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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15화

Author: 코코넛 서고
신비의 침전.

서늘한 적막과 절망이 방 안에 내려앉아 있었다. 태의가 바닥에 엎드린 채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마마… 저는 정말이지 힘이 다했습니다.”

순식간에 방 안 가득한 궁녀와 환관들이 일제히 무릎을 꿇었다.

신비의 머릿속이 텅 비어 울리고 눈앞이 빙글 도는 가운데 몸이 중심을 잃고 휘청거렸다. 궁녀가 급히 달려와 그녀를 부축했다.

“마마, 정신을 부여잡으셔야 합니다. 제발요...”

열일곱 째 황자는 침상 가장자리에 앉아 겁에 질려 엉엉 울고 있었다.

“아가야, 아가야 일어나! 제발 일어나서 나랑 놀자! 이제 장난감 절대 뺏지 않을게. 제발…”

신비의 눈동자가 피처럼 붉게 물들었다. 그녀는 태의의 옷깃을 움켜쥐고 그를 세차게 끌어올렸다.

“어제까지 아무렇지 않았다면서! 그저 감기였다고 하지 않았느냐! 한데 어찌 하루 만에 죽을 수가 있는 것이냐!”

태의는 겁과 무력함에 입술이 부르르 떨렸다.

“저도 알 수 없습니다. 어찌하여 병세가 이리도 급격히 악화되었는지 말입니다. 그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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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153화

    서인경의 말이 끝나자마자 수정구는 극한까지 응축되었고 그대로 연강호를 향해 맹렬히 쏟아져 내려갔다.연강호는 그녀가 정말로 이 수를 쓸 거라 예상하지 못했다.피할 틈도 없이 정면으로 그 공격을 받아냈다.엄청난 충격이 그의 몸을 공중으로 들어 올리더니 그대로 뒤편 나무에 세차게 내동댕이쳤다. 그리고 그 여파는 주변까지 휩쓸었다.남궁열과 예정연 역시 충격에 휘말려 멀리 튕겨 나갔다.예정연은 그대로 산비탈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 올라왔던 길을 따라 끝없이 굴러내려가며 이내 자취를 감췄다. 살았는지 죽었는지 비명조차 들리지 않았다.남궁열은 횃불빛이 닿지 않는 어둠 속으로 내던져졌다.고통을 참고 겨우 눈을 들어 올렸을 때, 빛이 가라앉은 자리에 서인경이 서 있었다.흩어진 머리칼과 깊게 가라앉은 붉은 눈.그 붉은 눈동자는 어쩐지 자신의 것과 닮아 있었다.그것은 최고 단계의 결계술로 타인을 공격했을 때 남는 후유증.천 년 전, 일불락의 내란을 잠재우기 위해 한 수령이 같은 방법을 쓴 적이 있었다.그리고 연강호의 말대로 그 사람은 칠공에서 피를 쏟고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다.그런데 지금 서인경은 그대로 서 있었다.흔들림 하나 없이. 상처 하나 없이.이 여자는 전설 속에나 존재한다던 공간을 지니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일불락 최고의 결계술을 자유자재로 사용하면서도 아무런 반작용도 받지 않았다.수백 년 동안 이어져 온 수령 일족 중에서도 그 누구도 이루지 못한 일이었다.연강호가 왜 반드시 이 여자를 생포하려 했는지 이제야 이해가 갔다. 이 여자는 그야말로 살아 있는 보물이었다.백 년 전, 속이기 쉬웠던 그 수령보다 훨씬 더 가치 있는 존재.남궁열의 시선이 달라졌다.그는 처음으로 서인경을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연강호는 피를 토하며 쓰러져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멀쩡히 서 있는 서인경을 보며 경악했다.“어떻게… 어떻게 반작용이 없을 수 있지?”서인경은 입꼬리를 비틀며 웃었다.핏빛 눈동자가 음산하게 번들거렸다. 마치 타락한 존재

