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uk연경은 손기욱에게 긴 서신을 써서 보냈다. 대부분 그의 악몽에 관한 내용이었다.그녀는 재삼 그에게 세상에 믿기지 않는 일도 일어날 수 있음을 강조하며 조심할 것을 당부했다. 그녀는 혼례식 전이든 후든, 그의 신변 안전에 문제가 생기는 것을 원치 않았다.꿈에서 말한 8대죄가 전생의 그가 죽은 이유라면 그 근원을 없애 버리면 될 것이다.그녀는 손기욱에게 꿈을 통해 전생으로 가서 8대 죄명을 찾아내길 부탁했다.아현은 두툼한 서신을 보며 조심스레 말했다.“치풍 오라버니에게 들었는데 나으리는 매일 매향원에서 주무신다고 해요.”그녀는 주변을 둘러보고 사람이 없자, 작은 소리로 말을 이었다.“나으리께서는 아씨가 남긴 쪽지를 매일 손에 내려놓지 않으신다고 해요. 상사병에 걸려서 자꾸 꿈을 꾸신 것 같다고요.”연경은 놀란 얼굴로 붓을 내려놓았다.“내가 그 많은 쪽지를 매향원에 숨겨두었는데 그걸 다 찾아냈단 말이야?”아현은 방긋 웃더니 말했다.“나으리께서는 첫번째 쪽지를 발견하신 이후로 방 안에 더 많은 쪽지가 있을 것을 미리 예견하시고 매향원 안팎을 다 뒤졌다네요.”연경은 순간 말문이 막혔다.“자업자득이지.”그녀는 진씨 저택에 도착하면 자주 그에게 서신을 보낼 기회가 없을 것을 우려했다. 신분이 들통날 것도 걱정되고 후작부로 서신이 도착하기까지도 시간이 걸리기에 떠나기 전에 그에게 쪽지를 남겨두었던 것이다.그런데 그의 그리움이 이 정도였을 줄이야.연경은 그렇게 말하면서도 서신을 봉투에 넣은 후, 다시 붓을 들어 서신을 ㅡㅆ기 시작했다.“그걸 벌써 다 봤다면 왜 나에게는 말씀 한번 없으셨을까? 매화나무 아래에 묻어둔 술은 설마 다 마셔버린 건 아니겠지?”매향원에는 사방에 매화나무가 있었기에 그녀는 틈만 나면 매화주를 담가서 땅에 묻어두었다.시간을 계산해 보니 이제 마셔도 될 때였다.아현은 고개를 저었다.“나으리께서 술을 마신다는 얘기는 못 들었어요.”연경은 밝은 미소를 지었다.“그럼 아직 발견하지 못한 쪽지가 있다는 거네. 내가 아주 깊
서주행은 나뭇잎을 힐끗 살피고는 말했다.“고련나무 잎이군. 독성이 있는 나무야. 실수로 잘못 먹으면 복통을 일으키거나 심할 경우 혼수상태에 빠지게 되지.”그는 의미심장한 눈길로 연경을 바라보며 말을 이었다.“노부인께서 장기간 혼수상태에 빠진 이유가 이것과 관련이 있단 말이냐?”연경은 고개를 끄덕였다.“이미 잘 처리했습니다. 이 얘기는 나중에 하고. 오라버니, 전에 부탁드린 일은 어떻게 되어 가나요?”서주행은 시큰둥한 어투로 대꾸했다.“아직 시집도 안 갔는데 벌써 마음속엔 서방님 생각뿐이구나. 오라비가 힘든 건 생각지도 않고.”위씨 노부인이 의식을 회복한 후, 연경은 그에게 손기욱의 이름으로 곳곳에서 선행을 베풀도록 부탁했다.손기욱은 승주를 떠나면서 신씨 가문에서 보낸 예물을 모두 관아로 보냈다. 또한 양 지부를 시켜 승주의 가난한 백성들을 지원하게 하였다.연경은 이 일을 알게 된 후, 그래도 부족한 것 같았다. 승주의 백성들은 그의 이런 마음을 모르고 앞으로 양 지부가 자신의 이름으로 선행을 베푼다면 손기욱에게 아무런 도움이 안 될 것 같았다.그리하여 연경은 서주행에게 부탁하여 매일 가난한 이들을 위해 진찰을 무료로 해주며 손기욱의 선행을 자연스럽게 알리도록 했다.