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hare

제7화

Author: 진정
병원으로 향하는 길, 강도혁의 눈빛이 갑자기 또렷해지더니 백나희의 조막만 한 얼굴을 어루만지며 속삭였다.

“어서 눈 떠. 안 그러면 늑대가 잡아먹을지도 몰라.”

백나희가 입을 삐죽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흥, 내가 진짜로 기절 안 해서 실망했어?”

강도혁이 귀여워 죽겠다는 듯 그녀의 코를 살짝 꼬집었다.

“요망한 여우 같은 것.”

백나희가 계속 입을 삐죽거렸다.

“왜 경찰한테 윤지 언니를 잡아가라고 했어? 진짜로 오빠한테 화내면 어떡하려고?”

그의 시선이 아래로 향했다.

“네가 크게 다치진 않았지만 윤지가 널 민 건 사실이잖아. 윤지는 고집이 너무 세. 며칠 갇혀 지내면 기 좀 꺾이겠지. 맨날 사람 비꼬는 걸 더는 들어줄 수가 없어.”

백나희가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난 또 강도혁이 내 수작을 눈치챈 줄.’

그러고는 그의 품에 안긴 채 애교를 부렸다.

“다치진 않았지만 마음이 너무 아팠단 말이야. 내 심장 좀 만져봐...”

눈치 빠른 운전기사가 뒷좌석의 가림막을 올렸다. 차 안이 이내 끈적한 열기로 가득 찼다.

...

임윤지가 유치장 차가운 바닥에 멍하니 주저앉아 임경수가 무사하기만을 간절히 기도하고 있었다.

그녀를 연행해 온 경찰이 백나희가 크게 다치지 않았으니 48시간 후에 나갈 수 있다고 했다.

하지만 그녀는 백나희를 너무 과소평가했고 너무 순진하게 생각했다.

깊은 밤, 무자비한 발길질에 정신이 번쩍 들고 나서야 백나희의 악독함을 뼈저리게 깨달았다.

백나희가 같은 유치장에 있었던 여죄수들을 매수했던 것이었다.

“죽지 않을 정도로만 두들겨 패줘요.”

쏟아지는 매타작 속에서 임윤지가 입술을 꽉 깨문 채 본능적으로 아랫배를 감싸 안았다. 그러나 그들이 그녀를 순순히 내버려 둘 리 만무했다.

덩치 큰 여죄수 하나가 그녀의 배를 자비 없이 걷어찼다. 임윤지가 신음을 내뱉더니 하혈하기 시작했다. 다리 사이로 뜨거운 피가 왈칵 쏟아졌다.

구급차에 실려 가는 와중에도 몸 안에서 무언가가 무참히 뜯겨 나가는 감각이 생생하게 느껴졌다.

눈물이 하염없이 흘러내렸다.

“아가야, 미안해. 엄마가 널 지키지 못했어.”

...

임윤지가 꼬박 12시간을 혼수상태로 누워 있었다. 눈을 뜨자마자 간호사가 건넨 첫마디가 경찰에 신고하겠냐는 질문이었다.

3일 밤낮으로 끔찍한 폭행을 당한 바람에 그녀의 몸이 시퍼런 멍과 상처투성이였다.

하지만 백나희는 지금 강도혁이 목숨처럼 아끼는 여자다. 강도혁이 이 사실을 안다 한들 뭐가 달라질까? 그저 형식적인 꾸짖음 몇 마디가 전부일 것이다.

임윤지가 말없이 고개를 가로저었다.

다행히 이민청에서 절차가 끝났다는 연락이 왔다. 내일이면 임경수와 함께 이곳을 떠날 수 있게 되었다.

쇠약해진 몸을 이끌고 퇴원 절차를 마친 임윤지가 임경수의 병실 문을 열었을 때 뜻밖에도 백나희가 안에 있었다.

“이 영감탱이는 왜 아직도 안 죽는 거야? 당신 딸년이 나한테 얻어터지고도 꼼짝 못 하는 건 알기나 해? 딸이나 아비나 하나같이 한심하긴.”

임윤지는 아랫배가 여전히 아팠다. 그간 쌓여온 육체적, 정신적 고통이 지금 이 순간 폭발하고 말았다.

