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716화

Author: 코코넛 서고
“왕비 마마, 부디 열여덟 째 공주께서 더는 고통받지 않게 해주십시오. 계속 손을 대면 공주께서 더 괴로워지실 뿐입니다.”

그 말이 끝나기도 전에 서인경이 날카롭게 고개를 홱 돌렸다.

“네가 못 살린다고 해서 나도 못 살린다는 법은 없지. 나가거라!”

호통에 놀란 태의는 어설프게 엎드리다시피 인사하곤 씩씩대며 문밖으로 물러났다. ‘설마 상왕비가 전설처럼 사람을 죽음에서 되살리는 기적을 해낼 수 있겠는가? 좋다, 두고 보지. 감히 하늘을 모르고 날뛰는 이 왕비가 어떻게 망신을 당하는지.’

잠시 뒤, 침전 안에는 서인경과 열여덟 째 공주 두 사람만 남게 되었다.

서인경은 이미 확신하고 있었다. 열여덟 째 공주의 열병은 단순한 풍한이 아니라 독이라는 것을.

그녀는 재빠르게 약왕곡에서 가져온 온천수를 탕에 붓고 공주의 옷을 벗겨 아이의 몸을 조심스레 물속에 담갔다. 그리고 공주의 열 손가락 끝에서 한 그릇을 가득 채울 만큼의 피를 뽑아냈다. 피는 새까맣게 변해 있었고 기묘할 정도로 달콤하고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ocked Chapter

Latest chapter

  • 시간을 거슬러   제1149화

    “누가 그의 눈을 너만이 고칠 수 있다고 했지?”연강호의 목소리는 만물을 내려다보는 듯 오만했고 서인경을 바라보는 시선은 마치 손바닥 안의 미물처럼 가벼웠다.“나는 이미 일불락 수령 일족의 모든 능력을 손에 넣었다. 네 피만 바꿔 끼우면 진정한 수령 일족의 혈통이 되는 거지. 그때가 되면 그의 눈을 고치는 건 물론이고 설산에 잠든 모든 재물까지도 전부 내 것이 된다.”서인경은 잠시 어이가 없었다. 외부인이 피만 갈아치우면 내부 일족이 된다고?여와가 일불락의 인간을 만들 때, 규칙을 너무 대충 정해놓은 건 아닐까.“그리고, 널 죽이는 일?”연강호는 비웃음을 흘렸다.“아마 넌 아직 모를 거다. 살아 있는 너를 원하는 자들이 얼마나 많은지. 네 정체를 세상에 밝히는 순간, 넌 온 천하가 탐내는 보물이 되겠지. 아무도 널 죽이려 하지 않을 거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네가 내 손 안에 살아 있는 한, 일불락의 모든 것은 내 뜻대로 움직이게 되니까.”야심이 크다.하지만 그가 그날, 일불락의 금단의 약을 삼킨 순간부터 그의 운명은 평생 일불락 혈통에 얽매일 수밖에 없게 정해져 있었다.그 생각이 들자, 서인경은 오히려 여와가 정해놓은 규칙이 꽤 흥미롭게 느껴졌다.“넌 아직 내 정체를 공개하지 못해.”서인경은 단정적으로 말했다.“아직 어떤 황위도 손에 넣지 못했고, 네 뒤를 받쳐줄 나라도 없으니까. 그리고 앞으로도 절대 그런 날은 오지 않을 거야.”“그래?”연강호는 전혀 개의치 않는 듯 웃었다.“그럼 넌, 잘 살아남아서 내가 어떻게 천하를 손에 넣는지 두 눈으로 지켜보도록 하거라.”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연강호가 먼저 공격해 들어왔다.서인경은 자신의 무공이 그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옆으로 몸을 틀어 공격을 피한 뒤, 곧장 네 마리의 악어를 풀어냈다.갑작스럽게 나타난 네 마리의 악어에 주변 사람들은 모두 말을 잃었다.“세상에… 이 산 위에 악어가 어디서 나온 거야!”맹은영은 눈이 휘둥그레진 채, 겁에 질려 진방옥의 뒤로 숨었