여론의 출처는 백성이니 이렇게 하면 신씨 가문의 계획을 알아서 깨부술 수 있었다. 그쪽에서 발견했을 때는 명성은 이미 좋은 쪽으로 변하고 있을 것이다.연경은 서주행의 말에 수줍게 얼굴을 붉혔다.“오라버니도 도움이 필요하시다면 언제든 말씀하세요. 최선을 다하여 돕겠습니다.”서주행은 눈썹을 치켜올리며 말했다.“안 그래도 네게 부탁할 일이 있었다.”연경은 흔쾌히 고개를 끄덕였다.“편히 말씀하세요, 오라버니. 저는 뒷방 여인이니, 그리 어려운 부탁을 하지 않으리라는 걸 압니다.”서주행은 피식 웃음을 터뜨리며 말했다.“영리한 녀석. 걱정 말거라. 다른 건 아니고 네가 나서서 진이의 마음을 좀 달래주었으면 해.”“어떻게 달래주면 되나요?”연경은 그가 진이에게 어떤 마음인지
위씨 노부인의 눈빛이 흔들렸다.“전에는 가문을 지켜야 한다는 마음에 입을 닫았다. 만약 어느날 셋째와 우리 막내가 스스로 집으로 돌아온다면 하는 기대를 안고 말이다. 그런데 이제 네가 있지 않니. 곧 시집을 가게 될 텐데 집안이 흔들리면 안 되지.”연경은 멍하니 듣고 있다가 미소를 지었다.“알겠어요, 할머니. 그 미친 할멈을 내쫓은 후에는 조용히 혼례를 기다릴게요.”손기욱의 명성을 회복하기 위한 작업도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었다.문성원.진형준, 진형오가 무릎을 꿇고 하소연한지 얼마 못가 다른 형제들도 그들의 뒤를 따라 무릎을 꿇었다.오고 가는 시종들이 수군거리기 시작했다.진충안 부부는 이 일을 조용히 덮을 수 없음을 깨닫고 내일 조씨를 산 속의 사찰로 보내기로 공표했다.진형준 형제는 그제서야 서로를 부축하며 일어나 문성원을 떠났다.진충안은 음침한 눈길로 멀어지는 그들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말했다.“연이 그 아이가 요즘 많이 한가한가 보군. 곧 혼례날도 돌아오니, 내일은 집안살림에 대해 부인이 좀 가르쳐주시오. 상대는 후작부인데 집안 망신을 시키면 안 되지.”둘째 부인이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예. 이틀 후면 지부 부인이 호수 나들이를 나간다고 하니, 마침 그날에 연이도 데리고 나가서 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여줄까 합니다.”진충안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무거운 표정으로 양심재 방향을 바라보았다.다음날 아침, 연경이 문성원으로 찾아가기도 전에 조씨는 어멈들에게 이끌려 마차를 타고 성밖의 사찰로 향했다.서주행은 아침 일찍 일어나 부엌으로 가서 직접 아침을 준비했다.백초당에서 지낼 때도 한 적이 없던 일이지만, 최근 들어 그는 시간만 나면 진이를 위해 음식을 만들었다.물론 처음 하는 일이라 많이 서툴렀던지라, 오늘은 하마터면 부엌을 태워버릴 뻔했다.참다못한 진이가 방에서 나와 서주행을 밖으로 끌고 나갔다.서주행은 자신의 손목을 잡고 있는 그녀를 보고 환한 웃음을 지었다.진이는 부엌을 나오자마자 손을 놓고 붉어진 얼굴로 그에게 말했다.“
