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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36화

Penulis: 코코넛 서고
수습이 어려워지자 황제가 뒤늦게 나서며 겉으로만 중재하는 태도를 취했다.

“상왕, 상왕비. 그대들이 내놓은 증거는 진위를 입증할 수 없다. 성조 선제의 유조와 희태비의 유서를 위조해 조정을 어지럽히고 신하들의 마음을 동요시켰으니 이는 군주를 기만한 대죄다. 참수에 해당하는 죄임을 알아야 한다. 한순간의 통쾌함에 휩쓸려 돌이킬 수 없는 잘못을 저지르지 말거라.”

서인경은 몸을 돌려 용좌 위에 앉은 사내를 바라보았다. 모든 일의 발단은 그였건만 마치 자신은 아무 상관도 없는 듯 빠져나가려는 태도였다.

그를 그렇게 쉽게 두고 볼 리 없었다.

“유조에는 성조 선제의 옥새가 찍혀 있습니다. 그러니 부정할 수 없는 증거지요. 희태비 마마의 유서는 친필이며 남국 선지가 증거입니다. 폐하께서도 의심하신다면 장서각에서 희태비 마마의 친필 서한을 가져와 대조해 보십시오. 진위는 곧 드러날 것입니다.”

그동안 침묵을 지키던 맹국공이 이때 앞으로 나섰다.

“유조의 필체는 분명 성조 선제의 것입니다. 희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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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161화

    부생은 이곳에 남기로 한 이상, 쉽게 물러설 생각이 없었다.그녀는 손을 뻗어 꼬막이를 안아 들려 했다.그러나 그 동작은 어딘가 부자연스러웠다. 훈련된 듯 지나치게 의도적이었다.그녀는 손이 나가기 전, 몸이 먼저 나갔다.“대황자 전하, 소녀가 함께 놀아드리는 건 어떠신지요? 폐하께서는 더 중요한 일을 하셔야 하시니까요.”하지만 그녀는 손을 뻗기도 전에 몸이 먼저 앞으로 쏠렸다. 연기준이 꼬막이를 끌어안고 한 걸음 뒤로 물러섰다.연기준뿐만이 아니었다. 꼬막이 또한 분명히 뒤로 물러서는 기색을 보였다.부생은 허공만 움켜쥔 채, 그 자리에서 굳어버렸다. 얼굴에는 어색한 기색이 역력했다.연기준은 냉담한 눈으로 그녀를 내려다봤다.“지금 내게 가장 중요한 일은 부인과 아들을 곁에 두는 것이다. 쓸데없는 신경 쓰지 말거라.”그 말을 남기고 그는 몸을 돌려 식당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이층 난간 위.본래 내려가 꼬막이를 보려 했던 서인경은 마침 그 장면을 모두 목격했다.그녀는 가볍게 눈썹을 치켜올리며 흥미롭다는 듯 입꼬리를 올렸다.“썩은 인연이란, 참 어디에나 붙어 다니는 법이네. 외모는 제법 사람을 홀릴 만한데 머리는 단은설보다 더 안 돌아가는군.”가볍게 웃음을 흘렸지만 그녀는 내려가지 않았다.방금 연기준의 반응을 그녀는 분명히 보았다.나쁘지 않았다. 부군이라면 마땅히 그래야 했다.다만 저런 골칫거리가 하나 섞여 있는 건 아무래도 거슬리는 일이었다.충분히 쉬고 나면 그 골칫거리는 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연강호 쪽도 아마 이미 기다리다 못해 조급해졌을 테니까.서인경은 연기준의 품에 안겨 얌전히 있는 꼬막이를 보고는 안심한 채 다시 잠을 보충하러 돌아갔다.*식당.이미 음식은 모두 차려져 있었다.며칠 동안의 식사는 모두 촌장 부부가 직접 준비했고 불은 촌장의 아들이 맡아 지폈다.음식이 모두 놓이자 사람들은 하나둘 자리에 앉았다. 봉한설과 연기준, 그리고 꼬막이는 가운데 식탁에 자리했다.부생, 호청, 연풍은 왼쪽 식탁에 앉았고

