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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화

Auteur: 코코넛 서고
연풍이 떨떠름한 표정으로 답했다.

“왕비께선 사람을 만난다고 외출하셨습니다.”

연기준이 물었다.

“단은설을?”

연풍은 고개를 저으며 답했다.

“아닙니다. 맹 소저를 만난다고 하시더군요. 단씨 일족과는 완전히 연을 끊은 것으로 보입니다. 어제는 문지기에게 앞으로 단 소저가 찾아오면 왕부에 절대 들이지 말고 돌려보내라고 하셨답니다.”

뒷목을 주무르던 연기준이 의아한 표정으로 동작을 멈추었다.

‘전에는 그렇게 소중한 자매라고 감싸더니, 정말로 결렬한 것인가? 내가 단은설과 뭐가 있다고 의심해서?’

“왕비가 직접 말한 게 확실하느냐?”

연풍이 묵묵히 고개를 끄덕였다.

한편, 서인경은 오늘 꼭 해야 할 중요한 일이 있어서 일단 맹은영을 만나볼 생각이었다.

소문이 거의 다 퍼졌으니 이제 거기에 불꽃을 붙일 때였다.

증거만 없는 뜬구름 잡는 소문이지만 혼인도 안 한 맹은영에게는 크나큰 타격일 것이다.

맹국공 가문에서 뭐라고 불만을 표하지는 않았지만 분명 속으로는 원한을 품고 있을 것이다.

서인경은 맹국공부에 선물을 보내고, 맹은영에게는 밖에서 따로 만나자고 초대를 보냈다.

약속지점은 경성에서 가장 호화로운 주루였다.

칸막이를 들어올린 주루의 한 방에서 그녀는 맹은영을 마주했는데, 창가 방이었기에 지나가던 행인들마저 두 여인을 볼 수 있었다.

서인경은 들어온 맹은영에게 정중히 차를 권했다.

“맹 소저, 이리 나와줘서 참으로 고맙네.”

맹은영은 어색한 표정으로 찻잔을 받았다.

“오히려 감사인사를 해야 할 쪽은 저인 것 같은데요.”

서인경이 담담한 얼굴로 물었다.

“독을 뿌린 범인을 찾았나요?”

그날 맹은영은 돌아가자마자 집안을 수색했는데, 역시나 그녀가 평소에 즐겨먹던 꿀떡에서 소량의 독가루가 발견되었다.

단번에 목숨을 앗아가진 않지만 열흘 정도 연속 복용한다면 장기 파손으로 죽게 되는 독이었다.

맹은영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도 그날의 일을 떠올리면 소름이 돋았다.

“부엌에서 일하던 일꾼이 자결하면서 단서가 끊어졌습니다. 저는 누구에게 원한을 산 적이 없는데, 대체 누가 저를 이런 식으로 없애려 했을까요?!”

서인경은 원래 주인의 기억을 되살리며 그녀에게 말했다.

“꼭 원한을 산 게 아닐지도 모르네. 어쩌면 소저가 누군가의 출세길을 막았을 수도 있지.”

맹은영은 여전히 당혹스러운 얼굴이었다.

“하지만 저희 집안은 줄곧 화목했는걸요. 세 오라버니도 저에게 아주 잘해주시고요. 아버지는 어머니를 제외하고 첩실을 들이지 않으셨어요. 제가 누군가의 앞길을 막았다니, 그게 대체 무슨…”

그러던 맹은영은 갑자기 뭔가 떠오른 듯 말을 멈추더니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설마 제가 폐하께서 내정하신 대황자비이기 때문일까요?”

서인경은 그 말을 듣고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

‘생각했던 것보단 멍청하지 않네.’

전생에 맹은영이 죽은 이후, 대황자비의 자리는 단씨 가문 둘째 딸인 단여월이 차지하게 되었다. 더불어 나중에 대황자가 황위에 등극하면서 단씨 가문의 지위는 수직 상승하게 되었다.

서씨 가문이 반역의 죄를 뒤집어쓰게 된 것도 다 단씨 가문이 짠 판이었다.

서인경은 짐짓 놀란 표정을 지으며 말했다.

“그런 거라면 혼인 적령기에 들어선 딸을 둔 가문들 중에 대황자부와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을 조사를 좀 해봐야겠군.”