  • 시간을 거슬러   제1152화

    그는 믿지 않았다.결계술에 자신이 모르는 또 다른 비결이 있는 게 아니라면 이 상황이 전혀 납득이 되지 않았다. 그렇다면 그 비결은 분명 서인경의 손에 쥐어져 있을 것이다.일불락. 그가 백 년을 스스로를 가두듯 버텨왔음에도 여전히 손이 닿지 않는 것이 남아 있다니.연강호는 식혼편을 손쉽게 막아낸 서인경을 바라보며 순간 살의를 품었다.“결계술 하나로 나를 막을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그의 눈빛이 번뜩이며 차가운 기운이 번졌다.서인경은 그가 바라보는 방향을 따라 시선을 옮겼다. 그리고 맹은영과 진방옥을 본 순간, 얼굴이 굳었다.두 사람은 거의 동시에 움직였으나 서인경이 한 발 늦었다.식혼편이 맹은영을 향해 날아들던 찰나, 한 사람이 몸을 날려 맹은영 앞을 가로막았다.자신의 등을 내어주며 연강호의 공격을 받아낸 것이다.쾅—!채찍 끝이 진방옥의 등을 세차게 내리쳤다.그 충격은 그의 오장육부를 꿰뚫었고 그가 끌어안고 있던 맹은영에게까지 전해져 그녀마저 얼굴이 창백해졌다.두 사람은 버티지 못하고 몇 걸음 뒤로 밀려났다.다행히 뒤에 있던 악어가 몸을 세워 받쳐주었기에 아슬아슬하게 낭떠러지로 떨어지는 것은 면할 수 있었다.겨우 몸을 가누자 맹은영은 입 안에 맺힌 피비린내조차 신경 쓰지 못한 채, 급히 진방옥을 바라보았다.“괜찮습니까?”진방옥은 그녀의 품에 기댄 채,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미끄러지듯 내려앉았다.고통이 너무 극심한 나머지 오히려 아무것도 느껴지지 않는 것 같았다. 온몸의 피가 목구멍으로 몰려드는 것만 같았다. 토해도 끝이 없고, 삼켜도 버틸 수 없는 감각. 귀에는 울부짖는 소리가 가득했다.그날, 맹은영에게 밀려 계단에서 떨어져 다리가 부러졌을 때의 울음보다도 더 시끄럽고 절박했다.“진방옥! 누가 당신이 대신 막으라고 했습니까! 제가 부탁했습니까?”“이 바보! 책임진다더니! 만약 깨어나지 못하면 난 지옥 끝까지 쫓아가서라도 널 가만두지 않을 거야!”의식을 잃어가기 직전, 진방옥은 문득 그날의 충동을 후회했다.아마 이 약

  • 시간을 거슬러   제1151화

    그것이 바로 연강호의 궁극적인 꿈이었다. 일불락에서 백 년 넘게 버티며 살아남게 한 유일한 원동력.하지만 갑자기 나타난 서인경이 그의 앞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이 되어버렸다.말을 듣지 않는 자는 정말 성가시다.연강호가 은빛 채찍을 세차게 휘두르자 공기가 찢어지듯 차가운 빛이 번뜩였다.남은 세 마리의 악어는 본능적으로 뒤로 물러섰다. 어릴 적부터 일불락에서 자라온 그들에게 식혼편에 대한 공포는 뿌리 깊은 것이었다.한 마리는 몸을 곧추세운 채, 언제든 달려들 태세를 취했지만 말투에는 이미 기가 꺾여 있었다.[저놈은 연갑에 식혼편까지 있어! 우리가 덤비면, 놈은 못 건드리고 우리만 큰 피해를 입을 거야.][백 년을 기다린 원수가 눈앞에 있는데, 아무것도 못 한다니… 진짜 한심해 죽겠네!]풀이 죽은 그 말들을 듣고, 서인경은 한 악어의 머리를 가볍게 툭 쳤다.“남의 기세만 키워주고 스스로를 깎아내리지 마. 저놈이 연갑을 입고 있다면 굳이 너희가 나설 필요 없어. 돌아가 있든지, 아니면 옆에서 지켜봐.”두 마리는 곧장 옆으로 물러났다.고집 부리지 않고 상황을 아는 것이야말로 현명한 선택이었다.[당신은 정면으로 싸우세요. 우린 보조하겠습니다.][그래요. 저놈도 분명 연갑으로 다 막을 수 없는 부분이 있을 겁니다. 기회만 오면, 제가 반드시 물어뜯어버릴 겁니다.]연강호는 서인경이 맨손으로 서 있는 모습을 보고, 그저 어리석다고 여겼다.“서인경, 마지막으로 묻겠다. 내 아래에서 일해라. 그러면 천하를 손에 넣어도, 진국만은 건드리지 않겠다. 진국의 황위도 너와 연기준에게 남겨주마.”서인경은 비웃었다.“들어보니, 마치 신이 인간에게 베푸는 시혜 같군. 헌데 이상하지 않느냐? 내가 바로 일불락 수령 일족의 후손인데 내가 스스로 얻을 수 있는 걸, 왜 네가 베푸는 것처럼 받아야 하지?”연강호의 인내심은 바닥났다. 손에 쥔 식혼편이 더욱 차갑게 번뜩였다.“그럼, 자비는 없다!”말이 떨어지자마자 식혼편이 뱀처럼 날아들었다.서인경은 정면으로 다

