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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 없어진 증거

Auteur: 지호
last update Date de publication: 2026-10-12 19:44:28

최미연은 노트북 화면을 다시 확인했다.

녹화 영상은 모두 삭제된 상태였다.

그런데 접속 기록은 그대로 남아 있었다.

남태호. 접속 128회.

최미연은 화면을 가리켰다.

“이게 전부 태호가 접속한 기록이라는 거예요?”

맞은편에 앉은 기술자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같은 계정으로 여러 차례 접속했습니다.”

“영상을 보기만 한 거겠죠?”

“그건 아닙니다.”

기술자는 다른 항목을 열었다.

파일 전송 기록이었다.

수백 기가바이트에 달하는 데이터가 외부로 전송돼 있었다.

“녹화 파일을 따로 내려받았을 가능성이 높습니다.”

최미연의 얼굴이 굳었다.

“어디로 옮겼는지 알 수 있어요?”

“정확한 저장 위치까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럼 이 기록도 지워요.”

기술자가 손을 멈췄다.

“그건 어렵습니다.”

“영상은 지웠잖아요.”

“지금은 경찰에서 확인하고 있는 장비입니다. 남아 있는 기록까지 삭제하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최미연은 한동안 화면을 노려봤다.

“그럼 노트북은 두고 가세요.”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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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침에 걸려 온 전화에서 남성구는 긴 말을 하지 않았다. 오늘 밤, 둘이서만 보자고 했다.남성구는 만날 곳으로 자기 차 안을 골랐다.밤 열 시, 문을 닫은 지역 문화회관 지하 주차장이었다. 기사도 보좌관도 없이 혼자 운전해 온 검은 승용차 한 대가 기둥 옆에 서 있었다. 도혁이 조수석 문을 열고 들어앉자, 남성구는 한동안 앞 유리만 봤다.“입장문, 봤다.”첫마디였다.“잘 썼더구나. 네 어머니 얘기.”도혁은 대답하지 않았다. 이 사람에게서 어머니라는 말을 듣는 건 처음이었다.“수사 중인 사건이라고 썼지.”남성구가 고개를 돌렸다.“별장 얘기냐.”“네.”“거기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 처음부터 말해 봐라. 기사에 나온 거 말고.”도혁은 말했다. 별장으로 오라던 문자부터. 문이 잠기던 소리. 천장의 카메라와 스피커. 사흘 동안 그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요구.“아이를 가지라고 했습니다. 채윤서 씨와 제가요. 태어나면 남태호 씨 아이로 키우면 된다고.”남성구의 손이 핸들 위에서 멈췄다.“누가 그런 말을 했다는 거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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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사실 책상 위에 서류가 하나씩 놓였다.첫 번째는 카메라 관리 서버의 접속 기록이었다. 남태호 계정, 접속 백스물여덟 회. 그중 수십 회에 걸쳐 대용량 파일이 외부로 전송돼 있었다.“지난번 조사 때 저장한 영상이 없다고 하셨죠.”태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옆자리의 변호사도 입을 열지 않았다.두 번째 서류가 놓였다. 최미연의 진술서 사본이었다.[아들 남태호의 서재 책상 서랍에서 외장 저장장치를 가져왔다. 아들이 침실 영상을 그 안에 내려받아 보관하고 있었다.]태호의 턱에 힘이 들어갔다. 어머니는 이제 그것까지 내놓았다. 자기 죄를 덜기 위해서인지, 아들을 끝까지 쥐고 있기 위해서인지 알 수 없었다.세 번째는 가사도우미의 진술이었다.[사모님이 시키는 대로 서재에 들어갔다. 서랍 맨 안쪽에 검은 저장장치가 있었다. 사모님 가방에 넣어 드렸다. 며칠 뒤 사모님이 갤러리 작업실에서 그걸 부수는 걸 봤다.]마지막으로 수사관은 사진 한 장을 올려놓았다. 고속도로 휴게소 주차장, 맨 끝 칸에 선 태호의 차. 조수석의 가방.“그날 그 가방 안에 현금 사천만 원이 들어 있었습니다. 한진우 씨 휴대폰에는 남태호 씨와 주고받은 메시지가 남아 있었고요. 얼마면 되느냐고 물으셨더군요.”조사실이 조용해졌다.태호는 서류들을 내려다봤다. 접속 기록, 어머니, 도우미, 그리고 자신이 보낸 문자 한 줄. 어디에도 빠져나갈 틈이 없었다.“……받았습니다.”목소리가 낮게 갈라져 나왔다.“영상, 제가 내려받았습니다.”“왜 갖고 계셨습니까?”태호는 입을 열었다가 닫았다. 다시 열었다가 다시 닫았다.처음에는 아내가 무엇을 하는지 보려고 했다. 그다음에는 그냥 봤다. 아내가 모르는 곳에서 아내를 보는 게 좋았다. 그 말을 이 방에서 소리 내어 할 수는 없었다.“……모르겠습니다.”수사관은 더 묻지 않았다. 대신 마지막 서류를 덮었다.“침실 2 영상에는 남태호 씨가 채윤서 씨를 폭행하는 장면도 남아 있습니다. 어머님이 부순 하드에 있던 것과 같은 밤입니다. 다른 각도에서요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88. 거래 장소