서인경은 그녀에게 대놓고 진실을 얘기해 줄 수는 없었다. 자칫 잘못하면 맹은영이 자신을 이용해 단씨 가문을 제거하려 한다고 오해할 수 있었다.

맹은영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서인경을 빤히 바라보며 물었다.

“그럼 상왕비마마께서는 어떻게 누가 저를 해하려 했다는 사실을 알게 되셨습니까?”

서인경은 진작에 준비해둔 이야기를 꺼냈다.

“어제 맹 소저를 보니 얼굴이 누렇게 뜨고 기력이 없어 보이더군. 단순한 질병이 아닌 중독 증상으로 보였네. 그리하여 그런 추측을 소저에게 얘기한 것뿐인데, 내 예상이 맞을 줄은 몰랐어.”

맹은영이 놀라며 물었다.

“혹시 의술을 공부하신 적이 있으십니까?”

서인경은 의자 등받이에 등을 기대며 여유로운 미소를 지었다.

“예전에 부모님 따라 변경 일대에 가 있다가 우연히 강호 의원을 많나 어깨너머로 배운 적이 있네. 그리하여 맹 소저를 처음 봤을 때부터 중독된 상태라는 것을 한눈에 알아보았지. 그뿐만 아니라 소저만 날 믿어준다면 소저의 지병을 내가 치료해 줄 수도 있네.”

이곳으로 건너오기 전, 서인경은 전국 최연소 한의학 박사 학위를 딴 천재였다.

그리하여 맹은영이 앓고 있는 작은 질병을 치료하는 것쯤은 그녀에겐 쉬운 일이었다.

오랜 시간 지병으로 고통받은 맹은영은 누구보다 완치를 바라고 있었다.

그리고 어제 일을 통해 서인경에 대한 믿음도 생긴 터였다.

두 사람이 서로 귓속말을 주고받는 사이, 바깥이 갑자기 시끄러워졌다.

서로 어깨동무를 한 취객들이 고성을 지르며 주루 안으로 들어왔다.

여인들을 본 그들의 눈이 음흉하게 빛났다.

“이게 누군가? 멍청하고 성질머리 포악하기로 소문난 상왕비 아닌가? 저년이 중간에서 방해만 안 했어도 난 이미 대장군 칭호를 받았을 거야. 너 오늘 잘 만났다. 날 건드린 대가가 어떤지 톡톡히 보여주지.”

맹은영은 그나마 평온한 표정을 유지하고 있었지만 평이와 맹은영의 시종은 놀라서 안색이 하얗게 질렸다.

서인경은 묵묵히 손목 근육을 풀었다.

단평안이 서인경을 탐내는 건 하루이틀 있은 일이 아니었다.

분노에 이성을 잃어버린 그는 지금 당장 그녀 위에 올라타서 매운맛을 보여주고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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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260화