  • 시간을 거슬러   제1148화

    그 말을 마치고 대장군은 몸을 돌려 병사들을 향해 우렁차게 외쳤다.“전군은 명을 받들어라! 즉시 도성으로 복귀해 폐하와 백성을 구원한다!”“예!”우렁찬 함성이 산정을 울렸다.대군이 산을 오르는 데 하루가 걸렸다면 내려가는 데는 고작 한순간이었다.예정연은 조급해졌다.“저들을 그냥 보내선 안 된다! 서인경은 꾀가 많아 이번에 놓치면 다시는 기회가 없을 것이다!”서인경은 코웃음을 쳤다.“그럼, 공주님의 그 ‘극찬’에는 감사드려야겠네요. 보잘것없는 약한 여자 하나 잡겠다고 수만 대군을 동원하다니. 이건 아무리 들어도 칭찬으로밖에 안 들리는데요.”“너!”예정연은 분을 참지 못하고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남궁열이 손을 들어 막아섰다.“오랜만입니다. 설마 당신이 진국의 황후가 될 줄은 몰랐습니다.”서인경은 그의 눈을 똑바로 바라보았다.이미 눈동자는 붉게 물들어 있었고 핏줄은 점점 바깥으로 번져 나가며 주변의 혈관이 또렷이 드러나 있었다.이대로 더 끌면 그 눈은 더는 쓸 수 없게 된다. 그래서 이렇게 서둘러 자신을 찾아온 것이겠지.“오랜만이네. 헌데 네가 지하흑시의 배신자에서, 이제는 일불락 전체의 배신자가 될 줄은 몰랐다. 게다가 연강호랑 손까지 잡다니. 넌 네 조상들이 어떻게 죽었는지 잊은 건 아니겠지? 네 고향을 망가뜨린 게 누구인지도.”남궁열은 그런 과거를 겪어본 적이 없었다.공감 같은 건 전혀 없었고 그저 자신과는 상관없는 일처럼 느껴질 뿐이었다.하지만 이리저리 도망치며 살아온 지난 세월을 떠올릴 때마다 그의 눈 속 혈색은 점점 더 짙어졌다.“원망하려면 봉은노를 원망하세요. 그때 설산에서 저를 죽이지 못한 걸 말입니다. 제가 살아 있는 한 반드시 당신에게 복수할 겁니다!”“복수?”서인경은 비웃듯 그를 바라보았다.“그게 적을 아버지로 모시는 거랑 뭐가 다르지? 그렇게까지 해서 어족이라는 든든한 배경을 버리며 사람도, 귀신도 아닌, 정체도 드러내지 못하는 괴물 밑에 붙어야 했느냐? 도대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구나. 차라리 나랑 손잡

