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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화

Author: 코코넛 서고
아직 뒷정원에 있을 맹은영을 떠올리자 서인경의 안색이 급변했다.

“죽고 싶지 않으면 당장 비켜!”

의도가 들켰다고 판단한 단은설은 재빨리 다가와 서인경의 옷깃을 잡았다.

“인경아, 난 진심으로 너와 오해를 풀고 싶어. 제발 내 말 좀… 악!”

서인경은 그녀의 팔목을 잡고 옆으로 비틀며 윽박질렀다.

“맹은영에게 무슨 문제라도 생기면 넌 여길 못 빠져나갈 줄 알아.”

그 말을 끝으로 단은설은 헌신짝처럼 바닥에 패대기쳐졌다.

급하게 뒷정원으로 뛰어가는 서인경을 바라보며 그녀는 대수롭지 않게 음산한 미소를 지었다.

오늘 온 손님들은 모두 앞 정원에 모여 있었기에, 뒷정원은 시종 한 명 없이 고요했다. 하지만 그 고요함은 서인경을 오히려 더욱 불안하게 만들었다.

그래서 정자로 가봤지만 사람 한 명 없었다.

“은영… 맹은영!”

아무런 대답이 돌아오지 않자, 그녀는 더욱 초조해졌다.

‘결국 이번에도 정해진 결말을 바꿀 수 없는 것인가?’

만약 맹은영이 이곳에서 변을 당한다면 서씨 가문에 도래할 재앙도 막을 수 없지 않을까?

그녀는 생각이 깊어질수록 불안감도 커져갔다.

“맹은영, 어딨어? 빨리 나와…!”

가산 뒤편으로 달려간 서인경은 뭔가 미세한 소리를 듣고 걸음을 멈추었다.

“맹은영, 거기 있어?”

바로 그때, 갑자기 첨벙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분명 뭔가가 물에 빠지는 소리였다.

서인경은 재빨리 그곳으로 달려갔는데, 기력이 잔뜩 빠진 듯한 맹은영이 호숫가의 돌부리를 힘겹게 잡고 있었다.

서인경을 본 순간, 그녀는 긴장이 풀렸는지 그대로 호수에 빠져 버렸다.

서인경은 생각할 틈도 없이 바로 호수에 뛰어들었다. 초겨울이라 뼈를 에이는 듯한 추위가 몰려왔다.

‘어떤 망할 년이!’

이 온도면 병약한 맹은영이 버틸 수 있는 정도가 아니었다.

“살인이에요! 누가 물에 빠졌어요!”

곧이어 비명소리가 들려오고 앞 정원에 있던 사람들이 이쪽으로 달려왔다.

서인경은 이를 악물고 그곳으로 헤엄쳐 맹은영을 수면 위로 들어올렸다. 곧이어 왕부의 호위도 물에 뛰어들었다.

사람들은 허둥지둥 맹은영을 뭍으로 끌어올렸다.

얼굴이 창백하게 질린 맹은영은 온몸이 굳은 채로 이미 의식을 잃은 상태였다.

“상왕비입니다. 저분이 맹 소저를 밀치는 것을 소인이 똑똑히 보았습니다.”

곧이어 앞으로 나선 한 시종이 서인경을 가리켰다.

그러나 서인경은 다른 것들을 고민할 여유가 없었다.

뭍으로 올라온 그녀는 재빨리 맹은영의 손목을 잡았다.

그러나 맥을 살피기도 전에 갑자기 뒤에서 누군가 달려오더니 그녀를 바닥으로 패대기쳤다.

“내 동생 몸에서 손 떼라! 은영이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기면, 내 필히 네 목숨을 취할 것이다. 의원… 당장 의원을….!”

맹경운은 시뻘겋게 충혈된 눈을 하고 맹은영을 안은 채 달려갔다.

싸늘한 바람이 불어오자 젖은 옷섶을 통해 뼈를 에이는 듯한 추위가 몰려들었다.

서인경은 덜덜 떨며 머리를 굴렸다.

