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GIN점심시간이 조금 지난 뒤였다.
리지우드 고등학교 복도는 평소보다 조금 더 시끄러웠다.
사물함 앞에 모여 있는 학생들이 평소보다 오래 서 있었고, 누군가가 화면을 들고 친구를 불렀다.
“이거 봐.”
“뭐야.”
“아니 이거...”
화면을 들이밀자 옆에 있던 애들이 고개를 들이밀었다.
영상 속에는 쇼핑몰 중앙 무대가 보였다.
천장이 높고 유리 난간이 둘러져 있는 공간이었다.카메라가 약간 흔들리고 있었다.
누군가 관객 사이에서 찍은 영상 같았다.
기타 소리가 먼저 들렸다.
짧은 리프였다.
뒤이어 저음 비트가 스피커를 타고 울렸다.
그리고 목소리.
“실버라인!”
카메라가 무대 쪽으로 조금 더 가까이 움직였다.
마커스가 마이크를 잡고 있었고, 노아가 무대 중앙에서 리듬을 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옆에는 이든이 기타를 메고 서 있었다.
복도에서 영상을 보던 학생이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이거.”
“왜.”
“우리 학교 애잖아.”
옆에 있던 애가 화면을 가까이 들여다봤다.
“누구?”
“이든.”
“…유리온실?”
몇 초 동안 아무 말도 없었다.
그리고 누군가 중얼거렸다.
“…노래 잘하는데.”
다른 애가 말했다.
“근데 이거 밴드냐?”
옆에 있던 애가 어깨를 으쓱했다.
“몰라.”
“…근데 멋있다.”
***
그 시각.
작업실 안에서는 아무도 그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학교 뒤쪽,
거의 쓰지 않는 낡은 별관 건물 안이었다.창문이 조금 열려 있었고, 늦은 오후 공기가 천천히 들어오고 있었다.
노아는 소파에 누운 채 노트북을 보고 있었고, 마커스는 앰프 옆에서 기타 케이블을 정리하고 있었다.
이든은 의자에 앉아 기타 줄을 천천히 튕겼다.
짧은 멜로디였다.
그때.
문이 벌컥 열렸다.에릭이었다.
숨이 조금 차 있었다.“너네.”
마커스가 고개를 들었다.
“왜.”
에릭이 바로 소파 쪽으로 걸어왔다.
노아 손에 들린 노트북을 그대로 가져갔다.
“…뭐야?”
에릭은 대답도 안 하고 빠르게 화면을 넘겼다.
“지금 학교에서 난리 났다.”
노아가 몸을 일으켰다.
“…뭐.”
에릭이 화면을 돌려 보여줬다.
쇼핑몰 공연 영상이었다.노아가 바로 말했다.
“아, 이거.”
마커스가 피식 웃었다.
“누가 또 올렸냐.”
에릭이 말했다.
“유튜브랑 마이스페이스 둘 다 올라왔어.”
레이첼이 벽에 기대 서 있다가 화면을 들여다봤다.
“댓글도 달리기 시작했네.”
“마커스.”
레이첼이 물었다.
“왜.”
마커스가 대답했다.
“애들이 너네 밴드냐고 묻는데?”
노아가 웃었다.
“밴드?”
마커스도 웃었다.
“우리 밴드냐.”
노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뭐 반쯤?”
짧은 정적이 흘렀다.
노아가 다시 말했다.
“아니 원래 우리 퍼포먼스 크루였잖아.”
마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맞지.”
노아가 리듬을 타는 동작을 흉내 냈다.
“랩 하고 퍼포먼스 하고.”
레이첼이 말했다.
“근데 요즘은 기타가 더 앞에 나오잖아.”
노아가 어깨를 으쓱하고 말했다.
“…우리 밴드라고 하기엔 애매하지 않냐.”
마커스가 눈을 들었다.
“왜.”
노아가 웃으면서 말했다.
“드럼도 없고.”
레이첼이 피식 웃었다.
“그건 그렇네.”
