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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지참금 통장

last update Veröffentlichungsdatum: 21.09.2026 12:06:35

 

태호는 눈을 뜨자마자 미간부터 찌푸렸다.

"머리 왜 이렇게 아프지."

관자놀이를 문지르던 그가 윤서를 바라봤다.

"나 어제 어떻게 들어왔어?"

윤서는 대답하지 못했다.

정말 기억을 못 하는 걸까.

어젯밤 자신을 침대에 밀치던 사람과 지금 숙취에 찌든 얼굴로 앉아 있는 사람이 같은 사람이라는 게 믿기지 않았다.

태호의 시선이 문득 윤서의 손목에 멈췄다.

"손목은 왜 그래?"

붉은 손가락 자국이 선명했다.

윤서가 천천히 물었다.

"기억 안 나요?"

"뭐가?"

태호의 얼굴에는 정말 아무것도 없었다.

윤서는 잠시 그를 바라보다 소매를 내려 손목을 가렸다.

"됐어요."

"나 해장국 좀 끓여줘. 죽을 것 같아."

"저 요리 못 해요. 시켜 먹어요."

윤서는 더 말하지 않고 휴대폰을 들었다.

술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기억나지 않는 척하는 걸까.

아직은 어느 쪽인지 알 수 없었다.

배달 온 해장국을 식탁에 올려놓은 지 얼마 지나지 않아 초인종이 울렸다.

그런데 윤서가 일어나기도 전에 현관문이 열렸다.

최미연이었다.

윤서의 시선이 도어록으로 향했다.

신혼집 비밀번호를 자신도 모르게 시어머니가 알고 있었다.

"이렇게 일찍 어쩐 일이세요?"

"내 아들 집에 오는데 이유가 있어야 하니?"

최미연은 자연스럽게 들어와 식탁 위에 서류 봉투를 내려놓았다.

"갤러리 확장 건 때문에 왔어. 업체에서 잔금을 재촉하잖니."

봉투 안에는 자금 집행 동의서와 관련 서류가 들어 있었다.

윤서의 눈이 마지막 장에서 멈췄다.

채명수.

아버지의 서명이었다.

"아버지가 동의하신 거예요?"

"그러니까 내가 왔겠지."

최미연이 소파에 앉았다.

"결혼 전에 양가끼리 다 얘기 끝난 일이야. 네가 마지막 승인만 해주면 돼."

윤서는 서류를 다시 살폈다.

결혼을 준비하며 갤러리 확장에 일정 금액을 투자하기로 한 것은 사실이었다. 아버지도 알고 있었고 윤서 역시 동의했다.

하지만 최미연에게 자신의 계좌를 마음대로 쓸 권한까지 준 적은 없었다.

"송금은 제가 할게요."

최미연의 눈썹이 미세하게 움직였다.

"뭘 그렇게 번거롭게 해."

"제 명의 계좌니까요. 서류 확인하고 제가 보내는 게 맞죠."

잠시 정적이 흘렀다.

해장국을 먹던 태호가 귀찮다는 듯 끼어들었다.

"그냥 엄마가 하라는 대로 해. 아버님도 오케이했다잖아."

윤서는 태호를 바라봤다.

어젯밤도, 지금도.

이 남자는 단 한 번도 자신의 편에 서지 않았다.

최미연이 먼저 웃었다.

"그래. 네 돈인데 네가 해야지."

그녀가 계좌번호가 적힌 서류를 밀어주었다.

윤서는 휴대폰을 들었다.

금액을 확인하는 순간에도 마음 한구석이 불편했지만 아버지의 서명까지 확인한 이상, 합의했던 투자를 이제 와 거부할 이유는 없었다.

이체를 마치자 최미연이 만족스럽게 가방을 들었다.

"잘했어."

칭찬을 들을 일은 아니었다.

윤서가 휴대폰을 내려놓으며 말했다.

"다음부터 돈과 관련된 일은 미리 저한테 말씀해주세요."

