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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6화

Author: 태평성대
조혜성은 금액을 정확히 확인하기 위해 자연스럽게 강채원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대화창이 선명하게 보였다. 가장 최근에 수백만 원에 달하는 돈이 들어온 기록이 버젓이 남아 있었다.

조혜성의 눈동자가 급격히 흔들렸다.

강채원의 집안 형편이 평범하다 못해 가난한 정도라는 걸 그녀는 알고 있었다. 학기 초만 해도 색이 바랠 대로 바랜 옷을 입고 다녔다. 누가 봐도 가난한 집안 출신이었다.

생활비조차 조금씩 직접 벌어야 하는 그녀가 어떻게 아무 이유 없이 이렇게 많은 돈을 받을 수 있겠는가?

‘혹시 몸을 팔아서 돈을 번 거 아니야?’

조혜성의 시선이 강채원의 얼굴에 머물렀다.

옷차림은 수수했지만 피부가 희고 얼굴이 청순해서 남자들이 좋아하는 스타일이었다.

몸을 판 것 말고는 이렇게 큰돈을 받을 리가 없었다.

조혜성이 코웃음을 치더니 두 눈에 질투심이 스쳤다.

강채원의 휴대폰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다가 그녀가 고개를 숙여 화면을 끄는 순간 다른 손으로 재빨리 촬영 버튼을 눌러 송금 내역이 담긴 대화창을 몰래 찍었다.

모든 동작이 물 흐르듯 자연스러웠다.

사진이 성공적으로 저장된 그때 조혜성의 입가에 음산한 미소가 번졌다.

‘어디서 순진한 척, 깨끗한 척이야? 매일 아침 일찍 나갔다가 늦게 돌아오고 수수한 롱 원피스 차림으로 세상 물정 하나 모르는 얼굴을 하고 다니더니 뒤에서는 결국 돈 많은 남자한테 빌붙어 쉽게 돈을 벌고 있었던 거잖아.’

조혜성이 휴대폰을 집어넣었다. 속으로는 이미 계획을 다 세웠다.

반드시 학교 사람들 모두가 보는 앞에서 강채원의 가면을 철저하게 벗겨 버릴 것이다.

‘강채원이 순진하다고? 글쎄, 과연 그럴까?’

그녀의 입꼬리가 씩 올라갔다.

종이 울리자 학생들은 시험지를 제출한 뒤 책을 정리했다.

강채원이 살짝 뻐근해진 손목을 주물렀다가 책을 챙겨 기숙사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옆에 있던 조혜성은 진작 짐을 다 챙기고 강채원보다 한 발 앞서 강의실을 나갔다.

강의실 밖으로 나오자마자 조혜성은 곧장 앨범을 열어 방금 몰래 찍은 사진을 확인했다.

송금 금액이 휴대폰 화면에 선명하게 드러나 있었다. 상대방의 프로필 사진이 극도로 심플했고 아이디마저 짧았다. 곳곳에 비밀스러운 분위기가 풍겼다.

보면 볼수록 떳떳하지 못한 거래 같았다.

조혜성이 코웃음을 치더니 곧장 학과 단체 채팅방을 열었다.

[얘들아, 강채원 있잖아. 방금 보니까 엄청난 거액을 송금받았더라. 아무래도 누군가한테 스폰받고 있는 것 같아.]

[믿든 안 믿든 캡처한 사진 여기 있으니까 잘 봐. 한 번에 수백만 원씩 몇 번이나 받았어. 평범한 과외로 이렇게 많은 돈을 번다는 게 말이 돼?]

캡처 사진이 올라오자 단체 채팅방이 순식간에 발칵 뒤집혔다.

불과 수십 초 만에 조용하던 학과 단체 채팅방에 구경거리를 발견한 사람들의 메시지가 쏟아졌다.

[이거 강채원 맞지? 강채원이 뒤에서 이런 짓을 하고 있었다고?]

누군가는 경악했고 누군가는 비아냥거렸다.

[아직도 못 믿겠어? 오히려 청순하게 생긴 애들이 이런 더러운 짓을 더 잘한다니까. 과외를 한다고? 과외 한 번에 수백만 원씩 벌 수 있을 리가 없잖아.]

채팅방에 비아냥거리는 목소리가 점점 더 커졌다.

[침대 위에서 가르쳤나 보지. 어떤 의미에서는 그것도 과외라고 할 수 있잖아. 누가 강채원한테 물어봐 줘. 그런 과외 아직도 받냐고.]

역겨운 메시지들이 채팅방을 뒤덮었다. 그들의 대화를 지켜보던 조혜성은 속이 다 후련해지는 기분이었다.

그녀가 원하는 게 바로 이것이었다. 강채원의 순진하고 얌전한 가면을 완전히 벗겨버리는 것.

대체 왜 강채원은 가진 것도 하나 없으면서 늘 세속에 물들지 않은 사람처럼 굴 수 있는 걸까?

