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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22화

Author: 코코넛 서고
두 사람은 잠시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 말하지 않아도 이미 모든 마음이 오갔다.

신비의 침전을 나와도 맹은영은 한동안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하지만 후궁은 귀가 많고 눈이 많은 곳이라 그녀는 마음이 들끓어도 끝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궁문을 지나 마차에 올라서야 두 눈을 동그랗게 뜬 채 서인경을 뚫어져라 바라보았다. 그녀는 그 표정이 우스워 미소를 짓고는 옷매무새를 풀어 이미 배고파 팔과 다리를 허우적대던 꼬막이에게 젖을 물렸다.

“하고 싶은 말 있으면 하시게.”

그러자 막혔던 둑이 터지듯, 맹은영의 말이 쏟아져 나왔다.

“세상에, 세상에! 제가 방금 들은 게 진짜입니까? 열셋 째 왕야의 죽음이 폐하와 관련 있는 겁니까?”

서인경도 단정할 수 없어 담담히 고개를 저었다.

“폐하일 수도 있고, 태황태후일 수도 있네. 한 가지 분명한 건,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훨씬 복잡하다는 것이지. 아마 신비 마마조차 모든 진실을 알지는 못할 걸세.”

맹은영은 더 불안해졌다.

“그럼 상왕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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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145화

    산 곳곳에서 화살에 맞은 병사들의 비명과 고통에 찬 신음이 끊이지 않고 터져 나왔다.귀를 찢는 듯한 그 소리 사이로 버티지 못하고 산비탈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둔탁한 소리도 섞여 들렸다.맞았다.서인경은 속으로 길게 숨을 내쉬었다. 하나라도 맞추면 그것으로 충분했다.앞에 위험이 있다는 걸 알게 되면, 사람은 본능적으로 발걸음을 멈추게 된다. 그렇게 해서라도 시간을 벌 수 있다면 그것으로 족했다.과연, 산 아래에서 부상자가 생기자 곧장 공격의 기세가 끊겼다.서인경은 숨을 죽이고 귀를 기울였다. 이제 들리는 건 맑게 스치는 바람 소리뿐,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었다.*반산.요동 대장군은 병사들에게 전진을 멈추게 하고 어둠 속 숲 사이에 몸을 숨기게 했다.사람을 잡는 것도 중요하지만 형제들의 목숨은 그보다 더 소중했다.이렇게 무리한 돌격은 그 역시 해본 적이 없었다. 오늘 이만큼 해낸 것만으로도 이미 최선을 다한 셈이었다.“조급해하지 마라! 지금은 적이 높은 곳을 점하고 있어 우리에게 불리하다. 무턱대고 들이치지 말거라. 목숨만 헛되이 잃는다!”우거진 숲에 가려 누구도 서로의 얼굴을 제대로 볼 수 없었다.이런 식의 전투는 누구도 겪어본 적이 없었고 앞은 온통 알 수 없는 어둠뿐이었다.“장군님, 앞에 또 함정이 있는 건 아닙니까? 방금도 몇 명이나 더 죽었습니다.”“장군님, 저는 전장에서 죽는 건 두렵지 않습니다. 헌데 저 아래 이름도 모를 자들의 지시에 휘둘려, 이렇게 이유도 모른 채 죽는 건… 너무 억울합니다.”대장군의 가슴에도 분노가 차올랐지만 그는 겨우 눌러 담고 입을 열었다.“무슨 이유가 없다는 거냐? 무슨 이름 없는 자들이냐? 그 자의 손에는 폐하의 성지가 있다. 너희는 명을 따르면 된다.”대장군의 말이 떨어지자 병사들은 더 이상 입을 열지 못했다.잠시 숨을 고른 뒤, 다시 조심스럽게 산 위로 움직이기 시작했다.수많은 전장을 거쳐왔지만 이런 전투는 처음이었다.서로 얼굴 한 번 마주하지 않은 채 벌어지는 싸움. 산 위와 산

