ログイン침전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이헌은 바닥에 누운 채 천장을 바라봤고, 연화는 침상 위에서 굳어 있었다.방금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머리가 따라가지 못했다.분명 이헌과 입을 맞추고 있었다.그가 자신을 침상에 눕혔고, 허리를 끌어안았고.정신을 차렸을 때는 이헌이 바닥에 있었다.연화가 황급히 침상에서 내려왔다.“전하!”“…….”“괜찮으십니까?”이헌은 대답하지 않았다.연화의 얼굴에서 핏기가 빠르게 사라졌다.“설마 머리를 다치셨습니까?”“머리는 멀쩡하다.”“그럼 허리를 다치셨습니까?”“내 체면이 다쳤다.”연화는 입을 다물었다.다친 곳이 체면이라면 자신이 고칠 수 없었다.침전 밖에서 내관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려왔다.“전하, 큰 소리가 들렸사온데 무슨 일이 있으십니까?”이헌이 몸을 일으키며 문 쪽을 노려봤다.“아무 일도 없다.”“무언가 넘어지는 소리가…….”“탁자가 넘어졌다.”연화가 반사적으로 탁자를 바라봤다. 탁자는 멀쩡히 서 있었다.“탁자는 멀쩡하옵니다.”이헌이 천천히 연화를 돌아봤다.“네가 지금 꼭 알려야 했느냐?”“거짓을 고하시면 아니 되지 않습니까.”“그럼 내가 넘어졌다고 말하랴?”문밖이 조용해졌다.이미 들은 모양이었다.이헌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모두 물러가라. 누구도 들이지 마라.”“예, 전하.”내관의 대답이 평소보다 조금 빨랐다.연화는 바닥에 무릎을 꿇었다.“죽을죄를 지었사옵니다.”“일어나거라.”“이번에는 정말 죽을죄이옵니다. 전하를 두 번 넘어뜨린 것도 모자라…….”연화가 손가락을 접으며 세어 보았다.“세 번째인가?”“네 번째다.”“그렇게나 많이요?”이헌의 눈썹이 꿈틀했다.연화는 얼른 고개를 숙였다.“모두 기억하고 계시는군요.”“잊고 싶어도 몸이 기억한다.”연화의 어깨가 더욱 작아졌다.이헌은 그런 연화를 바라보다 허리를 한번 짚었다. 연화가 놀라 고개를 들었다.“역시 다치신 것 아닙니까?”“괜찮다.”“괜찮으신 분이 왜 허리를 붙잡으십니까?”“누구 덕분
“그때는 절대로 놓치지 않을 것입니다.”이헌의 대답이 대비전 안에 또렷하게 울렸다.연화는 고개를 들지 못했다.대비가 무슨 말을 하더라도 이헌은 태연했다. 부끄러워하는 사람은 자신 하나뿐인 것 같았다.“전하께서는 궁녀의 마음만 기다리실 생각입니까?”대비가 물었다.“그러하옵니다.”“간택에 들어온 규원들은 어찌하시고요.”“처음부터 간택을 원한 적이 없습니다.”“조정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입니다.”“제 마음에도 없는 여인을 들이는 것보다 낫습니다.”문밖에서 인기척이 들렸다.민서령과 한소원이 서 있었다. 두 사람 모두 대비에게 다시 불려 왔다가 대화를 들은 모양이었다.연화는 놀라 이헌의 옷소매를 당겼다.“두 분께서 들으셨습니다.”“들으라고 한 말이다.”이헌은 두 규원을 안으로 불렀다.민서령과 한소원이 나란히 예를 올렸다.“미안하게 되었소.”이헌이 먼저 입을 열었다.“두 사람에게 잘못이 없다는 것은 밝혀질 것이다. 하지만 조사가 끝나더라도 간택을 다시 진행할 생각은 없소.”한소원의 얼굴이 굳었다.“전하께서 마음에 두신 분이 연화입니까?”연화의 어깨가 움찔했다.이헌은 망설이지 않았다.“그렇소.”민서령의 시선이 연화에게 향했다.“그렇다면 소녀는 더 머물 이유가 없겠군요.”&ldq
“오늘 밤은 강녕전에서 돌아가지 않겠습니다.”연화의 말에 이헌은 한동안 대답하지 않았다.“그 말이 무슨 뜻인지 알고 있느냐?”“알고 있습니다.”“정확히 말해 보거라.”연화의 얼굴이 붉어졌다.“같은 방에서 잠만 자는 것이 아니라고 들었습니다.”“누구에게.”“대비마마께서 알려 주셨습니다.”이헌은 작게 숨을 내쉬었다.“어마마마께서 참으로 자세히도 가르치셨구나.”“자세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래서 소인도 정확히 무엇을 해야 하는지는 모릅니다.”연화가 솔직하게 대답했다.“그래도 도망가지는 않겠습니다.”“나를 좋아해서 남는 것이냐.”“예.”“궁녀들이 재촉해서가 아니고?”연화의 눈이 커졌다.“어떻게 아셨습니까?”“수라간에 다녀온 뒤 갑자기 이러니 모를 수가 있느냐.”“궁녀들이 말하기는 했지만, 그 말 때문에 결정한 것은 아닙니다.”연화는 치맛자락을 쥔 손을 풀었다.“전하께서는 계속 기다려 주셨습니다. 이제 소인도 노력하고 싶습니다.”“노력해서 할 일은 아니다.”“그럼 무엇으로 합니까?”“마음이 움직일 때 하는 것이다.”연화는 잠시 고민했다.“소인의 마음은 움직