순간 조용해졌다.
모두 동시에 이든을 봤다.
이든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타 줄을 툭 튕겼다.
짧은 코드가 울렸다.
마커스가 웃었다.
“그래도 기타가 저렇게 앞에 나오면 밴드지.”
노아가 이든을 보며 말했다.
“처음엔 그냥 리프 정도였잖아.”
이든이 어깨를 으쓱했다.
“지금도 리프야.”
그리고 덧붙였다.
“근데 더 재밌잖아.”
노아가 잠깐 웃었다.
“…맞긴 해.”
레이첼이 말했다.
“랩 위에 기타 얹히니까 느낌이 달라.”
마커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서 애들이 밴드라고 하는 건가보네.”
노아가 말했다.
“원래 우리 음악 이렇게 안 했는데.”
이든은 기타 넥을 가볍게 고쳐 잡았다.
“지금 하잖아.”
그리고 덧붙였다.
“좋잖아.”
노아가 피식 웃었다.
잠시 후 마커스가 웃으며 말했다.
“그럼 이제 우리 뭐냐?”
노아가 말했다.
“몰라.”
“…그냥 실버라인이지.”
이든이 말했다.
그리고 다시 기타를 들었다.
짧은 리프가 울렸다.조금 전 영상에서 들리던 그 소리였다.
작업실 문 옆에서 애리는 그 장면을 보고 있었다.캠코더가 손에 들려 있었다.
방 안의 공기가 조금 달라진 것 같았다.
조금 전까지는 그냥 연습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누군가가 보고 있다는 느낌,
학교 어딘가에서 이 노래를 듣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는 느낌이었다.노아가 말했다.
“이거.”
마커스가 물었다.
“왜.”
“조회수 또 올라갔다.”
레이첼이 웃었다.
“보지 마.”
마커스가 말했다.
“왜?”
레이첼이 어깨를 으쓱했다.
“보면 신경 쓰잖아. 그냥 연습해.”
이든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손끝이 다시 기타 줄 위로 올라갔다.
짧은 리프가 작업실 안을 채웠다.랩이 들어갈 공간을 남겨 둔 멜로디였다.
실버라인은 원래 퍼포먼스 크루였다.하지만 지금은 조금 다른 소리가 나기 시작하고 있었다.
랩 위에 기타가 얹히고, 베이스가 받쳐 주고, 그 위로 마커스의 키보드가 얇게 깔렸다.
애리는 캠코더 화면을 천천히 들어 올렸다.
렌즈 속에서 이든이 기타를 치고 있었다.
애리가 작게 웃었다.
아마, 이게 시작일지도 몰랐다.
****
체육 수업 시간이었다.
리지우드 고등학교 체육관 안에는 농구공 튀는 소리가 계속 울리고 있었다.
운동화가 바닥을 스치는 소리와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섞여 천장까지 퍼졌다.
“패스!”
공이 한 번 튀고 날아갔다.
이든은 체육관 한쪽에서 천천히 걸어가고 있었다.
체육 수업이 딱히 재미있는 편은 아니었지만, 그렇다고 싫어하는 것도 아니었다.
그냥 시간 때우기 정도였다.
그때였다.
체육관 스피커에서 음악이 흘러나왔다.
기타 리프였다.
짧고 익숙한 멜로디.
이든이 걸음을 멈췄다.
그의 눈썹이 아주 조금 움직였다.
자기 기타 소리였다.
벤치 쪽에서 몇 명이 스피커에 뭔가를 틀어 놓고 있었다.
쇼핑몰 공연 영상이었다.
카메라가 무대 위를 흔들리며 지나가고 있었다.
마커스와 노아가 보였고 화면 한쪽에서 이든이 기타를 치고 있었다.
체육관 안에서 누군가 웃었다.
“어!”
“왜.”
“이거 걔네잖아.”
“누구?”
“…이든.”
농구공이 한 번 튀었다.
그리고 멈췄다.
몇 명이 동시에 체육관 입구 쪽을 봤다.
