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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75화

Penulis: 서은월
그날 문희가 찾아온 뒤로 또 하녀 두 명을 새로 들였다. 이제야 모든 것이 질서 정연하게 굴러갔다. 따뜻한 밥과 뜨끈한 물, 아이를 볼 사람, 산모를 돌볼 사람까지, 어느 것 하나 빠짐이 없었다. 방이 조금 좁다는 것만 제외하면 왕부와 다를 바가 없었다.

“곧 새해다. 관례상 관아는 열여덟 날 동안 닫을 수 있으니 그때 와서 너와 함께 새해를 보내마.”

강세오가 말하자 아람은 두 손을 휘휘 저었다.

“됐어요! 어서 가세요. 현령이 관청에 앉아있지도 않고... 급한 일이 생기면 어디서 찾으라고요!”

부엌에서 분주히 움직이던 아설은 문이 닫히는 소리를 듣고서야 살금살금 방으로 들어왔다. 며칠 내내 미안함에 가슴이 무거웠다. 정현에 그토록 오래 있으면서도 어찌 강 대인의 이름 하나 제대로 기억하지 못했단 말인가? 자신만 제대로 알고 있었어도 아람과 강 대인이 이렇게 늦게, 그것도 이런 상황에서 재회하지는 않았을 터였다.

“언니, 강 대인께서 돌아가셨어요.”

아람은 그녀의 속을 꿰뚫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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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84화

    구름 위에 선 사람은 진흙탕에 빠져 허우적대는 자신 같은 이가 감히 바라볼 수 있는 존재가 아니었다.이곳에서 그녀에게 허락된 자리란 그저 머무는 것뿐이었다.눈 깜짝할 사이, 오 년이 흘렀다.어리숙하던 소녀는 어느새 곱게 자라난 처녀가 되었고 몸값을 치를 은전도 이제 거의 다 모였다.곧 이 감옥 같은 곳을 벗어날 수 있으리라 믿고 있던 때, 뜻밖의 일이 벌어졌다.영국공부의 가연 자리에서였다. 이방 쪽 주종훈이라는 인물은 평소부터 풍류로 이름난 자였는데, 몇 잔 더 들이키자 눈빛이 점점 흐트러지기 시작했다.그 시선이 거리낌 없이 그녀의 몸에 얽혀들었다.그는 그녀를 가리키며 국공부인 조 씨를 향해 웃었다.“숙모, 이 계집 마음에 드는데요. 제 통방으로 들여주시죠.”주위에서 웃음이 터졌으나 그녀의 머릿속은 멍하니 울렸다.순간, 얼굴에서 핏기가 싹 가셨다. 혼이 빠진 듯 무너져 내리듯 무릎을 꿇었다.몸은 바람에 흔들리는 낙엽처럼 떨렸다.이대로 벗어날 수 없겠구나 그렇게 절망하던 순간, 차갑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상석에서 흘러나왔다.“술이 과합니다.”세자, 주종현이었다.그 순간 그녀는 그를 신처럼 느꼈다.하지만 알지 못했다. 악몽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라는 것을.그날 밤, 세자 뜰의 큰 하녀 명옥이 무언가 잘못 먹은 듯 갑자기 배를 움켜쥐고 쓰러졌다. 그러다 마침 곁을 지나던 그녀를 붙잡으며 말했다.“나 정말 못 버티겠어. 잠깐만, 잠깐만 대신 좀 서 있어 줘.”명옥은 식은땀을 흘리며 얼굴이 새하얗게 질려 있었다.거짓으로 보이지 않았기에 마음이 약해진 그녀는 그 부탁을 받아들였다.그렇게 문가에 서 있던 순간, 휘청이는 그림자가 술병을 들고 밀려 들어왔다.주종훈이었다. 온몸에서 술 냄새를 풍기며 음흉하게 웃고 있었다.“세 잔이나 비웠으니… 네 주인은 쓰러졌을 테고 네가 대신 마시거라.”“도련님, 저는 술을 못합니다.”그녀는 고개를 숙인 채 공손히 말했다.“못해?”주종훈이 비웃듯 웃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목을 거칠게 붙잡았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83화

