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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07-16 15:24:16

제2장

이솔데는 작은 핸드백을 가슴에 꼭 껴안은 채 차 뒷좌석에 조용히 앉아 있었다. 그녀의 발치에는 낡은 여행 가방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녀의 눈은 퉁퉁 붓고 아려왔다. 머릿속에서는 호텔 연회장에서 들렸던 잔인한 웃음소리가 여전히 무자비하게 울려 퍼졌고, 그녀의 풍만한 몸매를 품평하던 낯선 이들의 속삭임이 뒤따랐다.

굴욕적이었다.

완전한 굴욕이었다.

휴대폰을 켠 순간, 화면은 그녀의 심장을 찢어놓는 수십 개의 알림으로 가득 찼다. 개빈의 가족들이 보낸 모욕적인 메시지들과 함께, 온라인에 퍼지고 있는 짧은 영상 하나가 보였다. 제목은 '약혼식 날 망신당한 플러스사이즈 녀'. 영상 속에는 드레스가 찢어진 채 바닥으로 거칠게 넘어지는 그녀의 모습이 고스란히 담겨 있었다.

이솔데는 숨이 턱 막혔다. 그녀는 즉시 휴대폰을 끄고 창밖을 바라보며 흐르는 눈물을 참으려 필사적으로 애썼다. 온몸에 터질 듯 달라붙은 크림색 실크 이브닝드레스가 이제는 숨을 조여오는 것만 같았다. 개빈을 기쁘게 해주기 위해 일부러 골랐던 그 드레스는, 이제 온 도시의 조롱거리가 되어버린 그녀의 풍만한 몸매의 굴곡을 고스란히 드러내고 있었다.

"도착했습니다, 아가씨." 기사가 부드럽게 말했다.

차가 속도를 줄이더니 고적하고 외딴 곳에 장엄하게 서 있는 고딕 양식의 대저택 앞에 멈춰 섰다. 우산을 들고 미리 대기하고 있던 깔끔한 수트 차림의 중년 남성이 차 문을 열어주었다.

"어서 오십시오, 이솔데 양. 저는 블랙스론 가문의 개인 변호사인 레이먼드 헤일입니다." 남자는 이솔데의 창백한 얼굴을 동정 어린 눈빛으로 바라보며 정중하게 미소 지었다. "베를리아나 회장님께서 선종하시기 전에 모든 것을 준비해 두셨습니다."

그 이름을 듣는 순간 이솔데의 가슴이 다시 한번 조여왔다.

"회장님이 돌아가셨다는 게 아직도 믿기지 않아요…"

"회장님께서는 이솔데 양의 미래를 무척 걱정하셨습니다." 레이먼드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솔데를 저택의 웅장한 로비로 안내했다. 압도적인 화려함이 감도는 곳이었다. "회장님의 지시에 따라 이솔데 양의 모든 생활비가 지원될 예정입니다. 또한 다음 주부터 블랙스론 재단 산하의 엘리트 대학교로 편입하시게 됩니다."

이솔데는 검은 대리석 바닥 위에서 갑자기 걸음을 멈추었다.

"대학을 편입한다고요? 하지만, 레이먼드 변호사님…"

"학업을 마칠 때까지 이 저택에서 영구적으로 거주하셔야 합니다." 레이먼드가 차분하게 말을 이었다.

"잠깐만요, 전 여기 머무를 수 없어요." 이솔데는 이 공간에 전혀 어울리지 않는 자신의 처지를 느끼며 당황해 말을 가로막았다. "전 여기에 아는 사람도 한 명 없단 말이에요."

"오늘 밤부터 네가 상대해야 할 사람이 정확히 누구인지 알게 될 거다, 꼬맹아."

나선형 계단 쪽에서 낮고 차가운 목소리가 공기를 가르며 들려왔다.

이솔데는 고개를 들었다가 즉시 숨을 들이켰다.

