한 것을 저 개체는 처음부터 알고 있었을지도 몰랐다.그러나 왕은 로스테로 오지 않았다.그 대신 회각충 무리가 더 가까워지자 북쪽으로 천천히 이동했다.마치 그 작은 군체와 거리를 유지하려는 것처럼.그때 새로운 변화가 생겼다.회각충 가운데 한 무리가 흰 뿔의 왕을 따라가지 않고 옆으로 빠졌다.로스테도 아니었다.서북쪽 폐지대로 방향을 틀었다.그쪽에는 왕핵 시설이 없었다.성녀 표본도 없었다.먹이길도 확인된 적이 없었다.테사가 오래된 지도를 겹쳤다.처음에는 아무것도 나오지 않았다.팔십 년 전 지도도 비어 있었다.십일 년 전 왕핵국 지도 역시 시설 표시가 없었다.그런데 군 기록 하나에서 오래된 야전병원이 잡혔다.왕핵과는 관계없는 곳.북부 전쟁 때 병사들이 잠시 머물렀던 치료소.현재는 무너진 폐건물.하겐이 물었다. “왜 저기로 가지?”테사는 바로 답하지 못했다.한 시각 뒤 원인이 나왔다.폐병원 지하에는 왕핵석이 없었다.대신 신성 치료용 수면이끼를 대량 저장했던 기록이 있었다.엘리시아가 치료소에서 자료를 받자 얼굴을 들었다.“수면이끼요?”미하일이 옆에서 설명했다. 북부 습지에 자라는 약용 이끼로, 과거에는 고열과 신성력 과부하 환자의
테사가 제안한 방법은 의외로 간단했다.가짜 왕핵이 안정적으로 보이는 이유는 아무것도 하지 않아서였다. 그렇다면 ‘변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안정으로 읽지 못하게 하는 새로운 검증값을 첫 번째 심장 쪽에 넣으면 된다.문제는 첫 번째 심장 원본을 다시 수정하는 일이었다.4-B 때처럼 사람의 새 서명을 만들어 넣지 않고, 이미 확인된 물리적 사실만 사용해야 했다.실제 왕핵은 지맥과 방향성을 주고받는다.가짜 왕핵은 방향성이 없다.따라서 안정값 비교 이전에 ‘명령 방향성 존재’를 먼저 확인하게 한다.테사는 모형 첫 번째 심장을 만들어 두 값을 넣었다.기존 첫 번째 심장은 안정값이 낮지만 방향성이 있다.가짜 왕핵은 안정값이 높지만 방향성이 없다.기존 규칙에서는 가짜가 우선됐다.새 검증순서를 적용하자 결과가 바뀌었다.방향성 없는 반응은 왕핵 후보에서 제외.하겐은 화면을 보다가 말했다. “처음부터 이걸 보면 됐잖아.”테사가 피곤한 얼굴로 대답했다. “우리가 회각충 껍질이 방향성을 흉내 못 낸다는 걸 오늘 알았습니다.”“맞군.”하겐은 더 불평하지 않았다.원본 수정에는 왕핵관리국 기술권한과 로스테 관할 입회가 필요했다. 칼릭스의 직접 서명은 필요하지 않았다.그 사실을 들은 엘리시아가 물었다. “폐하께는 통지만 합니까?”법무관이 답했다. “현재 구조상 그렇습니다.”“그럼 통지로 끝내세요.”황제의 권한을 쓰지 않아도 되는 일에 굳이 그의 권한을 끌어오지 않는다.그 결정이 황도에 전달되자 칼릭스도 별도 개입을 요구하지 않았다.다만 왕핵관리국의 원격 기술지원 인원을 두 명까지 제공할 수 있다고 했고, 테사는 한 명이면 충분하다고 답했다.한 명만 연결됐다.그 정도였다.첫 번째 심장 수정작업은 오후부터 시작됐다.기존 명령층을 삭제하지 않고 검증 순서만 바꾼다.가짜 왕핵 반응이 잡히면 먼저 방향성을 확인한다.없으면 보조왕핵 후보에서 제외.그 뒤에야 안정값 비교를 진행한다.첫 시험에서는 오류가 났고, 두 번째는 오래된
