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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08화

Penulis: 서은월
시은은 입꼬리를 살짝 올렸다.

“장부를 조작하고 돈을 빼돌렸는데 내가 어떻게 대하길 바라는 것이냐?”

“무, 무슨 장부 조작입니까!”

관사가 말을 더듬었다.

“아무 근거 없이 사람을 모함하지 마십시오!”

시은이 아설에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설은 곧장 장부를 펼쳤다.

“장요에서 들여온 도자기, 매입가가 칠십 냥인데 판매가는 이십 냥? 장사를 하겠다는 것이냐, 자선을 하는 것이냐?”

“전조의 명장 옥병, 매입가가 육백삼십 냥인데 판매가가 오십 냥?”

아설이 고개를 들어 올렸다.

“이건 장사가 아니라, 그냥 헐값에 넘긴 거지. 이해가 안 되네.”

관사는 식은땀을 훔치며 변명했다.

“그, 그건… 흠집이 있어서…”

“흠집?”

아설이 날카롭게 쏘아붙였다.

“흠집 난 걸 수십 냥이나 주고 산다고? 내가 멍청해 보이는 것이냐, 아니면 맹 장군께서 멍청해 보이는 것이냐?”

관사는 그 말에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았다. 감히 맹 장군을 입에 올릴 수는 없었다.

곽방은 곁에서 모든 것을 지켜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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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08화

    주연아가 눈을 떴을 때, 그녀는 이미 침상 위에서 같은 자세로 꼬박 사흘 밤낮을 엎드려 있었다.목은 누군가에게 억지로 꺾인 듯 뻣뻣하고 저릿했으며, 거의 감각조차 남아 있지 않았다.“아야…”한참이 지나서야 그 지독한 통증이 조금씩 밀물처럼 빠져나갔다.그제야 그녀는 아픔을 참고, 제 몸이 아닌 것처럼 굳어버린 목을 힘겹게 돌려 사방을 살폈다.낯선 방이었다. 단출했지만 깨끗했고, 공기 중에는 은은한 약초 향이 감돌고 있었다.자신이 왜 여기에 있는 걸까?주연아는 무의식적으로 손가락을 움직여 몸을 일으키려 했지만, 온몸이 솜처럼 풀려있어 힘이 조금도 들어가지 않았다.몸에 걸친 옷은 여전히 원래 입고 있던 그 옷인 듯했다.피와 먼지로 엉망이 되어 있기는 했지만, 적어도 온전히 남아 있었다.다만… 등 뒤가 서늘했다.방문이 열리며 그녀의 생각도 자연스럽게 끊겼다.역광을 등지고 곧은 그림자 하나가 안으로 들어왔다.주연아는 경계하듯 눈을 가늘게 떴다.그가 가까이 다가오자 거의 요사하다 싶을 만큼 준미한 얼굴이 시야에 들어왔다.그였다.“깨어나셨군요.”열무의 목소리는 물처럼 담담했다.그는 손에 든 식합을 탁자 위에 내려놓고 곧장 침상가로 걸어왔다.주연아는 경악했다.자신의 등 뒤에는 아무것도 걸쳐져 있지 않은 상태였다. 그런데 저 사람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들어오다니.“당신!”열무는 그녀의 동요 따위는 보이지 않는다는 듯 행동했다.그는 탁자 곁으로 가 청자 작은 항아리 하나를 집어 들고, 대나무 조각으로 푸른빛 고약을 떠냈다. 그리고 다시 그녀 쪽으로 다가왔다.서늘한 약 향이 공기 속으로 퍼졌다.“움직이지 마십시오. 본 공자는 거의 죽어가는 시체 등에 붙은, 새까맣게 탄 썩은 살덩이에는 아무런 흥미도 없습니다.”말이 끝나기도 전에, 고약이 그녀의 상처 위로 그대로 눌렸다.“악!”주연아의 몸이 크게 떨렸다. 이건 약 바르는 게 아니었다.“저 아직 살아 있거든요!”“아픕니까?”열무는 짧게 그녀를 보며 손의 힘을 조금 늦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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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04화