  • 시간을 거슬러   제1150화

    이렇게나 귀한 보물이 어째서 서인경에게만 허락되어야 한단 말인가.서인경은 알지 못했다. 자신의 공간이 이미 누군가의 탐욕 어린 시선에 포착되었다는 것을.하지만 지금의 그녀에게는 그 사실을 신경 쓸 겨를이 없었다. 일불락 수령 일족 후손이라는 신분조차 더는 숨길 수 없게 된 마당에 공간 하나쯤이야, 무슨 대수랴. 어차피 누구도 그것을 빼앗아 갈 수는 없었다.서인경은 아직 다치지 않은 나머지 세 마리의 악어를 향해 다시 당부했다.“조심해. 저 자, 몸에 암기를 숨기고 있어. 정면으로 부딪치지 마!”연강호는 득의에 찬 웃음을 흘렸다.“내가 같은 곳에서 두 번이나 넘어질 것 같으냐? 이미 대비는 끝났다. 악어 따위로는 날 어쩌지 못한다.”그는 팔을 걷어 올렸다.옷 안쪽에서 드러난 것은 부드러운 갑옷, 연갑이었다.“서인경, 실력이 있으면 나와 일대일로 싸워라! 외부 도움이나 끌어다 쓰는 게 무슨 자랑이냐?”서인경의 시선이 그의 몸에 걸친 연갑에 꽂혔다. 그것이 무엇인지 단번에 알아볼 수 있었다.일불락 수령 일족의 보물.일불락 특유의 금잠사로 만들어진 갑옷 가볍고도 견고하여 칼과 창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온몸을 덮을 수 있는, 이 세상에 단 하나뿐인 연갑. 입고 있는 한, 어떤 상처도 입지 않게 하는 절대의 보호. 백 년 전, 일불락이 멸망의 위기에 처했을 때 사라졌던 그 보물이었다.그것이 지금 연강호의 손에 있었다.서인경의 시선을 알아챈 듯, 연강호의 태도는 더욱 노골적으로 변했다.“일불락의 물건들은 하나하나 전부 내 손에 들어오게 될 거다. 헛수고는 그만둬라. 아무리 외부 도움을 끌어와도 전부 죽음뿐이다.”서인경은 시선을 거두며 말했다.“너도 요동의 수만 병사를 끌어다 쓰지 않았느냐? 넌 되고, 난 안 된다는 법이라도 있느냐? 효과가 있는지는 끝까지 싸워보면 알겠지.”“좋다!”연강호의 눈이 번뜩였다.“그럼 지금 당장, 저 짐승들에게 주인을 잘못 따른 대가가 어떤 건지 보여주마.”말이 끝나자마자 그는 허리에서 채찍을 뽑아 들었다

