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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호가 먼저 연락해온 건 사흘 만이었다.
[오늘 일찍 들어갈게.]
평소라면 연락도 없이 늦게 들어오던 사람이었다.
지난 사흘 동안 윤서의 머릿속에는 한빛정책연구소라는 이름도 떠나지 않았다. 갤러리 공사대금이라던 돈이 들어간 곳이었다. 아버지에게 물었지만 바쁘다며 말을 피했고, 인터넷을 뒤져도 별다른 정보는 나오지 않았다.
저녁 여덟 시가 조금 넘어 태호가 스시 상자를 들고 들어왔다.
"저녁 안 먹었지?"
식탁에 음식을 내려놓던 그가 머뭇거리다 말했다.
"저번엔 내가 좀 심했지. 술 취해서 기억이 잘 안 나."
"정말 기억 안 나요?"
"중간중간 끊겼어. 미안해."
윤서는 잠시 그를 바라봤다.
"다시는 그러지 마세요."
"알았어."
그날의 태호는 평범했다. 회사 이야기를 하고 농담을 건네며 윤서가 좋아하는 초밥을 밀어주었다. 어느 순간 윤서도 따라 웃고 있었다.
맞선 자리에서 만났던 남태호가 돌아온 것 같았다.
'역시 술 때문이었던 걸까.'
윤서는 그렇게 믿고 싶었다.
아직 이 결혼을 포기하고 싶지 않았다.
잠자리에 들 시간이 되자 태호가 윤서에게 다가왔다.
침실의 스탠드 불빛이 나직하게 깔려 있었다.
침대에 걸터앉은 윤서의 머리칼 위로 태호의 길고 단단한 손가락이 미끄러지듯 감겨왔다.
어깨를 살짝 움츠리는 윤서의 반응에 태호는 손길을 더 늦추었다.
뺨을 쓸어내리는 손바닥의 감촉이 부드러웠다.
아랫입술을 지그시 누르며 숨을 나누는 호흡에 윤서의 꽉 쥐었던 손이 서서히 풀렸다.
윤서가 그의 목덜미를 조심스레 감싸자, 태호가 낮게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허리를 안아 침대 위로 부드럽게 눕혔다.
쇄골부터 가슴 아래까지 입맞춰가며 내려가는 숨결에 윤서의 호흡이 조금씩 가빠졌다.
자극을 견디지 못한 윤서가 그의 어깨를 꼭 붙잡자, 태호는 허벅지 안쪽을 쓸어내리며 다리 사이를 열었다.
혀끝이 얽히는 농밀한 소리와 함께 뜨거운 온기가 아래쪽에서부터 찌릿해져 왔다.
첫날밤의 억압적인 기색은 없었다. 태호는 윤서가 충분히 젖을 수 있을때 까지 기다려 줬다.
젖가슴을 천천히 움켜쥐다 입으로 가져갔다.
태호는 서두르지 않았다. 젖은 입술을 떼지 않은 채, 허벅지를 벌렸다.
윤서가 그를 온전히 받아들일 수 있도록 지극히 느린 호흡으로 허리를 밀어 넣었다.
"읏, 아……."
태호는 느릿하게 허리를 물렸다가 다시 깊숙이 밀어 넣었다. 질척한 마찰음과 함께 뜨거운 열기가 아래에서부터 뻐근하게 차 올랐다.
윤서는 밀려오는 쾌감에 눈을 감은 채 그의 단단한 등을 꽉 끌어안았다.
태호는 땀에 젖은 윤서의 이마를 맞대고 가쁜 숨을 뱉었다.
팽팽하던 열기가 안쪽 깊은 곳에서 터져 나왔다.
이 부드러운 열기 속에서 모든 불안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았다.
그래서 윤서는 믿어보기로 했다.
결혼식 첫날의 남자는 술이 만들어낸 실수였다고.
자신이 알고 있던 남태호는 지금 눈앞의 사람이라고.
다음 날 아침, 윤서가 눈을 떴을 때 태호는 이미 창가에 서 있었다.
"일찍 일어났네요."
"어. 잠이 안 오더라."
윤서는 침대에 앉아 흐트러진 머리를 정리하다 문득 물었다.
