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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4화

Author: 진정
따져 묻는 강도혁의 전화를 끊고 난 뒤 임윤지가 침대에 누워 에어컨 바람을 쐬며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백나희를 응시했다.

“지금 이 모습을 내가 사진 찍어서 강도혁한테 보낼까 봐 두렵지도 않아?”

백나희는 전혀 신경 쓰지 않는 듯했다.

“보내고 싶으면 보내. 도혁 오빠가 안들 뭐 어쩌겠어? 오히려 내가 귀엽다고, 인생을 즐길 줄 안다고 칭찬할걸? 너처럼 하루 종일 죽상 쓰고 있는 여자를 보면 오빠가 얼마나 지겹겠어.”

임윤지가 실소를 터뜨렸다.

“너처럼 당당한 내연녀는 또 처음 봐. 백나희, 죽어도 남의 가정은 깨지 않겠다면서 큰소리쳤던 거 벌써 잊었어?”

백나희의 얼굴이 붉으락푸르락해졌다. 수치심과 분노가 밀려와 임윤지에게 따지려고 다가가다가 돌연 그녀와 1m 떨어진 거리에서 멈춰 섰다.

그러고는 침대 머리맡에 있던 호흡기를 빼서 임윤지의 손에 억지로 쥐여주었다.

“사랑받지 못하는 쪽이야말로 내연녀야. 도혁 오빠가 날 믿을지, 널 믿을지 한번 볼까?”

백나희가 임윤지의 발치에 무릎을 털썩 꿇고 머리를 조아렸다.

“언니, 제발 호흡기 돌려줘. 숨을 못 쉬겠어.”

임윤지가 멍하니 서 있던 그때 누군가 병실 문을 걷어찼다.

강도혁이 달려 들어와 백나희를 번쩍 안아 올리더니 임윤지가 들고 있던 호흡기를 빼앗아 백나희에게 씌웠다.

“나희야, 괜찮아?”

백나희가 강도혁의 품에 힘없이 기댄 채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언니한테 뭐라 하지 마. 언니도 내가 아저씨 심장을 가로챘다는 생각에 잠깐 이성을 잃어서 그런 걸 거야...”

강도혁의 눈빛이 싸늘하게 가라앉았다.

“왜 이렇게 착해 빠진 거야? 그러니까 저런 악독한 인간한테 괴롭힘당하지.”

그의 시선이 임윤지에게 향했다. 두 눈에 일말의 애정도, 온기도 남아 있지 않았다.

“나희한테 심장 이식을 해주기로 결정한 건 나야. 화풀이하고 싶으면 나한테 해. 이러면 나희가 죽을 수도 있다는 걸 몰라?”

임윤지가 흔들림 없는 표정으로 벽 모서리에 달린 CCTV를 가리켰다.

“내가 그런 거 아니야. 못 믿겠으면 CCTV 확인해 봐. 그리고...”

그러고는 잠시 말을 멈췄다가 이어 말했다.

“호흡기 잠깐 뗀 거로 죽지 않아. 잊었어? 우리 아빠 연명 장치가 10분이나 꺼져 있었다는 거?”

강도혁의 두 눈에 살기가 스쳤다.

“확인하면 되지. 언제까지 이렇게 당당할지 두고 보자고.”

그가 자리에서 일어나려 하자 백나희가 그를 잡고 맥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확인하지 마. 절망에 빠져서 고통스러워하는 나의 모습을 오빠한테 보여주기 싫어. 오빠가 속상해하는 거 싫단 말이야. 언니도 일부러 그런 게 아닐 거니까 한 번만 더 기회를 줘.”

말을 마친 백나희가 기침을 심하게 쏟아내자 강도혁은 가슴이 찢어질 것만 같았다.

“알았어. 확인 안 할게. 하지만 네가 억울한 일을 당하게 그냥 둘 수 없어.”

강도혁의 말투에 위압감이 서려 있었다.

“나희가 너한테 무릎 꿇고 빈 만큼 너도 똑같이 무릎 꿇고 빌어.”

임윤지가 믿을 수 없다는 듯 눈을 크게 떴다.

“강도혁, 내가 하지도 않은 일은 절대 인정 안 해. 무릎은 더더욱 꿇을 리가 없고. 또 비겁하게 우리 아빠 목숨으로 협박하려는 건 아니겠지?”

강도혁이 성큼성큼 다가오자 거대한 그림자가 임윤지를 완전히 덮쳤다.

“내가 누군가한테 뭘 시킬 때 번거롭게 협박까지 해야 할까?”

문밖을 향해 손짓하자 대기하고 있던 건장한 체격의 경호원들이 우르르 들어왔다. 강도혁이 고개를 들고 말했다.

“머리를 조아리게 해. 내가 만족할 때까지. 병원 사람들 모두가 볼 수 있게 문도 열어놔. 우리 나희를 괴롭힌 대가가 무엇인지 똑똑히 알게 할 거야.”

강도혁의 명령이라면 경호원들은 무조건 따랐다.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경호원 둘이 양옆에서 임윤지를 잡았고 또 다른 경호원 한 명이 뒤에 섰다.

처음에는 임윤지도 온 힘을 다해 발버둥 쳤다. 머리카락이 다 흐트러졌고 눈물범벅이 되었다.

“강도혁, 너 꼭 후회하게 될 거야.”

강도혁이 구김 하나 없는 비싼 울코트 차림으로 임윤지를 내려다보았다.

“오늘 나희 대신 혼쭐 내지 않으면 후회할 것 같은데?”

소름 끼치도록 차가운 그의 눈빛을 마주하고서야 임윤지가 비로소 저항을 멈췄다.

경호원들이 그녀의 머리채를 잡고 차갑고 단단한 대리석 바닥으로 짓눌렀다.

쾅, 쾅, 쾅.

머리가 바닥에 부딪힐 때마다 이마가 찢어지는 듯한 통증이 밀려왔고 두개골이 으스러지는 것 같았다.

심상치 않은 소리에 복도를 지나가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멈춰 서서 병실 안을 들여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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