어두운 수트를 입은 어깨가 넓고 키가 큰 남자가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넓은 어깨, 날카로운 턱선, 그리고 이목구비가 수려하고 조각 같은 얼굴을 가졌지만 아무런 감정도 느껴지지 않는 남자였다. 가문의 유력한 후계자이자 장남인 루시엔 블랙스론은 이솔데의 정확히 세 걸음 앞에 멈춰 섰다.

루시엔의 압도적인 아우라가 이솔데를 단숨에 얼어붙게 만들었다. 그의 매 같은 눈동자가 아래로 향하더니 바닥에 놓인 낡은 가방을 훑고는, 타이트한 실크 드레스 아래로 선명하게 드러난 이솔데의 풍만한 몸매의 굴곡에 머물렀다. 마치 그녀를 발가벗기는 듯한 강렬한 시선에 이솔데는 본능적으로 가슴 위로 팔을 교차하며 자신을 감추려 했다.

"레이먼드, 할머니 유언장에 적혀 있던 그 꼴사나운 계집애가 바로 얘인가?" 루시엔은 불규칙한 호흡 때문에 위아래로 들썩이는 이솔데의 가슴에서 시선을 떼지 않은 채 차갑게 물었다.

"예, 루시엔 도련님. 이솔데 라벨린 양이십니다."

루시엔은 한 걸음 더 다가와 거리를 좁혔다. 이솔데는 그의 차가운 눈빛과는 대조적인 뜨거운 체온을 느낄 수 있었다. 그가 나직하게 코웃음을 쳤다.

"세간의 평판은 엉망진창에… 이 저택의 미적 기준에는 전혀 미치지 못하는군. 블랙스론 가문의 영애가 되기엔 완전히 자격 미달이야."

이솔데는 주먹을 움켜쥐었다. 머릿속의 어지러움과 마음속에서 휘몰아치는 감정들이 그녀에게 루시엔의 시선을 받아칠 힘을 주었다.

"제가 영애의 기준에 맞지 않을 수도 있어요, 도련님. 그리고 저 역시 이 저택으로 끌려오길 바란 적은 없어요."

루시엔이 대답하기도 전에, 어두운 복도 쪽에서 낮고 걸걸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을 만큼 매혹적인 웃음소리가 울려 퍼졌다.

"루시엔, 첫날 밤부터 우리 먹잇감을 그렇게 겁주지 말라고."

위험한 포식자의 아우라를 풍기며 또 다른 남자가 여유롭게 걸어 나왔다. 흰 셔츠의 윗단추 세 개가 풀려 있어 구릿빛의 넓은 가슴이 그대로 드러나 있었다. 에반 블랙스론은 이솔데에게 다가왔고, 그의 시선은 단숨에 그녀에게 고정되었다.

이솔데의 풍만한 골반과 볼륨감 넘치는 실루엣을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훑어보는 그의 눈빛에는 욕망이 가득한 거친 흥미가 서려 있었다. 그는 이솔데의 주위를 빙빙 돌며 그녀와의 거리를 좁혔다.

"할머니가 이 애를 거두어 주라고 하지 않으셨어?" 에반은 이솔데의 귀 근처에서 속삭이며 웃었고, 이솔데의 뒷목에 닭살이 돋게 만들었다. 그는 손가락을 뻗어 드레스 끈 하나가 살짝 흘러내려 드러난 이솔데의 맨살 어깨를 대담하게 만졌다. "비록 저 밖에서 영애 대접을 받는 앙상한 모델 같은 년들처럼 날씬하진 않지만… 솔직히 말해서 꽤나… 탐스러운 몸매를 가졌네.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루시엔?"

맨살에 닿은 에반의 손가락의 열기에 이솔데는 몸을 흠칫 떨었다. 그가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당장이라도 그녀를 삼켜버리고 싶어 하는 것 같았다.

"말이 많군, 에반. 더러운 손 치워."

루시엔의 목소리가 날카롭게 끼어들었다. 동생의 손가락이 이솔데의 피부에 닿는 모습을 바라보는 그의 눈빛에 불쾌감이 스쳤다. 왠지 모르게 그의 가슴속에서 갑작스러운 소유욕 섞인 짜증이 치솟았다.