    그녀의 이름은 강시아였다.너무도 오래된 일들은, 이제는 희미해 잘 떠오르지 않았다.다만 기억나는 것은 늘 말수가 적고 엄격했던 아버지와 언제나 그녀 앞에 서서 어떤 일이든 막아 주고 지켜 주던 오라버니였다.아버지는 향교에서 글을 가르치는 훈장이었다. 손에 쥔 회초리로 수많은 아이들의 손바닥을 때렸다. 그러나 그 회초리가 오라버니에게 내려진 횟수는 다른 모든 아이들을 합친 것보다도 많았다.“강세오, 반드시 급제하여 우리 강 씨 집안을 빛내야 한다!”아버지는 늘 그렇게 엄하게 몰아붙였다. 하지만 오라버니는 단 한 번도 불평하지 않았다.이웃들은 입을 모아 말했다. 강 가에서 문곡성이 날 인재가 나올 거라고.모두가 오라버니를 칭찬했다. 영리하고, 앞날이 창창하다고.하지만 그녀만은 알고 있었다.그가 남들보다 뛰어난 것이 아니라 그저 남들보다 훨씬 더 필사적으로 버티고 있다는 것을.살림은 늘 궁핍했다.장터에서 파는 엿은 한 푼이면 두 알을 살 수 있었다.오라버니는 늘 더 큰 쪽을 골라 조심스럽게 껍질을 벗겨 그녀의 입에 넣어 주었다.자신은 작은 것을 입에 물고 눈을 가늘게 뜬 채, 마치 세상에서 가장 달콤한 것이라도 되는 양 웃었다.“시아야, 오라버니가 급제하면, 엿 한 상자를 사 줄게. 매일 먹게 해 주마.”그녀는 그 말을 믿고 오라버니가 급제하는 날을 가슴 가득 설렘으로 기다렸다.그러나 하늘을 뒤덮은 홍수가 모든 것을 삼켜 버렸다.논밭도, 집도, 이미 약해져 있던 아버지의 몸마저 앗아갔다.물이 빠진 뒤, 집은 더 이상 집이 아니었다.곧이어 역병이 들이닥쳤다. 그리고 평생 엿을 사 주겠다 약속했던 오라비도 그 자리에서 쓰러졌다.낡은 판자 위에 누운 그의 몸은 이글이글 타오르는 쇠처럼 뜨거웠고 입에서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 흘러나왔다.겨우 불러온 의원은 한 번 들여다보더니 고개를 저었다.“이 병은 좋은 약으로 버텨야 합니다. 돈이 없으면 하늘에 맡기는 수밖에 없지요.”하늘에 맡긴다. 이 얼마나 잔인한 말인가.그녀는 누워 있는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82화

    “연아는 어려서부터 줄곧 강 씨 곁에서 자라왔다.”주종현이 성큼성큼 안으로 들어왔다. 관복도 채 갈아입지 않은 채였고 눈매에는 숨기지 않은 냉기가 서려 있었다.그의 시선은 송하윤을 스쳐 지나 곧장 강시아와 연아에게로 향했다.그 순간 스쳐 간 그 미묘한 부드러움이 날카로운 바늘처럼 송하윤의 눈에 꽂혔다.송하윤은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나 그의 시선을 마주하며 웃었다.“부군께서는 무슨 뜻이십니까? 제가 제 딸을 가르치겠다는데, 무슨 문제가 있습니까?”“아이는, 강 씨가 기른다.”주종현이 다시 한 번 또박또박 말했다.이미 그 말투에는 분명한 경고가 담겨 있었다.송하윤은 입술을 꽉 깨물었다. 비릿한 피맛이 혀끝에 번졌다.고작 첫날이었다. 아직 아무것도 하지도 않았는데 벌써부터 저렇게 아끼고 감싸는 건가.그래. 아주 좋다. 그렇다면 더 많이 아파하게 만들어주마.며칠 뒤, 궁에서 조서가 내려왔다.주종현에게 즉시 건주로 떠나 군무를 감독하라는 명이었다.우스운 일이었다. 그가 경성을 떠나는 날까지도 두 사람은 끝내 부부로서 한 몸이 되지 못했다.주종현이 떠난 뒤, 강시아라는 그 여자는 더욱 조용해졌다.하루 종일 자기 뜰에 틀어박혀 문밖으로 한 발짝도 나오지 않았다.그러나 송하윤의 눈에는 그 굳게 닫힌 문이 그저 거슬릴 뿐이었다.주종현의 보호가 사라진 뒤, 연아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뜰에 머물게 되었다.오늘은 시를 외우는 것이 더디다며 한 시간 동안 뜰에 세워 두었다.내일은 글씨가 삐뚤다며 ‘여칙(女则:전통 사회에서 여성이 지켜야 할 도리와 예법을 정리한 교훈서)’을 백 번 베끼게 했다. 그다음 날은 일부러 식어 버린 음식을 내렸다. 그리고 매일 먹는 신선한 우유에는 천천히 몸을 좀먹는 독을 타 넣었다.작은 몸이 뜨거운 햇볕 아래서 비틀거리는 모습, 눈을 붉히면서도 울음을 참고 있는 모습, 그 모든 것을 지켜보며 그녀의 마음속에서는 뒤틀린 쾌감이 피어올랐다.주종현. 이게 네 딸이다. 네가 아끼는 만큼 나는 더 깊이 짓밟아 주겠다.사람의 마음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81화