‘맹은영을 제거하고 모든 죄를 나한테 뒤집어씌울 계획이었어.’

일타쌍피의 계략은 전생과 똑같았다.

‘한번은 막아도 두 번은 못 막는 건가.’

싸늘한 시선이 그녀에게 쏟아져서 고개를 들자, 자신을 비웃듯 쳐다보는 단은설이 보였다.

‘이건 도발이야. 아무도 내 말을 믿어주지 않을 거라는….’

서인경은 두 주먹을 꽉 쥐었다.

‘두고 보자!’

중요한 연회였기에 맹국공 맹양산도 그 자리에 있었다.

사랑하는 딸이 변을 당했다는 소식에 그의 얼굴이 음침하게 굳었다.

“여봐라. 상왕께 사실을 고하거라.”

사고가 나던 시각에 연기준은 서왕부의 서재에서 차를 마시고 있었다.

그리고 뒤늦게 현장에 도착한 그의 눈에 온몸이 물에 젖어 오들오들 떨고 있는 서인경이 보였다.

그녀는 무슨 생각인 건지, 고개를 푹 숙이고 침묵을 지키고 있었다. 사람들이 손가락질하는데도 아무것도 들리지 않는 듯했다.

서인경은 그 시각 어떻게 하면 맹은영을 살릴지 생각하고 있었다.

‘맹경운을 어떻게 설득하지? 진맥이라도 볼 수 있으면 방법이 떠오를지도 모르는데….’

그런 생각을 하는 사이, 그녀의 머리 위로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웠다.

“이 사건은 내가 직접 조사하겠다. 만약 내 안사람이 잘못을 저질렀다면, 맹국공이 납득할 수 있는 처벌을 받게 하도록 하지.”

정중하게 말을 마친 그는 고개를 돌려 서왕비를 바라보며 물었다.

“마마, 깨끗한 옷 한벌 빌릴 수 있겠습니까?”

서왕비는 시종을 불러 방으로 모시라 명했다.

연기준은 추위에 뻣뻣하게 얼어버린 서인경을 품에 안고 성큼성큼 자리를 떴다.

사람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감히 막아서지 못했다.

고개를 돌려 맹국공을 보니, 당장 살인이라도 저지를 것처럼 얼굴이 음침하게 굳어 있었다.

사람들은 만약 맹은영에게 뭔가 안 좋은 일이 생긴다면 서인경이 살아서 이곳을 나가지 못할 거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연기준은 사람을 시켜 따뜻한 물을 준비하게 하고는 그녀를 그대로 물속에 담구었다.

뜨거운 열기가 느껴지자 얼어서 제대로 작동하지 않던 머리가 드디어 돌아가는 듯했다.

그녀는 눈을 깜빡이다가 벌떡 일어섰다.

그러고는 연기준의 옷깃을 잡고 간절하게 말했다.

“왕야, 영은을 봐야겠습니다. 왕야께선 분명 방법이 있을 겁니다. 부디 그녀를 만나게 해주십시오. 더 시간을 끌다가는 맹영은이 위험해질 수 있습니다.”

연기준은 착잡한 눈빛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보았는데, 분노와 실망, 그리고 알 수 없는 감정이 담긴 눈빛을 하고 있었다.

“서씨 가문의 유일한 후손인데, 꼭 그렇게 집안을 싹 망하게 해야 직성이 풀리겠느냐?”

참을 수 없는 분노가 담긴 고함에 가까운 호통이었다.

서인경은 그 모습을 보고 놀라서 한참을 아무런 말도 할 수 없었다.

잠시 후, 그녀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며 말했다.

“저 아닙니다. 만약 제가 정말 맹은영을 해할 생각이었다면 오늘이 오기 전에 기회는 많고도 많았습니다. 그러니 오늘처럼 문무백관이 모인 연회에서 나쁜 짓을 행하다 잡힐 이유가 없어요. 게다가 오늘은 서왕비마마의 생신연회가 아닙니까. 제가 왜 이곳에서 일을 벌여 서왕의 미움을 사겠습니까? 제가 아무리 어리석어도 가문에 이 정도로 피해가 갈 일은 벌이지 않습니다.”