동시에, 위층에서 가볍고 불규칙한 발소리가 울려 퍼졌다.

"초상집 분위기인데 다들 조용히 좀 하면 안 돼?"

큰 스케치북을 들고 한 젊은 남자가 내려왔다. 헐렁한 검은색 셔츠를 입고 가느다란 손가락에 물감이 묻은 아즈리엘 블랙스론은 다른 이들과는 달라 보였지만, 그의 어두운 눈동자는 그만의 광기를 뿜어내고 있었다.

계단 아래에 다다른 순간, 아즈리엘은 이솔데의 바로 앞에 멈춰 섰다. 그의 어두운 눈동자가 눈 한번 깜빡이지 않고 그녀를 응시했다.

그것은 이솔데가 개빈에게서 받았던 조롱 섞인 시선이 아니었다.

생애 최고의 관능적인 걸작을 막 발견한 집착에 사로잡힌 예술가의 굶주린 시선이었다.

아즈리엘은 갑자기 대리석 바닥 위에서 이솔데의 바로 앞에 한쪽 무릎을 꿇었다.

"아…"

이솔데는 작은 비명을 지르며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서려 했지만, 아즈리엘의 차가운 손가락이 빠르게 그녀의 발목을 휘감아 쥐며 놀라운 힘으로 그녀를 고정시켰다.

아즈리엘은 허벅지까지 깊게 찢어진 실크 드레스 자락 사이로 선명하게 드러난 이솔데의 무릎 위 보랏빛 멍 자국을 뚫어지게 응시했다.

"무릎에서 피가 나는데… 치료도 안 받았네." 아즈리엘은 낮게 속삭였지만, 그의 눈빛은 집착적인 매료로 반짝이고 있었다. 말라붙은 물감 때문에 거칠어진 그의 엄지손가락이 이솔데의 매끄러운 허벅지 위 멍 자국 언저리를 천천히 문질렀다. 쓰라린 통증과 함께 묘한 전율이 일어 이솔데의 숨이 멎었다.

"놓아주세요… 아무것도 아니에요." 이솔데는 다리를 빼내려 애쓰며 초조하게 속삭였다.

그러나 그녀의 발목을 쥔 아즈리엘의 손아귀에는 더욱 소유욕 어린 힘이 들어갔다.

"우윳빛 피부가 이 멍 때문에 망가지고 있잖아. 붉고 보랏빛으로…" 아즈리엘은 상처에서 흘러나오는 피를 맛보고 싶다는 듯 이솔데의 허벅지에 얼굴을 가까이 대며 중얼거렸다. "아름답지만, 아프겠네."

"그 뒤틀린 집착 또 시작이군, 아즈리엘. 일어나라."

에반이 이빨 사이로 말을 내뱉었지만, 정작 그의 눈길조차 동생의 손아귀에 붙잡힌 이솔데의 터질 듯한 허벅지에서 떨어질 줄 몰랐다.

로비 전체를 집어삼키려 하는 이 기묘하고 팽팽한 텐션 속에서 마침내 루시엔이 개입했다.

"아즈리엘, 일어나!" 루시엔이 낮고 무거운 목소리로 호통을 쳤다.

아즈리엘은 천천히 손을 떼고 미스터리한 미소를 지으며 일어섰지만, 그의 눈은 여전히 이솔데의 몸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루시엔이 한 걸음 다가서자, 세 남자에게 둘러싸여 갇혀 버린 이미 쇠약해지고 떨고 있는 이솔데에게 그의 거대한 체구가 엄청난 압박감으로 다가왔다.

그는 세 사람 중 가장 날카로운 눈빛으로 그녀를 쏘아보았다.

"잘 들어라. 네가 여기 머무는 건 오직 우리가 베를리아나 할머니의 마지막 유언을 존중하기 때문이다. 필요한 모든 것은 제공될 것이다."

이솔데는 찢겨 나간 자존심의 마지막 조각들을 그러모으기 위해 손가락 마디가 하얗게 질릴 정도로 주먹을 꽉 쥐었다.

