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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5. 두 아버지 사이에서

Penulis: 지호
last update Tanggal publikasi: 2026-09-05 10:20:09

다음 날 아침, 정지훈은 홀로 박진철의 자택을 찾았다.

준호와 제이에게는 미리 알리지 않았다. 이 대화만큼은, 누구의 개입도 없이 오롯이 자신의 몫으로 해내고 싶었다.

초인종을 누르자, 박진철이 직접 문을 열었다. 그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반가움이 동시에 스쳤다.

"지훈아."

박진철의 목소리가 떨렸다.

"연락도 없이…… 어떻게 여기를."

"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

정지훈은 담담히 안으로 들어섰다. 오래된 서재, 낡은 가죽 소파에 마주 앉은 두 사람 사이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

"제가 왜 실장님 곁으로 곧장 돌아오지 않았는지, 궁금하지 않으셨습니까."

정지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

박진철은 씁쓸하게 웃었다.

"짐작은 했다. 그 두 사람이 널 설득했겠지."

"아니요."

정지훈이 고개를 저었다.

"제 발로 걸어간 겁니다. 그리고 어제, 정 회장님을 직접 만나고 왔습니다."

박진철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

"그래서."

그의 목소리에 날이 섰다.

"그 사람이 뭐라고 하더냐. 사과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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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철의 서재, 늦은 밤.정지훈이 문을 열고 들어섰을 때, 박진철은 이미 낡은 소파에 앉아 그를 기다리고 있었다.책상 위에는 여전히 그 낡은 봉투가 놓여 있었다.두 사람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서로를 바라보기만 했다."기자들, 이미 부르셨습니까."정지훈이 먼저 물었다."아니."박진철이 낮게 답했다."네 전화를 받고, 잠시 미뤘다."정지훈은 그의 맞은편에 조용히 앉았다."실장님."그가 낮게 입을 열었다."제가 여기 온 건, 막으러 온 게 아닙니다. 부탁드리러 온 겁니다."박진철의 눈빛이 흔들렸다."제 이야기를, 실장님의 방식으로 세상에 꺼내지 말아 주십시오."정지훈의 목소리가 떨렸다."제 어머니의 이름이, 이렇게 이용당하는 방식으로 세상에 알려지는 걸, 저는 원하지 않습니다."박진철은 오랫동안 대답하지 못했다. 그의 시선이 낡은 봉투 위에 오래도록 머물렀다."내가……"한참 만에, 그가 힘겹게 입을 열었다."내가 정말로 원했던 게 뭐였는지, 요 며칠 계속 생각했다."그의 목소리에 처음으로 깊은 피로가 묻어났다."처음엔 정의라고 믿었다.네가 있어야 할 자리를 되찾아주는 게, 세상에서 제일 옳은 일이라고.그런데 지금, 네 어머니 이름을 팔아서라도 이기려는 나를 보면서, 문득 그런 생각이 들더구나.이게 정말 정의였을까, 아니면 그냥 사십 년 묵은 내 오기였을까.""실장님…….""네 말이 맞다."박진철이 낮게 고개를 숙였다."이건 정의가 아니라, 내 복수였어.정 회장이 가진 걸 빼앗아서, 내가 대신 채워 넣고 싶었던 거다. 그 마음을, 너를 위한 거라고 스스로 속여왔던 거고."정지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실장님이 절 키워주신 그 마음까지, 전부 거짓이었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그건 진심이었다."박진철이 힘주어 답했다."그것 하나만은, 하늘에 맹세코 진심이었어."정지훈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그럼, 이제 그만하셔도 되지 않습니까."박진철은 오랫동안 낡은 봉투를 응시했다. 사십 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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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철은 총회 안건을 확정한 뒤로, 곧바로 다음 수를 준비하고 있었다.정지훈을 잃은 것은 뼈아픈 손실이었지만, 그렇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었다.그는 오랜 인맥을 총동원해, 아직 마음을 정하지 못한 중립 지분 주주들을 하나씩 접촉하기 시작했다."현 사장이 아무리 유능해 보여도, 결국 스물다섯짜리 애송이입니다."그는 한 원로 주주와의 자리에서 낮게 읊조렸다."신선식품 사업이라는 것도, 검증 안 된 도박이나 다름없습니다. 이 회사의 미래를 그런 모험에 맡기시겠습니까."그의 말은 교묘했다. 사실과 왜곡을 절묘하게 섞어, 듣는 사람이 스스로 의심을 키우게 만드는 화법이었다.같은 시각, 제이의 사장실."박 실장님이 개별적으로 주주들을 만나고 계신 것 같아요."제이가 보고를 받으며 미간을 좁혔다."신선식품 사업 자체를 흔드는 방향으로 여론을 만드시는 것 같은데."준호가 서류를 넘기며 답했다."저희도 같은 방식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실적으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어요.""마침 좋은 소식이 있어요."