  • 시간을 거슬러   제1160화

    “가르칠 맛이 나는군.”연기준의 시선이 그녀의 붉게 물든 입술 위에 머물렀다. 그 눈빛은 깊고도 짙게 가라앉아 있었다.서인경이 물러설 틈도 없이, 그는 손에 들고 있던 하얀 수건을 던져버리고 몸을 뒤집어 다시 그녀를 눌러 담았다.이번에는 해가 완전히 저물 때까지 이어졌다.둥근 달이 창가로 떠올라 방 안을 환하게 비추고 있었다.품에 안겨 곤히 잠든 서인경을 바라보던 연기준은 몸을 숙여 그녀의 이마에 조용히 입을 맞췄다. 그리고 이내 이불을 젖히고 일어나 옷을 갖춰 입은 뒤 방을 나섰다.밖은 2층짜리 객잔이었다.지금 이 객잔 안팎은 모두 연기준의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그가 아래층으로 내려오자 아래에서 꼬막이를 둘러싸고 있던 사람들이 급히 자리에서 일어났다.꼬막이는 드디어 아버지가 내려온 것을 보자 짧은 다리를 바쁘게 놀리며 그 앞으로 달려갔다.“아버지! 사람들이 아버지랑 어머니가 동생을 낳고 있다고 했어요. 동생은요? 얼른 보여주세요!”반짝이는 눈동자에는 온통 기대가 가득했다.그 한마디에 뒤에 서 있던 사람들은 일제히 고개를 숙였다. 감히 연기준과 눈을 마주칠 수 없었다.연기준의 시선이 무심하게 그들을 훑었다.“그 말은, 누가 한 것이냐.”꼬막이는 천진하게 뒤를 가리켰다.“다들 그렇게 말했어요.”순간 사람들의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그렇게 대놓고 저희들을 팔아버리시면 어떡하라는 겁니까!연기준은 더 말하지 않고 꼬막이를 번쩍 들어 올렸다.“동생은 없다. 네 어머니는 몸이 좋지 않아서 쉬고 계시니 위에 올라가서 방해하면 안 된다.”동생이 없다니!꼬막이는 금세 풀이 죽어 입을 삐죽 내밀었다.“그럼 왜 아무도 저랑 안 놀아주는 겁니까...”연기준은 속으로 생각했다.네 어머니랑 노는 게 훨씬 낫지.대답이 없자, 꼬막이는 몸을 비틀며 내려가 서인경을 찾으려 했다.하지만 곧 연기준에게 단단히 붙들려 꼼짝도 할 수 없게 되었다.“밥 먹을 시간이다. 저녁상 올리게 하거라.”“이미 준비됐습니다! 곧 내오겠습니다.”대답한 사람은

  • 시간을 거슬러   제1159화

    연기준은 고개를 숙인 채, 자신을 바라보는 서인경의 눈과 마주했다.물결이 이는 듯 반짝이는 커다란 눈동자는 촉촉하게 젖어 유난히 사람을 홀리는 기색을 띠고 있었다.그건 마치 묵직한 망치로 그의 심장을 내려치는 것과도 같았다.막 입 밖으로 내놓으려던 말을 그대로 삼켜버렸다.연기준은 저도 모르게 말을 바꿨다.“만약… 네가 원한다면…”서인경이 두 손으로 그의 목을 힘껏 끌어내렸다.두 사람의 거리는 한 치도 남지 않았고 숨결이 서로 얽혀들었다.서인경의 목소리는 그에게 마치 사람을 홀리는 요괴처럼 달콤하게 스며들었다.“저는 원해요.”연기준은 잠깐 멍하니 굳었다가 이내 그녀의 옷깃을 거칠게 당겼다. 고개를 숙여, 그녀의 어깨에 입술을 가져댔다.“후회하지 말거라.”옷자락이 흘러내리고 두 사람 사이의 거리도 완전히 허물어졌다.연기준은 서인경에게서 이전에는 느껴본 적 없던 열기와 거리낌 없는 감정을 마주했다.무슨 일이 있었는지 알 수 없었지만 그는 그저 있는 힘껏, 그녀가 쏟아내는 모든 것을 받아내려 했다.두 사람은 서로에게 맞춰가며 점점 더 깊이 빠져들었다.몇 번이나, 서인경은 입을 열고 싶었다.전생의 모든 일들이 혹시 전부 거짓이었던 건 아닐까. 그가 자신의 가족을 해치지 않았다면 단은설과 혼인했다는 일 역시 거짓이었을까.그러나 끝내, 질문은 입 밖으로 나오지 못했다.입술을 열었다가도 아무 말도 이어지지 않았다. 목 안에서 맴돌던 소리는 부드럽고 흐느끼는 듯한 숨결로 흩어져 버렸다.…그만두자. 이미 지나간 일이다. 이제 와서 물어 무엇하겠는가.게다가 어떻게 물어야 할지도 알 수 없었다.‘당신, 전생에 단은설을 사랑한 적 있나요?’그렇게 묻는다면, 연기준은 분명 그녀를 이상하게 여길 것이다.서인경은 마음속의 모든 의문을 눌러 담았다. 그리고 몸을 뒤집어 이번에는 자신이 그를 아래에 눕혔다.연기준은 잠시 놀란 듯했지만 곧 자연스럽게 그녀에게 몸을 맡겼다.격렬함이 지나간 뒤 서인경의 이마에는 젖은 머리칼이 달라붙어 있었고 힘이 풀린