"제가 거절하고 지금 당장 떠나겠다고 하면요?"

루시엔은 자신의 뜨거운 숨결이 이솔데의 입술에 닿을 정도로 얼굴을 불과 몇 센티미터 거리까지 들이밀었다.

"갈 곳 따윈 없을 텐데, 바보 같은 계집애야. 저 밖에서는 온 세상이 네 영상을 보며 네 몸뚱이를 비웃고 있으니까."

그 말은 이솔데의 가혹한 현실을 정통으로 찔렀다.

루시엔의 말이 맞았다.

저 밖에서 그녀는 혼자였고, 굴욕을 당했다.

이 안에서… 그녀는 자신을 굶주린 늑대처럼 바라보는 세 남자에게 갇혀 있었다.

루시엔의 목소리가 한층 더 낮아지며 위험한 무게를 실었다.

"한 가지만 더. 이 저택에 머무는 동안 네 행동거지를 조심해라. 이 집에 골칫거리를 몰고 오거나, 네 멍청한 전 약혼놈처럼 다른 남자가 네 몸을 만지게 내버려 두지 마."

이솔데는 깊은 숨을 들이마셨다. 그녀의 풍만한 가슴이 너무 가까이 서 있던 루시엔의 넓은 가슴에 스쳤다. 묘한 전기적 짜릿함에 두 사람은 찰나의 순간 동안 굳어버렸다.

"알겠어요, 블랙스론 도련님." 이솔데는 체념한 듯 나직하게 속삭였다.

루시엔은 이솔데의 잘게 떨리는 도톰한 입술을 몇 초 동안 응시하다가, 바지 아래서 갑자기 단단해지며 치솟는 생리적인 반응을 억누르며 황급히 고개를 돌려 반응을 감추었다.

"좋아. 알아들었으니 다행이군. 레이먼드, 이 애의 짐을 챙겨라. 2층 마스터 베드룸으로 안내해."

계단을 향해 걸어가며 루시엔은 남몰래 주머니 속에서 주먹을 꽉 쥐었다.

곁눈질로 보니, 에반은 이솔데의 풍만한 뒷모습을 바라보며 입술을 축이고 있었고, 아즈리엘은 이미 굶주린 시선으로 그녀의 몸매 실루엣을 스케치북에 담아내고 있었다.

그리고 왠지 모르게, 그 광경은 타오르는 질투심과 함께 루시엔

의 온몸에 뜨거운 피를 솟구치게 만들었다.

'젠장… 그냥 힘없고 뚱뚱한 계집애일 뿐인데. 왜 몸이 이렇게 강렬하게 반응하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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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제156장새벽의 정적을 깨고 블랙스톤 대저택의 앞마당으로 들어서는 고급 승용차의 엔진음이 울려 퍼졌다. 웅장한 메인 거실 안으로 에반더와 아스리엘이 옷매무새가 흐트러진 채 가쁜 숨을 내쉬며 걸어 들어왔다. 북부 항구로 향했던 밤길의 긴장감이 두 청년의 얼굴에 여전히 짙게 새겨져 있었다.그들은 방금 루시언을 만나고 돌아오는 길이었다—그 중년 남자가 정말로 외딴 펜트하우스에 스스로를 고립시켰으며, 가문의 권력 구도로 돌아올 생각이 전혀 없음을 직접 확인한 것이다. 하지만 삼촌의 지배력이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는 안도감이 찾아오기는커녕, 에반더와 아스리엘의 머릿속은 훨씬 더 긴박한 문제로 가득 차 있었다. 바로 2층 방 안에서 조용히 스스로를 파괴해가고 있는 그 여자에 관한 문제였다.시간을 지체하지 않고, 에반더는 서둘러 계단을 한 칸씩 밟아 올라갔다. 그 뒤를 아스리엘이 나무 지팡이에 몸을 의지한 채 따라붙었고, 두 청년은 서쪽 날개 건물 2층 복도를 지나 이졸데의 침실 문 바로 앞에 멈춰 섰다.에반더가 문을 부드럽게 두드렸다. 쉰 듯 지쳐버린 목소리였다. "이졸데... 문 좀 열어봐. 제발, 잠시만 문 좀 열어봐라."어스름한 침실 안에서 이졸데는 두툼한 이불로 몸을 감싼 채 킹사이즈 침대 위에 웅크리고 있었다. 부어오른 두 눈으로 문을 멍하니 응시했다. 노크 소리와 함께 자신을 부르는 에반더의 목소리가 들려왔지만, 그녀는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 쪽을 택했다.문이 완벽하게 잠겨 있지 않았던 탓에 살짝 삐걱거리며 열리자, 에반더와 아스리엘은 천천히 문을 밀고 방 안으로 들어섰다. 두 사람의 눈앞에 펼쳐진 광경에 두 청년의 숨이 턱 막혀왔다.이졸데는 훨씬 더 앙상해져 있었다. 갸름한 뺨을 장식하던 특유의 혈색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졌고, 크림색 파자마의 커다란 깃 아래로 쇄골 뼈가 툭 튀어나와 있었다. 전날 오후 하인이 올려보낸 음식 트레이는 손도 대지 않은 원형 그대로 협탁 위에 방치되어 있었다.에반더는 즉시 침대 곁으로 다가가 이졸데와 눈높이를 맞추며 천