그녀가 무방비 상태인 백나희에게 돌진해 전력을 다해 뺨을 내리쳤다.

“백나희, 천벌 받을까 두렵지도 않아?”

백나희가 볼을 감싸 쥐고 한없이 가련한 표정을 지었다.

“언니, 난 그저 언니랑 아저씨가 걱정돼서 그런 건데.”

바로 그때 강도혁이 병실 문 앞에 나타났다.

“임윤지, 대체 언제까지 미쳐 날뛸 작정이야? 유치장에 또 갇히고 싶어?”

그러더니 임윤지의 피부 곳곳에 든 시퍼런 멍 자국을 보고는 미간을 찌푸렸다.

“몸이 왜 그래? 다쳤어?”

백나희의 두 눈에 당혹감이 스치더니 황급히 강도혁을 끌어당겼다.

“아, 나 심장이 너무 아파.”

강도혁이 걱정스러운 얼굴로 다급히 그녀를 부축했다.

“내가 곁에 잠깐만 없어도 이 꼴을 당하다니. 이리 와. 널 괴롭히는 인간을 어떻게 다뤄야 하는지 가르쳐줄게.”

그가 손짓하자 덩치 큰 사내 두 명이 뛰어 들어와 임윤지의 양팔을 틀어쥐었다. 강도혁이 백나희의 손을 잡은 채 임윤지의 뺨을 사정없이 후려쳤다.

“봤지? 이렇게 때리는 거야.”

백나희가 겁먹은 척했다.

“난 못 해...”

강도혁이 다시 한번 임윤지의 뺨을 쳤다.

“내 여자라면 못 한다는 말을 해선 안 돼.”

그러고는 백나희를 임윤지의 앞으로 떠밀었다.

“때려. 때릴 줄 알 때까지.”

백나희가 눈을 끔벅이더니 이내 팔을 크게 휘둘러 임윤지의 두 볼을 번갈아 가며 내리치기 시작했다.

병실 안에 손바닥이 살에 닿는 끔찍한 따귀 소리가 울려 퍼졌다.

얼마나 때렸을까, 백나희의 손이 다 퉁퉁 부어올랐다. 그녀가 강도혁에게 달려가 발을 구르며 애교를 떨었다.

“내 손이 다 아파.”

안쓰러워진 강도혁이 간호사를 불러 얼음팩을 가져오게 하더니 직접 얼음찜질을 해주었다.

바닥에 엎어진 임윤지가 입가에 고인 피를 무심하게 닦아내고 고개를 들었다. 두 눈에 고인 절망감을 본 순간 강도혁이 저도 모르게 흠칫했다.

“이번 일은 여기까지.”

그가 몸을 돌려 나가려던 그때 임윤지가 그를 불러 세웠다.

“우리 아빠 퇴원할 거야. 병원비를 네가 결제해서 원무과에서 네 서명이 있어야 퇴원할 수 있대.”

강도혁이 코웃음을 쳤다.

“퇴원? 심장 이식 못 받으면 죽는다며? 입만 열면 거짓말이구나.”

임윤지가 비틀거리며 몸을 일으켰다. 강도혁이 그녀를 거들떠보지도 않고 서류에 서명했다.

“임윤지, 한 번만 더 미친 짓 해봐. 네 아빠 치료비 지원 그날로 끝이니까.”

들고 있던 서류 뭉치를 허공에 던지고는 백나희를 감싸 안고 유유히 사라졌다.

임윤지가 바닥에 무릎을 꿇은 채 흩어진 서류들을 한 장 한 장 주웠다. 그러다 이혼 합의서라고 적힌 글씨에 손가락이 닿자 저도 모르게 멈칫했다.

“전원 절차 완료되었습니다. 쾌차하시길 빕니다.”

임윤지가 휠체어에 탄 임경수와 함께 비행기에 올랐다. 마지막으로 무운시의 풍경을 눈에 담았다.

“안녕, 강도혁.”

“안녕, 7년을 기다려도 끝내 닿지 못한 마음이여.”

