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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작은 방의 다음 장면

ผู้เขียน: 지호
last update วันที่เผยแพร่: 2026-10-29 14:33:57

도혁은 사십 분 만에 왔다. 그 사십 분 동안 윤서는 세 번이나 휴대폰을 들었다. 오지 말라고, 미안하다고 보내려다 세 번 다 지웠다.

초인종이 울렸을 때, 윤서는 거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인터폰 화면 속에 모자를 깊이 눌러쓴 얼굴이 떠 있었다. 윤서는 숨을 한 번 고르고 문을 열었다. 남자가 들어왔다. 매니저도, 회사 차도 없이 혼자였다. 택시를 두 번 갈아탔다고 했다.

문이 닫혔다.

둘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천장을 올려다볼 필요가 없었다. 스피커가 켜지길 기다릴 필요도, 복도 끝에서 변호사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는 걸 볼 필요도 없었다. 별장을 나온 뒤로 처음이었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지 않아도 됐다.

“들어와요.”

윤서가 먼저 말했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작게 나왔다.

도혁은 신발을 벗고 들어왔다. 그런데 소파로 가지 않았다. 모자를 벗어 현관 선반에 내려놓더니 방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천장 모서리, 전등 덮개, 에어컨 송풍구, 책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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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호는 하루 종일 그 문자를 붙들고 있었다.[침실 영상, 아직 저한테 있습니다. 어머님보다 아드님이 더 급하실 것 같아서요.]번호는 밤새 꺼져 있었다. 아침에 다시 걸었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상대는 자기가 원할 때만 연락하겠다는 뜻이었다.신고하면 끝이었다. 경찰은 그 영상이 무엇인지부터 물을 것이다. 그러면 자신이 침실 영상을 몰래 내려받아 왔다는 것부터 털어놔야 했다. 수사관 앞에서 저장한 거 없다고 잡아뗐던 일도 같이.신고하지 않으면, 그 영상은 다른 누군가의 손에 남는다.그 안에 무엇이 있는지 태호는 알았다. 윤서가 바닥에 쓰러지던 밤. 코피가 흰 셔츠에 떨어지던 밤. 어머니가 드릴로 뚫어 없앴다던 바로 그 밤들이었다.오후 세 시, 같은 번호로 다시 문자가 왔다.[내일 오전 열한 시. 장소는 그때 알려 드리죠. 현금으로.]태호는 답장을 썼다가 지웠다.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려다 그것도 그만뒀다. 변호사는 신고하라고 할 것이다. 그게 변호사의 일이었다.결국 그는 한 줄만 보냈다.[얼마면 됩니까.]---다음 날 오전, 약속 장소는 경부고속도로 상행선 휴게소 주차장이었다. 열 시 오십 분에 문자로 위치가 왔다.태호는 가방 하나를 조수석에 싣고 주차장 맨 끝 칸에 차를 댔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않고 나온 길이었다. 어머니에게도, 변호사에게도. 가방 안에는 은행 세 곳에서 나눠 찾은 현금이 들어 있었다.오전 열 시 오십오 분, 회색 승합차 한 대가 맞은편 칸에 들어왔다. 운전석의 남자가 모자를 눌러쓴 채 휴대폰을 들었다. 태호의 휴대폰이 울렸다.[차에서 내리지 마세요. 제가 가겠습니다.]승합차 문이 열렸다.그런데 남자가 한 발을 땅에 딛기도 전에, 승합차 뒤를 따라 들어와 흩어져 섰던 차 세 대에서 사람들이 동시에 내렸다. 사복 차림의 남자 넷이 승합차를 둘러쌌다. 하나가 신분증을 들어 보였다.“한진우 씨. 경찰입니다.”남자는 도망치지 않았다. 주차장 바닥을 한 번 내려다보더니, 들고 있던 휴대폰을 순순히 내밀었다.경찰은 이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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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혁은 사십 분 만에 왔다. 그 사십 분 동안 윤서는 세 번이나 휴대폰을 들었다. 오지 말라고, 미안하다고 보내려다 세 번 다 지웠다.초인종이 울렸을 때, 윤서는 거실 한가운데 서 있었다. 인터폰 화면 속에 모자를 깊이 눌러쓴 얼굴이 떠 있었다. 윤서는 숨을 한 번 고르고 문을 열었다. 남자가 들어왔다. 매니저도, 회사 차도 없이 혼자였다. 택시를 두 번 갈아탔다고 했다.문이 닫혔다.둘은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천장을 올려다볼 필요가 없었다. 스피커가 켜지길 기다릴 필요도, 복도 끝에서 변호사가 한 걸음 앞으로 나서는 걸 볼 필요도 없었다. 별장을 나온 뒤로 처음이었다. 적어도 이곳에서는, 누군가의 지시에 따라 움직이지 않아도 됐다.“들어와요.”윤서가 먼저 말했다. 목소리가 생각보다 작게 나왔다.도혁은 신발을 벗고 들어왔다. 그런데 소파로 가지 않았다. 모자를 벗어 현관 선반에 내려놓더니 방 안을 천천히 둘러봤다. 천장 모서리, 전등 덮개, 에어컨 송풍구, 책장 위.윤서는 그가 무엇을 하는지 알았다. 별장에서 방에 들어설 때마다 천장부터 살피던 눈이었다.“없어요.”“알아요.”도혁은 대답하면서도 거실을 한 바퀴 다 돈 뒤에야 돌아왔다.“미안해요. 버릇이 돼서.”윤서는 웃으려다 웃지 못했다. 자신도 그랬다. 새 거처에 들어온 첫날 밤, 불을 끄기 전에 천장부터 올려다봤다. 별장을 나온 지 한참이 지났는데도 두 사람은 아직 같은 곳을 살피고 있었다.그 사실 하나에 윤서는 버티던 무언가가 무너지는 걸 느꼈다.---식탁에 마주 앉았다. 윤서가 물 두 잔을 내려놓았다. 손이 조금 떨려서 물이 잔 가장자리에서 흔들렸다.도혁은 잔을 들지 않았다. 대신 그녀의 손을 봤다.“무슨 일 있었어요?”“경찰서에서…… 안 좋은 얘기를 들었어요.”윤서는 거기서 멈췄다. 그 뒤를 말할 수 없었다. 남편과 지내던 침실이 누군가의 화면에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는 이야기를, 하필 이 사람 앞에서는 꺼낼 수 없었다. 수치스러워서이기도 했고, 이 사람만큼은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86. 서랍 열쇠

