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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178화

ผู้เขียน: 코코넛 서고
촌장 부인은 서인경이 마음에 들어 하는 기색을 보이자 몹시 기뻐하며 좋아하면 더 마시라며 연거푸 권했다.

봉한설은 꼬막이를 안은 채 한쪽에 앉아 슬쩍 차 한 잔을 얻어 마셨다.

꼬막이는 말린 고구마를 야무지게 씹고 있었다. 어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 따위는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그저 먹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었다.

촌장 부인의 가족들 또한 지나치게 침착했다. 서인경 뒤편의 식탁에 앉아, 아무렇지도 않게 집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이상하다. 너무도 이상하다.

부생의 얼굴은 점점 굳어갔고 그동안 붙들고 있던 자신감이 이 순간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

그제야 깨달았다. 서인경이 애초부터 연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라면,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는 것을.

그렇다면 그녀는 무엇을 준비해둔 걸까?

부생은 머리를 쥐어짜듯 생각했지만 도무지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때, 문밖에서 대지를 울리는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

부생은 방금 전까지의 의문을 털어냈다.

서인경이 아무리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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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181화

    연기준은 사람들 앞에서 단도직입적으로 자신의 입장을 밝혔다.망설임은 없었다. 그는 스스로를 이 자리에 있는 모두와 완전히 반대편에 세워버렸다.서인경이 막 이 세계로 넘어왔던 그 시절이라면 이런 장면은 상상조차 할 수 없었을 것이다.그때의 두 사람은 물과 불처럼 대립했고 서인경은 화이를 결심한 채, 이 남자와 완전히 연을 끊고자 했다.그런데 지금은 마치 전생의 안개가 하나씩 걷히듯, 모든 일이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서인경이 손을 내밀어 연기준의 손을 잡았다. 그는 고개를 숙여 그녀의 희고 가느다란 손가락이 자신의 손과 맞물린 모습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고개를 살짝 기울여 서인경을 보았다.그의 시선과 마주친 것은 눈부시게 환한 웃음이었다.서인경은 눈을 가늘게 접으며 환하게 웃었다.“지금 당신 모습, 진짜 멋있습니다.”진심이 담긴 칭찬이었고 숨김없는 호감이었다.목숨과 권세를 내던져서라도 자신의 여인을 지키려는 남자를 누가 좋아하지 않겠는가.연기준의 심장이 순간 흔들렸다.지금 당장이라도 그 입술에 꿀이라도 바른 것은 아닌지 확인해보고 싶을 정도였다.두 사람은 주변을 완전히 잊은 듯, 그 자리에서 아무렇지도 않게 애정을 드러냈다.연강호는 그런 모습을 도저히 눈 뜨고 볼 수 없었다. 그의 말투에는 노골적인 비웃음이 담겨 있었다.“여자 하나에 휘둘리는 어리석은 놈! 그러니 그때 황위가 네게 돌아가지 않았던 것이다.”연기준은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문득 웃음을 터뜨렸다. 검은 그림자를 정면으로 마주한 채였다.“내가 일불락 수장의 혈통과 혼인한다면, 가장 큰 이익을 보는 건 진국이다. 너 역시 진국 출신이면서, 입만 열면 내가 진국을 위험에 빠뜨린다고 하지. 그럼 너는 진국 사람이 아닌 것이냐? 아니면… 천하를 이끌고 일불락의 후손과 맞서려는 데, 다른 속셈이라도 있는 것이냐?”연기준의 말에 사람들의 시선이 하나둘 연강호에게로 향했다.연강호는 잠시 침묵하더니 낮게 입을 열었다.“나는 네가 이 여인에게 속고 있는