"그래. 차차 맞춰가면 되지."

최미연은 대수롭지 않게 넘기더니 문득 윤서를 훑어봤다.

"그런데 표정이 왜 그래. 공양미 삼백 석에 팔려간 심청이처럼."

"무슨 말씀이세요?"

"너희 아버지가 왜 이 결혼을 그렇게 서둘렀는지 정말 모르니?"

윤서의 얼굴에서 표정이 사라졌다.

"그게 무슨 뜻이에요?"

최미연이 피식 웃었다.

"돈으로 살 수 있는 건 생각보다 많아."

그러더니 현관으로 향하다 돌아봤다.

"그런데 돈만 가지고는 못 가지는 것도 있거든."

결혼식장에서 했던 말이 떠올랐다.

돈으로도 살 수 없는 집안의 이름.

윤서가 입을 열기도 전에 최미연이 덧붙였다.

"궁금하면 아버지한테 물어봐."

현관문이 닫혔다.

윤서는 한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한성유통은 돈이 부족한 회사가 아니었다.

그런데 아버지는 이번 혼사를 유난히 서둘렀다.

상대는 남태호.

그리고 그의 아버지는 5선 국회의원이자 전직 외교부 장관인 남성구였다.

설마.

윤서는 곧바로 생각을 지웠다.

아버지가 자신의 결혼을 거래로 이용했을 리 없었다.

휴대폰을 들어 채명수의 번호를 찾았다.

그 순간 이체 완료 알림이 다시 눈에 들어왔다.

윤서는 무심코 상세 내역을 열었다가 손가락을 멈췄다.

이상했다.

받는 계좌의 이름이 진성갤러리도, 공사업체도 아니었다.

[한빛정책연구소]

윤서의 눈이 가늘어졌다.

처음 보는 이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아니었다.

본 적이 있었다.

아버지의 서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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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21. 최후통첩

    최미연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태호를 집으로 불러 마주 앉혔다.거실 조명 아래, 두 사람 사이에는 며칠 전 식사 자리와는 전혀 다른 공기가 흘렀다."다음 주로 병원 예약 잡았어. 이번엔 무조건 가.""싫다고 했잖아요.""태호야."최미연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윤서는 받을 검사 다 받았어. 병원에서도 너도 받아보라고 했다잖아.""그게 왜 제가 받아야 할 이유가 돼요?""그럼 언제까지 윤서만 병원에 보내?"태호의 표정이 굳었다."엄마가 보냈잖아요.""그래. 내가 보냈어. 애가 안 생기니까 뭐가 문제인지 알아보려고.""그럼 걔한테 문제가 없으면 그냥 기다리면 되잖아요.""언제까지?"태호가 입을 다물었다. 최미연은 한동안 아들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걱정과 조바심이 뒤섞여 있었다."너 계속 이러면 나도 더는 가만히 못 있어.""뭘 어떻게 하게요.""병원에서 하라는 검사 하나도 안 받으면서 애는 갖겠다고? 그럼 내가 널 어떻게 믿니.""엄마.""검사받고 아무 문제 없으면 끝이야."최미연이 잘라 말했다."너도 편하고 나도 편하고, 윤서한테 더 검사받으라는 소리 안 해도 되고."태호가 헛웃음을 쳤다."결국 윤서 때문에 이러는 거네요.""걔 때문이 아니라 네 자식 문제야."태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왜 자꾸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해요?""누가 문제 있대?""지금 그러고 있잖아요.""그러니까 가서 확인하라고. 멀쩡하면 그걸로 끝나는 일을 왜 이렇게까지 버티니?"태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문제가 있을까 봐 두려운 건 아니었다.그런 검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싫었다.윤서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이제 자신이 확인받아야 할 차례가 됐다는 것도 기분이 나빴다.무엇보다 어머니와 윤서가 자신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은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태어나서 지금까지, 자신이 뭔가를 증명해야 한다는 상황 자체를 겪어본 적이 없었다."난 멀쩡해요.""그럼 보여줘.""뭘 보여줘요?""검사받고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20. 이번엔 당신도