    수사관은 투명한 증거 봉투를 태호 앞에 내려놓았다.봉투 안에는 열쇠 세 개가 링 하나에 끼워져 있었다. 가구 업체의 종이 태그가 매달려 있었고, 손글씨가 적혀 있었다.[신혼집 서재 책상]“어머님 서재에서 나온 열쇠입니다. 남태호 씨 서재 책상 열쇠가 맞습니까?”태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대답하기 전에 이미 알았다.잠긴 서랍. 억지로 연 흔적 하나 없던 열쇠 구멍. 그리고 어머니가 집에 머물던 그 시간에만 복도 CCTV에 나타났던, 후드를 깊이 눌러쓴 작은 사람.“남태호 씨.”“……맞는 것 같습니다.”“이 열쇠를 어머님이 갖고 계셨다는 건 알고 계셨습니까?”“몰랐습니다.”거짓말이 아니었다. 그런데 그 말을 하는 순간, 태호는 자신이 그동안 정말 많은 것을 몰랐다는 걸 깨달았다. 어머니가 무엇을 쥐고 있었는지. 어머니가 언제부터 그걸 쥐고 있었는지.수사관은 봉투를 다시 거둬 갔다. 그리고 서류철에서 사진 한 장을 꺼냈다. 태호의 집 서재를 현장 확인할 때 찍어 둔 책상 사진이었다. 맨 아래 서랍의 잠금장치가 확대돼 있었다. 봉투 속 열쇠와 같은 모델이었다.“서재 서랍에서 혹시 없어진 물건이 있습니까?”태호는 입을 열었다가 다물었다. 외장하드라고 말하는 순간, 그 안에 무엇이 있었는지도 말해야 했다.“……변호사와 상의하고 말씀드리겠습니다.”---본가 응접실의 불은 그날 밤에도 켜져 있었다.태호가 들어서자 최미연은 읽던 서류를 덮었다. 놀란 얼굴이 아니었다. 경찰이 아들을 부른 날이라는 걸 이미 아는 얼굴이었다.“열쇠 봤어.”태호는 소파에 앉지 않았다.“서재 책상 열쇠. 엄마 서랍 맨 안쪽에서 나왔다며.”최미연은 대답하지 않았다.“그날 엄마가 데려온 사람, 누구야. 복도에 찍힌 사람.”긴 침묵이 흘렀다. 주방 쪽에서 아무 소리도 나지 않았다. 가사도우미는 오늘 일찍 퇴근했다고 했다.“신혼집 가구, 내가 들였어.”최미연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목소리가 낮았다.“책상도. 예비 열쇠는 그때부터 나한테 있었어.”“그래서?”“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85. 두 개의 사건