  • 시간을 거슬러   제1149화

    “누가 그의 눈을 너만이 고칠 수 있다고 했지?”연강호의 목소리는 만물을 내려다보는 듯 오만했고 서인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손바닥 안의 미물처럼 가벼웠다.“나는 이미 일불락 수령 일족의 모든 능력을 손에 넣었다. 네 피만 바꿔 끼우면 진정한 수령 일족의 혈통이 되는 거지. 그때가 되면 그의 눈을 고치는 건 물론이고 설산에 잠든 모든 재물까지도 전부 내 것이 된다.”서인경은 잠시 어이가 없었다. 외부인이 피만 갈아치우면 내부 일족이 된다고?여와가 일불락의 인간을 만들 때, 규칙을 너무 대충 정해놓은 건 아닐까.“그리고, 널 죽이는 일?”연강호는 비웃음을 흘렸다.“아마 넌 아직 모를 거다. 살아 있는 너를 원하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네 정체를 세상에 밝히는 순간, 넌 온 천하가 탐내는 보물이 되겠지. 아무도 널 죽이려 하지 않을 거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네가 내 손 안에 살아 있는 한, 일불락의 모든 것은 내 뜻대로 움직이게 되니까.”야심이 크다.하지만 그가 그날, 일불락의 금단의 약을 삼킨 순간부터 그의 운명은 평생 일불락 혈통에 얽매일 수밖에 없게 정해져 있었다.그 생각이 들자, 서인경은 오히려 여와가 정해놓은 규칙이 꽤 흥미롭게 느껴졌다.“넌 아직 내 정체를 공개하지 못해.”서인경은 단정적으로 말했다.“아직 어떤 황위도 손에 넣지 못했고, 네 뒤를 받쳐줄 나라도 없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거야.”“그래?”연강호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웃었다.“그럼 넌, 잘 살아남아서 내가 어떻게 천하를 손에 넣는지 두 눈으로 지켜보도록 하거라.”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연강호가 먼저 공격해 들어왔다.서인경은 자신의 무공이 그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옆으로 몸을 틀어 공격을 피한 뒤, 곧장 네 마리의 악어를 풀어냈다.갑작스럽게 나타난 네 마리의 악어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말을 잃었다.“세상에… 이 산 위에 악어가 어디서 나온 거야!”맹은영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겁에 질려 진방옥의 뒤로 숨었

  • 시간을 거슬러   제1148화

    그 말을 마치고 대장군은 몸을 돌려 병사들을 향해 우렁차게 외쳤다.“전군은 명을 받들어라! 즉시 도성으로 복귀해 폐하와 백성을 구원한다!”“예!”우렁찬 함성이 산정을 울렸다.대군이 산을 오르는 데 하루가 걸렸다면 내려가는 데는 고작 한순간이었다.예정연은 조급해졌다.“저들을 그냥 보내선 안 된다! 서인경은 꾀가 많아 이번에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다!”서인경은 코웃음을 쳤다.“그럼, 공주님의 그 ‘극찬’에는 감사드려야겠네요. 보잘것없는 약한 여자 하나 잡겠다고 수만 대군을 동원하다니. 이건 아무리 들어도 칭찬으로밖에 안 들리는데요.”“너!”예정연은 분을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남궁열이 손을 들어 막아섰다.“오랜만입니다. 설마 당신이 진국의 황후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서인경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이미 눈동자는 붉게 물들어 있었고 핏줄은 점점 바깥으로 번져 나가며 주변의 혈관이 또렷이 드러나 있었다.이대로 더 끌면 그 눈은 더는 쓸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서둘러 자신을 찾아온 것이겠지.“오랜만이네. 헌데 네가 지하흑시의 배신자에서, 이제는 일불락 전체의 배신자가 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연강호랑 손까지 잡다니. 넌 네 조상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잊은 건 아니겠지? 네 고향을 망가뜨린 게 누구인지도.”남궁열은 그런 과거를 겪어본 적이 없었다.공감 같은 건 전혀 없었고 그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질 뿐이었다.하지만 이리저리 도망치며 살아온 지난 세월을 떠올릴 때마다 그의 눈 속 혈색은 점점 더 짙어졌다.“원망하려면 봉은노를 원망하세요. 그때 설산에서 저를 죽이지 못한 걸 말입니다. 제가 살아 있는 한 반드시 당신에게 복수할 겁니다!”“복수?”서인경은 비웃듯 그를 바라보았다.“그게 적을 아버지로 모시는 거랑 뭐가 다르지? 그렇게까지 해서 어족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버리며 사람도, 귀신도 아닌, 정체도 드러내지 못하는 괴물 밑에 붙어야 했느냐?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구나. 차라리 나랑 손잡