    최미연에게 다시 연락이 온 건 며칠 뒤였다. 점심 약속이 있다는 말에 나갔지만, 막상 도착한 곳은 진성갤러리 근처 호텔 라운지였다. 윤서가 자리에 앉자 최미연은 차부터 권했다."요즘 회사 많이 바쁘니?""네. 뉴욕 건도 정리해야 하고요.""그래도 몸은 챙겨야지."말이 어디로 흘러갈지 알 것 같았다. 윤서는 찻잔을 내려놓았다."무슨 말씀 하시려고요?"최미연이 잠시 윤서를 바라봤다."병원 한번 더 가자."역시나였다."지난번에 검사받았잖아요.""그건 기본적인 것만 본 거고. 이번에는 제대로 확인해보자고.""특별한 문제 없다고 했어요.""그때는 그때고."최미연은 이미 알아본 게 있는 듯 병원 이름까지 꺼냈다."난임 쪽으로 잘 보는 선생님이 있대. 예약 잡기 어려운데 내가 부탁해놨어."윤서는 어이가 없었다. 자신에게 묻기도 전에 알아보고, 부탁하고, 이제는 통보하고 있었다."어머니. 왜 자꾸 저만 검사받아야 해요?"최미연의 손이 멈췄다."무슨 말이니?""아이 가지려고 검사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 저만 해요?"최미연의 표정이 조금씩 굳었다. 윤서는 그대로 물었다."태호 씨는요? 태호 씨도 같이 검사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최미연이 황당하다는 듯 윤서를 바라봤다."멀쩡한 애가 무슨 검사를 받아.""저도 멀쩡해요.""여자는 겉으로 멀쩡해도 모르는 거야.""남자는 안 그래요?""윤서야."목소리가 낮아졌다."괜히 말 이상하게 만들지 마. 내가 너한테 문제가 있다고 했니?""그럼 확인은 왜 저만 하는데요?"최미연이 입을 다물었다. 윤서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저도 검사받을 수 있어요. 필요한 검사라면 받을게요. 대신 이번에도 아무 문제 없으면 태호 씨도 검사받게 해주세요.""그건 나중에 생각해. 일단 너부터 제대로 확인하고."또 그 말이었다. 윤서는 더 실랑이하지 않았다."알겠어요."최미연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그래. 괜히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마. 다 너희 생각해서 그러는 거니까."윤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19. 오래된 이름

    다음 날 오전, 윤서는 아버지의 호출을 받고 사장실로 올라갔다. 채명수는 다음 달 유통사업부 투자 계획서를 훑어본 뒤 몇 군데를 지적했다."이건 다시 잡아. 수익률이 너무 보수적이야.""시장 상황 반영한 거예요.""그러니까 더 공격적으로 가야지. 요즘 경쟁사들 확장 속도 봤잖아."윤서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채명수는 회사 일에서만큼은 늘 이런 식이었다. 사적인 이야기는 최대한 미루고, 숫자와 계획부터 확인했다.일 얘기가 한참 이어졌다. 어젯밤 식사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윤서가 서류를 정리하다 먼저 물었다."아버지. 어제 어머니가 무슨 말씀 안 하셨어요?"채명수가 서류에서 눈을 들었다."무슨 말.""그냥요. 저희 일 관련해서요.""부부끼리 싸웠으면 둘이 풀어. 부모들까지 끼어들 일 만들지 말고."역시 그게 전부였다. 윤서는 더 묻지 않았다. 아버지는 늘 이런 식으로 선을 그었다. 딸의 결혼 생활에 깊이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처럼 굴었다.서류를 챙겨 일어서는데 책상 한쪽에 놓인 봉투가 눈에 들어왔다.[한빛정책연구소 후원의 밤]걸음이 멈췄다. 처음 보는 이름이 아니었다. 결혼 당시 지참금 사용처를 확인하면서 봤던 곳이었다. 얼마 전 최미연이 가져온 한약의 거래명세표에도 같은 이름이 찍혀 있었다. 서로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는 두 장의 서류에, 같은 이름이 반복해서 나오고 있었다."왜 안 가?"채명수의 목소리에 윤서가 시선을 거뒀다."아니에요. 서류 가지고 갈게요."밖으로 나오자 비서가 서류를 받으러 다가왔다. 윤서는 자연스럽게 물었다."아버지 다음 주 일정에 한빛정책연구소 행사가 있던데요.""네. 후원의 밤 말씀하시는 거죠?""매년 참석하세요?""네. 제가 입사했을 때도 이미 후원하고 계셨어요.""그게 언젠데요?""5년은 넘었죠."결혼 전이었다. 그것도 한참 전. 시댁과 얽히기도 전부터, 아버지는 이미 그 이름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아버지가 거길 왜 후원하시는지 아세요?""정확한 건 모르죠.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18. 화해의 탈