  • 시간을 거슬러   제1144화

    오늘은 흐린 날이었다.하늘 끝에는 노을 한 줄기조차 없었고 그저 희미한 빛만이 스치듯 번졌다가 이내 사라졌다.곧 어둠이 내려앉을 참이었다. 그리고 내일도, 또 흐린 날이 이어질 터였다.산허리를 태우던 불길은 거의 잦아들어 있었다. 진방옥의 예상대로였다. 불은 풀과 나뭇가지의 끝자락만 태우고 아래로 내려가 뿌리의 습기를 만나자 서서히 꺼져갔다.“동유랑 돌은 얼마나 남았습니까?”진방옥의 얼굴에 근심이 어렸다.“많지 않습니다. 상대가 처음처럼 전력을 다해 밀어붙이면 막아내기 어려울 겁니다.”장수들 사이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산 아래에서 다시 움직임이 감지되었다. 사람들의 그림자가 또다시 위로 몰려오고 있었다.서인경은 곧장 명을 내렸다.“궁수들 준비! 전과 같다. 가까이 붙을 때까지 기다렸다 쏘거라!”그녀는 하늘을 한 번 올려다보며 마음속으로 계산을 굴렸다.진국군이 도성에 도착하는 시간, 그리고 도성의 첩자가 이곳으로 소식을 전하는 시간을 따져본다면 어떻게든, 한 번만 더 버텨야 했다.병사들은 준비를 갖추었다.하늘은 점점 어두워졌고 시야의 사각지대는 갈수록 넓어졌다. 요동 병사들은 횃불 하나 켜지 않은 채, 산을 기어올라왔다. 반산쯤 이르렀을 때쯤에는 거의 암흑 속을 더듬는 수준이었다.그것은 공격하는 쪽에는 은폐가 되었지만 방어하는 쪽에는 오히려 치명적이었다.보이지 않았기에 적의 모습이 전혀 잡히지 않았다.진방옥이 불안한 기색으로 입을 열었다.“어찌합니까? 최적의 공격 시점을 놓치면 놈들이 정상까지 올라왔을 때는 상대하기 더 힘들 겁니다.”서인경은 굳은 얼굴로 머릿속을 빠르게 굴렸다.산 아래에서 들려오는 바스락거리는 기어오르는 소리는 분명했지만 그 거리를 가늠할 수 없었다.분명, 일부러 감각을 흐트러뜨리고 있었다.그녀는 산 위에 놓인 횃불을 바라보았다. 그 빛이 산의 윤곽을 또렷이 드러내고 있었다.“횃불을 전부 꺼라. 저들이 어둠 속에서 오르겠다면 우리도 그걸 그대로 받아들이겠다.”명령이 떨어지자, 병사들은 즉시 모든

  • 시간을 거슬러   제1143화

    병사들은 그 말을 듣고, 하나같이 이를 갈며 남궁열을 노려보았다.그때, 뒤편 마차 안에서 다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요동 황제의 명이다. 산을 함락하고 진국 황후를 생포하는 자에게는 은 만 냥과 양전 백 묘를 내리고, 벼슬을 올려 작위를 더해주겠다. 세 계급을 한 번에 승진시켜주마.”그 유혹은 실로 엄청났다.이들이 전쟁터를 누비며 한 번도 받아본 적 없는 파격적인 보상이었다.병사들은 서로 얼굴을 마주보았다. 도대체 진국 황후가 무엇이기에 이토록 큰 대가를 치르게 하는지 알 수 없었다.병사들은 몰랐지만 대장군의 마음에는 의심이 피어올랐다.“감히 여쭙겠습니다. 우리 조정의 황후는 진국의 금수 대장공주이자, 현 진국 황제의 친고모이십니다. 양국이 전쟁에 이른 것도 본디 동욱촌 학살 사건 때문이었지요. 만약 훗날 그 사건이 평화롭게 해결된다면, 우리가 진국 황후를 붙잡은 일은 양국의 관계를 돌이킬 수 없는 갈등으로 몰아넣는 것이 아닙니까? 그때 황후께서 죄를 물으신다면 저희로서는 감당할 수 없습니다. 폐하께서도 저희를 지켜주지 못하실 겁니다.”그 말은 노골적이었다.황제의 명보다 황후가 더 위라는 뜻이나 다름없었다.그러자 마차 안에서 냉소가 흘러나왔다.“황후라…? 너희 황후가 바로 그 동욱촌 학살을 꾸몄고, 자기 백성을 도륙했다. 게다가 진국 변방 백성들에게 십오 년 동안 재앙을 불러온 것도 그녀다. 이 두 가지만으로도 그녀는 돌아올 수 없다.”연강호의 말이 떨어지자 대장군과 가까이 있던 병사들은 충격에 휩싸였다.누구 하나 쉽게 믿지 못했다.“그럴 리가 없습니다! 거짓말입니다! 당신은 대체 누구입니까? 어째서 우리 황후를 모욕하는 겁니까!”장수들은 모두 부정했다. 그들이 믿고 따르던 황후, 요동을 빈궁에서 번영으로 이끈 그 황후가 그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을 받아들일 수 없었다.“맞습니다! 우리는 당신 말을 믿지 않을 겁니다! 황후가 없었다면 지금의 요동도 없었을 것입니다! 황후는 어질고 덕망 높은 분이니 그런 일을 저지를 리 없습니다!”남