  • 시간을 거슬러   제1180화

    “그래, 나도 그저 산샘물 한 모금만 필요해. 어머니 병을 고치려고 그러거든. 너도 부모가 있잖아. 내 효심 하나쯤은 이루어주지 못하는 거야?”서인경은 속으로 혀를 찼다. 네 효심이 나랑 무슨 상관이야. 효심이란 걸 외주라도 맡길 셈이야? 그것도 하필 나한테? 병이 났으면 의원을 찾을 것이지, 그럴듯한 말만 늘어놓고 헛소리나 하고 있네.산샘물에 미네랄이 있어 몸에 도움이 되는 건 사실이다. 증상을 완화시킬 수도 있다.하지만 병을 ‘고친다’? 그건 완전히 허황된 소리였다.서인경은 속으로 이 위선자들을 실컷 욕하고 있었다.서인경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노란 머리 사내는 더는 기다리지 못하고 철퇴를 들어 올렸다.“끝까지 고집을 부리겠다면, 우리도 손을 봐주진 않겠다. 얘들아! 저 여자와 그 애는 묶어라. 그리고 나머지는 전부 죽여!”명령이 떨어지자 사람들이 일제히 달려들었다.하지만 그들이 서인경에게 손을 대기도 전에, 허공에서 한 사람이 높이 몸을 뒤집으며 떨어져 내렸다.그의 움직임은 번개처럼 빨랐다. 무영각이 사방을 스치고 지나가자, 처음 공격을 시도한 이들이 그대로 쓰러졌다.그 그림자는 가볍게 날아와 서인경 곁에 내려섰다.연기준이었다. 방금 떠났던 그가 다시 돌아온 것이다.사람들 사이에 숨어 상황을 지켜보던 부생은 연기준이 나타나는 순간 온몸이 얼어붙은 듯 굳어버렸다.왜? 서인경은 이미 천하의 적이 되어버렸는데 연기준은 왜 여전히 그녀를 감싸는 거지? 그는 황위가 흔들리고 진국까지 위기에 빠질 수도 있다는 걸 두려워하지 않는 건가?연기준은 부생 쪽을 단 한 번도 바라보지 않았다. 마치 그녀의 존재 자체를 모르는 것처럼. 그의 시선에는 오직 서인경만이 있었다.“다친 데는 없느냐?”연기준은 낮고 부드러운 목소리로 물으며 긴 손가락으로 그녀의 귀 옆에 흩어진 머리카락을 정리해주었다.서인경은 고개를 들어 그를 바라보며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없습니다. 돌아오지 말라고 했잖아요. 왜 말을 안 듣는 겁니까?”연기준의 목소리는 한없이 다정했

  • 시간을 거슬러   제1179화

    연강호는 몇 걸음 뒤로 물러서며 앞자리를 비켜주었다.다른 이들은 각자 무기를 쥔 채, 일제히 서인경을 향해 몰려들었다. 숨을 조여 오는 듯한 압박감이 순식간에 공간을 뒤덮었다.봉한설과 촌장 일가는 곧장 경계 태세를 갖추었다.이 순간을 부생은 오래도록 기다려왔다. 그녀는 말없이 사람들 뒤편으로 물러섰다.서인경은 그들의 눈에 서린 탐욕을 바라보았다. 마치 백 년 전, 설산이 포위되고 짓밟히던 그 광경이 눈앞에 되살아나는 듯했다.그날 이후 설산은 무너졌고 천 년을 이어온 부족은 끝없는 설원 아래에 묻혀버렸다. 수만의 무고한 생명은 차가운 백골로 남았다.그리고 지금 서인경은 결코 그 비극이 다시 반복되는 것을 허락하지 않을 생각이었다.그녀는 물러서지 않았다. 오히려 적을 향해 몇 걸음 더 나아가 서로 숨결이 닿을 듯한 거리에서 정면으로 마주 섰다.위기 속에서도 그녀의 표정은 흔들림이 없었다. 목소리는 담담했고, 두려움이라곤 조금도 실려 있지 않았다.“연강호를 위해 이렇게 앞장서다니. 일이 끝난 뒤 그가 일불락을 독점하고 그 힘으로 너희 위에 군림할 거란 생각은 해보지 않았느냐?”이간질은 한 번이면 충분하다. 두 번째는 통하지 않는 법이었다.맞은편에 서 있는 자는 노란 머리의 괴이한 사내였다.그가 입은 옷은 서인경의 기억 속 어느 나라에도 속하지 않는 낯선 것이었다.다른 이들도 마찬가지였다. 기이한 차림에 나무껍질과 짐승 가죽을 걸친 이들까지 섞여 있었다.서인경은 그들이 작은 나라에서 온 자들이라 짐작했다. 자원이 부족한 작은 나라일수록 일불락 같은 땅을 더 갈망할 수밖에 없다.노란 머리 사내는 양손에 묵직한 철퇴를 들고 있었다. 입을 열자, 자신감과 오만함이 묻어났다.“일불락은 큰 판이니 그 혼자서 다 삼키진 못하지. 그래서 천하에 알리고 우리를 부른 거다. 너도 들었겠지만, 요즘 밖에서는 일불락의 산샘물 한 모금만 마셔도 수명이 늘고 몸이 강해지고 무공이 크게 오른다고들 하지. 우리는 욕심이 많지 않아. 그저 길만 안내해주면 된다. 그