    연풍이 아래로 내려가 살펴보고 돌아왔다.생사를 숱하게 겪어 온 그조차, 눈빛에 어린 충격을 감추지 못했다.“능지국 백성들 같습니다. 몸에 채찍질 당한 자국과 고된 노동의 흔적이 남아 있습니다. 아마 설장로가 끌고 와서… 유적을 짓게 한 듯합니다.”“참으로 천인공노할 짓이로군! 겉으로도 선해 보이지는 않았지만, 이렇게까지 잔혹할 줄이야…”서인경은 눈앞의 아름답게 지어진 이곳을 바라보았다.그 아래에는 셀 수 없이 많은 보물이 숨겨져 있었다. 이것들은 모두 세상 사람들이 목숨을 걸고 탐낼 만한 것이었다.옛날에도 바로 이곳 때문에 천하의 사람들이 몰려들어 쟁탈전을 벌였고, 그로 인해 일불락 수십만의 백성이 설산에 묻혔다.그리고 지금 이곳에는 또 하나의 죄가 더해졌다.능지국의 수만 명에 이르는 무고한 백성들이 이곳에 묻혀 버린 것이다.“묻어주자.”서인경이 조용히 말했다.“일불락의 부흥은 다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하다. 우리는 이곳을 떠나, 바깥 사람들처럼 새로운 터전을 다시 세울 수 있다. 되살려야 할 것은 사람이지 재앙이 아니거든.”모두가 말없이 고개를 떨궜다.끝없이 이어진 만인갱을 바라보며, 얼굴마다 깊은 비통과 참혹함이 서려 있었다.*반 달이 흐른 뒤, 설산에는 다시 한 번 눈사태가 일어났다.그러나 백 년 전과는 달랐다. 이번에는 단 한 사람도 목숨을 잃지 않았고, 어떤 생명도 희생되지 않았다.다만 설산의 용맥이 끊어지며 모든 길이 완전히 막혀 버렸다.만수림의 모든 생명체는 막북 변방의 원시림으로 옮겨졌다.그 숲 근처에는 새로운 성이 하나 세워졌다.설성.그날 이후, 일불락은 세상에서 완전히 자취를 감추었다.일불락에 대한 모든 것은 영원히 역사 속으로 묻혀 버렸다.그러나 그 혈맥만은 설성에서 끊임없이 이어지며 살아 숨 쉬었다.수많은 세월이 흐른 뒤, 우연히 그곳을 지나던 이들이 알게 되었다.그 성의 주인이 오랫동안 자취를 감췄던 진국의 황제와 황후라는 사실을.*성루의 가장 높은 곳, 서인경은 연기준의 품에 안긴 채

  • 시간을 거슬러   제125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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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258화

    설장로는 싸늘한 눈으로 막효연을 노려보았다.“애송이가 감히 어른에게 이 따위로 말하는 것이냐? 봉은노, 당신 손녀는 교육이 필요할 것 같군요!”그 말에 봉 대장로가 담담하게 입을 열었다.“제 손녀를 어떻게 가르칠지는 제가 알아서 할 일입니다. 다만, 방금 효연이 한 질문에 대해서는 모두에게 답을 해 주어야 할 것 같군요.”그 한마디로, 봉 대장로는 분명히 설장로의 반대편에 섰다.사람들의 시선이 하나같이 자신을 향해 쏠리자 설장로의 얼굴이 마침내 일그러졌다.그녀는 한 걸음씩 뒤로 물러서며 냉소를 흘렸다.“이 혹한의 설산을 백 년이나 지켜왔습니다. 헌데 당신들은 제가 이대로 남의 밑에 들어가 살기를 원한다고 생각합니까?”그 말에 모두가 경악했다.“역심을 품었군요.”“역심?”설장로는 하늘을 향해 크게 웃음을 터뜨렸다.“수령에게 복종하지 않겠다고 하면 곧 역심인 겁니까? 우리 여족은 천 년을 수령에게 충성을 바쳤습니다. 그리고 지난 백 년 동안, 이 설산을 지켜온 유일한 부족이기도 하지요. 그렇다면 우리도 스스로 문을 세우고 왕이 될 수 있습니다. 남의 숨결에 기대어 사는 건, 당신 같은 종이나 하는 짓이예요!”봉은노는 날카로운 목소리로 되받았다.“여족이 재난을 당해 거의 멸족 직전까지 갔을 때, 살아남은 건 단 한 명의 족장뿐이었습니다. 그때 수령께서 자신의 수명 오십 년을 깎아 그 족장을 살려냈고, 그 덕에 여족의 혈맥이 이어진 겁니다. 누구도 여족에게 복종을 강요한 적은 없어요. 그때 무릎 꿇고 스스로 귀순을 택한 건, 당신 족장이었습니다. 설산을 지켜온 백 년 동안, 당신이 원했다면 얼마든지 스스로 왕이 될 수 있었겠지요. 헌데 그러지 못했습니다. 왜냐하면 당신에게는 그럴 능력이 없었으니까요. 수령의 보호 아래 안정을 누리면서, 남에게 짐을 떠넘기고, 뒤에서는 왕이 되려는 속셈이나 꾸미다니… 수령을 당신 사병쯤으로 여긴 겁니까? 세상에 그런 좋은 일이 어디 있습니까!”그 말을 듣자 설장로의 얼굴은 점점 더 음침하게 가라앉았다.“입