  • 시간을 거슬러   제658화

    예정연은 맞은편에서 걸어오는 두 사람을 발견하고는 미소를 띤 채 다가왔다.“한데 본공주는 이곳의 풍경이 가장 마음에 든다. 그리고 여기 있는 사람도.”뒷말은 노골적으로 서인경에게 들으라는 듯 던진 말이었다.이것이 서인경과 예정연의 첫 대면이었다. 그제야 서인경은 그녀의 모습을 똑똑히 보게 되었다.그녀는 말 그대로 산뜻하고 아름다웠다. 피부는 희고 고왔으며 굴곡진 몸매에 자연스레 풍기는 요염함이 깃들어 있었다. 짙고 선명한 이목구비는 이국적인 분위기를 풍겼다. 서인경은 문득 궁금해졌다. 야랑국 여인들이 다 이런 것인지 아니면

  • 시간을 거슬러   제705화

    꼬막이는 고개를 길게 뻗어 뒤편을 바라보았다. 익숙한 그림자가 시야 끝에서 완전히 사라질 때까지 눈을 떼지 않았다. 잠시 후, 아이는 마지못해 몸을 구부리며 서인경 품 속으로 쏙 파고들어 혼자 시무룩해졌다.‘아버지가 안 보인다. 짜증 나.’침전 입구에 다다랐을 때, 봉한설은 궁녀에게 가로막혔다.“예법에 따라 태황태후를 뵐 때는 시녀를 데리고 들어가지 못합니다. 태황태후께서 뵙고자 하는 것은 상왕비와 세자뿐. 그 외의 인원은 바깥에서 기다리십시오.”봉한설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으며 서인경의 앞을 가로막았다.그녀는 한 걸음

  • 시간을 거슬러   제684화

    “몇 살인데 그럽니까? 꼬막이도 아니고 굳이 제가 도와줘야 합니까?”꼬막이는 자기 이름이 불리는 소리를 듣자 체면 챙기듯 소리 질렀다.연기준은 으스대듯 두 팔을 쭉 벌렸다.“다른 부인들은 다 남편 옷을 갈아입혀 준다. 너는 한 번도 본왕을 모신 적이 없지 않으냐? 오늘 너에게 기회를 주겠다.”서인경은 그 말에 막 집어 올렸던 보라색 조복을 휙 내려놓았다.“마치 우리 여자들에게 무슨 큰 은혜라도 베푸는 것처럼 말씀하시네요. 다른 사람에게 시키십시오. 딱 좋습니다. 오늘 제가 당신의 시중을 들고 싶어 하는 그 여자 하나를 쫓아

  • 시간을 거슬러   제675화

    단여월과 예정연은 주루에서 음모를 꾸미는데 한나절을 보냈다.그러다 밖으로 나왔을 때에는 석양이 이미 서쪽으로 기울고 있었다.진가이는 멀지 않은 곳에 서서 그녀들이 사라지는 모습을 바라보며 냉소를 흘렸다.“멍청한 것들! 대황자에게 너 같은 측비가 있으니 마지막에 어떻게 죽는지도 모르겠지. 나는 네가 내 좋은 일을 망치게 둘 수는 없어!”그날 밤. 서인경이 막 꼬막이를 재워 놓았을 때, 봉한설이 씩씩거리며 들이닥쳤다.“그 천한 년이 또 왕야를 만나러 왔습니다! 이번엔 왕야께서 그녀를 서재에 들여보내기까지 했다고요!”서인경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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