거기에 이든이 서 있었다.잠시 정적이 흘렀다.
벤치에 앉아 있던 애 하나가 웃었다.
“저기.”
“본인 등장.”
몇 명이 동시에 웃었다.
이든은 잠깐 스피커 쪽을 봤다.
체육관 안으로 기타 소리가 길게 퍼지고 있었다.
이든이 시선을 돌리며 물었다.
“그거 어디서 났냐.”
영상을 틀고 있던 애가 말했다.
“유튜브.”
“마이스페이스에도 올라왔어.”
이든이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아.”
그리고 그냥 걸어 들어왔다.
마치 별일 아니라는 것처럼.
농구팀 가드 하나가 웃으며 말했다.
“이든.”
이든이 공을 받으며 물었다.
“왜.”
화면이 다시 들이밀어졌고, 그 쇼핑몰 공연 영상이었다.
“이거 너 맞아?”
이든이 화면을 한 번 봤다.
그리고 어깨를 으쓱했다.
“…응.”
몇 명이 동시에 웃었다.
“미친.”
“우리 학교 애였네.”
“실버라인이라며.”
농구팀 주장이 말했다.
“…노래 괜찮던데.”
이든은 공을 바닥에 한 번 튕겼다.
그리고 아무렇지 않게 말했다.“내가 만든 거야.”
그리고 덧붙였다.
“가사는 마커스가 좀 도와줬고.”
농구팀 애가 눈을 조금 크게 떴다.
“…진짜?”
이든은 어깨를 으쓱했다.
“응.”
이든이 공을 던졌다.
“패스.”
공이 날아갔다.
체육관 안에 다시 농구공 튀는 소리가 울렸다.
하지만 아까와 분위기가 조금 달라져 있었다.
몇 명은 여전히 이든 쪽을 보고 있었다.
체육관 스피커에서는 여전히 쇼핑몰 공연 영상 속 기타 리프가 흘러나오고 있었는데,
이든은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그 무심한 태도가 이상하게 더 눈에 들어왔다.
농구공이 다시 바닥을 튕겼다.
그런데도 시선 몇 개는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괜찮아요?]메시지를 보내고도 한동안 답은 오지 않았다.애리는 핸드폰을 옆에 내려놓고 다시 노트북을 바라봤다.그사이 제이미는 먼저 과제를 끝냈는지 가방을 정리하고 있었다.“나 먼저 갈게.”“벌써?”“벌써라니. 몇 시인지 봐.”애리는 화면 한쪽에 뜬 시간을 확인했다.“아.”“너 아직 멀었어?”“거의 다 했어.”“아까도 그렇게 말했잖아.”“이번에는 진짜야.”제이미가 웃으며 가방을 어깨에 걸쳤다.“내일 봐.”“응.”제이미가 떠난 뒤 애리는 다시 과제에 집중했다.마지막 부분을 고치고 처음부터 한 번 더 읽었다.몇 군데를 수정한 뒤 파일을 제출했다.화면에 제출 완료 표시가 뜨자 애리는 그대로 의자 등받이에 몸을 기댔다.“끝났다.”그제야 핸드폰을 확인했다.레이첼에게서 답장이 와 있었다.[응. 괜찮아.]애리는 화면을 바라봤다.딱 한 줄이었다.괜찮다는 사람의 답장치고는 별로 괜찮아 보이지 않았다.[언니 어디예요?]이번에는 답이 금방 왔다.[집.][전화해도 돼요?]곧 전화가 걸려 왔다.애리는 바로 받았다.“언니.”“응.”“진짜 괜찮아요?”레이첼이 작게 웃었다.“줄리안이 말했어?”“네.”“걔 진짜 빠르다.”“어제 알았다던데요.”“그래도.”애리는 가방에 노트북을 넣으며 물었다.“진짜 헤어졌어요?”“응.”직접 들으니 더 이상했다.