진형준은 다리를 다쳤을 때, 무안 후작이 나서서 자신을 지켜줬던 것을 떠올렸다. 만약 그가 아니었다면 그는 그날 시합에서 더 이상 일어설 수 없게 되었을지도 모른다. 그리하여 그는 늘 그에 대한 고마움을 연경에게 쏟고 있었다. 하물며 그는 처음부터 온순하고 어여쁜 여동생을 진심으로 좋아했다.그는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연이 넌 안심하고 돌아가서 쉬거라. 오라비가 방법을 생각해 보마.”진형천과 진형삼은 살짝 놀란 눈으로 큰형을 바라보았다.연경은 다시금 그들에게 예를 행했다.“그럼 할머니를 대신하여 오라버니들께 감사인사를 올릴게요.”진형욱이 살짝 서운한 듯, 투덜거리며 말했다.“걱정 마세요, 누님. 저도 도울게요.”연경은 감격의 눈으로 그를 바라보았다.“네 마음은 이 누님도 알아. 내일 맛있는 떡과자를 만들어 줄게.”진형준은 진형욱을 시켜 연경을 양심재로 돌려보낸 후, 형제들끼리 진형오의 처소로 가서 상의했다. 평소에 진충안의 말이라면 무조건 따르는 진형천, 진형삼, 진형서 형제는 처음으로 진충안의 뜻을 거스르는 것에 본능적인 거부감을 보였다.진형준과 진형오는 평소에 진백안과 함께 장사를 주로 했기에 두려울 것이 없었다.“아버지께서 그리 하신 것도 이유가 있으시겠지요. 우리 가문은 승주에 온지 얼마 안 돼서 이미 신씨 가문에 밉보였고 듣기로 양씨 가문도 최근에 시비가 잦다던데 이 시국에 내란은 적절하지 않습니다.”진형준은 진형천을 힐끗 보고는 말했다.“너희가 작정하고 작은 할머니를 감쌀 생각이 아닌 이상, 할머니의 억울함을 풀어드리려는 일이 어찌 내란이 될 수 있지?”진형오가 고개를 끄덕였다.“큰형님 말씀이 맞습니다. 둘째 형님은 작은 아버지에게 영향이 갈까 걱정되신다면 나서실 필요 없습니다. 이따가 제가 큰형님과 함께 가서 작은 아버지께 무릎을 꿇고 사정하겠습니다.”진형삼은 진형준의 다리를 보며 말했다.“큰 형님은 다리를 다쳤으니 무릎을 꿇으면 안 됩니다.”진형준은 호쾌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할머니께서 하마터면 돌아가실 뻔
조씨 신변의 시녀는 진충안이 직접 고른 사람이었다. 그런데 연경의 앞에서 사실을 까발릴 줄이야!연경은 화들짝 놀라며 시녀에게 물었다.“그걸 왜 이제야 말하는 거니?”시녀는 무의식적으로 진충안을 바라보았다.진충안이 불쾌한 얼굴로 말했다.“내 일찌감치 네게 말했었지. 작은 어머니께서 이상한 행동을 보이면 즉시 내게 고하라고!”시녀는 당황한 얼굴로 고개를 숙였다.“나으리 말씀이 맞습니다. 다만 그때 조씨 노부인께서 탕약 그릇에 잎사귀 몇 장을 넣으셨는데 소인은 당시 그 잎사귀에 문제가 있는 줄 몰랐습니다. 약을 달이던 어멈이 바로 풀을 건져냈었고요.”연경은 저도 모르게 주먹을 불끈 쥐었다.약재 한 가지만 더해도 약성이 변할 수 있는데, 하물며 독이 묻은 잎사귀라니. 위씨 노부인께서 독이 제거된 후에도 계속 의식을 회복하지 못했던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진충안은 더 이상 속일 수 없어 굳은 표정으로 물었다.“어떻게 생긴 잎사귀였느냐?”시녀는 즉시 소매에서 푸른 잎사귀를 꺼냈다.“이런 나뭇잎입니다. 조씨 노부인의 앞뜰에 있는 나무에서 딴 것입니다.”