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ICIAR SESIÓN주연아는 그 말을 듣고도 그저 담담히 눈을 내리깔았다.얼굴에는 조금의 당황도 없었다. 오히려 옅은 웃음이 스쳐 지나갔다.“도망쳐? 나를 허겁지겁 달아나게 할 사람은… 아직 태어나지도 않았어.”그 시각.가게 맞은편 객잔 2층, 창을 낀 아담한 방 안.먹빛 비단 장포를 걸친 한 젊은 사내가 창가에 기대 앉아 있었다.그의 손에는 백옥 술잔이 들려 있었고 깊은 눈동자는 매처럼 날카롭게 아래 거리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빠짐없이 담아내고 있었다.“세 번째군.”열무는 얇은 입술을 열어, 잔 속의 맑은 술을 단숨에 비워냈다.강남에서 처음 마주친 때부터, 우주 성문 앞에서, 그리고 오늘, 이 정현 거리까지.그의 뒤에 서 있던 호위, 타로가 한 걸음 나섰다. 표정은 무겁게 가라앉아 있었다.“한주.”타로는 눈빛을 가늘게 좁혔다.“저 자그마한 녀석, 곁에 붙어 있는 호위들은 모두 고수입니다. 방금 전 움직임을 보니, 거칠고 직선적이며, 한 수 한 수가 군중에서 사람을 베어 넘기는 기술 그대로였습니다. 결코 평범한 부잣집 도련님의 호위가 아닙니다.”그의 목소리에는 경계심이 짙게 배어 있었다.“일은 세 번을 넘기지 않는다 했습니다. 세 번이나 우연히 마주친 건… 너무도 수상합니다. 출신이 불분명한 인물이니 한주께서도 경계하셔야 합니다.”대성조의 황제는 한주의 친외삼촌이었다.태후가 세상을 떠난 뒤로, 두 나라는 미묘한 균형 속에 놓여 있었다.지금 한주가 홀로 대성조에 있는 이상, 더욱 조심할 필요가 있었다.하지만 열무는 그 말을 듣고도, 그저 낮게 코웃음을 쳤다.빈 술잔을 손끝으로 굴리며 다시 창밖 그 가느다란 그림자를 향해 시선을 던졌다.“경계? 집안에서 곱게 키워지다가 세상 구경하겠다고 나와서 정의로운 척하는 철부지 아가씨일 뿐이다. 겁낼 게 뭐 있느냐.”타로는 그 말에 놀란 기색을 감추지 못했다.“아가씨라고요? 여자란 말입니까?”믿기지 않는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헌데 남장 차림인데요… 듣기로는 대성조의 여인들은 예법을 중시해, 문밖
“관영 철광의 광두라고요?”주연아의 말끝이 살짝 올라갔다.노골적인 비웃음이 그 안에 실려 있었다.“열댓 명이 고작 은 두 냥 남짓 들고 와서, 한 달 내내 술과 밥을 먹겠다고 하던데요. 제가 보기엔, 관영 철광의 광두가 아니라...”그녀의 시선이 천천히 검은 얼굴 사내를 훑었다.“관에서 키운 도적 두목 같습니다.”그 한마디에, 가게 안이 순식간에 얼어붙었다.주인은 숨을 들이켜다 말고 그대로 기절할 듯 휘청였다.이 공자님은 목숨이 아깝지 않은 것인가!포두의 얼굴은 단번에 먹구름처럼 가라앉았다. 이 정현에서 제멋대로 군 지 오래건만, 감히 누가 이렇게 면전에서 모욕을 준 적이 있었던가.“좋게 말해도 못 알아듣겠다는 거냐!”그는 이를 갈며 내뱉었다. 눈빛에는 노골적인 살기가 번뜩였다.“죽고 싶어서 환장했구나!”“여봐라!”그가 손을 크게 휘두르며 고함쳤다.“공무를 방해하고 관을 업신여긴 저 미친 것들을 전부 잡아들여라!”“예!”열댓 명의 광두들도 이를 보며 사납게 웃음을 터뜨렸다.곁에 있던 의자와 걸상을 집어 들고, 우르르 몰려들었다.순간, 좁은 가게 안은 난장판이 되었다.몽둥이와 걸상이 허공을 가르며 날아다니고,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거칠게 울렸다.주인은 비명을 지르며, 기어가듯 가장 안쪽 구석으로 숨어들었다. 머리를 감싸 쥔 채, 온몸을 떨었다.그러나 주연아는 눈 하나 깜빡이지 않았다.그녀는 몸을 살짝 틀어, 정면으로 날아든 나무몽둥이 하나를 가볍게 피해냈다.그녀의 무공은 솔직히 뛰어나다고 할 수는 없었다.평범한 건달 서넛 정도야 상대할 수 있겠지만 이런 상황에서는 분명 한계가 있었다.하지만 그녀는 애초에 스스로 나설 필요가 없었다.그녀의 뒤에 선 호위들은 하나같이 피비린내 나는 전장을 뚫고 살아남은 자들이었으니까.“쉭!”칼빛이 번쩍였다.가장 먼저 달려든 포졸 하나는 손목이 서늘해지는 느낌을 받음과 동시에 손에 쥐고 있던 수화곤을 떨어뜨렸다.상대가 어떻게 칼을 뽑았는지조차 보지 못했다.곧이어 비명 소리가 연