  • 시간을 거슬러   제1142화

    “빨리! 빨리 물러나거라!”장군은 어쩔 수 없이 퇴각 명령을 내렸다.불길에 휩싸인 병사들은 구르듯, 기어 내려오듯 산 아래로 굴러 떨어졌다.“이게 뭐야? 꺼지질 않아, 불이 꺼지질 않는다고!”“귀화다! 이건 귀화야! 우리 어머니가 그랬어, 귀화만이 꺼지지 않는 불이라고!”“세상에, 산 위에 귀신이 있다! 우리가 감히 귀신을 건드린 거야. 이건 금기라고! 귀신이 우리를 가만두지 않을 거야!”횡설수설하는 추측과, 불길을 뒤집어쓴 채 산 아래로 굴러 떨어지는 대부대의 광경이모두 산 위에 서 있던 서인경의 눈에 들어왔다.그 모습을 본 이들은 크게 고무되어 손뼉을 치며 환호했다.“통쾌하다! 정말 통쾌해!”“이 불은 대체 무엇인가? 왜 돌 위에서 저렇게 타면서 꺼지지도 않는 거지?”이번 공의 주역인 진방옥은 흙더미 위에 느긋하게 걸터앉아 있었다. 손에는 끈적이는 동유가 묻어 있었지만 전혀 개의치 않아 하는 기색이었다.그 옆에는 맹은영이 도와주듯 붙어 있었는데, 지금 그의 눈빛은 마치 열렬한 팬이 우상을 바라보는 것과도 같았다.이 장면을 맹경운이 봤다면, 틀림없이 못마땅해하며 진방옥을 한 번 더 두들겨 패고도 남았을 것이다.서인경은 시선을 돌렸다. 차마 더는 볼 수가 없었다.“저 위에는 동유를 발라 둔 것이다. 뒷산에 있는 오동나무에서 흘러나오는 천연 식물성 기름인데, 산화되면서 열을 내고 불을 만나면 바로 붙거든. 돌 위에 한 겹 바르면, 너희가 본 것처럼 불타는 돌이 되는 거지. 동유뿐만 아니라, 나중에 소나무에서 흐르는 송진이나 다른 식물에서 나온 기름도 같은 방식으로 쓸 수 있다. 효과는 비슷해.”병사들은 그 설명을 듣고 감탄을 금치 못했다.나무에서 기름이 흐르는 건 익숙하게 봐온 일이었지만 그걸 이렇게 활용할 수 있다는 건 처음 알았다.오늘은 제대로 눈을 뜬 날이었다.하지만 산허리에서는 여전히 불길이 타오르고 있었고, 몇몇 장수들이 걱정스레 입을 열었다.“이 불이 위로 번지는 건 아니겠지요? 그러면 저희가 물러날 시간도 없을 겁

