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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810화

作者: 꽃길
이 한 방은 강진혁을 향한 것이자 강씨 가문의 체면에 날린 일격이었고 동시에 그에게 보내는 경고이기도 했다.역시 용진표였다. 본색을 드러낼 땐 그 누구도 봐주지 않는다. 명백히 아들을 대신해 분풀이를 한 것이다.

“이 자식아, 네 아버지도 생전에 감히 나한테 아니오라고 하지 못했어. 어디 하룻강아지가 범 무서운 줄 모르고 나대는 것이냐.”

그는 비서에게서 건네받은 실크 손수건으로 사람을 때린 손을 천천히 닦았다.

강진혁의 입가에서 피가 스며 나왔다. 눈동자 밑바닥엔 살기를 담은 분노가 깔려 있었지만 겉으론 억지웃음을 지으며 피 묻은 입가를 닦았다.

“대표님 말씀이 맞습니다. 제가 예의도, 규칙도 몰랐습니다.”

그 모습은 비굴하기 그지없었다.

나는 안다. 그건 그저 잠시 몸을 낮춘 것일 뿐이라는 걸 말이다. 이미 조시언 하나만으로도 감당하기 버거운 판에 용진표까지 자극했다간 내일 세운 계획은 아예 무산될 것이다.

용진표가 오늘 조문이라는 명목으로 이것에 온 것도 결국엔 그를 윽박지르기 위함이었다. 내일은 아마 큰 소동이 벌어질 게 분명했다.

하지만 내일은 본래 강두식의 발인이 예정되어 있었다.

나는 영정 사진을 바라보았다. 죽어서조차 편히 쉬지 못할 줄은 그도 몰랐을 것이다.

어쩌면 이것도 업보인 셈이었다.

선과 악은 결국 되돌아오고 하늘은 공평하게 그 누구도 쉽게 용서하시지 않는다.

강진혁이 상황을 파악하고 꼬리를 내리자 용진표도 더는 문제 삼지 않고 돌아섰다.

강진혁은 한 걸음도 움직이지 않은 채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었다. 그의 눈은 용진표가 사라진 방향을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그 눈빛엔 마치 죽여버리겠다는 외침이 들려오는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는 참았다. 스스로도 말했듯이 그는 인내에 가장 능한 사람이었으니 말이다.

그때 김희연이 다가가 그의 입가를 조심스레 어루만지려 했으나 그는 조용히 몸을 피했다.

“아주머니, 구급상자 좀 가져와 주세요”

김희연이 가사도우미에게 말했다.

“필요 없어요”

강진혁은 단호히 거절했다.

김희연이 뭔가를 더 말하려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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