  • 시간을 거슬러   제1158화

    “벌써 사흘이나 됐습니까? 바깥 상황은 지금 어떻습니까?”연기준은 그녀의 손바닥을 가만히 쓸어내리며 지극히 심드렁한 목소리로 말했다.남들 눈에는 하늘이 뒤집힐 만큼 큰일이었으나, 그는 아무렇지 않게 이야기를 꺼냈다.“단은설이 죽기 전에 이야기꾼을 붙였어. 네 정체는 이미 퍼질 대로 퍼졌을 거다.”서인경은 놀라지 않았다. 이미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었으니까.단은설이 진국 후궁에서 갑자기 사라졌을 때부터, 그녀는 짐작하고 있었다.분명 무언가를 알아챘을 거라고.그 여자가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그렇게 허무하게 죽을 리 없었다.서인경은 발가락으로도 짐작할 수 있었다. 지금 바깥은 틀림없이 소란이 극에 달했을 것이다.백성들은 그저 구경거리를 원할 테고 전설 속에만 존재하던 그 민족이 과연 어떤 비밀을 지니고 있는지 직접 보고 싶어 할 것이다.하지만 야심을 품은 자들은 다르다. 조상들처럼 그 신비로운 부족에게서 어떻게 이득을 취할 수 있을지 이미 머릿속으로 계산을 끝냈을 것이다.서인경은 진국에서 자라왔다. 자신의 출신을 몰랐다고 해도 충분히 납득이 가는 일이었다.하지만 연강호는 다르다.백 년을 살아온 괴물. 일불락 침공 전쟁의 유일한 생존자. 일불락의 장생불사의 비밀을 손에 넣지 않았다면 어찌 지금까지 살아남을 수 있었겠는가.그러니 그의 정체가 드러난다면 서인경보다 훨씬 더 위험해질 터였다.서인경은 들뜬 기색으로 그 생각을 연기준에게 털어놓았다.연기준은 눈썹을 살짝 들어 올리며 입가에 비틀린 미소를 그렸다.“꽤 영리해졌구나. 남의 창으로 남의 방패를 찌를 줄도 알고.”그 여유로운 태도를 보는 순간, 서인경은 알 수 있었다.그 역시 이미 거기까지 생각을 해두었고, 아마 진작 손을 써두었을 것이다.서인경은 그를 향해 반짝이는 눈빛을 보냈다.“역시 제가 고른 남자답습니다. 우리, 생각하는 게 딱 맞아요.”연기준의 품에 기대 누운 채 내뱉은 말. 가볍게 던진 한마디였지만 그에게는 치명적인 자극이 되었다.그의 손이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눌