  • 시간을 거슬러   제1141화

    뒤편 마차 안에서, 낮게 콧방귀를 치는 소리가 흘러나왔다.그 소리는 마치 공기를 가르듯 스며 나와, 듣는 이의 귓속을 세차게 울렸다.“무지하고, 겁도 없군! 그따위 자질로 금족 세력을 넘보겠다고? 그러니 옛날에 금족 장로들이 네 어미를 후계자로 택하지 않은 거다! 그 정도로는 한참 모자라!”예정연은 귀가 얼얼해질 만큼 울린 소리에 불쾌감을 느꼈고 이어 들려온 말마저 가시 돋치자 더는 참지 못했다.그녀는 분을 이기지 못하고 마차를 향해 손가락질했다.“당신은 뭐 하는 인간입니까? 그렇게 숨어서 수작 부릴 거면 입이나 다무세요! 아...!”말을 채 끝내기도 전에, 남궁열이 정면에서 손을 들어올려 그녀의 뺨을 후려쳤다.“입 닥쳐야 할 건 너다! 대적이 코앞인데 정신 좀 차려! 한마디만 더 지껄이면, 네 어미 체면도 봐주지 않겠다!”예정연은 얼얼하게 달아오른 뺨을 감싸 쥐고, 얼굴이 새빨개질 만큼 치밀어 오른 분노를 겨우 삼켜냈다.출발하기 전, 모비가 당부했던 말이 떠올랐기 때문이다.하지만 마음속에서는 이를 갈았다.서인경을 붙잡아 연기준을 협박해 혼인을 받아내기만 하면 자신은 진국의 황후이자 정당한 금족의 일원이 된다. 그날이 오면, 지금의 치욕을 하나하나 갚아줄 것이다.“그만!”마차 안의 사람이 다시 입을 열었다.“서인경을 잡는 게 급선무다! 가만히 당하고만 있을 여자가 아니다. 분명 뒤에 수가 있을 거다. 남궁열, 네가 직접 올라가서 지켜봐라. 속임수 쓰지 못하게!”“예!”남궁열은 더는 예정연을 돌아보지 않고 몸을 돌려 산을 향해 올라갔다.그러나 몇 걸음도 채 떼지 못했는데 앞쪽에서 갑작스러운 비명이 터져 나왔다.고개를 들어보니, 산 정상에서 거대한 바위들이 연달아 굴러 떨어지고 있었다.요동의 병사들은 아래에서 서로 몸을 디디며 산을 기어오르던 중이었다.정상에서 굴러내린 바위는 그대로 병사들을 덮쳤고 맞은 이들은 바위와 함께 굴러 떨어졌다. 한참을 힘겹게 올라온 길이 순식간에 허사가 되어버린 것이다.마차 안의 연강호는 그 소리를

  • 시간을 거슬러   제1140화

    진방옥은 머릿속 가득, 앞으로 돈을 쓸어 담으며 살게 될 미래를 그려보고 있었다.서인경은 그런 그를 상대할 여유가 없었다. 곧바로 소규모 병력을 불러냈다.“너희는 저 사람을 따르거라. 그가 시키는 대로 움직여.”임무가 나뉘자마자 산 아래의 병력은 이미 인내심을 잃고 있었다.산 위에서도 아래에서 들려오는 술렁임이 선명하게 느껴졌다.잠시 후, 병사 하나가 숨이 턱에 찬 채 산을 뛰어 올라왔다.“마... 마마! 큰일입니다! 적이 올라오고 있습니다!”서인경은 곧바로 병력을 흩어 배치했다.“가까이 올 때까지 기다려. 그때 공격한다.”준비 시간은 턱없이 부족했다.맹경운이 도성에 도착하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고 진방옥이 화약을 만드는 데에도 시간이 필요했다.그녀는 어떻게든 시간을 끌어야 했다.*절벽 위.뒤에서 따라붙은 병력을 본 맹경운은 순간 모든 걸 깨달았다.서인경의 의도였다.그의 입에서 욕설이 튀어나왔다.“머릿속에 뭐가 들었느냐! 황후 마마 혼자 삼천 병력으로 삼만 적군을 상대하게 두다니, 너희는 뭐 하러 살아 있는 것이냐!”그는 그대로 돌아가려 했다.하지만 장 부장이 그의 앞을 가로막았다.“황후 마마의 명입니다. 지금 돌아가면 계획이 전부 무너집니다. 그럼 여기 있는 모두가 죽습니다.”맹경운의 얼굴이 일그러졌다.분노와 초조, 그리고 두려움이 뒤섞였다.장 부장이 덧붙였다.“게다가 맹 아가씨와 진 공자도 남았습니다. 황후 마마께서 확신이 없었다면 자신의 가장 소중한 사람들을 남겨두지 않으셨을 겁니다.”맹경운은 이를 악물었다.결국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갑자기 무릎을 꿇었다.요동과 진국의 경계를 향해 이마를 땅에 세게 부딪쳤다.“폐하… 신이 무능했습니다. 부디 황후 마마를 무사히 지켜주십시오.”그는 곧장 일어섰다.“전군! 절벽 통과!”지체할 시간이 없었다.최대한 빠르게 도성을 공격해 산 아래 병력을 되돌려야 했다.한 순간이라도 빨리 도착해야 서인경 쪽의 위험이 그만큼 줄어든다.*산 아래.명령이 떨어지자 요동군