왜 선생님들은 그녀를 편애하고 친구들은 그녀를 좋게 보는 걸까? 뒤에서는 이런 더러운 짓이나 하고 있는데.

조혜성이 죽어라 애쓰며 남들과 비교하고 경쟁해야 얻을 수 있는 것들을 강채원은 어떻게 아무렇지도 않게 손에 넣는 걸까?

악의적인 소문이 걷잡을 수 없이 퍼져 나갔다. 학과 단체 채팅방에서 시작된 소문은 순식간에 전교 단체 채팅방으로 번졌다.

캡처 사진이 몇 번이고 공유되고 저장되면서 조롱의 대상이 되었다. 사람들은 진실을 알아보려는 노력조차 하지 않은 채 강채원이 부적절한 관계로 돈을 벌고 있다고 단정했다.

불과 몇 분 만에 강채원의 이름이 학교 전체에 퍼졌다.

하지만 강채원은 온라인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전혀 몰랐다.

시험을 마친 뒤 책을 품에 안고 기숙사로 돌아왔다. 그러다가 문을 연 순간 기숙사 안의 분위기가 이상하다는 걸 알아챘다.

고개를 숙인 채 밥을 먹고 있던 룸메이트들이 문이 열리는 소리를 듣자마자 일제히 고개를 돌렸다.

문 앞에 서 있는 사람이 강채원이라는 걸 보고는 표정이 의미심장하게 바뀌었다.

강채원이 발걸음을 멈췄다가 이내 문을 밀고 들어가 그녀의 침대로 향했다.

“강채원, 너 과외 알바 한다며?”

책을 책상 위에 내려놓자마자 뒤에서 룸메이트의 질문이 들려왔다.

강채원이 고개를 돌렸다.

“응. 전에도 너희한테 말했잖아.”

그 말에 룸메이트들이 서로 눈빛을 주고받더니 대놓고 비웃었다.

강채원은 그 자리에 선 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룸메이트들이 왜 이러는지 정확히 알 수는 없었지만 그녀를 향한 악의만큼은 분명하게 느껴졌다.

“왜 웃어?”

강채원의 얼굴도 차갑게 굳었다.

평소 그녀는 기숙사에서 말이 많은 편이 아니었고 존재감도 그리 강하지 않았다. 그래도 지금까지 룸메이트들과는 그런대로 잘 지내 왔다.

이렇게 노골적인 악의를 마주한 건 처음이었다.

그녀의 질문에 비웃음소리가 더 커졌다.

조혜성도 기숙사에 있었다. 강채원의 말을 듣고 침대에서 느긋하게 걸어 나오더니 조롱 섞인 얼굴로 강채원을 똑바로 응시했다.

“아직도 시치미를 떼네, 강채원.”

강채원이 입술을 깨물었다.

“내가 뭘 시치미를 뗐다는 건데?”

조혜성이 경멸스럽게 쳐다보며 코웃음을 쳤다.

“그건 네가 제일 잘 알겠지. 난 너랑 이런 걸 따지고 싶지도 않아. 우리 몰래 더러운 짓을 하고 다니면서 무슨 낯짝으로 기숙사에 들어와? 우리한테 병이라도 옮기면 어쩌려고? 진짜 역겨워.”

그 말이 떨어지기 무섭게 기숙사 안에 무거운 침묵이 내려앉았다. 나머지 룸메이트들은 서로 눈치만 볼 뿐 아무도 입을 열지 않았다.

강채원의 얼굴이 완전히 굳어버렸다.

조혜성이 무슨 말을 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녀는 떳떳하게 과외를 하고 있었고 정당한 노동으로 깨끗한 돈을 벌고 있었다. 그런데 어째서 그 일이 조혜성의 입을 통한 뒤에는 더러운 짓이 돼버린 걸까?

“조혜성,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야? 똑바로 말해.”

조혜성이 피식 웃었다.

“똑바로 말하라고? 뭘 더 어떻게 설명해? 네가 뒤에서 무슨 짓을 했는지 네가 제일 잘 알잖아.”

“정말 알고 싶으면 단체 채팅방에 들어가서 확인해 봐. 메신저 앱도 들어가 보고. 너한테서 과외를 받고 싶다는 사람들이 벌써 널 추가했을지도 몰라.”

그녀는 일부러 ‘과외’라는 단어를 강조했다. 노골적인 암시가 담긴 말에 옆에 있던 룸메이트들도 무슨 뜻인지 바로 알아차리고 웃음을 터뜨렸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은 강채원은 황급히 휴대폰을 꺼내 학과 단체 채팅방을 열었다.

위로 스크롤하자마자 차마 눈 뜨고 보기 힘든 글과 누군가 몰래 찍은 송금 내역 캡처가 눈에 들어왔다.

메시지 하나하나가 가느다란 바늘이 되어 그녀의 눈을 사정없이 찔렀다.

메신저 앱에 들어가 보니 정말 조혜성의 말대로 친구 추가 요청이 여러 개 와 있었다.

인증 메시지에 적힌 내용 역시 저속하기 짝이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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