Continue to read this book for free
Scan code to download App

Latest chapter

  • 식어버린 심장을 버리고   제23화

    세미나 당일, 심한결이 거액을 들여 체격이 우람한 경호원들을 몇 명 고용해 임윤지를 밀착 경호하게 했다.경호원들에게 가로막힌 강도혁이 분통을 터뜨리며 발을 동동 굴렀다.비서가 세미나 입장권 한 장을 그에게 건넸다.“대표님, 입장권이 한 장뿐이라 저는 밖에서 대기하겠습니다.”돌아설 때 의미심장한 눈빛으로 강도혁을 보고는 낮게 말했다.“대표님, 알아서 잘하시길 바랄게요.”사회자의 열띤 소개와 함께 임윤지가 여유로운 미소를 지으며 단상에 올라 인사했다. 깔끔하게 틀어 올린 머리에 순백의 정장을 입어 우아하고 지적인 매력을 물씬 풍겼다.“안녕하세요, 임윤경입니다.”전 세계에서 모인 최정상급 심장 전문가들 앞에서도 임윤지는 조금도 주눅 들지 않았다. 그녀의 당당한 태도와 전문 분야에 대한 날카로운 통찰력이 장내 모든 이들의 찬사를 자아냈다.강도혁은 단 한순간도 임윤지에게서 눈을 떼지 못했다.5년이라는 시간 동안 임윤지는 과거의 열등감을 완벽하게 던지고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사회자가 심장을 공부하게 된 계기를 묻자 임윤지가 무대 아래의 강도혁을 힐끗 쳐다봤다.“저희 아빠 때문입니다. 아주 심각한 심부전을 앓으셨거든요. 5년 전에 심장 이식을 받을 기회가 있었지만 악의를 품은 누군가에 의해 그 기회를 무참히 빼앗기고 말았죠. 그 끔찍한 절망 속에서 인공 심장에 대해 알게 되었습니다.”강도혁이 의자 팔걸이를 꽉 쥔 바람에 팔뚝에 핏대가 솟았다. 그가 갑자기 단상 위로 뛰어 올라갔다.“윤지야, 그 건강한 심장 아직 병원에 보관되어 있어. 네가 돌아오기만을 기다렸다고. 지금 당장 병원에 연락해서 수술 준비하라고 할게.”장내의 모든 시선이 일제히 임윤지에게 쏠렸다. 그녀가 심호흡한 뒤 자리에서 일어났다.“여러분께 소개하죠. 이 남자가 바로 저의 전남편이자 5년 전 아빠에게 이식될 예정이었던 심장을 가로챈 장본인입니다. 이유가 뭔지 아세요? 내연녀가 가벼운 협심증을 앓고 있었기 때문입니다.”그 순간 장내가 발칵 뒤집혔다.“얼굴에 철판을 깔았나? 내

  • 식어버린 심장을 버리고   제22화

    임윤지와 안하영이 가볍게 술 몇 잔을 마셨다. 안하영은 강도혁이 또 나타나 귀찮게 굴까 봐 임윤지를 방까지 데려다주고 나서야 자리를 떴다.그녀가 막 샤워를 마치고 나왔을 때 심한결에게서 전화가 왔다.“아직도 안 잤어요?”임윤지가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으며 안하영과 술을 마시며 회포를 푼 이야기를 꺼냈다.“5년 만에 만났더니 수다가 끝이 없더라고요.”“술만 마셨어요? 출출하진 않고요?”임윤지가 홀쭉해진 배를 쓰다듬었다.“그러고 보니 진짜 배가 좀 고프긴 하네요.”바로 그때 딩동 하고 초인종이 울리자 임윤지가 의아한 표정으로 문을 열었다.“한결 씨? 여긴 어떻게 왔어요?”문밖에 심한결이 배달 음식을 들고 서 있었다.“어때요? 깜짝 놀랐죠?”임윤지가 한 상 가득 차려진 야식을 맛있게 먹으며 물었다.“여기까지 왜 왔는지 아직 대답하지 않았어요.”심한결이 그녀의 컵에 물을 따라줬다.“무운시에 친구들이 있거든요. 친구들 보러 왔어요.”그녀가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쳐다보았다.“정말요?”심한결이 그녀의 눈빛을 피하다가 이내 항복 선언을 했다.“난 참 거짓말에 소질이 없네요. 윤지 씨가 걱정돼서 왔어요. 아버님도 윤지 씨가 걱정된다고 그러셨고요. 멀리서 계속 걱정만 하느니 차라리 와서 옆에 있는 게 낫겠다 싶었어요.”임윤지는 더 이상 캐묻지 않았다.어쩌면 심한결이 딱 맞게 나타나 준 건지도 모른다. 그의 존재가 강도혁의 헛된 미련을 단념시킬 수 있을 테니까.심한결이 그녀의 눈앞에서 손을 흔들었다.“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요?”임윤지가 하던 생각을 거뒀다.“그럼 내일 나랑 같이 세미나에 가요. 심한결 선생님이 옆에 있으면 천군만마를 얻은 기분이 들 것 같아요.”한편 비서를 통해 어떤 낯선 남자가 임윤지의 호텔 방으로 들어갔다는 보고를 받은 강도혁은 화가 머리끝까지 치밀었다. 미친 듯이 차를 몰아 호텔로 달려갔다.“이 호텔 남은 객실 전부 다 예약할 테니까 당장 체크인 진행해요.”심한결이 로비로 내려와 강도혁의 곁을 스쳐 지나가던