    그 이익은 감히 헤아릴 수도 없을 만큼 컸다.그때였다.별실의 문이 열리고 열무가 다시 모습을 드러냈다.전유덕은 곧장 앞으로 나서며 얼굴에 전에 없이 진심 어린 미소를 가득 띠었다.“열 공자, 정말 송구합니다. 방금 전에는 제가 산을 몰라보고 지나친 셈이었군요!”그는 두 손을 비비며, 극도로 몸을 낮춘 태도로 말을 이었다.“이렇게 하는 건 어떻겠습니까. 철재 계약은 그대로 진행하시지요! 그리고 그… 그 물건의 거래는... 이곳에 이틀 정도 더 머물러 주실 수 있겠습니까? 실은 말씀드리자면, 이 물건은 제가 임시로 관리만 맡은 것이라 결정권이 없습니다. 마침 저희 주인께서 이틀 안에 이곳을 순시하러 오실 예정이니, 이런 큰일은 직접 허락을 받아야 합니다!”열무는 그 말을 듣고 일부러 잠시 생각에 잠긴 듯하다가, 마침내 큰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고개를 끄덕였다.“좋습니다. 전 관사님 말씀대로 하지요.”전유덕은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하지만 그는 보지 못했다. 돌아서서 필묵을 준비하러 가는 순간, 열무가 천천히 눈을 내리깔며 그 깊은 눈동자 속에 차가운 웃음을 띠고 있었다는 것을.드디어 물고기가 미끼를 물었다.*광산 깊은 곳.주연아의 시선이 유독 눈에 띄는 하나의 갱도 입구에 멈춰 섰다.다른 곳과 달리 그곳은 허술하지도, 어수선하지도 않았다. 입구는 단단히 보강되어 있어 유난히 견고해 보였다.더 기묘한 것은, 그 앞을 지키고 있는 자들이었다. 긴 채찍을 든 감독들이 아니라, 허리에 굽은 칼을 찬 네 명의 사내들이었다.그들의 눈빛은 예리했고, 자세는 흔들림 없이 단단했다. 한눈에 봐도 수련을 쌓은 자들이었다.“정일.”주연아가 낮은 목소리로 불렀다. 눈빛에는 서늘한 기운이 번뜩였다.“저쪽을 보거라.”정일은 그녀의 시선을 따라가, 단 한 번의 눈길로 상황을 파악했다.“군주님, 교대 시간 틈을 노려 들어가겠습니다.”시간은 답답하게 가라앉은 공기 속에서, 조금씩 흘러갔다.마침내, 멀리서 교대 신호를 알리는 소리가 울려 퍼졌다.네 명의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903화

    전유덕의 눈빛이 한층 가라앉았다.“공자께서 농을 하시는군요. 광산에서는 철만 날 뿐, 그런 물건은 나오지 않습니다.”열무는 그의 눈을 스치듯 바라보다가, 이내 미소를 띠었다.“그렇다면 제가 경솔했군요.”전유덕이 말을 이었다.“열 공자께서는 안심하셔도 됩니다. 제 손을 거쳐 나가는 철이라면, 결코 질이 떨어지는 법이 없으니까요.”열무의 눈 밑에 어린 웃음기가 옅어졌다.“이미 합의한 물량은 그대로 두고, 가격은 장부를 맡은 관사와 상의해 봐야겠습니다.”전유덕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이 정도 규모의 거래라면, 값을 정하고 수량을 확정하는 일이 결코 한 사람의 결정으로 끝날 리 없었다. 예년의 판매 내역을 따져 정해진 기준에 맞춰야 하는 법이다.“열 공자께서 수량을 정하시면, 사람을 보내 저에게 알려 주시면 됩니다.”전유덕이 자리를 뜨고 나가자 타로는 분을 참지 못한 채 방 안을 서성였다. 얼굴에는 분함이 가득했다.“한주! 그 전씨는 정말 분수를 모르는 자입니다! 이렇게 많은 철을 사 주는 큰 거래를 해 주고도, 화총 하나를 못 사게 하다니! 이 대성조 놈들, 정말 교활하기 짝이 없습니다!”그러나 열무의 얼굴에는 여전히 잔잔한 기색뿐이었다. 그는 창가에 앉아, 느긋하게 자신의 패도를 닦고 있었다. 물결처럼 번지는 칼빛이 아무런 동요도 없는 그의 얼굴을 비추고 있었다.“타로.”그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화총을 그렇게 쉽게 살 수 있었다면, 우리 우륵의 철기병이 벌써 이 대성조의 강산을 짓밟았을 것이다.”타로의 걸음이 멈췄다. 그는 이해하지 못하겠다는 듯 그를 바라보았다.열무는 고개를 들어 올렸다. 그 눈빛은 밤처럼 깊고 어두웠다.“대성조 사람들은 영리하고 경계심이 강하지. 헌데 공통된 약점이 하나 있다. 재물에 약하다는 것. 이 광산에 화총이 있다는 건, 그 뒤에 있는 자의 야심과 욕심이 결코 작지 않다는 뜻이다. 그런 자일수록 더 탐욕스럽지.”그는 칼을 칼집에 넣고 자리에서 일어섰다.“걱정 말거라. 내일, 다시 한 번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223화