    경찰서 삼층 회의실 화이트보드에는 사건 번호 두 개가 나란히 적혀 있었다.하나는 남태호의 배우자 폭행 사건. 다른 하나는 최미연의 별장 감금 및 강요 사건.“섞지 맙시다.”팀장이 마커 뚜껑을 닫으며 말했다.“피해자가 같고 가해자가 모자지간이라 자꾸 한 덩어리로 보이는데, 두 사건은 증거도 다르고 법리도 다릅니다. 폭행은 진단서, 신고 기록, 피해자 진술. 감금은 관리인 진술, 출입 기록, 원본 영상, 녹음 파일. 서로 끌어다 쓰지 말고 따로 쌓으세요.”“편집본 유포는요?”“그건 별건으로 이미 분리됐고.”팀장이 화이트보드 구석에 작은 글씨를 하나 더 적었다.[남태호 자택 카메라 — 설치·관리 경위 / 침실 영상 유출 여부]“그리고 이거. 이게 제일 조심해야 하는 사건입니다.”---윤서는 그날 오후 두 번의 진술을 했다.첫 번째는 폭행 사건이었다. 담당 수사관은 결혼 이후의 날짜를 하나씩 확인했다. 처음 손이 올라온 날, 술이 있던 날과 없던 날, 그리고 마지막 밤.“집을 나오던 그날 밤에는 술 냄새가 나지 않았다고 하셨죠.”수사관이 진술서의 날짜를 짚으며 물었다.“네. 그래서 더 무서웠어요. 그 전까지는 술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속일 수 있었거든요.”두 번째는 감금 사건이었다. 담당 수사관이 바뀌었고, 질문도 바뀌었다. 윤서는 이번에도 날짜와 시각부터 말했다. 별장에 들어간 시각, 문이 잠긴 소리, 스피커에서 처음 들린 문장.두 진술 사이에 수사관이 물었다.“두 사건을 이렇게 나눠서 말씀하시는 게 힘들지 않으십니까. 결국 같은 집안 일인데요.”“같은 집안 일이니까 나눠야죠.”윤서는 물컵을 내려놓았다.“남편이 때린 건 남편의 일이에요. 시어머니가 가둔 건 시어머니의 일이고요. 둘을 섞으면 그 사람들은 서로를 핑계로 빠져나갈 거예요. 엄마가 시켜서, 아들이 그래서. 저는 그 핑계를 하나도 남겨 두고 싶지 않아요.”수사관은 그 말을 받아 적지 않았다. 대신 고개를 한 번 끄덕였다. 같은 가족의 두 사람을 동시에 고소한 피해자들