  • 식어버린 심장을 버리고   제21화

    지하실의 육중한 문이 발길질에 쾅 하고 열리며 매캐한 먼지가 일었다.구석에 웅크리고 있던 앙상한 체구의 누군가가 소리를 듣고 천천히 고개를 돌렸다.오랫동안 햇빛을 보지 못해 기괴할 정도로 창백해진 피부, 매일 주어지는 찐빵 한 개와 물 한 컵이 전부였던 백나희는 이제 뼈밖에 남지 않았고 머리카락도 거의 다 빠져 있었다.그녀가 가느다란 팔로 바닥을 짚고 일어나 눈을 가늘게 떴다. 훤칠한 키의 강도혁이 빛을 등진 채 걸어왔다.그의 서늘한 얼굴을 본 순간 백나희가 두 눈을 파르르 떨더니 손과 발로 바닥을 짚은 채 그의 발밑으로 기어갔다.“대표님, 제발 저 좀 나가게 해주세요. 제발요!”강도혁이 주머니에 손을 넣고 오만하게 백나희를 내려다보았다.“백나희, 내가 왜 아직 네 목숨을 붙여두고 있는지 알아?”그가 비좁은 지하실 안을 천천히 거닐었다.“널 윤지 앞에 끌고 가서 사과하게 해야 하니까. 네가 내 아이를 죽였어. 내 결혼을 망쳐놨다고! 그러니 절대 쉽게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 거야. 목숨만 간신히 붙여놓고 죽지 못해 사는 게 무엇인지 똑똑히 알게 해주겠어.”백나희가 시멘트 바닥에 널브러졌다. 숨을 쉴 때마다 가래가 끓는 소리가 났다.“강도혁, 진짜 나 때문에 너랑 임윤지 사이가 깨졌다고 생각해?”벽에 기대어 겨우 몸을 일으키다가 먼지를 들이마신 바람에 격렬하게 기침했다. 한참 뒤 천천히 입을 열었다.“너랑 임윤지의 사랑을 죽인 진짜 살인마는 바로 너야. 네가 계속 날 오냐오냐하니까 임윤지가 마음이 식어버린 거라고. 그런데 이제 와서 모든 책임을 나한테 뒤집어씌워?”화가 난 강도혁이 백나희의 갈비뼈를 세게 걷어찼다. 뼈가 부러지는 둔탁한 소리가 우두둑 울렸다.그가 허리를 굽혀 그녀의 목을 움켜쥐었다.“백나희, 내가 널 오냐오냐한 건 맞아. 하지만 내가 언제 사람을 시켜서 윤지를 두들겨 패라고 했어?”그들에게도 아이가 있었다. 하지만 결국 잃고 말았다. 이건 강도혁의 가슴속에 영원히 아물지 않는 상처였다.임윤지의 그 절망적인 눈빛이 꿈