  • 시간을 거슬러   제1178화

    촌장 부인은 서인경이 마음에 들어 하는 기색을 보이자 몹시 기뻐하며 좋아하면 더 마시라며 연거푸 권했다.봉한설은 꼬막이를 안은 채 한쪽에 앉아 슬쩍 차 한 잔을 얻어 마셨다.꼬막이는 말린 고구마를 야무지게 씹고 있었다. 어른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일 따위는 자신과 아무 상관도 없다는 듯 그저 먹는 데에만 몰두하고 있었다.촌장 부인의 가족들 또한 지나치게 침착했다. 서인경 뒤편의 식탁에 앉아, 아무렇지도 않게 집안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이상하다. 너무도 이상하다.부생의 얼굴은 점점 굳어갔고 그동안 붙들고 있던 자신감이 이 순간 서서히 무너져 내렸다.그제야 깨달았다. 서인경이 애초부터 연기를 하고 있었던 것이라면, 아무런 대비도 하지 않았을 리가 없다는 것을.그렇다면 그녀는 무엇을 준비해둔 걸까?부생은 머리를 쥐어짜듯 생각했지만 도무지 답이 떠오르지 않았다.그때, 문밖에서 대지를 울리는 말발굽 소리가 들려왔다.부생은 방금 전까지의 의문을 털어냈다.서인경이 아무리 대비를 해두었다 한들, 오늘 이 한 번의 공격을 막아낼 수는 없을 것이다.찡그리던 얼굴이 순간 번쩍이며 입가에 비웃음이 번졌다.“서인경, 밖에 온 사람 수 좀 들어봐. 넌 끝이야!”이미 대비를 해두고 있었음에도 다른 이들은 결국 불안을 감추지 못하고 자리에서 일어섰다.봉한설은 꼬막이를 촌장 부인에게 넘겼다.“부탁드려도 될까요?”봉 가와 개인적인 감정이 조금 얽혀 있었지만 지금은 눈앞에 적이 있으니 꼬막이의 안전이 무엇보다 중요했다.촌장 부인은 꼬막이를 받아 단단히 품에 안았다.“걱정 말거라. 이 늙은 목숨을 걸어서라도, 소주인을 반드시 지켜내겠다.”꼬막이는 입에 막 뜯어낸 고구마를 물고 있으면서도 그 말을 듣고 전혀 두려워하지 않았다.“저도 여러분을 지켜줄게요.”그저 아이의 말로 여겼을 뿐, 아무도 그 말을 진지하게 받아들이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 한마디가 오히려 어른들의 보호 본능을 더욱 강하게 자극했다.곧 시끄러운 소리가 밀려들더니 대문이 거칠게 발로 차여 열렸