다음 날 오후.줄리안이 연습실에 들어갔을 때 노아는 이미 와 있었다.소파에 길게 누워 핸드폰을 보고 있던 노아가 고개를 들었다.“왔어?”“응.”줄리안은 기타 케이스를 내려놓으며 주위를 둘러봤다.“마커스는?”“아직.”“연락은?”“안 했는데.”줄리안이 시간을 확인했다.연습 시작까지는 아직 십 분 정도 남아 있었다.노아가 물었다.“어제 재밌었어?”“뭐가.”“파티.”“재미없었어.”“그럴 줄 알았어.”노아는 별로 놀랍지도 않다는 듯 다시 핸드폰으로 시선을 내렸다.“마커스는?”“몰라. 나 먼저 왔어.”“몇 시에?”“열 시쯤.”노아가 고개를 들었다.“파티를 열 시에 나왔다고?”“응.”“왜 갔어?”“….”줄리안은 대답하지 않고 기타를 꺼냈다.노아가 웃었다.“마커스는 남았고?”“응.”“누구랑?”“모델들.”이번에는 노아가 몸을 일으켰다.“오.”줄리안이 쳐다봤다.“왜.”“생각보다 빠른데?”“뭐가 빨라.”“헤어진 지 며칠 됐다고 벌써 모델들이랑 놀아.”“원래 알던 사람들이야.”“그래서?”“그래서 뭐.”노아가 웃었다.“너 왜 레이첼 대신 화내고 있어?”“안 내.”“내고 있는데.”“아니거든.”그때 연습실 문이 열렸다.마커스였다.평소와 다를 것 없는 얼굴로 들어온
10월의 마지막 주.투어를 앞두고 실버라인은 거의 매일 연습실에 모였다.새 앨범이 나온 뒤 공연에서 해야 할 곡이 늘었고, 기존 곡까지 포함하면 세트리스트도 다시 맞춰야 했다.그날도 연습이 끝났을 때는 이미 밤이었다.마커스가 키보드 앞에서 일어나 손목을 돌렸다.“몇 시야?”노아가 핸드폰을 확인했다.“아홉 시 조금 넘었어.”“오늘은 여기까지 하지.”줄리안도 기타를 스탠드에 세웠다.노아는 기다렸다는 듯 재킷을 집어 들었다.“나 간다.”마커스가 물었다.“어디 가?”“클럽.”“또?”“왜.”노아가 재킷을 입으며 마커스를 봤다.마커스는 망설이다가 말했다.“나도 가도 돼?”노아의 손이 멈췄다.줄리안도 고개를 들었다.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마커스에게 향했다.“왜.”마커스가 얼굴을 찌푸렸다.“뭘 왜야.”노아가 말했다.“너 클럽 싫어하잖아.”“싫어하진 않아.”“나 게이 클럽 가는데.”“….”노아가 웃었다.“그래도 갈래?”“됐어.”“재밌는데.”“너나 가.”노아는 어깨를 으쓱했다.그때 줄리안이 물었다.“레이첼이 뭐라고 안 해?”마커스가 기타 케이스를 닫던 손을 멈췄다.“뭘 뭐라고 해.”“네가 클럽 간다는데.”“상관없어.”줄리안이 마커스를 바라봤다.“왜 상관없어?”마커스는 대답하지 않았다.그러다 별일 아니라는 듯 말했다.