  • 식어버린 심장을 버리고   제20화

    “대표님, 찾았습니다.”비서가 무운시 의료 포털 사이트에 올라온 기사 하나를 내밀었다.[국제 심장병 학술 세미나에 참석하려면 무운시로.]강도혁이 초청자 명단을 꼼꼼히 훑었지만 임윤지의 이름이 그 어디에도 없었다.“사모님께서 신분을 지우고 떠나셨으니 이름을 바꾸신 게 아닐까요?”아니나 다를까 명단에 임윤지와 느낌이 비슷한 이름 하나가 있었다.[임윤경.]“당장 이 임윤경이라는 사람에 대해 조사해. 이 사람이 윤지일 확률이 높아.”비서의 일 처리가 아주 신속했다. 전화 몇 통을 돌린 끝에 ‘임윤경’이 묵고 있는 호텔을 알아냈다.1초도 지체하고 싶지 않았던 강도혁이 즉시 차를 돌려 호텔로 향했다.하지만 호텔 프런트 직원 역시 공항 직원과 마찬가지로 개인정보 보호를 이유로 임윤경에 대한 어떠한 정보도 알려주려 하지 않았다.비서가 말리지 않았더라면 강도혁이 호텔을 다 때려 부쉈을 것이다.“대표님, 차라리 가장 무식한 방법이 낫겠어요. 여기서 기다리시죠.”그렇게 강도혁과 비서가 호텔 로비에서 자리를 잡고 앉았다.임윤지는 방에서 간단히 씻은 뒤 호텔 근처의 작은 선술집에서 안하영과 가볍게 한잔할 생각으로 내려왔다.엘리베이터에서 내리자마자 로비 소파에 앉아 있는 강도혁을 한눈에 발견했다.시선이 마주친 순간 심장이 철렁 내려앉았다.필사적으로 태연한 척하며 밖으로 걸음을 옮기던 그때 강도혁이 다가와 그녀를 잡았다.“윤지야.”임윤지가 차가운 눈초리로 그를 위아래로 훑어보았다.“죄송한데 사람 잘못 보셨어요.”강도혁의 눈시울이 붉어졌다.“윤지야, 나한테 화내는 건 다 참을 수 있어. 하지만 모른 척만은 하지 마.”임윤지가 그의 손을 거칠게 뿌리쳤다.“제 이름은 임윤경입니다. 그쪽이 말하는 윤지가 아니니 자중하세요. 한 번만 더 이러면 당장 경찰 부를 겁니다.”강도혁이 믿을 수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쳐다보았다.“윤지야... 내가 널 얼마나 사랑하는데 어떻게 날 모른다고 할 수 있어?”그녀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터뜨렸다.“강도혁,

  • 식어버린 심장을 버리고   제19화

    호텔로 향하는 차 안, 안하영이 몰라보게 달라진 임윤지를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다.“5년 만에 만났는데 심장내과 쪽 전문가가 되었을 줄이야.”임윤지가 여유롭게 미소를 지었다.“사실 나도 신기해. 한결 씨 말처럼 정말 이쪽으로 타고난 소질이 있었나 봐.”안하영이 중요한 이름을 놓치지 않았다.“한결? 남자친구야?”그러자 임윤지가 짐짓 때리는 시늉을 했다.“아니야. 그냥 친한 친구야.”안하영이 한숨을 내쉬었다.“5년 전에 나한테 떠나니까 찾지 말라는 메시지 하나 달랑 남겼을 때 내가 얼마나 놀랐는지 알아? 바로 전화했는데 이미 없는 번호라고 나오더라.”임윤지의 얼굴에 미안한 기색이 역력했다.“바로 연락 못 해서 미안해. 나도 겁이 났거든... 그 사람 뭐든 해낼 수 있는 사람이라서.”안하영이 고개를 갸웃하며 웃었다.“미안하긴. 네가 떠났을 때 강도혁이 맨날 우리 회사 밑에 와서 날 귀찮게 굴었었어.”과거 임윤지가 강도혁과 만난다고 했을 때부터 안하영이 극구 반대했었다.“윤지야, 강도혁 같은 재벌은 죄다 바람둥이야. 그 자식 고백 받아주기만 해봐. 너랑 바로 절교할 거야.”하지만 결국 임윤지는 강도혁의 여자친구가 되었고 그 때문에 안하영이 그녀의 연락처를 차단하기까지 했었다.그러다 두 사람의 결혼식 당일, 웨딩드레스를 입고 초조하게 안하영을 기다리던 임윤지의 앞에 안하영이 나타났다. 임윤지가 가장 좋아하는 꽃을 한아름 안고서.임윤지가 사라진 뒤 강도혁은 두 사람이 무조건 연락을 주고받을 거라 확신했다. 하여 핼쑥해진 얼굴로 끈질기게 매달렸다.“제발 윤지 소식 좀 알려줘. 너무 보고 싶어.”강도혁에게 시달리다 못해 짜증이 난 안하영이 쏘아붙였다.“이미 새 여자도 만났다면서 굳이 왜 찾는 건데?”그가 핏발이 선 두 눈으로 쳐다보며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새 여자 없어.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오직 윤지...”안하영이 코웃음을 치며 그의 말을 가로챘다.“가식 떨지 마, 강도혁.”“한때는 부잣집 도련님들 중에서 그나마 멀쩡한 인