"태호 씨는 아이가 생기면 좋겠어요?"
"벌써 그런 생각을 해?"
"어머니가 계속 손주 얘기하시잖아요."
태호가 대수롭지 않게 어깨를 으쓱했다.
"난 별 생각 없어. 생기면 낳는 거고."
"안 생기면요?"
"그럼 좀 더 둘이 사는 거지."
"어머니는 가만히 안 계실 것 같은데."
"엄마가 애 낳을 것도 아니잖아."
태호는 그걸로 이야기가 끝났다는 듯 휴대폰을 집어 들었다.
윤서는 그런 남편을 가만히 바라봤다. 손주를 입에 달고 사는 최미연과 달리 태호는 아이 문제를 이상할 만큼 가볍게 여겼다.
결혼식 날에는 체면만 신경 쓰던 남자. 술에 취하면 자신을 겁먹게 하고, 술이 깨면 아무 일 없었다는 듯 사과하는 남자.
그리고 지금은 아이조차 남의 일처럼 말하는 남자.
모두 같은 사람이었다.
이상하게도 마음 한구석에 남아 있던 불편함은 완전히 사라지지 않았다.윤서는 아직 알 수 없었다.
한 사람 안에 이렇게 다른 얼굴이 몇 개나 더 있을지, 윤서는 알 수 없었다.
최미연은 더 이상 기다리지 않기로 했다. 태호를 집으로 불러 마주 앉혔다.거실 조명 아래, 두 사람 사이에는 며칠 전 식사 자리와는 전혀 다른 공기가 흘렀다."다음 주로 병원 예약 잡았어. 이번엔 무조건 가.""싫다고 했잖아요.""태호야."최미연의 목소리가 낮게 가라앉았다."윤서는 받을 검사 다 받았어. 병원에서도 너도 받아보라고 했다잖아.""그게 왜 제가 받아야 할 이유가 돼요?""그럼 언제까지 윤서만 병원에 보내?"태호의 표정이 굳었다."엄마가 보냈잖아요.""그래. 내가 보냈어. 애가 안 생기니까 뭐가 문제인지 알아보려고.""그럼 걔한테 문제가 없으면 그냥 기다리면 되잖아요.""언제까지?"태호가 입을 다물었다. 최미연은 한동안 아들을 바라봤다. 그 눈빛에는 걱정과 조바심이 뒤섞여 있었다."너 계속 이러면 나도 더는 가만히 못 있어.""뭘 어떻게 하게요.""병원에서 하라는 검사 하나도 안 받으면서 애는 갖겠다고? 그럼 내가 널 어떻게 믿니.""엄마.""검사받고 아무 문제 없으면 끝이야."최미연이 잘라 말했다."너도 편하고 나도 편하고, 윤서한테 더 검사받으라는 소리 안 해도 되고."태호가 헛웃음을 쳤다."결국 윤서 때문에 이러는 거네요.""걔 때문이 아니라 네 자식 문제야."태호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왜 자꾸 나한테 문제가 있는 것처럼 말해요?""누가 문제 있대?""지금 그러고 있잖아요.""그러니까 가서 확인하라고. 멀쩡하면 그걸로 끝나는 일을 왜 이렇게까지 버티니?"태호는 대답하지 못했다. 문제가 있을까 봐 두려운 건 아니었다.그런 검사를 받는다는 것 자체가 싫었다.윤서에게 아무 문제가 없다는 이유로, 이제 자신이 확인받아야 할 차례가 됐다는 것도 기분이 나빴다.무엇보다 어머니와 윤서가 자신을 같은 선상에 올려놓은 것 같아 자존심이 상했다.태어나서 지금까지, 자신이 뭔가를 증명해야 한다는 상황 자체를 겪어본 적이 없었다."난 멀쩡해요.""그럼 보여줘.""뭘 보여줘요?""검사받고
