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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작가: 한마음
금수원.

송지운은 조태복의 부축을 받으며 들어오는 손유민을 보자 가슴이 철렁했다. 그를 침상에 눕힌 후, 그녀는 심복에게 눈짓하여 조태복에게 묵직한 은화 주머니를 건넸다.

조태복은 싱글벙글 웃으며 그것을 받아 품 안에 넣었다.

“도련님께선 최근 마음이 착잡하시어 술을 좀 과하게 마셨나 보네. 아버지께 무례를 범하진 않았겠지?”

조태복은 공손히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괜한 걱정이세요, 작은 마님. 나으리께서는 우연히 지나가다가 도련님께서 비틀거리는 것을 보고 소인에게 처소까지 부축해 드리라고 하셨습니다.”

눈치 없는 시종은 오래 살아남을 수 없다. 그는 동굴에서 본 것을 그냥 모른 체하기로 했다.

송지운은 그와 몇 마디 안부를 나누고는 물러가라는 손짓을 했다.

그렇게 내실로 들어가려던 그녀는 멀리서 돌아오는 연경을 보고 분노가 치밀어서 소리쳤다.

“저년은 또 어딜 다녀오는 게야? 허구한 날 일은 열심히 안 하고 싸돌아다니기만 하네! 고된 일 좀 시켜라!”

최근 들어 손유민의 시선은 수시로 연경을 향하고 있었다.

송지운은 어여쁜 저 얼굴을 보고 있으면 짜증이 치밀었다.

나중에 연경을 이용해 부군의 마음을 잡아둘 계획이 아니었다면 진작에 저 요망한 얼굴에 흠집을 냈을 것이다.

한 시진 후, 연경이 잠에 들려는데 지연이 찾아왔다.

“오늘 당직은 너야.”

연경은 인상을 찌푸리며 되물었다.

“오늘 당직은 지연 언니 아닌가요?”

지연은 곱지 않은 시선으로 그녀를 흘기며 당당히 말했다.

“속이 좀 안 좋아.”

연경은 잠깐의 침묵 후에 하는 수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알겠어요.”

매번 이런 식이었다. 송지운이 기분이 나쁘면 힘들고 고된 일은 언제나 그녀의 몫이었다. 그렇다고 의문을 제기하면 돌아오는 것은 욕설과 혹독한 매뿐이었다.

시간이 흐르면서 연경은 침묵을 택하는 게 처벌을 그나마 피할 수 있는 방법이라는 것을 습득하게 되었다.

그러나 이 모든 수모와 억울함은 그녀의 마음 속에 깊이 기억하고 있었다. 언젠가 기회가 왔을 때는 똑같이 돌려줄 것이다.

이틀 후, 손유민 부부가 노부인께 문안 인사를 드리러 떠난 후, 연경은 피곤한 몸을 이끌고 자신의 방으로 돌아왔다.

최근 송지운은 그녀에게 밤을 새워 부채에 수놓이를 하도록 지시했다.

한겨울에 부채라니, 참으로 기가 막힐 노릇이었다.

연경은 그들이 아직 안 돌아온 틈을 타 잠부터 보충하기로 했다.

꿈에서 어렴풋이 전생의 고단했던 장면들이 스치고 지나갔다. 그러다가 갑자기 화면이 바뀌더니 자신을 내려다보는 손기욱이 보였다. 처음 그녀를 품을 때 홀대하지 않겠다고 말했던 사람이 천한 노비 주제에 바라지 말아야 할 것을 바란다며 비웃고 있었다.

연경은 필사적으로 그의 옷깃이라도 붙잡으려 했지만 손기욱은 매정하게 뒤돌아섰다.

곧이어 송지운의 냉소와 혹독한 매가 이어졌다.

“연경아! 연경아? 일어나 봐.”

부름의 소리가 그녀를 악몽에서 끄집어냈다.

연경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멍한 눈빛으로 눈앞의 사람을 바라보았다.

“명월 언니?”

명월은 안색이 창백하게 질려 식은땀을 흘리고 있는 연경을 보자 손수건을 꺼내 그녀에게 건넸다.

“넌 무슨 악몽을 꾸면서도 소리 한번 안 지르고 울기만 하니? 꿈에서 누가 네 목이라도 졸랐어? 무슨 꿈이었는데 그리 겁을 먹었어?”

연경은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흔들었다.

“작은 마님께서 또 저를 부르셨나요?”

명월이 말했다.

“노부인께서 너를 좀 보자고 하시네. 무슨 일로 부르셨는지는 나도 몰라.”

연경은 순간 불길한 예감이 들어 재빨리 옷매무시를 정돈하고 송학당으로 향했다.

가는 내내 그녀는 초조함에 시달렸다.

‘그날 동굴 안 일 때문에 부르신 걸까?’

손유민은 후작과 조태복이 있는 앞에서 술 취한 척, 그녀가 먼저 유혹했다고 말을 했으니 그 일이 노부인의 귀까지 흘러들어갔다고 해도 전혀 이상할 게 없었다.

그리고 그녀는 변명할 여지가 없었다.

손유민은 올해 과거에 급제하면서 노후작의 치하를 받았고 온 집안사람들은 그가 내년 과거에서도 일취월장하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평소 그는 인자하고 다정다감한 모습만 보여주었기에 저택에서 평판도 좋았다. 만약 그가 연경이 먼저 매혹했다고 잡아뗀다면 아무도 그녀를 믿어주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어젯밤 손기욱의 냉담한 태도를 떠올리면 연경은 앞으로의 나날이 막막해졌다.

‘내가 너무 성급해서 모든 걸 망친 거야.’

추운 날씨에도 초조함 때문인지 식은땀이 나고 손발이 저렸다.

“들어가.”

그녀를 본 송학당 어멈이 무표정한 얼굴로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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