  • 시간을 거슬러   제1257화

    꼬막이는 작은 손으로 눈을 한 움큼씩 퍼서, 연기준의 몸 위에 덮어 올렸다.작은 얼굴은 울다가, 다시 찬바람에 말라붙기를 반복했고, 여린 피부는 이미 갈라져 터져 있었다.그는 울부짖듯 외쳤다.“아버지! 아버지 돌아오세요! 콜록… 콜록…!”목소리는 이미 쉰 지 오래였고, 한 번 외칠 때마다 격하게 기침이 터져 나왔으며, 온몸이 떨렸다.그는 겨우 한 살짜리였다.봉한설의 심장이 죄여들었다. 그녀는 달려가 아이를 품에 끌어안았다.연풍은 이미 눈이 붉게 충혈된 채, 자신의 망토를 벗어 꼬막이의 몸에 감싸 주었다.그러고는 그대로 무릎을 꿇고, 연기준 곁으로 기어갔다.“주군… 소인이 마지막 길을 모시겠습니다!”뒤에 있던 암위들 또한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주군을 배웅하겠습니다!”우렁차면서도 비장한 목소리 속에는, 억누르지 못한 울음이 스며 있었다.그 장면 위로, 슬픔이 한 겹 더 내려앉았다.사람들은 몰래 눈물을 훔쳤다. 그러나 설장로만은 끝내 믿지 못한 채, 천천히 다가갔다.눈으로 직접, 눈구덩이 속에 조용히 누워 있는 사람을 확인했다.이렇게 죽었다고? 목족의 유일한 혈맥이… 이렇게 사라졌다고?“언제 죽은 겁니까?”설장로가 서인경에게 물었지만, 서인경은 묵묵히 눈을 덮을 뿐,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그녀가 반응하지 않자, 설장로는 성큼 다가가 서인경의 팔을 거칠게 붙잡고 흔들었다.“제가 묻고 있지 않습니까! 언제 죽었냐고!”서인경은 초췌한 얼굴로 그녀를 바라봤다.“언제 죽었는지가… 그렇게 중요한가요?”“당연히 중요하지요!”설장로의 목소리가 조급하게 떨렸다.“사람이 죽었다고 해도 한 시진 안이라면 몸속의 피는 아직 따뜻합니다. 말하십시오. 언제 죽은 겁니까?”서인경은 싸늘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어젯밤 오시에 죽었습니다. 설장로, 실망하셨겠네요.”“아닙니다!”설장로의 얼굴이 창백하게 질리며 무너져 내리듯 외쳤다.“그럴 리 없습니다! 그는 목족의 마지막 혈맥인데 어떻게 죽을 수가 있습니까!”서인경이 굳이 더 말하지

  • 시간을 거슬러   제1256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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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25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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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31화

    “마마, 불로 태우는 방법은 어떠십니까?”누군가가 제안했다.“이것들을 다 불태워 버리면 독에 안 당할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서인경은 멍하니 꽃바다를 바라보다 고개를 저었다.“그렇게 간단히 해결될 문제였다면, 전에 왔던 자들이 시험해 보았겠지. 결국 그 방법은 악재로 그들에게 돌아갔을 테고.”“그럼 저것들을 모두 잘라서 길을 튼다면요?”서인경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그녀는 조금 전, 은사님과 함께 고대 의술을 공부할 때 은사님께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고서의 기재에 따르면 몇천 년 전, 아주 신기한 식물이 있었는데 현

  • 시간을 거슬러   제55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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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2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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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50화

    연기준은 그제야 손을 내리며 물었다.“그래서 약재는? 가져왔느냐?”서인경은 남의 친절을 당연하게 생각하는 그의 태도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하물며 그것은 그녀가 목숨을 걸고 구해온 것이었다.‘어쩜 이렇게 걱정하는 기색이 전혀 없지?’“가져오긴 했는데 약재 한 가지가 더 필요합니다. 내일 약방에 가서 알아보겠습니다.”연기준은 차갑게 뒤돌아서며 말했다.“그럼 기다리고 있겠다.”서인경은 멀어지는 그의 뒷모습을 곱지 않게 흘겨보았다.‘내가 전생에 뭔 죄를 지었길래 저런 인간의 왕비로 빙의한 거지?’그녀는 절대 쉽게 치료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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