  • 시간을 거슬러   제1147화

    요동 대장군의 눈빛이 번뜩이며 날카롭게 변했다. 그는 장창을 들어 올려 서인경을 겨누었다.“죽음이 코앞이다. 순순히 항복하면 괜한 고통은 면하게 해주지!”서인경은 담담히 말했다.“내가 항복하는 순간, 오늘 화를 입는 건 너희 요동 황제와 도성의 모든 백성들이다.”대장군은 순간 멈칫하며 눈빛에 망설임이 스쳤다.“그게 무슨 뜻이지?”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산 아래에서 급히 뛰어오르는 그림자가 보였다.숨이 턱에 차오른 작은 병사가 허겁지겁 달려왔다.“큰일입니다, 대장군! 진국군이 우리 도성으로 쳐들어왔습니다! 곧 황궁까지 들이칠 기세입니다!”모두가 크게 놀랐다.대장군은 믿을 수 없다는 듯 서인경을 바라보았다.“네가 일부러 자신을 미끼로 남겨 진국군이 우리 요동 도성을 치게 만든 것이냐? 그럼 너 자신이 여기서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몰랐단 말이냐!”서인경은 그의 시선을 정면으로 받았다.“본궁은 이미 들은 바 있다. 요동 대장군은 나라와 백성을 아끼는 사람이라고. 그러니 너는 반드시 돌아가 너희 황제와 백성을 구할 것이다.”그녀의 말은 숨김도 없이 정면으로 드러낸 계책이자 대놓고 펼쳐 보이는 양모였다.대장군은 서인경의 담력에 깊이 압도되었다. 그리고 자신을 그렇게 평가해준 말에 마음 한구석이 흔들렸다.얼마나 오랜 세월, 진심으로 자신을 알아주는 이가 없었던가.두 사람이 서로를 바라보는 사이, 산 아래에서 다시 움직임이 일었다.모두 고개를 돌렸다.검은 옷을 입은 사내 하나가 천천히 산을 올라오고 있었다.밤의 어둠 속에 거의 녹아든 채 그 걸음은 급하지도, 서두르지도 않았다. 마치 이 모든 상황이 이미 자신의 손 안에 들어온 것처럼.횃불빛이 닿는 지점에 이르러서야 그는 걸음을 멈췄다.그의 뒤에는 붉게 충혈된 눈을 한 남궁열과 서인경을 갈기갈기 찢어버릴 듯 노려보는 예정연이 서 있었다.“왜 아직도 손을 쓰지 않는 것이냐? 당장 저 여자를 잡아라!”남궁열이 명령을 내렸다.대장군은 하루빨리 일을 끝내고 도성으로 돌아가 지원하고 싶

  • 시간을 거슬러   제1146화

    부장이 그 말을 듣고는 그대로 얼어붙었다.고충의 위력은 서인경이 이미 군영에서 장 부장의 몸으로 직접 보여준 적이 있었다.그 장면을 두 눈으로 본 이상, 감히 가볍게 여길 수 없었다.부장이 망설이고 있을 때, 진방옥이 입을 열었다.“그냥 황후 마마 말씀을 들으세요. 저 여자는 준비 안 된 싸움은 안 합니다. 게다가, 자기 부군이랑 아이도 살아 있는데 죽고 싶겠습니까?”그 말은 사실이었다.서인경은 죽을 생각이 없었다. 그저 연강호를 밖으로 끌어내고 싶었을 뿐이었다.다만, 연강호가 이렇게 비열할 줄은 몰랐다. 요동의 수만 병력을 끌고 와 그녀의 전력을 소모시키려 할 줄이야. 심지어 남궁열과 예정연까지 데려오지 않았던가.세 사람은 상대하기 더 까다로운 상대였지만, 그렇다고 서인경에게 방법이 없는 건 아니었다.약왕곡에는 그녀를 도울 사람이 있었다. 싸움이 벌어진다는 소식을 듣고는 이미 몸을 풀며 뛰어들 준비를 하고 있었다.서인경이 붙잡아두지 않았다면 벌써 튀어나왔을 터였다. 부장은 그 말을 듣고 결심을 내렸다.“알겠습니다. 명을 따르겠습니다.”곧바로 삼천 병력이 빠르게 철수했다.산 위에는 서인경과 맹은영, 그리고 진방옥 세 사람만이 남았다.두 사람은 끝내 떠나지 않았다. 서인경이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함께하겠다는 태도였다.어차피 도성으로 가 싸운다 해도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은 없었다.하지만 서인경이 모두를 물리고 스스로 위험한 자리에 남은 모습은 어쩐지 계속 눈에 밟혔다.다른 상황에서도 그녀는 늘 이렇게 행동할까?맹은영은 결국 불만을 터뜨렸다.“살 기회는 남한테 넘기고 자기가 남는 게 멋있다고 생각하는 겁니까?”서인경은 가볍게 웃었다.“아니. 난 살아남는 게 제일 멋있다고 생각하는데.”그 말을 듣고서야 맹은영은 겨우 안도의 숨을 내쉬었다.“그래야지요. 기억하십시오. 어떤 상황에서도, 남을 살리겠다고 마마의 목숨을 내놓으면 안 됩니다. 마마께서 죽으면, 살아남은 사람들도 기뻐하지 못하니까요.”서인경의 목이 순간 뜨겁게 조여