“한곳에 큰 가짜 왕핵을 두면 실제 왕핵이 바로 이상을 잡았을 겁니다. 작은 반응을 도시 곳곳에 흩어두고 마지막에 합치면, 첫 번째 심장 입장에서는 로스테 전체가 안정된 보조왕핵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엘리시아의 시선이 바닥 중앙에서 멈췄다.“보조.”그 단어가 중요했다.대체가 아니라 보조로 시작했다.왕핵이 약해질 때 도시 기능을 잠시 유지하는 임시 구조.전쟁이나 지맥 사고로 실제 왕핵 명령이 끊겨도 배수와 경보,저장시설 같은 최소 기능이 멈추지 않게 하려는 목적이었다.그런데 후대의 추가 기록에는 다른 문장이 들어가 있었다.‘보조왕핵 안정값이 본체보다 높을 경우, 임시 우선권을 부여한다.’그리고 더 나중의 개정에서는 ‘임시’라는 단어조차 빠져 있었다.하겐이 그 변화표를 보고 혀를 찼다. “항상 이런 식이군. 처음엔 보조, 나중엔 대신.”엘리시아는 말없이 연대표를 내려다봤다.사람이 할 수 없을 때 잠시 대신한다.사람이 거부해도 대신한다.보조가 더 안정적이면 우선한다.그리고 나중에는 본래 주체가 살아 있어도 시스템이 더 편한 쪽을 선택한다.성녀 후보제와 흑갑, 네 번째 심장, 가짜 왕핵까지 형태는 달랐지만 같은 방식이 반복되고 있었다.지하 공명통을 열어보지는 않았다.외부에서 구조와 기능을 확인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많은 사실이 나왔고, 무엇보다 회각충 껍질판을 분리하는 순간 그 안에 축적된 ‘왕핵 유사반응’이 주변으로 퍼질 가능성이 있었다.대신 테사는 가짜 왕핵의 활성 조건을 역으로 추적했다.첫 번째 조건은 실제 왕핵의 안정값 저하.이미 충족.두 번째는 도시 기능 가운데 세 가지 이상이 본체 명령 지연을 겪을 것.북부 가로등과 외곽 경보, 일부 배수시설이 영향받고 있어 거의 충족 상태였다.세 번째는 현재 지역 지휘자가 보조왕핵 사용을 거부하지 않을 것.하겐이 그 문장을 보고 얼굴을 찌푸렸다. “내가 거부한다고 보내면 되지 않나?”테사가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그 거부를 유효하게 만들려면 구형 지휘인장을
잠깐의 웃음이 회의실에 퍼졌지만 곧 테사가 가짜 왕핵의 새 반응값을 띄우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다. 첫 번째 심장은 자신보다 더 안정적으로 보이는 지하 대체물을 발견한 뒤, 어느 쪽을 우선 왕핵으로 인정할지 검증 절차에 들어갔다. 문제는 그 검증이 실제 명령 능력을 비교하는 방식이 아니라, ‘변동이 적은 쪽’을 더 안정적이라고 보는 오래된 기준을 사용한다는 점이었다. 흰 뿔의 왕이 북부 잔류를 지우는 동안 첫 번째 심장의 수치는 계속 낮아지고 있었지만, 지하의 가짜 왕핵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값이 거의 변하지 않았다.살아 있는 것은 변한다.사용하면 닳고, 멈추면 줄어든다.반대로 비어 있는 껍질은 아무것도 하지 않기 때문에 일정하다.오래된 시스템은 그 차이를 기능과 무기능으로 보지 않고 안정과 불안정으로 읽고 있었다.테사는 화면을 확대하면서 말했다. “이대로 두면 첫 번째 심장이 자기 명령권 일부를 가짜 왕핵 쪽으로 넘기려고 시도할 수 있습니다. 