강녕전으로 돌아온 연화 앞에는 약과 스무 개가 놓였다.그녀는 상자를 열어 개수를 세었다.“하나, 둘, 셋…….”“정말 스무 개인지 의심하는 것이냐?”이헌이 맞은편에서 물었다.“확인하는 것입니다.”“내가 너를 속일 것 같으냐?”“전하를 의심하는 것이 아니라 수라간을 의심하는 것입니다.”“수라간이 왜?”“소인이 죽었다는 말을 듣고 약과 열두 개를 하나도 남기지 않은 곳입니다.”연화는 정확히 스무 개가 있는 것을 확인한 뒤에야 상자를 닫았다.이헌이 손을 내밀었다.“하나 주거라.”“전하께서 주신 것입니다.”“그러니 하나쯤 돌려받을 수도 있지 않으냐.”연화는 고민 끝에 가장 작은 약과를 골라 건넸다.이헌은 약과보다 작은 것을 고르는 연화의 손을 바라봤다.“참으로 후하구나.”“제일 바삭해 보입니다.”“그 말은 믿지 않겠다.”연화가 약과 상자를 안전한 곳으로 옮기려 몸을 돌렸다.머리를 묶었던 끈이 느슨해지며 머리카락이 흘러내렸다.이헌이 손을 뻗었다.연화는 손끝이 목덜미에 닿는 순간 몸을 굳혔다.그가 움직임을 멈췄다.“머리끈이 풀렸다.”“소인이 하겠습니다.”연화가 급히 머리카락을 모았지만 한 손으로는 제대로 묶이지 않았다. 다친 팔을 쓰려 하자 이헌
“한때 전하를 지키던 내금위장이었다.”연화는 대비가 내민 기록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사람을 잘못 찾으신 것 같습니다.”“아비의 이름이 강무영이 맞느냐?”“예.”“강무영은 말을 돌보던 군졸이 아니다. 십 년 전까지 내금위를 이끌던 무관이었다.”연화가 기억하는 아버지는 늘 낡은 옷을 입고 있었다.말을 돌보고, 산에서 약초를 캐고, 남는 시간에는 연화에게 무술을 가르쳤다.“아버지는 칼을 잘 쓰기는 하셨습니다.”“내금위장이었으니 당연하겠지.”“그런데 어째서 신분을 숨기셨습니까?”대비는 기록의 마지막 줄을 짚었다.“십 년 전, 동궁을 습격한 자들을 놓친 책임을 지고 파직되었다.”당시 동궁에 있던 이는 어린 이헌이었다.연화의 얼굴이 굳었다.“아버지가 전하를 지키지 못했다는 말씀이십니까?”“공식 기록은 그렇다.”“공식 기록이라면 다른 사실도 있습니까?”“강무영은 파직된 날 밤 자취를 감췄다. 함께 살던 어린 딸의 기록까지 지운 채.”그 어린 딸이 연화였다.“소인은 아버지와 계속 살았습니다.”“그러니 살아남은 것이겠지. 누군가에게서 너를 숨겨야 했을 테니.”연화는 쉽게 받아들일 수 없었다.아버지는 병을 앓다 세상을 떠났다. 마지막 숨을 거두는 모습도 직접 지켜봤고, 산 아래에 묻은 사람도 연화였다.“우선
연화는 눈을 뜨자마자 입술부터 만졌다.어젯밤 일이 꿈이었는지 확인하고 싶었다.이헌의 입술이 닿았던 감촉은 아직도 선명했다. 한 번으로 끝난 것도 아니었다.‘네가 원한다면.’낮은 목소리까지 떠오르자 얼굴이 뜨거워졌다.연화는 이불을 머리끝까지 끌어 올렸다.“일어났으면 그만 나오거라.”바로 옆에서 이헌의 목소리가 들렸다.연화가 이불을 조금 내렸다.그는 침상 곁에 앉아 서책을 읽고 있었다.“언제부터 계셨습니까?”“처음부터.”“계속 소인을 보고 계셨습니까?”“입술을 만지는 것부터 보았지.”연화는 다시 이불 속으로 들어갔다.“못 본 것으로 해 주십시오.”“싫다.”“전하.”“어젯밤에는 피하지 않더니 아침이 되니 얼굴도 보여 주기 싫으냐?”“싫은 것이 아니라 어색합니다.”이헌이 서책을 내려놓았다.“무엇이.”“전하를 보는 것이요.”“왜?”연화는 이불 밖으로 눈만 내놓았다.“자꾸 어제 일이 생각납니다.”“나도 그렇다.”“전하께서는 아무렇지도 않으신 것처럼 보입니다.”“다시 해 보면 그렇지 않다는 것을 알 텐데.”이헌이 몸을 숙이자 연화가 놀라 침상 끝으로 물러났다.그 움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