  • 시간을 거슬러   제1157화

    서인경은 아파서 숨조차 제대로 쉴 엄두가 나지 않았다.“빼세요!”연기준은 서인경이 눈을 뜬 것을 보고 순간 멍해졌다.그러다 고통을 참고 떨리는 목소리를 듣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곧장 그녀의 심장 부근에 꽂혀 있던 침을 뽑아 호청에게 던졌다.“어떠냐? 아직도 아픈 것이냐?”침이 빠져나가는 순간, 서인경의 시야가 다시 한 번 까맣게 무너져 내렸다. 그대로 기절해버릴 듯 아찔했다.호청은 은침을 쥔 채 뒤늦게 혀를 찼다.“침을 그렇게 빼서는 안 됩니다. 천천히, 살살 돌려가며 조금씩 빼야지요.”연기준이 불쾌한 눈빛으로 호청을 노려봤다.“그럼 진작 말하지 그랬느냐! 이리 오거라!”호청은 재빠르게 침상 곁으로 다가가 서인경의 손목을 잡고 맥을 짚었다. 이내 굳어 있던 얼굴이 풀어졌다.“됐습니다. 괜찮아졌습니다! 오장육부도 제자리로 돌아왔고 이제 푹 쉬기만 하면 위험은 없을 겁니다.”연기준과 꼬막이가 동시에 숨을 내쉬었다.꼬막이는 곧장 서인경 위로 기어 올라와 애교를 부렸다.“어머니, 저랑 아버지는 정말 놀랐습니다. 이제 그렇게 오래 자지 마세요, 네?”말이 끝나기도 전에 목덜미가 덥석 잡혀 그대로 들려 올라갔다.연기준이 꼬막이를 뒤로 보내고 그 자리를 대신했다.그는 서인경을 단단히 끌어안았다.서인경은 그 품의 온기를 느끼는 동시에 연기준의 남아 있는 공포와 미세한 떨림까지도 느꼈다.“괜찮아서 다행이다… 앞으로는, 절대 널 놓지 않겠다.”서인경의 가슴 속에는 묻고 싶은 말이 수없이 맴돌았다.그러나 그의 긴장을 느낀 순간, 끝내 아무 말도 꺼내지 않았다. 그저 손을 뻗어 그의 등을 끌어안았다.“그래요. 떠나지 않겠습니다.”꼬막이도 어머니를 안고 싶었다. 다시는 부모님과 떨어지고 싶지 않았다.하지만 두 팔을 벌리기도 전에, 또다시 누군가에게 번쩍 들려버렸다.호청이었다.한 손에는 꼬막이를, 다른 한 손에는 묵직한 약상자를 들고 있었다.양쪽을 합치면 수십 근은 될 법한 무게였지만 그는 이를 악물고 문밖으로 걸음을 옮겼다.“꼬막이 착

  • 시간을 거슬러   제1156화

    소년은 말을 잇다 말고 끝내 울음을 삼키지 못했다.“흐윽… 누님, 어쩌다 이렇게 가버린 겁니까? 상왕께서 분명 말씀하셨습니다. 반드시 누님을 무사히 데려오겠다고 말입니다. 저희는 다시 한 가족이 될 거라고 했는데 왜, 왜 끝까지 기다리지 못한 겁니까... 흐으윽…”등 뒤에 서 있던 고모와 할아버지도 함께 눈물을 훔쳤다.“진작 알았더라면 그때 가짜 죽음 같은 건 인경이에게 숨기지 말았어야 했다. 아이가 우리가 다 죽은 줄로만 알았겠지… 기댈 곳이 없다고 생각해서 더는 살아갈 의지마저 놓아버린 거겠지…”서인경은 그 자리에 굳어 선 채, 마치 벼락을 정통으로 맞은 듯했다.이건… 전생의 일이었다.그 전생에서 그녀는 연기준이 직접 칼을 들어 할아버지와 장군부 수십 식구를 베어 죽였다고 믿었다. 고모와 열다섯 째 황자 또한 후궁에서 죽었다고 여겼다.모든 희망이 산산이 부서졌고 더는 살아갈 이유 따위 남아 있지 않았다.그런데 그들은… 살아 있었다.가짜 죽음이라니. 전생에서도 그들은 죽은 것이 아니라 죽은 척을 한 것이었다.그렇다면 연기준은 정말 연기라도 한 것일까?하지만 전생에서 그는 서인경을 사랑하지 않았다. 그는 분명 새 황제에게 몸을 의탁했었다.그런데 어째서 이토록 황명을 거스르는, 군주를 속이는 중죄를 감수하면서까지 이런 일을 벌였단 말인가? 이 일이 발각되면 앞날은 물론이고 일족까지 멸문지화를 당할 터였다.연기준은… 도대체 왜?눈앞의 세 사람은 마치 서인경의 존재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듯했다.서인경이 천천히 다가가도, 아무도 반응하지 않았다.그제야 그녀는 깨달았다. 지금 자신이 있는 곳이 현실이 아닌 허상이라는 것을.묘비에 새겨진 글자가 눈에 들어왔다. 힘 있고 단정하게 새겨진 글씨였다.한눈에 보아도 서회윤이 직접 새긴 것이 분명했다.묘비 앞에는 서인경이 가장 좋아하던 과일과 간식들이 가지런히 놓여 있었다. 이 깊은 산골에서는 구할 수 없는 것들. 분명 고모가 읍내까지 나가 사온 것이리라.그 옆에는 아직 먹물이 마르지 않은 그림