“왜?”주연아는 그제야 눈을 들어 올렸다.그 시선은 칼날처럼 날카롭게 곧장 검은 얼굴 사내를 향해 꽂혔다.“돈 없으면 나와서 먹고 마시지 말아야지. 쪽팔리잖아.”마지막 말은 아주 낮게 흘러나왔지만, 그 울림은 마치 뺨을 세게 후려치는 듯, 검은 얼굴 사내의 얼굴 위로 그대로 꽂혔다.순간, 가게 안이 죽은 듯 고요해졌다.그 사내의 얼굴빛은 붉었다가, 푸르러졌다가, 이내 보랏빛으로까지 변했다.마치 염색집이라도 차린 듯, 요란하게 일그러졌다.“이 자식이… 죽고 싶냐!!”그가 분노에 찬 고함을 내지르며, 들고 있던 주인을 바닥에 내던지고는 돌아섰다.그러고는 곧장 주연아를 향해 달려들 태세를 취했다.그 순간,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같은 소리가 겹쳐 울렸다.주연아의 뒤에 서 있던 호위들이 동시에 허리춤의 칼을 뽑아 든 것이다.서릿발 같은 칼날이 번뜩이며, 방 안의 공기를 단숨에 식혀 버렸다.가게 안에 있던 열댓 명의 사내들도 거의 동시에 벌떡 일어섰다.탁자와 의자가 뒤엉켜 흔들리며 요란스러운 소리를 냈다.반쯤이나 되는 가게 안이, 순식간에 검은 물결처럼 빽빽하게 차올랐다.그 순간, 공기마저 얼어붙은 듯 멎어 버렸다.그러나 주연아의 표정에는 단 한 점의 흔들림도 없었다.그녀는 오히려 느긋하게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머금었다.눈앞의 팽팽하게 당겨진 긴장은 마치 아무 일도 아니라는 듯.두 무리는 그렇게 마주 선 채,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았다.한쪽은 수가 많고, 기세도 사납고 거칠었다. 반면, 다른 한쪽은 수는 적었지만, 숨죽인 기운 속에 살기가 서려 있었다.그 불쌍한 주인은 계산대 구석에 웅크린 채, 이 광경을 지켜보며 가을바람에 흔들리는 낙엽처럼 떨고 있었다. 옷자락을 꽉 움켜쥔 손바닥은 이미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머릿속에는 오직 하나의 생각뿐이었다.끝났다. 오늘, 이 가게는 정말 끝장이구나.바로 그 일촉즉발의 순간.“모두 멈춰라!!”문 밖에서 힘 있는 외침이 터져 나왔다.이내 검은 관복을 입은 관차들이 수화곤을
주연아는 손을 들어, 막 칼을 뽑으려던 정일의 손목을 가볍게 눌렀다.그녀의 눈빛은 고요했다.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관아에 가서 알리거라.”나직한 목소리였지만, 거부할 수 없는 단호함이 담겨 있었다.“여기는 내가 맡겠다.”정일은 순간 멍해졌다가 주연아의 깊고 잔잔한 눈을 바라보는 순간 등골이 서늘해졌다.그는 알고 있었다. 군주가 한 번 내린 결심은 그 무엇으로도 되돌릴 수 없다는 것을.“예!”힘 있게 고개를 끄덕인 그는 곧바로 몸을 돌려 현아문을 향해 내달렸다.주연아는 옷깃을 한 번 단정히 여미고는 한 걸음 내디뎠다.마치 한가롭게 뜰을 거니는 듯한 느긋한 걸음으로, 그 가게 안으로 들어섰다.가게 안에는 이미 열댓 명의 사내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었다.탁자마다 하나씩 차지하고 앉아 다리를 벌린 채, 어떤 이는 발을 떡하니 탁자 위에 올려놓기까지 했다.그 태도는 이루 말할 수 없이 거칠고 무례했다.주인은 허리를 깊이 굽힌 상태로 계산대 뒤에 서 있었는데, 얼굴은 종잇장처럼 하얗게 질려 있었고,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혀 있었다.주연아가 몇몇 칼 찬 호위와 함께 들어오는 것을 보았을 때, 그의 눈에는 희망이 스치기는커녕 오히려 절망이 더 짙게 내려앉았다.