  • 시어머니가 붙여준 도련님과 불륜 중입니다   84. 최미연의 실수

    태호가 본가 현관에 들어선 건 밤 아홉 시가 넘어서였다.오는 길 내내 낮에 받은 답변서의 마지막 줄이 머리에서 떠나지 않았다.협상할 의사가 없다. 윤서는 이제 자신과 말을 섞을 생각조차 없었다.그리고 어머니는 경찰에게 아들의 이름을 내밀었다. 양쪽에서 문이 닫히고 있었다.외투 안주머니에는 출석 요구서가 접혀 있었다.바지 주머니에는 그 USB가 들어 있었다. 변호사는 출석할 때 반드시 가져오라고 했다.태호는 가져가기 전에 한 번은 어머니 얼굴을 봐야겠다고 생각했다.응접실에 불이 켜져 있었다. 최미연은 혼자 앉아 있었다.며칠 사이 얼굴이 눈에 띄게 야위어 있었다. 그래도 화장은 지우지 않았고, 등은 꼿꼿했다.압수수색이 지나간 뒤로 서재 문은 늘 닫혀 있다고 가사도우미가 말했다.“연락도 없이.”“연락하면 받았어?”태호는 출석 요구서를 꺼내 테이블 위에 던졌다. 최미연은 그것을 집어 들지도 않았다.“봤어. 변호사한테 들었다.”“편집본 소지자래. 내가.”“네가 갖고 있는 건 사실이잖니.”“엄마가 준 거잖아!”태호의 목소리가 응접실을 울렸다. 주방 쪽에서 무언가 달그락거리다 멈췄다.“경찰한테 서면으로 냈다며. 편집본은 아들한테 줬다고. 그건 쓰면서 엄마가 만들었다는 얘기는 왜 빼먹었어?”“내가 만들었다고 누가 그래.”“작업 파일이 엄마 서랍에서 나왔대. 원본이랑 같이. 내 변호사가 다 들었어.”최미연의 손가락이 찻잔 손잡이에서 멈췄다.“그거랑 네가 무슨 상관이니. 넌 받기만 했잖아. 그대로 말하면 돼.”“그대로 말하면 엄마가 다 걸리는데?”“그러니까 넌 받았다는 것만 말해. 나머지는 내가 알아서 해. 엄마가 지금까지 너 하나 못 지킨 적 있니?”태호는 대답하지 않았다. 지켜 준다던 어머니의 손에서 나온 USB가 지금 자신을 피의자 자리 바로 앞까지 끌고 와 있었다.태호가 소파 맞은편에 털썩 앉았다. 주머니 속 USB의 모서리가 허벅지를 눌렀다.“그거 말고. 하나만 묻자.”최미연이 처음으로 아들을 똑바로 봤다.“왜 하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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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태호 측의 제안서는 월요일 아침에 도착했다.변호사가 서류를 테이블 위에 펼쳤다. 두 장짜리였다. 첫 장은 정중한 인사말로 시작했고, 둘째 장에 조건이 적혀 있었다.[원고가 이혼 소송을 취하할 경우, 피고는 당분간의 별거를 인정하고 별거 기간의 생활비를 부담한다. 또한 양측은 별장 관련 영상 및 사생활에 관한 모든 자료를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 이와 함께 원고는 폭행 사건에 관하여 처벌불원 의사를 밝혀 주기 바란다.]윤서는 끝까지 읽은 뒤 서류를 내려놓았다.“별거를 인정해 준다고요.”“네. 표현은 그렇습니다.”“제가 이미 나와 사는데요.”변호사가 쓴웃음을 지었다.“결국 핵심은 마지막 줄입니다. 처벌불원서요. 소송을 멈추고, 폭행 사건에서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서류를 써 주면 이혼은 하지 않고 떨어져 살게 해 주겠다는 겁니다.”“왜 하필 지금이죠?”“남태호 씨가 편집본 소지자로 출석 요구를 받았습니다. 편집본이 조작이라는 게 원본으로 확인됐고요. 답변서에 썼던 주장, 상무님이 먼저 결혼을 망쳤다는 주장이 통째로 무너졌습니다. 지금이 그쪽이 가장 불리한 때예요.”윤서는 창밖을 봤다. 코 위의 보호대는 떼었지만 아침마다 거울을 보면 아직 그 자리에 옅은 멍이 남아 있었다.결혼은 유지하고, 남편이 때린 일은 없던 일로 하고, 별장의 일은 서로 덮자.달라진 건 문장뿐이었다. 시어머니가 카페에서 했던 말과 같은 구조였다. 이혼하지 않으면 묻어 주겠다는 말.“한 번은 이런 제안을 받을 줄 알았어요.”윤서가 말했다.“그런데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네요. 그쪽이 그만큼 급하다는 뜻이겠죠.”“답은 어떻게 하시겠습니까.”“서면으로 할게요. 받아 적어 주세요.”변호사가 노트북을 열었다. 윤서는 천천히, 한 문장씩 불렀다.“원고는 피고의 제안을 받아들이지 않는다. 원고는 혼인 관계를 유지할 의사가 없다. 이혼 소송과 폭행 및 감금 관련 형사 사건은 각각의 절차에 따라 계속 진행한다. 원고는 처벌불원서를 작성하지 않는다.”잠시 말을 멈췄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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