    태호는 하루 종일 그 문자를 붙들고 있었다.[침실 영상, 아직 저한테 있습니다. 어머님보다 아드님이 더 급하실 것 같아서요.]번호는 밤새 꺼져 있었다. 아침에 다시 걸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상대는 자기가 원할 때만 연락하겠다는 뜻이었다.신고하면 끝이었다. 경찰은 그 영상이 무엇인지부터 물을 것이다. 그러면 자신이 침실 영상을 몰래 내려받아 왔다는 것부터 털어놔야 했다. 수사관 앞에서 저장한 거 없다고 잡아뗐던 일도 같이.신고하지 않으면, 그 영상은 다른 누군가의 손에 남는다.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태호는 알았다. 윤서가 바닥에 쓰러지던 밤. 코피가 흰 셔츠에 떨어지던 밤. 어머니가 드릴로 뚫어 없앴다던 바로 그 밤들이었다.오후 세 시, 같은 번호로 다시 문자가 왔다.[내일 오전 열한 시. 장소는 그때 알려 드리죠. 현금으로.]태호는 답장을 썼다가 지웠다.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려다 그것도 그만뒀다. 변호사는 신고하라고 할 것이다. 그게 변호사의 일이었다.결국 그는 한 줄만 보냈다.[얼마면 됩니까.]---다음 날 오전, 약속 장소는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휴게소 주차장이었다. 열 시 오십 분에 문자로 위치가 왔다.태호는 가방 하나를 조수석에 싣고 주차장 맨 끝 칸에 차를 댔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나온 길이었다. 어머니에게도, 변호사에게도. 가방 안에는 은행 세 곳에서 나눠 찾은 현금이 들어 있었다.오전 열 시 오십오 분, 회색 승합차 한 대가 맞은편 칸에 들어왔다. 운전석의 남자가 모자를 눌러쓴 채 휴대폰을 들었다. 태호의 휴대폰이 울렸다.[차에서 내리지 마세요. 제가 가겠습니다.]승합차 문이 열렸다.그런데 남자가 한 발을 땅에 딛기도 전에, 승합차 뒤를 따라 들어와 흩어져 섰던 차 세 대에서 사람들이 동시에 내렸다. 사복 차림의 남자 넷이 승합차를 둘러쌌다. 하나가 신분증을 들어 보였다.“한진우 씨. 경찰입니다.”남자는 도망치지 않았다. 주차장 바닥을 한 번 내려다보더니, 들고 있던 휴대폰을 순순히 내밀었다.경찰은 이미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87. 작은 방의 다음 장면

    도혁은 사십 분 만에 왔다. 그 사십 분 동안 윤서는 세 번이나 휴대폰을 들었다. 오지 말라고, 미안하다고 보내려다 세 번 다 지웠다.초인종이 울렸을 때, 윤서는 거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인터폰 화면 속에 모자를 깊이 눌러쓴 얼굴이 떠 있었다. 윤서는 숨을 한 번 고르고 문을 열었다. 남자가 들어왔다. 매니저도, 회사 차도 없이 혼자였다. 택시를 두 번 갈아탔다고 했다.문이 닫혔다.둘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천장을 올려다볼 필요가 없었다. 스피커가 켜지길 기다릴 필요도, 복도 끝에서 변호사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는 걸 볼 필요도 없었다. 별장을 나온 뒤로 처음이었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지 않아도 됐다.“들어와요.”윤서가 먼저 말했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작게 나왔다.도혁은 신발을 벗고 들어왔다. 그런데 소파로 가지 않았다. 모자를 벗어 현관 선반에 내려놓더니 방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천장 모서리, 전등 덮개, 에어컨 송풍구, 책장 위.윤서는 그가 무엇을 하는지 알았다. 별장에서 방에 들어설 때마다 천장부터 살피던 눈이었다.“없어요.”“알아요.”도혁은 대답하면서도 거실을 한 바퀴 다 돈 뒤에야 돌아왔다.“미안해요. 버릇이 돼서.”윤서는 웃으려다 웃지 못했다. 자신도 그랬다. 새 거처에 들어온 첫날 밤, 불을 끄기 전에 천장부터 올려다봤다. 별장을 나온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두 사람은 아직 같은 곳을 살피고 있었다.그 사실 하나에 윤서는 버티던 무언가가 무너지는 걸 느꼈다.---식탁에 마주 앉았다. 윤서가 물 두 잔을 내려놓았다. 손이 조금 떨려서 물이 잔 가장자리에서 흔들렸다.도혁은 잔을 들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손을 봤다.“무슨 일 있었어요?”“경찰서에서…… 안 좋은 얘기를 들었어요.”윤서는 거기서 멈췄다. 그 뒤를 말할 수 없었다. 남편과 지내던 침실이 누군가의 화면에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필 이 사람 앞에서는 꺼낼 수 없었다. 수치스러워서이기도 했고, 이 사람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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