최미연에게 다시 연락이 온 건 며칠 뒤였다. 점심 약속이 있다는 말에 나갔지만, 막상 도착한 곳은 진성갤러리 근처 호텔 라운지였다. 윤서가 자리에 앉자 최미연은 차부터 권했다."요즘 회사 많이 바쁘니?""네. 뉴욕 건도 정리해야 하고요.""그래도 몸은 챙겨야지."말이 어디로 흘러갈지 알 것 같았다. 윤서는 찻잔을 내려놓았다."무슨 말씀 하시려고요?"최미연이 잠시 윤서를 바라봤다."병원 한번 더 가자."역시나였다."지난번에 검사받았잖아요.""그건 기본적인 것만 본 거고. 이번에는 제대로 확인해보자고.""특별한 문제 없다고 했어요.""그때는 그때고."최미연은 이미 알아본 게 있는 듯 병원 이름까지 꺼냈다."난임 쪽으로 잘 보는 선생님이 있대. 예약 잡기 어려운데 내가 부탁해놨어."윤서는 어이가 없었다. 자신에게 묻기도 전에 알아보고, 부탁하고, 이제는 통보하고 있었다."어머니. 왜 자꾸 저만 검사받아야 해요?"최미연의 손이 멈췄다."무슨 말이니?""아이 가지려고 검사하는 거잖아요. 그런데 왜 저만 해요?"최미연의 표정이 조금씩 굳었다. 윤서는 그대로 물었다."태호 씨는요? 태호 씨도 같이 검사받아야 하는 거 아니에요?"최미연이 황당하다는 듯 윤서를 바라봤다."멀쩡한 애가 무슨 검사를 받아.""저도 멀쩡해요.""여자는 겉으로 멀쩡해도 모르는 거야.""남자는 안 그래요?""윤서야."목소리가 낮아졌다."괜히 말 이상하게 만들지 마. 내가 너한테 문제가 있다고 했니?""그럼 확인은 왜 저만 하는데요?"최미연이 입을 다물었다. 윤서는 시선을 피하지 않았다."저도 검사받을 수 있어요. 필요한 검사라면 받을게요. 대신 이번에도 아무 문제 없으면 태호 씨도 검사받게 해주세요.""그건 나중에 생각해. 일단 너부터 제대로 확인하고."또 그 말이었다. 윤서는 더 실랑이하지 않았다."알겠어요."최미연의 표정이 조금 풀렸다."그래. 괜히 예민하게 받아들이지 마. 다 너희 생각해서 그러는 거니까."윤서는 대답하지 않았다
다음 날 오전, 윤서는 아버지의 호출을 받고 사장실로 올라갔다. 채명수는 다음 달 유통사업부 투자 계획서를 훑어본 뒤 몇 군데를 지적했다."이건 다시 잡아. 수익률이 너무 보수적이야.""시장 상황 반영한 거예요.""그러니까 더 공격적으로 가야지. 요즘 경쟁사들 확장 속도 봤잖아."윤서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채명수는 회사 일에서만큼은 늘 이런 식이었다. 사적인 이야기는 최대한 미루고, 숫자와 계획부터 확인했다.일 얘기가 한참 이어졌다. 어젯밤 식사 이야기는 한마디도 나오지 않았다. 윤서가 서류를 정리하다 먼저 물었다."아버지. 어제 어머니가 무슨 말씀 안 하셨어요?"채명수가 서류에서 눈을 들었다."무슨 말.""그냥요. 저희 일 관련해서요.""부부끼리 싸웠으면 둘이 풀어. 부모들까지 끼어들 일 만들지 말고."역시 그게 전부였다. 윤서는 더 묻지 않았다. 아버지는 늘 이런 식으로 선을 그었다. 딸의 결혼 생활에 깊이 관여하고 싶어 하지 않는 사람처럼 굴었다.서류를 챙겨 일어서는데 책상 한쪽에 놓인 봉투가 눈에 들어왔다.[한빛정책연구소 후원의 밤]걸음이 멈췄다. 처음 보는 이름이 아니었다. 결혼 당시 지참금 사용처를 확인하면서 봤던 곳이었다. 얼마 전 최미연이 가져온 한약의 거래명세표에도 같은 이름이 찍혀 있었다. 서로 아무 관계도 없어 보이는 두 장의 서류에, 같은 이름이 반복해서 나오고 있었다."왜 안 가?"채명수의 목소리에 윤서가 시선을 거뒀다."아니에요. 서류 가지고 갈게요."밖으로 나오자 비서가 서류를 받으러 다가왔다. 윤서는 자연스럽게 물었다."아버지 다음 주 일정에 한빛정책연구소 행사가 있던데요.""네. 후원의 밤 말씀하시는 거죠?""매년 참석하세요?""네. 제가 입사했을 때도 이미 후원하고 계셨어요.""그게 언젠데요?""5년은 넘었죠."결혼 전이었다. 그것도 한참 전. 시댁과 얽히기도 전부터, 아버지는 이미 그 이름과 함께 움직이고 있었다."아버지가 거길 왜 후원하시는지 아세요?""정확한 건 모르죠.