또 한 무리의 성가신 자들이로군!오늘이 대체 무슨 날이기에, 이런 살벌한 인간들이 하나같이 이 작은 가게로 몰려드는 것인가!그는 다리가 후들거려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것만 같았다.그 무리 가운데, 선두에 앉아 있던 검은 얼굴의 건장한 사내 역시 주연아 일행을 눈치챘다.그는 방울처럼 둥근 눈을 가늘게 뜨고, 주연아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남장 차림이었지만 가느다란 몸선과 고운 얼굴을 본 순간, 그의 눈에 노골적인 경멸이 스쳤다.그는 느릿하게 품속을 뒤적이다가 한참 만에 손에 쥐어 구겨진 은덩이 하나를 꺼냈다.“쨍그랑.”짧고 날카로운 소리와 함께 그 은덩이는 계산대 위로 내던져졌다.“자, 지난달 밥값이다. 이번 달 술이랑 음식도, 얼른 갖다 놔라!”주인은 그 얼마 안 되는 은덩이
곧이어, 붉은 옻칠을 입힌 목문이 끼이익 하는 소리를 내며 안쪽에서 밀려 열렸다.형형색색의 옷을 입은 아이들이 마치 즐겁게 지저귀는 작은 새떼처럼 와르르 쏟아져 나왔다.남자아이도 있었고 여자아이도 있었다.많아야 열 살 남짓한 어린 아이들은 이제 막 글을 배울 나이가 된 듯했다.하나같이 얼굴에는 티 하나 없는 천진한 웃음이 번져 있었다.그때, 양 갈래로 머리를 틀어 올린 작은 계집아이가 그만 부주의하게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내아이와 부딪쳤다.하지만 그 사내아이는 화를 내기는커녕, 입을 활짝 벌려 빠진 앞니 사이로 바람이 새는 이를 드러내며, 그저 바보처럼 해맑게 웃었다.서로 쫓고 웃으며 떠드는 아이들을 바라보는 주연아의 눈빛에는 어느새 더 깊은 미소가 스며들었다.그녀는 문득 떠올렸다.그 옛날, 이 서당에는 여자아이가 그녀와 선아 둘뿐이었다는 것을.그런데 십여 년이 흐른 지금, 이곳에는 이렇게나 많은 여학생들이 있었다.참 좋다.그녀는 마음 깊은 곳에서 우러난 감탄을 조용히 삼키며, 돌아서려 했다.그 순간,“산적이 성 안으로 들어왔다!!”날카롭게 찢어지는 듯한 비명이 마치 거대한 돌덩이가 고요한 호수에 떨어지듯, 순식간에 이 작은 도시의 평온을 산산이 깨뜨렸다.방금 전까지 사람들로 북적이던 거리는 한순간에 아수라장이 되어 버렸다.“도망쳐! 빨리!”“문 닫아! 얼른 문 닫아!”웃음이 가득하던 행인들의 얼굴은 순식간에 공포로 뒤바뀌었고 너나없이 허겁지겁 달아나기 시작했다.마치 다리가 둘로는 모자라기라도 한 듯, 모두가 정신없이 뛰었다.방금 전까지만 해도 활기로 가득했던 거리는, 순식간에 뒤엉켜 쓰러지고 짓밟히며 엉망진창이 되었다.주연아는 잠시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듯 멍하니 서 있었다.산적?그녀는 살짝 미간을 찌푸렸다.지금의 정현은 이렇게나 풍요로운데, 상식대로라면 관아의 통치 역시 더욱 엄격해야 할 터였다.그런데도 산적이, 그것도 대낮에 감히 성 안으로 들이닥친다고?그녀의 시선이 혼란스러운 인파 너머로, 거리 입구를 향해
골목 어귀에서 주연아가 내밀었던 손은 허공에 잠시 굳어 있다가 이내 머쓱한 기색으로 천천히 거두어졌다.“별난 사람이네.”그녀는 낮게 중얼거리며 벌써 꼬르륵 소리를 내기 시작한 배를 살짝 문질렀다.됐다. 사내대장부가 고작 떡 한 조각 때문에 자존심을 굽힐 수는 없지.우주성 안에 맛있는 게 이거 하나뿐인 것도 아니고!주연아의 눈동자가 또르르 굴러갔다.방금 전의 작은 언짢음은 순식간에 자취를 감추고 대신 굶주린 짐승이 먹잇감을 발견한 듯한 들뜬 기운이 번졌다.그녀가 손을 휘둘렀다. 기세는 하늘을 찌를 듯 호탕했다.“가자! 정일! 싹 쓸어버리러!”“예? 군주님, 뭘 쓸어버린다는 겁니까?”정일은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의 뒤를 따라붙었다.“먹을 거!”주연아의 대답은 힘차게 떨어졌다. 말끝에는 침이 고일 듯한 흐릿함이 묻어 있었다.