제이가 태블릿 화면을 그에게 돌려 보였다."콜드체인 시범 물류망, 이번 주부터 정식 가동에 들어갔어요.초기 반응이 예상보다 훨씬 좋아요. 배송 지연율이 기존 대비 삼십 퍼센트 이상 개선됐고요."준호의 얼굴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이 수치라면, 중립 주주들 설득하는 데 확실한 무기가 되겠습니다."두 사람은 곧바로 실적 자료를 정리해, 아직 입장을 정하지 못한 주주들에게 직접 찾아가기로 했다.며칠 동안, 준호와 제이는 하루도 쉬지 못한 채 여러 주주들을 만나러 다녔다.어떤 자리에서는 냉담한 반응을 마주하기도 했고, 또 어떤 자리에서는 이미 박진철 쪽으로 완전히 기운 것을 확인하기도 했다."쉽지 않네요."늦은 밤, 차 안에서 제이가 지친 목소리로 중얼거렸다."실장님이 사십 년 동안 쌓아온 인맥이, 생각보다 훨씬 넓고 깊어요."준호가 운전대를 잡은 채 낮게 답했다."그래도 조금씩 저희 쪽으로 넘어오고 있습니다. 오늘 만난 세 분 중 두 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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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진철은 서재에 홀로 앉아, 정지훈이 다녀간 자리를 오랫동안 응시하고 있었다.찻잔은 이미 식어 있었다. 그는 그것을 치울 생각도 하지 못한 채, 낡은 소파에 몸을 깊이 파묻고 있었다.'주주총회, 다시 생각해주십시오. 이건 부탁입니다.'정지훈의 마지막 말이 귓가에서 떠나지 않았다. 사십 년 가까이 키워온 아이의 부탁이었다.그 말 한마디에, 그동안 단단하게 세워온 신념이 하루 사이 무너질 듯 흔들렸다.하지만 박진철은 곧 고개를 저었다."이제 와서 멈추면……."그가 낮게 중얼거렸다."그 사십 년이 전부 헛것이 되는 거다."그는 자리에서 일어나 서재 한쪽의 낡은 액자를 바라보았다.회사가 처음 작은 사무실에서 시작되던 시절, 셋이서 함께 찍었던 빛바랜 사진이었다.젊은 정 회장과, 젊은 자신, 그리고 그 옆에서 수줍게 웃고 있는 조희진."희진아."그가 사진 속 얼굴을 향해 낮게 읊조렸다."내가 지금이라도 멈추면, 넌 정말 아무것도 아닌 사람이 되는 거야. 그럴 순 없다."그는 휴대폰을 들어 법무팀장에게 다시 전화를 걸었다."예정대로 진행한다. 총회 안건, 변경 없다."전화를 끊은 그의 눈빛은 다시 차갑게 가라앉아 있었다.흔들렸던 것도 잠시, 그는 다시 사십 년 동안 걸어온 그 길 위에 스스로를 세워놓았다.같은 시각, 제이의 사장실."박 실장님 쪽에서 총회 안건에 변경이 없다는 공문이 왔습니다."비서의 보고에 제이는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예상은 했지만, 정지훈 씨 부탁도 소용없었나 보네요."준호가 서류철을 넘기며 말했다."법무팀에서 확인한 결과, 삼촌 지분 이전 건의 절차적 하자는 확실합니다.관리 권한과 소유권 이전은 별개의 사안인데, 그 경계를 명백히 넘으셨어요.""그럼 총회 당일, 그 부분을 정식으로 문제 제기하면 되겠네요."제이가 서류에 표시를 남기며 답했다."동시에 우호 지분 확보도 계속 진행해야 해요. 법리로만 밀어붙이기엔, 표 대결에서 지면 아무 소용 없으니까요.""이미 절반 가까이는 확보했습니다."준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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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음 날 아침, 정지훈은 홀로 박진철의 자택을 찾았다.준호와 제이에게는 미리 알리지 않았다. 이 대화만큼은, 누구의 개입도 없이 오롯이 자신의 몫으로 해내고 싶었다.초인종을 누르자, 박진철이 직접 문을 열었다. 그의 얼굴에는 놀라움과 반가움이 동시에 스쳤다."지훈아."박진철의 목소리가 떨렸다."연락도 없이…… 어떻게 여기를.""드릴 말씀이 있어서 왔습니다."정지훈은 담담히 안으로 들어섰다. 오래된 서재, 낡은 가죽 소파에 마주 앉은 두 사람 사이로 무거운 침묵이 흘렀다."제가 왜 실장님 곁으로 곧장 돌아오지 않았는지, 궁금하지 않으셨습니까."정지훈이 먼저 입을 열었다.박진철은 씁쓸하게 웃었다."짐작은 했다. 그 두 사람이 널 설득했겠지.""아니요."정지훈이 고개를 저었다."제 발로 걸어간 겁니다. 그리고 어제, 정 회장님을 직접 만나고 왔습니다."박진철의 표정이 순식간에 굳었다."그래서."그의 목소리에 날이 섰다."그 사람이 뭐라고 하더냐. 사과라도 하더냐.""사과했습니다."정지훈이 낮게 답했다."버린 게 맞다고, 그렇게 말씀하셨습니다."박진철은 코웃음을 쳤다."이제 와서 그깟 말 몇 마디로 사십 년을 되돌릴 수 있을 것 같으냐.""아니요. 그럴 수 없다는 거, 저도 압니다."정지훈의 눈시울이 붉어졌다."하지만 실장님. 저는, 그 사람을 무너뜨리고 싶지 않습니다."박진철의 얼굴에서 핏기가 가셨다."지금 뭐라고 했느냐.""실장님이 사십 년 동안 절 키워주신 거, 평생 잊지 않을 겁니다. 실장님은 제게 진짜 아버지였습니다. 그 마음, 조금도 변한 적 없습니다."정지훈의 목소리가 떨렸다."하지만 정 회장님도, 제 핏줄인 아버지예요. 원망스럽고, 밉고, 용서가 되지 않아도, 그 사실 자체는 변하지 않습니다. 그런 사람을 제 손으로 무너뜨리는 일에, 저는 동참할 수 없습니다."박진철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났다."내가 사십 년을 어떻게 버텨왔는지 아느냐! 네 어머니가 그 반지하 방에서 홀로 널 키우는 동안, 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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