최미연에게 연락이 온 건 오후였다. 오늘 저녁 시간 비워둬. 윤서는 결재 서류를 넘기던 손을 멈췄다."무슨 일인데요?"네 부모님하고 저녁 먹기로 했어. 태호한테도 얘기해뒀고. 처음 듣는 이야기였다."갑자기요?"가족끼리 밥 먹는데 이유가 있어야 하니? 최미연은 장소와 시간만 알려주고 전화를 끊었다.저녁 약속은 시내 한정식집이었다. 윤서가 도착했을 때는 채명수 부부와 최미연이 먼저 자리를 잡고 있었다. 태호도 잠시 뒤 들어왔다."우리 며느리 왔네."최미연이 반갑게 윤서를 맞았다. 며칠 전 집에서 봤던 사람과는 전혀 다른 얼굴이었다."앉아. 회사 끝나고 오느라 힘들었지?"윤서는 말없이 자리에 앉았다. 식사가 시작되자 최미연은 분위기를 주도했다."결혼식 끝나고 진작에 식사 자리를 마련했어야 했는데 늦었네요. 애들 때문에 걱정이 많으셨죠?"윤서의 어머니가 난처하게 웃었다."부부가 살다 보면 이런저런 일이 있는 거죠."최미연은 그 말을 듣고도 놀라지 않았다. 사돈 내외가 이미 알고 있으리라 짐작하고 있던 눈치였다."그럼요. 태호도 요즘 많이 반성하고 있어요."윤서의 시선이 태호에게 향했다. 태호는 술잔만 만지작거렸다. 정작 윤서에게는 제대로 된 사과 한마디 하지 않은 사람이었다."다 지난 일이니 이제 좋은 것만 생각해야죠."최미연이 웃으며 태호의 잔을 채웠다. 채명수도 분위기를 깨고 싶지 않은 듯 고개를 끄덕였다."애들이 알아서 잘하겠지.""사돈어른 말씀이 맞아요. 우리 윤서가 워낙 똑 부러지는 애라 제가 얼마나 든든한지 몰라요."우리 윤서. 그 말이 이상하게 들렸다. 최미연은 사람들 앞에서 윤서의 손까지 잡았다."내가 딸이 없어서 그런가, 윤서가 들어오고 집안이 얼마나 환해졌는지 몰라요."윤서는 손을 빼지 않았다. 대신 웃지도 않았다.식사가 끝나갈 무렵, 최미연이 먼저 자리에서 일어났다."윤서야. 잠깐 나 좀 보자."윤서도 뒤따라 복도로 나왔다. 문이 닫히자 최미연의 얼굴에서 웃음기가 사라졌다."다음 주 화요일 비워둬."