그렇게 해서, 그날 오후 내내 우주성의 크고 작은 골목마다 주연아의 발자취가 남았다.길목에서 파는 구운 쌀과자부터 골목 끝의 튀긴 쌀 경단, 다리 곁의 쌀묵과 성 남쪽의 새콤한 쌀국수까지.그녀는 마치 지치지 않는 꽃나비처럼 이곳저곳을 날아다니며 입을 쉴 새 없이 움직였다.정일과 몇몇 호위들은 양손 가득 먹을거리를 들고 뒤를 따랐다.처음엔 난처한 표정이었지만 점점 무감해지더니 끝내는 자신들도 모르게 침을 삼키게 되었다.해가 서쪽으로 기울고, 마지막 남은 노을이 하늘을 붉게 물들일 무렵.주연아는 마침내 만족스럽게 트림을 한 번 하고는 둥글게 부른 배를 토닥였다.우주에서 기억하던 맛은 대충 다 맛본 셈이었다.그녀는 고개를 들어 동쪽을 바라보았다. 그곳은 정현의 방향이었다.“가자.”그녀가 조용히 말했다.“‘집’에 한번 가보자.”*십수 년이라는 시간은, 한 장소를 완전히 다른 모습으로 바꾸기에 충분했다.주연아가 말을 끌고 정현의 성문 앞에 섰을 때, 순간 아득한 기분에 휩싸였다.기억 속의 그 칙칙하고 소박하던 작은 고을은 이미 흔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푸른 돌로 깔린 길은 넓고 반듯했고 길 양옆에는 비
부용꽃처럼 막 봉오리를 틔운 얼굴에는 수줍은 기색이 감돌아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마음이 쓰이게 했다.“이렇게 추운데 아가씨께서 어찌 직접 내려오신 겁니까?”관사 어멈이 급히 다가와 그녀를 부축했다.양서월은 부드럽게 미소 지었다.“괜찮다. 주 대인께서 백성을 위해 분주히 뛰어다니시는데 양 가의 딸인 나 또한 조금이나마 힘을 보태고 싶다.”“주 대인, 금주는 제 외가가 있는 곳입니다. 외가에 약방이 두 곳 있으니 필요한 약이 무엇인지 말씀만 해주시면 곧장 조제해 보내드리겠습니다.”주종현은 양서월과 친분이 깊지 않았다. 연초
“맹 아가씨, 무례를 범하겠습니다.”노파가 아람의 손목을 움켜쥐는 순간, 뼛속까지 파고드는 통증이 몰려왔다. 아람은 고통에 숨을 삼키며 버티려 했지만 노파가 가볍게 밀자 다리에 힘이 풀리듯 저려 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걱정 마십시오. 차 한 잔 마실 시간이 지나면 가라앉을 겁니다.”그 말을 남기고 문은 다시 굳게 잠겼다.아람은 이를 악물고 주먹을 쥔 채 제 다리를 세차게 내리쳤다.“소휘…!”정원 깊숙한 곳, 성왕부의 서재.경 총관이 고개를 숙였다.“전하, 아람 마님은 이미 깨어났습니다. 지금도 안에서 거칠
“마님, 이제 돌아가셔야 합니다.”시녀가 문희를 부축하며 얼굴이 새파래진 채 낮게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혹시라도 전하께서 노하시면 저는 정말 죽을죄를 짓는 겁니다.”문희는 굳게 닫힌 문을 한 번 바라본 뒤에야 몸을 돌렸다.그녀가 자신의 처소에 도착하기도 전에 소휘는 이미 그곳에 와 있었다.시녀의 손이 덜컥 떨렸다.“저, 전하께서… 오셨습니다.”문희는 시녀의 손을 천천히 놓았다.“너는 물러가거라.”“예!”시녀는 마치 사면이라도 받은 사람처럼 황급히 뒤로 물러났다.문희는 조심스레 방 안으로 들어섰다.“전하를 뵙
황제는 일부러 그를 보내 진국공이 사람을 알아보는 데 도움을 주게 했다.“들여보내거라.”맹여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서서히 걷혔다. 그 작은 외손녀는 당시 맹 가에서 태어나 네 살까지 그 집에서 자랐다. 이후 그가 다시 알아본 소식에 따르면, 여섯 살 무렵 오라비와 함께 초주에서 성이 강 씨인 서당 훈장에게 거두어졌다. 이름도 아시은에서 강시아로 바뀌었다. 열여섯에는 몸을 팔아 영국공부에 들어갔고 열여덟에 첩으로 들여져 딸을 낳았다. 그리고 스물하나에는 죽음을 가장해 경성을 떠났다. 백 자 남짓한 삶의 기록이었지만 그 안에 담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