  • 시간을 거슬러   제1145화

    산 곳곳에서 화살에 맞은 병사들의 비명과 고통에 찬 신음이 끊이지 않고 터져 나왔다.귀를 찢는 듯한 그 소리 사이로 버티지 못하고 산비탈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도 섞여 들렸다.맞았다.서인경은 속으로 길게 숨을 내쉬었다. 하나라도 맞추면 그것으로 충분했다.앞에 위험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그렇게 해서라도 시간을 벌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과연, 산 아래에서 부상자가 생기자 곧장 공격의 기세가 끊겼다.서인경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이제 들리는 건 맑게 스치는 바람 소리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반산.요동 대장군은 병사들에게 전진을 멈추게 하고 어둠 속 숲 사이에 몸을 숨기게 했다.사람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형제들의 목숨은 그보다 더 소중했다.이렇게 무리한 돌격은 그 역시 해본 적이 없었다. 오늘 이만큼 해낸 것만으로도 이미 최선을 다한 셈이었다.“조급해하지 마라! 지금은 적이 높은 곳을 점하고 있어 우리에게 불리하다. 무턱대고 들이치지 말거라. 목숨만 헛되이 잃는다!”우거진 숲에 가려 누구도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이런 식의 전투는 누구도 겪어본 적이 없었고 앞은 온통 알 수 없는 어둠뿐이었다.“장군님, 앞에 또 함정이 있는 건 아닙니까? 방금도 몇 명이나 더 죽었습니다.”“장군님, 저는 전장에서 죽는 건 두렵지 않습니다. 헌데 저 아래 이름도 모를 자들의 지시에 휘둘려, 이렇게 이유도 모른 채 죽는 건… 너무 억울합니다.”대장군의 가슴에도 분노가 차올랐지만 그는 겨우 눌러 담고 입을 열었다.“무슨 이유가 없다는 거냐? 무슨 이름 없는 자들이냐? 그 자의 손에는 폐하의 성지가 있다. 너희는 명을 따르면 된다.”대장군의 말이 떨어지자 병사들은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조심스럽게 산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수많은 전장을 거쳐왔지만 이런 전투는 처음이었다.서로 얼굴 한 번 마주하지 않은 채 벌어지는 싸움. 산 위와 산

  • 시간을 거슬러   제1144화

    오늘은 흐린 날이었다.하늘 끝에는 노을 한 줄기조차 없었고 그저 희미한 빛만이 스치듯 번졌다가 이내 사라졌다.곧 어둠이 내려앉을 참이었다. 그리고 내일도, 또 흐린 날이 이어질 터였다.산허리를 태우던 불길은 거의 잦아들어 있었다. 진방옥의 예상대로였다. 불은 풀과 나뭇가지의 끝자락만 태우고 아래로 내려가 뿌리의 습기를 만나자 서서히 꺼져갔다.“동유랑 돌은 얼마나 남았습니까?”진방옥의 얼굴에 근심이 어렸다.“많지 않습니다. 상대가 처음처럼 전력을 다해 밀어붙이면 막아내기 어려울 겁니다.”장수들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산 아래에서 다시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사람들의 그림자가 또다시 위로 몰려오고 있었다.서인경은 곧장 명을 내렸다.“궁수들 준비! 전과 같다. 가까이 붙을 때까지 기다렸다 쏘거라!”그녀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며 마음속으로 계산을 굴렸다.진국군이 도성에 도착하는 시간, 그리고 도성의 첩자가 이곳으로 소식을 전하는 시간을 따져본다면 어떻게든, 한 번만 더 버텨야 했다.병사들은 준비를 갖추었다.하늘은 점점 어두워졌고 시야의 사각지대는 갈수록 넓어졌다. 요동 병사들은 횃불 하나 켜지 않은 채, 산을 기어올라왔다. 반산쯤 이르렀을 때쯤에는 거의 암흑 속을 더듬는 수준이었다.그것은 공격하는 쪽에는 은폐가 되었지만 방어하는 쪽에는 오히려 치명적이었다.보이지 않았기에 적의 모습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진방옥이 불안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어찌합니까? 최적의 공격 시점을 놓치면 놈들이 정상까지 올라왔을 때는 상대하기 더 힘들 겁니다.”서인경은 굳은 얼굴로 머릿속을 빠르게 굴렸다.산 아래에서 들려오는 바스락거리는 기어오르는 소리는 분명했지만 그 거리를 가늠할 수 없었다.분명, 일부러 감각을 흐트러뜨리고 있었다.그녀는 산 위에 놓인 횃불을 바라보았다. 그 빛이 산의 윤곽을 또렷이 드러내고 있었다.“횃불을 전부 꺼라. 저들이 어둠 속에서 오르겠다면 우리도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은 즉시 모든