가늘고 긴 나뭇잎사귀는 겉보기에 평범해 보이지만 독성이 들었는지는 알 길이 없었다.그녀가 잎사귀에 손을 뻗자, 진충안은 바로 그것을 가로채 곁에 있던 하인에게 건넸다.“가서 의원에게 독이 들었는지 확인하거라.”“둘째 백부님, 이 잎사귀는 앞뜰의 나무에서 딴 것입니다. 내일 서 의원께서 오시면 제가 부탁드려 확인해 보겠습니다.”진충안은 연경이 이렇게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자, 밖으로 나가던 하인을 불러세웠다.“의원에게 꼼꼼히 확인하라고 전하거라!”“만약 잎사귀에 독성이 있다면 백부님은 작은 할머니를 어찌 처리하실 건가요? 이미 광증을 앓고 계시는데도 독이 든 나뭇잎으로 사람을 해치려 하니 조용히 넘어갈 일이 아닙니다.”“혼인도 안 한 처자가 왜 그렇게 집안일에 간섭이 많아? 독성이 있는지 결과가 나오면 다시 얘기하자꾸나. 지금 네가 해야 할 일은 조용히 혼례를 기다리는 일이야! 내일 네 둘째
연경은 고개를 끄덕이며 다친 시녀를 불렀다.“얼굴은 왜 이렇게 된 거니?”시녀는 조씨를 여러 해 모신 사람으로, 상황을 누구보다 잘 알았다. 승주로 오기 전에 조씨는 평소에는 정상적인 사람과 다름없이 상당히 아랫사람들에게 잘해주었다. 그러나 며칠 전부터 완전히 통제를 벗어나더니 매일 자해를 하거나, 무고한 시녀들에게 폭행을 가하고 있었다.오랜 중병 환자 앞에 효자도 없다고 했거늘, 하물며 조씨는 그녀의 어머니도 아니었다.시녀는 더 이상 조씨를 감쌀 마음이 사라져, 울며 하소연했다.“아씨, 저 좀 살려주십시오. 더는 조씨 노부인을 모실 수 없습니다. 이대로 가다간 목숨을 잃을 것 같습니다.”얘기를 들어보니 조씨가 갑자기 두통을 호소하며 찻잔을 내던지더니 깨진 자기를 쥐고 목을 그으려 했다는 것이다.시녀는 조씨와 몸싸움을 하다가 자기 조각 하나가 그녀의 얼굴을 스쳤다.연경은 고개를 돌려 위씨 노부인을 바라보았다.“할머니, 이제 믿으시겠어요?”위씨 노부인은 피가 뚝뚝 흐르는 손으로 얼굴을 감싼 시녀를 보고 믿음이 갔다.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방 안에서 조씨의 미친 듯한 울부짖음이 들려오더니 시녀가 겁에 질려 밖으로 뛰쳐나왔다.연경은 아현을 보내 상황을 알아보게 했다. 잠시 후 돌아온 아현이 말했다.“미친 노인네는 이미 묶어두었어요. 방 안이 어지러우니 노부인과 아씨는 안 들어가시는 게 좋겠어요.”위씨 노부인은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할머니, 어서 돌아가서 쉬고 계세요. 둘째 백부께서 돌아오시면 제가 가서 얘기할게요!”“너는 안 돌아가니?”위씨 노부인은 의구심 어린 눈길로 연경을 바라보았다. 뭔가 숨기는 게 있는 것 같은 외손녀를 보며 이렇게 자기 주장이 강하니, 무안 후작부에 가서도 서러움 당할 일이 없을 것 같았다.연경은 위씨 노부인의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다친 시녀가 불쌍하네요. 의원을 불러 상처를 살펴보게 해야겠어요. 은혜를 아는 아이라면 둘째 백부께서 돌아오셨을 때, 저희 양심재를 위해 몇 마디 변호해 줄 수도 있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