    십 리에 이르는 붉은 혼수 행렬, 봉관과 화려한 예복을 갖춘 채 그녀는 경성에서 가장 부러움을 사는 여인이 되었다.저택의 하인들은 그녀를 극진히 받들었고 주씨 큰 마님 역시 처음과 다름없이 각별히 아꼈다.모든 것이 그녀가 그려 왔던 대로였다.단 하나, 주종현만은 예외였다.그의 곁은 분명 깨끗했다. 너무도 깨끗해서 정식으로 맞이한 부인인 그녀조차 한 치도 가까이 다가갈 수 없을 정도였다.합방의 밤.그는 술기운을 잔뜩 머금은 채 부축을 받아 들어왔다.회월루에서 그녀의 마음을 뒤흔들었던 그 눈동자는 이제는 끝을 알 수 없는 냉담함만을 담고 있었다.그는 그녀를 보지도 않았고 손끝 하나 닿지 않았다.합근주를 단숨에 비워낸 뒤, 그대로 겉옷도 벗지 않은 채 바깥쪽에 몸을 눕혔다.그녀가 공들여 준비한 모든 것은 한순간에 허망한 웃음거리가 되었다.그녀는 참았다. 앞날은 길고 시간도, 인내도 충분했다.하지만 깊은 밤, 스며드는 한기에 잠이 깼다.곁에 있어야 할 주종현이 없었다.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 맨발로, 얇은 붉은 속옷 하나만 걸친 채 소리 없이 문을 밀어 열었다.밤공기는 물처럼 차가웠고 달빛은 서늘하게 내려앉아 있었다.국공부 전체가 깊은 잠에 잠긴 가운데 그녀는 무언가에 이끌리듯, 낮 동안 일부러 외면해 왔던 그 뜰을 향해 걸음을 옮겼다.가까이 다가가기 전, 그녀의 발걸음이 멈췄다.달빛 아래, 한 줄기 긴 그림자가 조용히 강시아의 뜰 문 앞에 서 있었다.주종현은 등을 보인 채였다.검은 옷은 밤과 뒤섞였고 곧게 선 몸은 여전히 흐트러짐 없었지만 그 안에는 그녀가 한 번도 본 적 없는 고독이 스며 있었다.그는 그저 서 있기만 했다. 미동도 없이, 생명 없는 조각상처럼.굳게 닫힌 문은 마치 두 세계를 갈라놓은 경계처럼 느껴졌다.그는 들어가지 않았고 그녀 역시 다가가지 않았다.매서운 밤바람이 그녀의 붉은 옷자락을 파고들었다.본래라면 경사스러워야 할 그 색이 지금은 흉터처럼 가슴에 새겨졌다.겨우 들어온 첫날. 현실은 아무 자비도 없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80화