  • 시간을 거슬러   제1177화

    자신이 계략에 말려들었다는 걸 알면서도 부생의 얼굴에는 잠깐 스친 놀라움뿐이었다. 이내 금세 평정을 되찾은 그녀의 입가에는 냉소가 번졌다.그녀의 저 확신에 찬 태도에 서인경은 문득 무언가를 짐작해냈다.“전력을 다 끌어모았다고? 연강호가 혼자 돌아왔을 리 없지. 내 신분을 이용해서 각국의 민심을 끌어들였다는 것이냐?”서인경은 단은설이 죽기 전, 이미 자신의 신분을 이야기꾼에게 알렸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 이후로, 이야기꾼은 그녀의 출생과 과거를 온 세상에 퍼뜨렸다.하지만 예상했던 위험은 좀처럼 닥쳐오지 않았다. 지금까지도 서인경을 찾아온 이는 아무도 없었다.그전까지 그녀는 이곳이 워낙 은밀한 데다 연기준이 충분히 자신을 보호하고 있기 때문이라 여겼다. 하지만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그게 아니었다. 연강호가 각국의 세력을 모으고 있었던 것이다.어쩌면 단은설이 서인경의 신분을 세상에 드러내려 했던 그 순간부터, 이미 모든 것은 준비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부생이 득의양양하게 웃음을 터뜨렸다.“그래서 뭐 어쩌라고요? 무섭죠? 백 년 전에도 저 사람들은 일불락을 짓밟았어요. 지금도 똑같이 할 수 있습니다. 여길 쑥대밭으로 만들고, 당신이랑 당신 아들을 붙잡아서 평생 가둬버릴 거예요. 그때 가서 당신은 온 세상의 공적이 될 텐데 폐하께서 과연 당신을 지켜줄까요?”부생은 연기준을 위해서라면 이미 이성을 잃은 상태였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다.서인경은 백 년 전의 일이, 오늘 이 작은 객잔에서 되풀이될 줄은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그녀는 늘 설산으로 돌아가 일불락을 다시 세우는 그날에나 마주할 일이라 여겼다.게다가 연강호가 그 일을 쉽게 세상에 드러낼 리 없다고도 믿고 있었다. 그렇게 되면 백 년을 살아온 그 괴물 역시 세상의 표적이 될 테니까.하지만 지금 보니, 그녀는 연강호를 너무 얕보았다.그를 궁지로 몰아넣으면 그는 백 년 전의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다시 저지를 수 있는 자였다.서인경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부생은 더욱 기세를 올렸다.

  • 시간을 거슬러   제1176화

    “네 말에도 일리는 있다. 헌데 네가 말했듯, 그건 예부터 그래왔던 이야기일 뿐이지, 지금의 이야기는 아니다. 본궁은 여자들끼리 서로 다투는 짓은 좋아하지 않는다. 오직 실력으로 승부하는 걸 좋아하지. 연기준에게 정말 다른 여자가 생겼다면… 지금의 나는, 여기 앉아 있지도 않았을 거야.”부생의 입가가 순간 굳어졌다.‘여자들끼리 다툰다’는 그 말이 머릿속에서 한참을 맴돌았다.“그게 무슨 뜻입니까?”서인경은 그녀 앞에 놓인 찻잔을 가리켰다.“앉아서 차 한 잔 마시고 좀 쉬거라. 방금 소식을 전하러 다녀오느라, 꽤 힘들었을 텐데.”부생의 굳은 표정이 입가에서부터 머리끝까지 번져갔다. 온몸이 서서히 저려오는 듯했다.“무슨 소식을 말입니까? 무슨 말을 하는지 모르겠습니다.”“어머, 이제 마마라고도 안 부르고 자세를 낮추지도 않는구나. 변하는 태도가 참 빨라.”갑작스레 들려온 목소리에 부생은 움찔했다.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는 순간, 이미 떠난 줄 알았던 봉한설이 꼬막이를 품에 안은 채 2층에서 천천히 내려오고 있었다.부생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이 얼굴 가득 번졌다.“당신… 분명 떠난 거 아니었습니까?”왜 아직 여기 있는 거지? 게다가 대황자까지 안고서. 서인경을 배신한 주제에 어째서 여전히 그녀의 아이를 돌보고 있는 걸까?꼬막이는 입에 고구마 말랭이를 물고 있었다. 봉한설이 밖에 나갔다가 사온 간식이었다.부생의 말을 듣자, 잔뜩 침이 묻은 고구마를 입에서 꺼내며 말했다.“누님은 안 갑니다. 누님이 그러는데, 제가 있는 데에는 누님도 있을 거래요!”봉한설은 웃으며 꼬막이의 볼을 살짝 꼬집었다.“우리 대황자 전하의 말이 맞습니다. 저는 평생 대황자를 떠나는 시간이 열두 시진을 넘지 않을 거예요.”요즘 꼬막이는 다른 사람이 볼을 만지는 걸 싫어했지만, 봉한설만은 예외였다.그는 입을 쭉 내밀어 봉한설의 뺨에 쪽 하고 입을 맞추며 고구마 냄새가 묻은 침 자국을 남겼다.두 사람의 다정한 모습에 서인경조차 살짝 질투가 일