    얼마 지나지 않아 마차 행렬이 하나둘 서서히 움직이기 시작했다.길게 늘어선 행렬은 천천히 화주를 벗어났다.주종현은 그 자리에서 한동안 움직이지 않은 채 서 있었다. 그가 연아를 잘못 알아본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었다.만천이 다가와 말했다.“세자 저하, 이미 하루나 지체했습니다. 이제 떠나셔야 합니다.”주종현의 눈꺼풀이 가볍게 내려앉았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는 몸을 돌려 말을 타고는 반대 방향으로 그대로 내달렸다.작은 마차 안은 여전히 고요했다. 도시를 한참 벗어나고 나서야 연아는 붉어진 얼굴을 들고 아람을 바라보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227화

    “저는 장사해서 돈을 벌고 싶은데 산적이 날뛰면 제가 들여온 물건이 밖으로 나가지 못하잖아요. 손해를 보는 건 결국 저 일 테고 그러면 당연히 우주의 관원들에게도 불만이 생길 수밖에요.”문희가 물었다.“그래서 무슨 장사를 하고 싶은 겁니까?”아람은 고개를 저었다.“아직은 모르겠어요.”겨우 소일거리 같은 장사로는 안 된다. 그런 시시콜콜한 수입으로는 열 번 되살아난다 해도 이만 냥을 모을 수 없을 것이다두 사람이 약방 앞에 이르렀을 때였다. 마른 체구의 아이 하나가 투덜거리며 걸어 나오고 있었다.“이렇게 큰 야생 산삼을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220화

    “듣자 하니, 주 자사가 전마 수량을 허위 보고하고 조정에서 내려온 마료값을 과하게 빼돌렸다고들 하더군요.”아람은 멍하니 눈을 깜박였다.“나는 조정에서 파견된 관리도 아닌데…”그녀는 잠시 생각을 멈추었다가 다시 물었다.“주종현이 적발한 건가?”전마 때문에 화주에 온 것이라고 했으니 실은 부정부패를 잡으러 온 것이었나?아설이 답했다.“저도 자세한 건 모르겠습니다. 어쨌든 문희 언니 말로는 못 들은 척하는 게 제일 좋다네요. 지금 백성들도 난리입니다. 주 자사처럼 생긴 사람이 그런 탐관오리였다니, 정말 숨길 줄 아는 재주가

  • 세자의 혼례날, 첩은 아이와 함께 사라졌다   제237화

    그는 이를 악물었다. 정희아는 도망쳤지, 새로 들여보낸 둘 중 똑똑한 자는 말을 듣지 않았고 말을 듣는 자는 멍청하기 그지없었다. 며칠 뒤에는 또다시 살구를 단단히 손봐야 할 판이었다. 청무 저 멍청이는 제발 사고만 치지 않으면 될 텐데. 그가 막 그렇게 생각하던 찰나.“꺄악!”풍덩!날카로운 비명과 함께 물에 빠지는 소리가 이어졌다. 정자에 있던 두 사람이 바로 옆 연못으로 곤두박질친 것이다.청무 또한 정 대인을 보았다. 그에게 몇 번이나 꾸지람을 들은 터라 이번만큼은 자신이 살구보다 쓸모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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