윤서가 집에 도착했을 때는 밤 열 시가 가까워지고 있었다. 현관에 들어서자 거실 불이 켜져 있었다. 구두를 벗다가 윤서는 잠시 멈췄다. 태호가 소파에 앉아 있었다. 테이블 위에는 반쯤 비운 술병과 잔이 놓여 있었다. 며칠 전 일이 떠올라 저도 모르게 손목을 감쌌다가 곧 손을 내렸다.그대로 지나치려는데 태호가 불렀다."오늘 행사 갔다 왔어?""네.""배도혁도 왔다며."윤서의 걸음이 멈췄다. 태호가 휴대폰을 들어 보였다. 행사장에서 찍힌 사진이 벌써 인터넷에 올라와 있었다."기사 터진 지 며칠이나 됐다고 또 같이 있냐.""같이 있었던 게 아니에요. 한성유통이 후원한 행사고, 배도혁 씨는 홍보대사였어요.""우연히?""섭외는 석 달 전에 끝났대요."태호는 대답 대신 술잔을 들어 한 모금 마셨다. 윤서는 그 얼굴을 살폈다. 취한 것 같지는 않았다. 적어도 아직은."할 말 없으면 올라갈게요.""둘이 얘기했어?""인사는 했어요.""그게 끝이야?""네."태호가 피식 웃었다."왜 웃어요?""둘이 참 자주 우연히 만나네."윤서의 표정이 굳었다."무슨 말을 하고 싶은 거예요?""내가 무슨 말을 했다고 그래.""하고 있잖아요, 지금."태호가 술잔을 내려놓았다."기사까지 났으면 알아서 피해야 하는 거 아니야?""오늘은 제가 빠질 수 없는 행사였어요. 배도혁 씨도 마찬가지였고요.""그러니까 네가 빠졌어야지.""왜 저예요?""뭐?""제가 왜 제 회사 행사에서 빠져야 하는데요?"태호의 눈썹이 꿈틀했다."내 와이프가 다른 남자랑 기사 났어. 그것도 내 동생이랑. 그래서 내가 회사 일까지 접고 숨어 있어야 해?""동생이요?"태호가 헛웃음을 쳤다."누가 그 새끼를 내 동생이래."윤서는 잠깐 멈칫했지만 더 묻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었다."아무 일도 없었어요. 오늘도 마찬가지고요.""그걸 내가 어떻게 믿어?""못 믿겠으면 믿지 마세요. 제가 설명했잖아요. 그것도 못 믿겠으면 더 설명할 것도 없어요."윤서가 돌아서
도혁은 매니저의 연락을 받고 소속사로 향했다. 회의실에 들어서자 매니저가 기다렸다는 듯 서류를 내려놓았다."어제 최미연 관장이 회사에 직접 왔었어."도혁은 맞은편 의자를 당겨 앉았다."알아요. 연락받았습니다."매니저의 표정이 달라졌다."직접?""네.""뭐라고 하던데.""채윤서 씨랑 다시 만나지 말라고요."매니저가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회사에 와서 한 얘기도 똑같아. 두 사람 다시 엮이는 일 없게 해달라고.""제가 알아서 할게요.""너만 알아서 한다고 끝날 일이 아니야. 광고주 쪽에서도 문의 들어오고 있어. 사실이냐, 추가 기사 나올 가능성 있냐.""없어요.""확실해?"도혁이 매니저를 바라봤다."아무 사이도 아닙니다.""그럼 됐고."매니저는 테이블 위에 놓인 서류를 도혁 쪽으로 밀었다."이번 주 인터뷰 하나는 다음 주로 미뤘어. 괜히 기자들한테 먹잇감 줄 필요 없으니까. 나머지 일정은 예정대로 하고.""네.""온라인 반응은 나쁘지 않아. 그냥 지인끼리 밥 먹은 걸 가지고 기사까지 냈냐는 쪽이 많고."도혁은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매니저가 그런 그를 잠시 바라봤다."근데 너.""왜요.""진짜 아무것도 없어?""없다니까요.""그래. 네가 그렇다면 그런 거겠지."매니저는 더 묻지 않았다. 도혁은 회의실을 나와 휴대폰을 확인했다.연락은 여러 개 와 있었지만 찾는 이름은 없었다.채윤서.연락처를 열었다가 그대로 화면을 껐다. 먼저 연락해서 좋을 건 없었다. 기사도 아직 완전히 가라앉지 않았고, 최미연이 소속사까지 찾아온 상황이었다.무엇보다 윤서는 태호의 아내였다. 그 사실 하나면 충분했다.그날 저녁에는 남성구에게서 전화가 왔다."기사 봤다.""네.""괜찮냐."도혁은 잠시 대답하지 않았다."괜찮아요.""소속사에서는 뭐래.""조심하래요.""당분간은 그러는 게 좋겠다.""저도 알아요."짧은 침묵이 흘렀다. 남성구가 다시 입을 열었다."최미연도 가만있지는 않을 거다."도혁의 표정이 굳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