  • 시간을 거슬러   제317화

    유준산이 조심스레 아뢰었다.“상왕께서 말씀하시길, 왕비께서 놀란 탓에 이미 왕부로 데려가셨다 하옵니다. 무슨 일이 있거든 자신을 찾으라 하셨사옵니다.”황제는 가볍게 콧김을 흘렸다.“사내를 저 꼴로 만들어놓고도 놀랐다고? 저지른 화를 피하려고 숨은 것일 뿐. 지저분한 일은 어지간히 잘도 내팽개치는구나.”유준산은 감히 대꾸하지 못했다.“상왕을 불러오너라.”유준산의 이마에는 식은땀이 맺혔다.“폐하, 방금 상왕께서는 태황태후의 부름을 받아 들러 가셨사옵니다.”황제는 그 말을 듣자 황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러나 두 걸음을

  • 시간을 거슬러   제332화

    “이상할 것 없습니다. 진가이 어머니부터 수단이 남다른 인물이었으니까요. 옛날 친부인 진선호의 혼을 송두리째 빼앗아 갔으니... 그렇지 않았다면 진씨 부인이 그녀를 그토록 미워할 리가 있겠습니까? 모친이 그러하니 딸 또한 닮은 것이지요.”연기준은 남의 집 안가의 뒷얘기 따위에는 관심이 없었다. 그는 손에 쥔 서찰을 접어 다시 맹경운에게 내주었다.“남궁열이 지하흑시에서 도주한 후 지금까지 종적이 없다. 요즘 경성의 순찰을 강화하거라. 그리고 진가이를 눈여겨보고. 일단 그녀 곁에서 그자가 나타난다면 즉시 포박하거라.”“혹시… 그자

  • 시간을 거슬러   제340화

    연기준의 얼굴은 담담하여 아무 기색도 드러나지 않았다.“아무 일도 아니다. 본왕이 그저 묻는 말이다. 예전에 서 노장군께서 야랑국에 계실 적에도 그를 붙잡아 두려는 자들이 있었다.”그 자가 누구인지 연기준은 밝히지 않았다. 서회윤을 붙잡으려 했던 까닭 또한 그가 서가군의 지휘관이라는 신분 때문만은 아니었다는 사실을 그는 끝내 말하지 않았다.서인경은 베개 밑에서 작은 약포 몇 개를 꺼내어 연기준에게 내밀었다.“이건 왕야 겁니다. 챙겨두세요.”연기준은 그것을 받아들고는 눈으로 무게를 재듯 들여다보았다. 그녀가 암위들에게 나누어

  • 시간을 거슬러   제325화

    “감히 대담하기 짝이 없구나! 애가의 궁에서 사람을 빼내려 하다니!”서인경은 고개를 비스듬히 젖히며 비웃었다.“태황태후, 수법이 참으로 대단하시군요! 상왕께서 정신을 차리신 뒤 태황태후에게 따져 묻지 않을 거라 생각하시옵니까?”태황태후는 싸늘한 웃음을 흘렸다.“그는 애가가 키워낸 아이다. 고작 여인 하나 품는 것뿐인데 설마 애가와 등을 지겠느냐! 오히려 네가 문제다, 상왕비. 혼인한 지 수년이 되었건만 아직 자손이 없지 않으냐? 질투심에 사로잡혀 상왕이 비를 맞거나 첩을 두는 것조차 막으니 결국 그를 절손하게 만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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