뉴헤이븐을 떠난 건 밤 열한 시가 가까워졌을 때였다.노아는 먼저 자신의 차를 타고 떠났고, 마커스와 레이첼은 함께 뉴욕으로 향했다.차 안은 조용했다.라디오에서는 음악이 작게 흘러나오고 있었다.마커스는 운전에 집중했고, 레이첼은 창밖을 바라봤다.한동안 별다른 대화가 없었다.먼저 입을 연 건 마커스였다.“피곤해?”“조금.”“잘래?”“괜찮아.”대화는 거기서 끝났다.예전에는 둘이 차를 타고 한두 시간을 가는 게 지루하지 않았다.별것 아닌 이야기를 하다가 웃기도 했고, 음악을 들으며 따라 부르기도 했다.언제부터 이렇게 됐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다만 올해 봄 월드투어를 다녀온 뒤부터 무언가 달라진 건 분명했다.마커스는 전보다 훨씬 바빠졌다.앨범이 성공하면서 일정은 계속 늘어났고, 밴드가 유명해질수록 만나는 사람도 많아졌다.처음에는 레이첼도 이해했다.마커스가 바라던 일이었다.실버라인이 여기까지 오는 데 얼마나 오래 걸렸는지도 알고 있었다.그래서 기다렸다.그런데 어느 순간부터 기다리는 일이 당연해졌다.레이첼이 창밖을 바라본 채 물었다.“다음 주도 바빠?”“응.”“계속?”“아마.”“그래.”마커스가 옆을 한번 봤다.“왜?”“그냥 물어봤어.”다시 정적이 흘렀다.레이첼이 말했다.“나 요즘 데이트하는 기분이 안 들어.”마커스의 시선이 잠깐 옆으로 향했다.“갑자기 무슨 소리야?”“갑자기 아니야.”레이첼은 여전히 앞을 보고 있었다.
10월 25일 토요일.애리가 눈을 떴을 때 줄리안은 아직 자고 있었다.어젯밤 늦게 뉴욕에서 돌아온 탓인지 평소보다 깊이 잠든 얼굴이었다.애리는 침대 옆에 놓인 핸드폰을 집어 들었다.오전 8시 17분.화면에는 밤사이 도착한 메시지가 잔뜩 쌓여 있었다.가족들에게서 온 것도 있었고, 학교 친구들에게서 온 것도 있었다.제일 위에는 제이미가 보낸 메시지가 떠 있었다.[생일 축하해!!!]그 아래에는 니키의 메시지도 있었다.[오늘 저녁 기대해도 되는 거지?]애리가 웃으며 답장을 보내고 있을 때 옆에서 움직이는 기척이 났다.“몇 시야?”잠긴 목소리가 들렸다.“여덟 시 조금 넘었어.”줄리안은 눈도 제대로 뜨지 않은 채 팔을 뻗었다.애리의 허리에 팔을 두르더니 그대로 자기 쪽으로 끌어당겼다.“뭐 해.”“더 자.”“나 안 졸려.”“난 졸려.”“그럼 자.”“같이.”애리가 어이없다는 듯 줄리안을 돌아봤다.“나 오늘 생일인데.”“알아.”“근데 계속 자자고?”그제야 줄리안이 눈을 떴다.애리를 바라보던 입가에 웃음이 번졌다.“생일 축하해.”애리가 기다렸다는 듯 물었다.“선물은?”“없어.”애리의 눈이 가늘어졌다.
일요일 저녁.애리는 현관 앞에 가방을 내려놓았다.“다 챙겼어?”어머니가 물었다.“응.”“빠진 거 없는지 다시 봐.”“없어.”“맨날 그렇게 말하고 하나씩 두고 가잖아.”애리가 웃으며 신발을 신었다.그때 밖에서 차가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왔나 보다.”애리는 문을 열었다.차에서 내린 줄리안이 걸어왔다.“안녕하세요.”어머니가 반갑게 맞았다.“왔어?”“네.”이번에는 류정호도 거실에서 나왔다.줄리안이 바로 허리를 숙여 인사했다.“안녕하세요, 아버님.”“그래. 잘 지냈어?”“네. 아버님도 잘 지내셨죠?”류정호가 웃었다.“나야 똑같지.”애리가 옆에서 끼어들었다.“안 똑같아. 요즘 맨날 회사 가.”“맨날은 무슨.”“어제도 갔잖아.”류정호가 애리를 한번 바라봤다.“그래도 저녁에는 왔잖아.”“당연히 와야지.”줄리안이 두 사람을 번갈아 보다가 웃었다.류정호가 애리의 가방을 가리켰다.“저거 하나야?”“응.”“학교 가는 애 짐이 왜 저것밖에 없어.&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