다만 아직 활성 조건이 열리지 않았고, 어떤 권한이 필요한지도 확인되지 않았습니다.”하겐이 물었다. “그 권한을 확인하려고 또 사람 하나 넣는 건 아니겠지?”“그럴 생각 없습니다. 먼저 기록을 봅니다.”엘리시아는 가짜 왕핵을 향한 모든 신체 인증과 신규 서명을 금지한 상태를 유지하면서, 십일 년 전 공사기록과 왕핵국 대체시설 규정을 같이 열어보도록 했다.그때까지 누구도 예상하지 못한 사실 하나가 드러났다.가짜 왕핵은 첫 번째 심장을 대체하려고 만들어진 것이 아니었다.적어도 최초 설계에서는 그랬다.오래된 치료소 지하의 첫 번째 비접촉 탐사는 낮 두 번째 종이 울리기 전 시작됐다.현재 치료소로 쓰는 건물은 아니었다. 엘리시아가 로스테에 처음 들어왔던 날 잠깐 사용했던 구형 진료소였고, 이후 의료진이 새 공간으로 옮긴 뒤에는 의약품 일부와 낡은 침상만 남겨둔 상태였다. 지하 보관실은 십일 년 전 왕실 공사 뒤 봉인됐다는 기록만 있었고, 건물 관리인조차 실제로 문을 열어본
첫 번째 심장도 아니었다.성녀가 처음 로스테에 들어온 날 머물렀던 오래된 치료소.그리고 그 아래에는 이미 폐쇄된 지하 보관실 하나가 있었다.오스카가 기록을 찾았다.십일 년 전 공사 당시 그 방에 들어온 물품 목록은 비어 있었다.대신 출고 확인란에 한 문장이 남아 있었다.‘왕핵 대체물 일곱 기 설치 완료.’엘리시아가 문서를 보며 낮게 물었다.“대체물이라고요?”테사가 새 감정판을 다시 확인했다.광장 아래 일곱 반응 가운데 여섯은 작았다.그러나 오래된 치료소 아래 마지막 하나는 달랐다.크기가 다른 여섯 개를 모두 합친 것보다 컸다.왕핵 명령은 없었다.지맥과의 방향성도 없었다.그런데 첫 번째 심장의 구형 관측망은 그 반응을 실제 왕핵으로 판정하고 있었다.그리고 몇 초 뒤, 더 오래된 문장이 관측판 위에 떠올랐다.첫 번째 심장이 자신과 같은 등급의 왕핵을 도시 안에서 하나 더 발견했다는 판정이었다.로스테에는 왕핵이 하나뿐이어야 했다.그러나 오래된 시스템은 이제 둘이라고 믿기 시작했다.테사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졌다.“성녀님.”엘리시아는 관측판을 보았다.“말하세요.”테사는 지하 반응의 크기와 빈 껍질 구조를 다시 대조한 뒤 천천히 말했다.“저건 껍질 하나가 아닙니다. 회각충 껍질을 여러 겹 겹쳐서, 첫 번째 심장 전체를 속일 수 있을 정도로 크게 만든 것 같습니다.”누군가는 십일 년 전에 로스테 지하에 왕핵과 닮았지만 아무 명령도 없는 거대한 빈 껍질을 묻어두었다.그리고 지금 회각충이 다시 깨어나면서, 그 오래된 대체물이 반응하기 시작했다.첫 번째 심장의 판정문이 마지막으로 갱신됐다.자신과 같은 왕핵이 하나 더 존재한다면 어느 쪽이 진짜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오래된 검증 절차였다.문장 끝에서 두 심장의 우선순위가 나란히 표시됐다.기존 첫 번째 심장.그리고 이름 없는 지하 대체물.잠시 뒤 숫자가 움직였다.첫 번째 심장의 잔류는 흰 뿔의 왕 때문에 계속 줄고 있었다.반대로 지하의 빈 껍질은 아무 힘도 쓰지 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