    최미연에게 연락이 온 건 오후였다. 오늘 저녁 시간 비워둬. 윤서는 결재 서류를 넘기던 손을 멈췄다."무슨 일인데요?"네 부모님하고 저녁 먹기로 했어. 태호한테도 얘기해뒀고.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갑자기요?"가족끼리 밥 먹는데 이유가 있어야 하니? 최미연은 장소와 시간만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저녁 약속은 시내 한정식집이었다. 윤서가 도착했을 때는 채명수 부부와 최미연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태호도 잠시 뒤 들어왔다."우리 며느리 왔네."최미연이 반갑게 윤서를 맞았다. 며칠 전 집에서 봤던 사람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앉아. 회사 끝나고 오느라 힘들었지?"윤서는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식사가 시작되자 최미연은 분위기를 주도했다."결혼식 끝나고 진작에 식사 자리를 마련했어야 했는데 늦었네요. 애들 때문에 걱정이 많으셨죠?"윤서의 어머니가 난처하게 웃었다."부부가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있는 거죠."최미연은 그 말을 듣고도 놀라지 않았다. 사돈 내외가 이미 알고 있으리라 짐작하고 있던 눈치였다."그럼요. 태호도 요즘 많이 반성하고 있어요."윤서의 시선이 태호에게 향했다. 태호는 술잔만 만지작거렸다. 정작 윤서에게는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사람이었다."다 지난 일이니 이제 좋은 것만 생각해야죠."최미연이 웃으며 태호의 잔을 채웠다. 채명수도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애들이 알아서 잘하겠지.""사돈어른 말씀이 맞아요. 우리 윤서가 워낙 똑 부러지는 애라 제가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우리 윤서.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최미연은 사람들 앞에서 윤서의 손까지 잡았다."내가 딸이 없어서 그런가, 윤서가 들어오고 집안이 얼마나 환해졌는지 몰라요."윤서는 손을 빼지 않았다. 대신 웃지도 않았다.식사가 끝나갈 무렵, 최미연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윤서야. 잠깐 나 좀 보자."윤서도 뒤따라 복도로 나왔다. 문이 닫히자 최미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다음 주 화요일 비워둬."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17. 남편의 의심