    하녀가 돌아와 아뢰었다. 주 세자는 몇몇 동료들과 가벼이 모임을 가졌다고 했다.“그럼 기녀를 불러 흥을 돋우진 않았느냐?”“불렀습니다. 제가 듣기로는 회월루에서 가장 이름난 기녀들이 다 갔다고 합니다. 다만…”하녀는 잠시 말을 멈췄다. 표정이 어딘가 묘했다.“그 기녀들은 모두 다른 이들 곁에만 머물렀고, 주 세자 곁에는 단 한 명도 가까이하지 않았다고 합니다.”송하윤의 마음이 다시 한 번 흔들렸다.그 뒤로, 그녀는 종종 그를 ‘우연히’ 마주치게 되었다.어느 때는, 거리 모퉁이에서였다.주종현은 키 큰 말 위에 올라 경성의 방비를 살피고 있었다.눈매는 차갑고 굳이 화를 내지 않아도 위엄이 서려 있었다. 햇빛이 각이 뚜렷한 옆얼굴 위에 내려앉아 차가운 금빛을 얇게 입혔다.또 어느 때는, 벗들과의 시회에서였다.그는 한켠에 조용히 앉아 가끔 몇 마디 말을 나눌 뿐이었지만, 말과 몸짓 하나하나에 명문가 자제 특유의 고귀한 기품이 배어 있었다.지켜볼수록 그녀 마음속에 싹튼 생각은 점점 또렷해졌다.그는, 정말로 아버지와는 다르다.그러나 그 첩과 아이.그 존재는 여전히 가슴 깊은 곳에 박힌 가시처럼 남아 있었다.그녀는 답이 필요했다. 그러던 어느 날, 영국공부의 주씨 큰 마님이 다시 한 번 꽃구경을 청하는 초청장을 보내왔다.이번에는 그녀도 거절하지 않았다.송하윤은 일찌감치 몸을 일으켰다. 곧장 정원으로 향하지 않고 그저 집안 풍경을 보고 싶다 핑계를 대었다.아직 이른 시각이었다. 아침 안개가 채 걷히지 않은 채, 국공부 전체가 고요 속에 잠겨 있었다.멀리서 바람을 가르는 소리가 들려왔다. 허공을 찢듯 날카롭고 힘차게 몰아치는 기세였다.송하윤의 걸음이 저절로 느려졌다. 흩날리는 나뭇가지 사이로 그 뜰 안을 바라보았다.주종현의 뜰은 의외로 휑했다. 소박하다고 해도 좋을 만큼.눈을 사로잡을 꽃도 없고 정교하게 꾸민 장식도 없었다. 그저 마당 한가운데 우뚝 선 큰 회화나무 한 그루와 돌로 된 병기 거치대 하나뿐.그리고 그 남자는 새벽빛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879화

    송부의 하늘이 맑게 개었다.저택에는 새로운 하인들이 들어왔다. 그들은 과거를 알지 못했고 오직 지금의 주인만을 두려워하고 따랐다.어머니의 병도 정성스러운 간호 속에서 서서히 가라앉기 시작했다.이제는 작은 불당에 앉아 경전을 베껴 쓰고 뜰의 화초를 돌보며 시간을 보냈다.다만 한때 사랑과 증오로 가득하던 그 눈동자는 이제 깊은 우물처럼 고요해져 어떠한 파문도 일지 않았다.그녀와 오라버니는 굳이 입 밖에 내지 않아도 서로의 뜻을 이해한 듯, 그 지난날을 조용히 묻어 두었다.마치 이름만 부르지 않는다면, 그 사람들과 일들은 애초에 없었던 것처럼, 사라져 버릴 수 있다는 듯이.이 집은 겉으로는 다시 처음의 모습으로 돌아온 듯 보였다.완벽할 만큼 단정했으나 숨결 하나 느껴지지 않는 그림 같았다.오라버니의 관직은 더욱 순탄하게 뻗어 나갔다.그는 결단력이 있었고 수단 또한 냉혹했기에 태후 마마의 총애를 한 몸에 받았다.불과 삼사 년 만에 한림원 시독에서 통정사 부사로 단숨에 승진했고 천자의 곁에서 주목받는 신흥 권신이 되었다.경성 사람들은 입을 모아 칭찬했다. 송 가에 기린아가 났다고.하지만 그 이면에서는 늘 안타까워하는 목소리도 따라붙었다.“송 시랑이 너무 일찍 떠난 게 아쉽군. 오늘의 영광을 보았다면 얼마나 기뻐했겠나.”그런 말을 들을 때마다 송하윤은 그저 눈을 내리깔고 아무도 눈치채지 못할 만큼 옅은 냉소를 띠었다.기쁘다고? 영광이라고?지금의 평온과 영광이 무엇과 맞바꿔 얻어진 것인지 그녀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었다.그들이 여전히 있었다면 어머니는 이미 사람들에게 짓밟혀 한 줌의 흙으로 사라졌을 것이고 그녀와 오라버니는 여전히 그 우스꽝스러운 집안 싸움 속에서 아무 의미 없는 장기말로 남아 있었을 것이다.지금의 이 평온은 바로 그들이 사라졌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다.사람의 마음이 독하지 않으면, 서 있을 수 없다는 오라버니의 말은 하루도 잊은 적이 없었다.아버지의 상기가 끝나자 그녀는 혼담이 오갈 나이가 되었다.중매쟁이들이 송 가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313화

