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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화. 내일부터

Author: 이스
last update publish date: 2026-07-22 11:27:59

궁으로 돌아온 뒤 며칠.

강녕전은 다시 평소의 고요를 되찾았다.

연화도 다를 것 없는 하루를 보냈다.

아침에는 차를 올리고, 낮에는 마루를 닦고, 틈만 나면 수라간을 오가며 심부름을 했다.

"연화."

공주가 강녕전으로 들어오자마자 손을 흔들었다.

"예, 공주마마."

"심심하다."

"...무얼 해드릴까요?"

공주는 헌을 한번 바라보더니 장난기 어린 얼굴로 웃었다.

"오라버니는 하루 종일 책만 보잖아, 너라도 놀아줘."

연화는 난감한 얼굴로 빗자루를 내려놓았다.

"무슨 놀이를 하시겠습니까?"

공주는 한참 고민하는 척하더니 씩 웃었다.

"숨바꼭질."

"...강녕전에서 말씀이십니까?"

"응."

"상궁마마께 혼날 듯한데요."

공주는 키득거리며 연화의 등을 툭 밀었다.

"그럼 오라버니 뒤에 숨으면 되잖아."

연화는 얼떨결에 두 걸음 앞으로 나갔다.

헌과의 거리가 순식간에 가까워졌다.

책장을 넘기던 헌이 시선을 들었다.

"..."

"..."

연화는 얼른 한 걸음 물러났다.

"송구하옵니다."

공주는 끝내 웃음을 터뜨렸다.

"됐어, 그 표정 하나면 됐어."

연화만 영문을 몰랐다.

"...무엇이 말씀이십니까?"

"아무것도."

공주는 웃음을 참지 못한 채 밖으로 달려나갔다.

"다음에 또 놀자!"

"공주마마!"

연화는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저었다.

"참 바쁘신 분이십니다."

그 말을 들은 헌의 입가가 아주 조금 풀어졌다.

연화는 그 미세한 변화를 보지 못한 채 다시 찻상을 정리했다.

잠시 뒤.

따뜻한 차를 다시 올린 연화가 공손히 잔을 내려놓았다.

"전하."

헌은 찻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연화는 괜히 손끝을 만지작거렸다.

"혹여 입에 맞지 않으시면..."

헌이 잔을 내려놓았다.

"맛있다."

짧은 한마디였다.

연화의 얼굴이 금세 밝아졌다.

"참말이옵니까?"

"그래."

"다행이옵니다."

안도의 웃음이 번졌다.

"그럼 다음에는 더 맛있게 우려 보겠습니다."

연화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인사했다.

"물러가겠사옵니다."

문 앞까지 걸어간 연화가 다시 몸을 돌렸다.

"전하."

"...말하라."

"차가 식기 전에 드시는 것이 좋사옵니다."

"...알겠다."

연화는 웃음을 감추지 못한 채 밖으로 나갔다.

문이 닫히자 방 안은 다시 조용해졌다.

내관이 빈 찻잔을 치우려 다가왔다.

헌은 식지 않은 차를 한 번 더 마셨다.

"...내일부터."

내관이 걸음을 멈췄다.

"예, 전하."

"밤에는 저 아이가 차를 들게 하라."

내관은 잠깐 눈을 들었지만 곧 허리를 숙였다.

"명을 받들겠습니다."

---

다음 날.

상궁이 명부를 넘기다 연화를 불렀다.

"연화."

"예."

"오늘부터 밤 차례는 네가 맡는다."

"제가요?"

"전하의 명이다."

연화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찻상을 받아 들고 고개를 숙이는 것이었다.

---

밤이 찾아왔다.

강녕전 앞.

내관이 조용히 문을 열었다.

"들라."

연화는 찻상을 두 손으로 받쳐 들고 안으로 들어섰다.

"차를 올리겠사옵니다."

서책을 읽고 있던 헌이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조용한 방 안.

두 사람의 시선이 마주쳤다.

"차도 좋지만 밤도 깊었고 하니... 술상은 어떻겠느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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