    윤서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밤 열 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현관에 들어서자 거실 불이 켜져 있었다. 구두를 벗다가 윤서는 잠시 멈췄다. 태호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반쯤 비운 술병과 잔이 놓여 있었다. 며칠 전 일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손목을 감쌌다가 곧 손을 내렸다.그대로 지나치려는데 태호가 불렀다."오늘 행사 갔다 왔어?""네.""배도혁도 왔다며."윤서의 걸음이 멈췄다. 태호가 휴대폰을 들어 보였다. 행사장에서 찍힌 사진이 벌써 인터넷에 올라와 있었다."기사 터진 지 며칠이나 됐다고 또 같이 있냐.""같이 있었던 게 아니에요. 한성유통이 후원한 행사고, 배도혁 씨는 홍보대사였어요.""우연히?""섭외는 석 달 전에 끝났대요."태호는 대답 대신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윤서는 그 얼굴을 살폈다. 취한 것 같지는 않았다. 적어도 아직은."할 말 없으면 올라갈게요.""둘이 얘기했어?""인사는 했어요.""그게 끝이야?""네."태호가 피식 웃었다."왜 웃어요?""둘이 참 자주 우연히 만나네."윤서의 표정이 굳었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그래.""하고 있잖아요, 지금."태호가 술잔을 내려놓았다."기사까지 났으면 알아서 피해야 하는 거 아니야?""오늘은 제가 빠질 수 없는 행사였어요. 배도혁 씨도 마찬가지였고요.""그러니까 네가 빠졌어야지.""왜 저예요?""뭐?""제가 왜 제 회사 행사에서 빠져야 하는데요?"태호의 눈썹이 꿈틀했다."내 와이프가 다른 남자랑 기사 났어. 그것도 내 동생이랑. 그래서 내가 회사 일까지 접고 숨어 있어야 해?""동생이요?"태호가 헛웃음을 쳤다."누가 그 새끼를 내 동생이래."윤서는 잠깐 멈칫했지만 더 묻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아무 일도 없었어요. 오늘도 마찬가지고요.""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못 믿겠으면 믿지 마세요. 제가 설명했잖아요. 그것도 못 믿겠으면 더 설명할 것도 없어요."윤서가 돌아서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16. 우연

    도혁은 매니저의 연락을 받고 소속사로 향했다. 회의실에 들어서자 매니저가 기다렸다는 듯 서류를 내려놓았다."어제 최미연 관장이 회사에 직접 왔었어."도혁은 맞은편 의자를 당겨 앉았다."알아요. 연락받았습니다."매니저의 표정이 달라졌다."직접?""네.""뭐라고 하던데.""채윤서 씨랑 다시 만나지 말라고요."매니저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회사에 와서 한 얘기도 똑같아. 두 사람 다시 엮이는 일 없게 해달라고.""제가 알아서 할게요.""너만 알아서 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야. 광고주 쪽에서도 문의 들어오고 있어. 사실이냐, 추가 기사 나올 가능성 있냐.""없어요.""확실해?"도혁이 매니저를 바라봤다."아무 사이도 아닙니다.""그럼 됐고."매니저는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를 도혁 쪽으로 밀었다."이번 주 인터뷰 하나는 다음 주로 미뤘어. 괜히 기자들한테 먹잇감 줄 필요 없으니까. 나머지 일정은 예정대로 하고.""네.""온라인 반응은 나쁘지 않아. 그냥 지인끼리 밥 먹은 걸 가지고 기사까지 냈냐는 쪽이 많고."도혁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매니저가 그런 그를 잠시 바라봤다."근데 너.""왜요.""진짜 아무것도 없어?""없다니까요.""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매니저는 더 묻지 않았다. 도혁은 회의실을 나와 휴대폰을 확인했다.연락은 여러 개 와 있었지만 찾는 이름은 없었다.채윤서.연락처를 열었다가 그대로 화면을 껐다. 먼저 연락해서 좋을 건 없었다. 기사도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고, 최미연이 소속사까지 찾아온 상황이었다.무엇보다 윤서는 태호의 아내였다. 그 사실 하나면 충분했다.그날 저녁에는 남성구에게서 전화가 왔다."기사 봤다.""네.""괜찮냐."도혁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괜찮아요.""소속사에서는 뭐래.""조심하래요.""당분간은 그러는 게 좋겠다.""저도 알아요."짧은 침묵이 흘렀다. 남성구가 다시 입을 열었다."최미연도 가만있지는 않을 거다."도혁의 표정이 굳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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