  • 시간을 거슬러   제92화

    “예, 갑니다! 가요!”호청은 다급히 약상자를 챙겨 밖으로 나갔고, 주변을 지키는 호위에게 아무도 들이지 못하게 하라는 부탁까지 잊지 않았다.눈치 빠른 호위들은 호청의 표정을 보고 대충 알아들었다.서재 안, 연기준은 헛기침을 하며 먼저 입을 열었다.“사람이 나이가 들어서 노망이 난 게야. 난 그렇게 하라고 시킨 적 없어.”서인경은 난로 가까이로 다가가 손을 쬐며 담담히 대꾸했다.“왕야께서 내력을 사용한 건 사실이니까 그냥 넘어가겠습니다. 어쨌거나 당신도 저를 구하기 위해 달려오신 거니까요. 구해주신 은혜에 보답한다는 의미

  • 시간을 거슬러   제84화

    “성조선제께서 할마마마께 주신 용두 지팡이로 위로 우매한 군주를 꾸짖고 아래로는 간신을 처결할 수 있는데, 누가 감히 할마마마께 자격을 논하겠나이까. 하오나 숙부님은 황실의 일원이시고 할마마마께선 친족의 정을 중요시하는 분이니 한 번만 다시 생각해 주십시오.”그의 말은 오히려 태황태후의 분노만 더 자극하고 말았다.“난 상왕이 다섯 살 때부터 십 년 동안 그 아이를 친히 돌보았다. 키워준 은혜가 고작 여인 하나보다 못하단 말이냐? 내가 이 자리에서 저 아이에게 사약을 내린들, 상왕이 내게 뭘 할 수 있겠느냐? 감히 내게 검이라도

  • 시간을 거슬러   제70화

    “여기에 적은 약재도 가서 사오거라. 최대한 빨리 다녀와야 한다.”글을 모르는 평이는 서인경이 시키는 대로 따를 수밖에 없었다.연풍이 탕약을 들고 서재에 들어섰을 때는 변방에서 복귀한 군의원이 연기준의 상처를 살피고 있었다.황궁의 태의에 비하면 그는 오랜 시간 자신과 함께한 군의원을 더 신뢰했다.군의원은 일단 먼저 연기준을 위해 진맥을 했다.비록 황제가 한 달의 휴가를 주긴 했지만, 사실 상 연기준이 신경을 써야 할 일은 많고도 많았다.게다가 밤에는 서인경과 실랑이를 벌이느라 적지 않은 정력을 소모했다.군의원은 눈밑은

  • 시간을 거슬러   제80화

    연풍은 그러거나 말거나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렸다.어차피 이 어린 소녀의 입에서 좋은 말을 듣는 건 이미 포기한 뒤였기 때문이다.이때, 시종이 정원으로 들어서며 공손히 아뢰었다.“왕야, 단 소저께서 뵙기를 청하옵니다.”연기준은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그 여자가 여긴 어쩐 일이지?”시종이 답했다.“단 소저는 별원에서 요양 중이셨는데, 왕야께서 여기 계신다는 얘기를 듣고 문안드리러 왔다고 하였사옵니다.”한설은 그 말을 듣고 불쾌한 듯 입을 삐죽였다.“왕야께서 안 계실 때는 한 번도 걸음하지 않더니 왕야께서 오시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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