  • 시간을 거슬러   제302화

    평이가 고개를 끄덕이며 막 은전을 받으려는 순간, 서인경은 불현듯 손을 거두었다.“명심하거라. 이 일은 절대로 연풍에게 알려서는 아니 된다.”평이는 주인의 뜻을 다 알 수는 없었지만 마음 깊이 전적으로 서인경을 지지했다. 그녀는 고개를 몇 번이고 끄덕이며 얘기했다.“노비는 입이 무겁사옵니다. 그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겠사옵니다.”그 약속을 듣고서야 서인경은 안심하고 은전을 그녀 손에 쥐여주었다.“아끼려 들지 말거라. 뚫어야 할 길은 다 뚫어야 한다. 그리고 역참에서 절대로 눈을 떼지 말고. 돈이 모자라면 또 내게 청하거라.”

  • 시간을 거슬러   제285화

    연기준은 아무 감정도 드러나지 않는 표정으로 그녀의 얼굴을 잠시 응시했다.“다음에 외출할 땐 차라리 추하게 분장하고 나가거라.”서인경은 손을 들어 얼굴을 만지작거렸다.“왜 굳이 추하게 꾸며야 합니까? 세상 남자들이란, 제 아내가 군중 속에서 절세의 미모를 자랑해 체면을 세워주는 걸 좋아하는 거 아니었습니까?”연기준은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그는 이 여인이 지닌 모든 아름다움이 오직 자기 눈에만 담기기를 바랄 뿐이었다.“남자의 체면은 스스로 세우는 것이다. 여인의 빛에 기대는 건 나약한 자들이나 하는 짓이지.”서인경은 눈썹을

  • 시간을 거슬러   제299화

    “그저 손 한번 내밀어 줬을 뿐이다. 나는 무엇보다도 이 약방이 억울하게 화를 입지 않기를 바라지. 그러니 그리 깊이 감사할 것도 없다. 빨리 회복해서 이후에는 반드시 네 어미의 말을 잘 따르거라.”부인의 머리에는 상처가, 얼굴에는 줄끈이 남긴 자국이 선명히 남아 있었다. 그녀는 아이를 품에서 내려놓더니 몸을 일으켜 쾅 하고 무릎을 꿇었다.“민녀의 고향 친족들은 이미 오래전에 세상을 떠났습니다. 여섯 해 전, 친척을 찾아 상경했으나 끝내 찾지 못하고 지금의 남편을 만났을 뿐입니다. 이 세상에 이제는 의지할 친척조차 없으니 간청하

  • 시간을 거슬러   제289화

    그녀도 같은 일불락 출신.도팔천이 홍소단을 길러내지 못했다는 것은 단순히 원하지 않아서가 아니라 애초에 길러낼 수 없는 것일 가능성이 크다.서인경은 그 순간 가슴이 턱 막히듯 답답해졌다. 봉수정의 출신을 막론하고 그녀는 우선 막효연의 어머니였다. 만약 정말 고칠 길이 없다면 효연은 반드시 슬픔에 잠길 터였다.그녀의 얼굴에는 짙은 상실감이 스쳤다. 그 빛을 놓치지 않은 제혁은 잠시 망설이다가 결국 화제를 돌렸다.“사실… 전혀 방도가 없는 건 아닙니다. 다만……”서인경의 눈이 번쩍였다.“다만 무엇입니까?”그는 낮게 말을 이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