  • 세 후계자의 소유가 된 통통한 그녀   155

    제155장북부 구역 낡은 항구의 밤바다가 내뿜는 거친 바람 소리가 녹슨 컨테이너 벽에 부딪히며 귀가 먹먹할 정도의 소음을 내질렀다. 오후부터 도시를 적시던 보슬비는 이제 가라앉았지만, 버려진 창고의 걸려 있는 투광등 빛을 희미하게 반사하는 소금물 웅덩이와 젖은 흙탕물만을 남겨두고 있었다.버려진 물류 창고 안—루시언이 지난 일주일 동안 스스로를 고립시키기 위해 선택한 장소—의 분위기는, 육중한 메인 철문이 거센 충격으로 작살나기 전까지 섬뜩할 정도로 고요했다.쾅-!3미터 높이의 철문이 단숨에 폭파되어 열리며 거대한 소리와 함께 콘크리트 바닥으로 쳐박혔다. 두 남자가 가쁜 숨을 내쉬며 안으로 걸어 들어왔고, 그들의 눈동자는 분노로 불타고 있었다. 에반더와 아스리엘이었다. 그들 뒤로는 무장한 경호원 몇 명이 바깥 경계를 삼엄하게 펼치며 철저히 경계 태세를 취하고 있었다.방 한가운데의 낡은 나무 의자에 앉아 종이컵에 담긴 블랙커피를 홀짝이고 있던 루시언은 놀란 기색을 단 한 조각도 내보이지 않았다. 중년의 남자는 재킷도 없이 어두운 셔츠 차림에 소매를 대충 말아 올려 입고 있었으며, 얼굴에는 피로의 흔적이 역력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는 그저 무거운 걸음으로 자신에게 다가오는 두 젊은 후계자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들었을 뿐이었다.에반더는 즉시 루시언의 정장 깃을 낚아채며 그 연장자를 강제로 일으켜 세웠다. 에반더의 금빛 눈동자가 크게 떠지며, 믿기지 않는다는 듯한 분노가 휘몰아쳤다."당신 진짜 미쳤군, 루시언!" 에반더가 분통을 터뜨리며 고함을 쳤고, 그 목소리가 텅 빈 창고 구석구석에 메아리쳤다. "이 한심한 연극을 계속하려고 일부러 이 더러운 곳에 숨어 들어가 가문의 숙적들에게 쉬운 먹잇감이 되어주고 있었던 거야?! 비운의 주인공인 척 그만해! 이졸데가 감동하고 죄책감을 느끼게 하려고 블랙스톤 그룹의 왕좌를 내놓고 싶어 하는 척 위선 떨지 말라고!"아스리엘이 나무 지팡이를 짚고 다가서며, 혐오감과 의심이 가득 찬 표정으로 루시언을 날카롭게 노려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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