  • 시간을 거슬러   제375화

    진가이의 눈빛에는 질투와 적의가 가득 담겨 있었다.예정임은 비웃듯 웃으며 그녀를 끌어다 허벅지 위에 앉히고 허리를 감아 안았다.“질투하는 것이냐?”진가이는 두어 번 몸부림쳤으나 오히려 더 세차게 끌어안기자 이내 체념하듯 저항을 멈췄다.“팔황자께서 좋아하는 여인을 본받겠다는데 그게 그렇게 잘못된 겁니까?”분명 토라진 말투였다. 예정임은 즐겁다는 듯 웃으며 그녀의 허리를 움켜쥐었다.“걱정 말거라. 너야말로 본황자가 영영 끊을 수 없는 작은 요괴니까.”그렇게 속삭이며 그녀를 안은 채 침상으로 향했다. 몸을 눌러 덮치려는 순간

  • 시간을 거슬러   제381화

    나침반이 손에 들어오자 설산을 벗어날 길이 보이기 시작했다.그러나 서회윤의 가슴속엔 여전히 노부인이 떠나기 전 남긴 말이 맴돌았다. 살아 돌아와 경성으로 향할 수 있을지는 모두 하늘의 뜻에 달려 있다. 앞으로 반드시 또 한차례의 혈투가 기다리고 있을 터였다.단 가는 요 며칠 사이 온통 뒤집힌 듯했다. 첩실 연인인 하율이 매질을 당하고 뱃속의 아이마저 간신히 목숨을 부지했다. 단효산은 더 이상 숨기지 않고 아예 그녀를 정식으로 저택 안에 들여 측부인으로 세웠다. 그 행보는 곧장 서풍교의 얼굴에 대놓고 뺨을 날리는 것이었다.본디

  • 시간을 거슬러   제388화

    서인경은 품속에서 작은 자기병을 꺼내 들었다.“태의께 전하여 곧장 고모께 드리세요. 서둘러야 합니다.”연기준은 출처도 묻지 않고 병을 받아 곧장 멀찍이 있던 맹경운에게 내던졌다.“복 태의에게 가져가거라.”맹경운은 한마디 군소리도 없이 병을 움켜쥔 채 몸을 돌려 달려나갔다. 서인경은 끝내 편전에 들어서지 못했다. 열다섯 째 황자가 문 앞을 막아섰기 때문이다. 그의 두 눈가는 호두처럼 부어올랐으나 고집스럽게 눈물을 떨구지 않고 버티고 서 있었다.“어머니께서는 이미 잠드셨습니다. 태의께서 목숨에는 지장이 없다고 하셨으니 내일이면

  • 시간을 거슬러   제412화

    예정임이 웃으며 찻잔을 내려놓았다.“대황자비께서는 총명한 분이니 굳이 돌려 말할 필요는 없겠지요. 저 예정임은 은혜를 입으면 반드시 보답하는 사람입니다. 제가 원하는 것을 얻는다면 마땅히 남이 원하는 것도 돌려줄 줄 아는 사람이지요.”단여월의 얼굴에 감추어둔 조심스러움이 단번에 드러났다.“황자께서는 원하는 것을 얻고 나면 정말 제게 보답하겠다는 말씀입니까?”예정임은 고개를 끄덕였다.“그야 당연하지요. 다만 대황자비께서 얼마만큼의 성의를 보여주시느냐에 따라 다르지요.”그는 늘 단여월을 대황자비라 불러주었고 그 부름에 그녀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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