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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 불안정한 배에는 타지 않아요

ผู้เขียน: 지호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07-28 20:53:36

퇴근길, 회사 정문 앞에 낯선 은색 세단이 서 있었다.

경적이 짧게 울렸다. 제이가 돌아보자, 선팅된 창문이 스르륵 내려갔다.

"타시죠, 현제이 씨."

이영민이었다. 여유로운 미소가 그대로였다.

"대표님, 죄송하지만 오늘은 좀 곤란한데요."

제이가 곧바로 거리를 두며 대답했다.

"저 지금 많이 피곤해서요. 다음에 정식으로 미팅 잡으시면..."

"그럼 다음은 언제인데요? 계속 그렇게 미루기만 하고."

"미루는 게 아니라..."

"여기서 계속 서 있으면, 내일 사내 게시판에 우리 둘 이름 나란히 올라갈 텐데."

이영민이 말을 자르며 웃었다. 제이는 그 말에 멈칫했다. 주변을 지나던 직원 몇몇이 벌써 힐끔거리고 있었다. 여기서 실랑이가 더 길어지면, 그림이 더 이상해질 뿐이었다.

제이는 잠깐 고민하다, 결국 차 문을 열었다.

"오래는 안 걸려요."

단호한 선 긋기였다.

"글쎄요, 그건 제가 정하는 거고."

이영민이 웃으며 차를 출발시켰다.


차 안에서, 제이는 창밖을 보며 머릿속으로 이영민이라는 사람을 다시 정리했다.

몇 년 뒤, 사업이 궤도에 오르자마자 스포츠 신문 1면을 오르내리게 될 이름. 유명 배우들과 끊이지 않던 염문설. 지난 생, 뉴스에서 몇 번이나 스치듯 봤던 얼굴이었다.

이 사람, 비즈니스로도 남자로도 위험 인물이야.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

이영민이 운전하며 슬쩍 물었다.

"대표님 회사 얘기요."

"거짓말은. 표정을 보니 딴 생각이던데."

제이는 대답 대신 옅게 웃었다. 굳이 정정하지 않기로 했다.

제이는 그 판단을 마음에 새기며, 표정을 다시 단정하게 가다듬었다.


도착한 곳은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창가 자리, 야경이 한눈에 들어왔다. 자리에 앉고도, 제이는 수저를 들 생각을 하지 않았다.

"용건만 간단히 하시죠, 대표님."

"이렇게까지 선을 그을 일인가. 밥 한 끼 하자는 건데."

"두 번째 뵙는 건데, 벌써 세 번째 만남을 만들고 계시네요."

이영민이 낮게 웃었다.

"현제이 씨, 나를 무슨 뱀 보듯 보시는데. 내가 그렇게 위험합니까? 아니면, 내 제안이 너무 달콤해서 흔들릴까 봐 겁나는 거예요?"

"이영민 대표님, 흔들리기엔 대표님 회사 유동성 리스크가 너무 큽니다. 저는 불안정한 배에는 타지 않아요."

정확한 반격이었다. 이영민은 화를 내는 대신, 소리 내어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진짜, 볼 때마다 감탄하게 만드네."

그는 정말로 흥미롭다는 얼굴이었다. 지금껏 만나온 여자들은 대부분 그의 배경과 돈을 먼저 봤다. 이렇게 대놓고 약점을 찔러오는 사람은 처음이었다.

이영민이 와인잔을 돌리며 말했다.

"보통 제이 씨처럼 면전에 대놓고 약점을 찌르는 사람은 없는데."

"대표님 기분 나쁘라고 한 말은 아니었어요. 사실을 말씀드린 거지."

"그게 더 무서운 건데, 본인은 모르나 보네."

이영민은 여전히 웃으며 와인잔을 들었다. 제이는 그 웃음에 대꾸하지 않고, 시계를 슬쩍 확인했다.

"오늘은 여기까지 하죠. 데려다드릴게요."

"괜찮습니다. 알아서 가겠습니다."

제이는 자리에서 먼저 일어났다.


식당을 나서는 길, 로비 반대편에서 걸어오던 사람과 시선이 마주쳤다.

준호였다.

말끔한 정장 차림, 옆에는 나이 지긋한 어른들 몇 명이 함께였다. 회사에서 보던 것과는 다른 분위기, 다른 자리였다. 제이는 순간 그 낯선 무게에 말을 잃었다.

"정준호 씨가 왜 여기에..."

준호도 제이를 발견하고 걸음을 멈췄다. 옆에 선 이영민을 확인한 순간, 그 눈빛이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짧은 순간, 두 사람 사이에 말없는 긴장이 오갔다. 준호는 곧 동행한 어른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걸음을 옮겼다.

"오랜만입니다, 이 대표님."

"어, 정 실장. 여기서 다 보네."

이영민이 반갑게 아는 척을 했다. 제이는 그 호칭에 순간 귀를 의심했다.

정 실장?

회사에서는 한 번도 들어본 적 없는 직함이었다. 이영민은 아무렇지 않게 그를 대하고 있었고, 준호는 굳이 그 호칭을 정정하지 않았다.

"두 분이 아는 사이세요?"

제이가 조심스럽게 물었다.

"업계에서 다들 아는 사이죠."

이영민이 웃으며 대답을 얼버무렸다. 준호는 별다른 대꾸 없이, 제이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이런 데서 뵙네요, 현제이 씨."

목소리는 담담했지만, 그 안에 담긴 온도는 평소와 확연히 달랐다.

준호는 짧게 목례만 남기고, 일행을 따라 걸음을 옮겼다. 그 뒷모습이 복도 끝으로 사라질 때까지, 제이는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이영민이 옆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다 나직이 말했다.

"저 친구, 보기보다 훨씬 뒷배가 든든한 사람인데. 잘 모르나 봐요?"

"...무슨 뜻이세요?"

"직접 물어보세요. 저는 남의 사정 함부로 말하는 사람 아니라서."

이영민은 그 말만 남기고 여유롭게 웃으며 자기 차 쪽으로 걸어갔다. 제이는 혼자 남아, 방금 벌어진 일들을 하나씩 곱씹었다.

정 실장. 나이 지긋한 어른들. 이영민조차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태도.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사람의 얼굴이, 오늘따라 유난히 멀게 느껴졌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휴대폰은 조용했다. 평소라면 벌써 한두 통쯤 왔을 문자가, 오늘은 오지 않았다.

제이는 몇 번이나 휴대폰 화면을 켰다 껐다. 먼저 연락을 해볼까 고민하다, 결국 그만두었다. 오늘 그 자리에서 본 준호의 눈빛이 자꾸 머릿속에 어른거렸다.

정 실장이라니.

회사에서 마주치던 얼굴 뒤에, 제이가 전혀 모르는 얼굴이 하나 더 있었다. 그 사실이 새삼스럽게 마음 한쪽을 무겁게 눌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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