  • 식어버린 심장을 버리고   제18화

    5년 후 무운 공항.비서가 이마에 땀을 뻘뻘 흘리며 강도혁의 뒤를 따라갔다.“대표님, 클라이언트가 이미 떠났다고 합니다. 우린...”강도혁이 끓어오르는 화를 참지 못하고 발걸음을 멈췄다.“클라이언트 담당 부서는 대체 일을 어떻게 처리하는 거야? 어떻게 이런 어처구니없는 실수를 할 수 있어?”비서가 땀을 닦았다.“의료 산업은 우리 주력 분야도 아니고 이런 문제가 생긴 게 한두 번도 아니지 않습니까.”그가 다시 한번 조심스레 제안했다.“이쯤에서 의료 쪽 사업을 접으시는 게...”강도혁이 짜증을 내며 비서의 말을 가로챘다.“의료 사업에 뛰어든 건 후회 안 해. 이건 윤지랑 나를 이어주는 유일한 끈이야. 이를 악물고서라도 끝까지 밀고 나갈 거라고.”비서가 한숨을 내쉬었다.“알겠습니다. 최대한 빨리 클라이언트와 연락하도록 할게요.”같은 시각 임윤지가 단정한 오피스룩 차림에 굵은 웨이브가 들어간 긴 머리를 허리춤까지 자연스레 늘어뜨린 채 서 있었다.선글라스를 벗으며 마중 나온 친구에게 반갑게 손을 흔들었다.“하영아, 5년 만이네. 정말 보고 싶었어.”안하영은 임윤지가 무운시에 있을 때 가장 친했던 친구였다.두 사람이 끌어안던 그때 임윤지의 귓가에 누군가 그녀의 이름을 부르는 소리가 스쳤다.임윤지가 무의식적으로 소리가 난 쪽을 돌아보았다. 훤칠한 키의 남자가 기둥 뒤에 서 있었는데 왠지 모를 익숙함이 느껴졌다.“임윤지, 뭘 그렇게 멍하니 봐?”그녀가 정신을 차리고 시선을 거두었다.“아무것도 아니야. 가자.”시끌벅적한 공항 안에서 ‘임윤지’라는 외침이 그 누구의 주의도 끌지 못했다. 하지만 기적처럼 강도혁의 귓가에 정확히 꽂혔다.인파가 쏟아져 나오는 곳으로 황급히 고개를 돌린 강도혁의 시선이 어느 한 익숙한 뒷모습에 고정되었다.그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리더니 그 사람을 향해 미친 듯이 달려갔다.“윤지야!”그런데 유학을 떠나는 학생 무리가 쏟아져 나오며 강도혁의 앞을 가로막았다.다급해진 그가 그 뒷모습을 향해 다시 한번 목이 터

More Chapters
Explore and read good novels for free
Free access to a vast number of good novels on GoodNovel app. Download the books you like and read anywhere & anytime.
Read books for free on the app
SCAN CODE TO READ ON APP
DMCA.com Protection Statu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