예전의 고집을 부리고 떼쓰던 모습은 전혀 없고 오히려 그녀의 눈빛은 확신에 차 있었고 냉정했다.

“제가 최근에 은영의 몸조리를 해주었습니다. 최근 그녀의 상황에 대해 저보다 잘 아는 사람은 없어요. 맹은영을 살릴 수 있는 사람은 저뿐입니다.”

조금 사그라들었던 연기준의 분노가 순식간에 다시 치솟았다.

“허튼소리. 의술도 모르는 네가 무슨 수로 사람을 구한다고!”

이미 예상했던 반응이었기에 서인경은 바로 그의 손목을 잡고 진맥을 했다.

그리고 한참 후, 그녀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오래 전에 심각한 부상을 당하신 적 있네요. 그때의 사고로 이물이 몸 속에 남았습니다. 심맥과 너무 가까이 있어서 어의가 감히 적출하지 못했겠군요. 겉으로 보기에 아주 건장한 상태이긴 하나, 매 순간 가슴을 찌르는 고통을 참으며 살아오셨을 것입니다. 아마 태의(궁중 어의)가 처방해 준 진통제로 매일을 버티고 있겠지요! 제 말이 틀렸습니까?”

재빨리 손을 내린 연기준의 표정이 어둡게 가라앉았다.

그때 당시 그는 구사일생으로 죽음의 위기를 벗어났다.

적들에게 약점을 들키지 않기 위해 비밀에 부쳤기에 이 일은 황제와 태의원 원사, 그리고 밀착 호위인 연풍만 알고 있었다.

‘어떻게 알았지? 정녕 진맥을 통해 알 수 있는 사실인가?’

그의 반응을 살피던 서인경은 자신의 추측이 정확하다는 것을 확신했다.

“부모님을 따라 변경 일대에 살았을 때, 강호의 떠돌이 랑중(의원)에게 좀 배웠습니다. 이제 저를 믿어주시겠습니까?”

연기준은 굳은 표정으로 그녀를 빤히 바라만 볼 뿐,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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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간을 거슬러   제1114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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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인경은 들으면 들을수록 두 눈이 점점 커졌다.수운권이라는 말이 나오자 그녀는 슬그머니 몸을 옮겨 라은정 곁에 붙어 앉았다.마치 세상 온갖 소문을 캐내려는 듯 눈빛은 호기심으로 반짝였다.“수운권이라니요? 그건 겨우 배 좀 띄워 성 안의 물건을 내다 파는 게 아닌가요? 그게 얼마나 돈이 된다고?”라은정은 당장이라도 그녀가 촌에서 올라왔다며 조롱할 기세로 코웃음을 쳤다.“시골뜨기, 네가 뭘 안다고 떠드는 것이냐?”서인경은 곧장 고개를 끄덕이며 맞장구쳤다.“맞아요 맞아. 저는 촌구석 출신이라 큰 장사에는 문외한이죠. 다만 좀

  • 시간을 거슬러   제237화

    최 관사가 막 자리를 뜨자 어둠 속에 숨어 있던 또 다른 그림자 역시 소리 없이 스르륵 사라졌다. 라채월은 홀로 그 자리에 오래도록 앉아 있었다.수년간, 그녀는 종종 스스로를 방 안에 가둔 채 자신이 처음 라 가로 시집왔던 순간들을 하나하나 되새기곤 했다. 그럴 때마다 심장의 구석에 잠들어 있던 증오가 조금씩 자라나 더 깊고 날카롭게 뿌리를 내렸다.막수한의 첫날밤.지하흑시의 대장로가 딸을 시집보내고 새 며느리를 맞이했던, 그야말로 경사스러운 밤이었다. 그날은 흑시 전체가 떠들썩하게 들떠 축배를 올렸던 날이기도 했다.그 소란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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