    그의 말이 잠시 끊겼다.“이미 전사한 마흔일곱 명을 제외하면, 사실상 우리는 이백여 명뿐입니다……”위심이 고개를 비스듬히 돌렸다.“이 목숨은 세자가 살려준 겁니다. 앉아서 보고만 있을 수 없습니다.”고개를 들자 물 한 그릇을 들고 문 앞에 서 있는 아설이 보였다. 위심은 입술만 달싹이더니 곧 눈을 피했다. 정과 의리는 한 손에 잡을 수 없구나, 싶었다. 아설이 걸음을 잠시 멈추다 이내 들어왔다.“탕 의원님, 물 가져왔습니다.”탕 의원은 옷소매를 끌어올며 말했다.“일단은 등 뒤의 화살부터 뽑겠습니다. 어깨에 박힌 화살도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326화

    밤이 깊어지자 산적들이 다시 기습해왔다. 서남대영은 곧바로 대응했지만 산적들은 산쥐처럼 흩어져 눈 깜짝할 새 모습을 감추고 말았다. 끝없는 추격은 서남대영을 지치게 만들었다. 하연 역시 온 밤동안 수십 번이나 뛰쳐나갔다가 아무것도 잡지 못한 채 텅 빈 어둠 속에서 이를 부득부득 갈 수밖에 없었다. 막사로 돌아온 뒤, 그녀는 책상 위에 놓인 숨바꼭질이라고 적힌 쪽지를 구겨 던지며 씩씩거렸다.“하훈! 산적들이 도망 다닐 줄 알면서도 왜 나한테 한 수도 안 알려준 거냐고!”한편, 이른 아침. 강세오는 피곤에 찌든 서남대영을 보고 눈살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325화

    그러나 크고 보니 고민거리가 되었다. 이제는 딸이 남을 두들겨 패고 다닐까 봐 걱정이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 애는 머릿속에 오로지 여장군이 되겠다는 생각밖에 들어차 있지 않았다. 큰 아들의 말로는 이번 일을 계기로 하연이 한 번 큰 코를 다쳐봐야 정신을 차린다는 것이었다. 마침 그가 골라 둔 사윗감도 이곳에 와 있으니, 한 번 같이 지켜보자는 심정으로 동행한 것이었다.“주종현도 이 곳에 있다고 하지 않았느냐? 얼굴을 보지 못했는데.”하연은 씩씩대며 아버지 옆에 털썩 붙어 앉았다.“딱 한 번 봤어요. 말을 걸어도 대꾸도 안 하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319화

    “조정에 우리 힘을 보여줘야지 않겠어요?”삼마자가 으스대며 말하자, 도 형님은 그대로 그의 뒤통수를 발로 걷어차 사정없이 멀리 나가떨어지게 만들었다.“현령을 죽인다고? 그 전에 내가 널 먼저 목 매달아 깃발 아래에 걸겠다. 이 자식아!”정현의 현령이 아 형님의 아들이라는 것은 그도 얼마 전에서야 안 사실이었다. 산적인 주제에 관직에 오른 아들이 있다니! 오랜 세월동안 반의산에 들어박혀 아무것도 하지 않던 아 형님이 왜 갑자기 다른 산채들마저 쓸어버리면서 우주까지 확장을 해갔는지, 그제야 모든 것이 퍼즐처럼 맞춰졌다. 아들을 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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