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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7화

Author: 태평성대
강채원의 얼굴이 조금씩 싸늘하게 식더니 고개를 들어 조혜성을 보면서 또박또박 물었다.

“네가 찍었어?”

평소 조용하고 여린 모습만 보이던 강채원이 갑자기 차갑게 굳은 표정으로 단호하게 묻자 기숙사 안을 가득 채우던 웃음소리가 서서히 잦아들었다.

강채원의 시선에 조혜성은 순간 움찔했지만 여전히 기세를 꺾지 않은 채 턱을 치켜들고 발뺌했다.

“내가 찍긴 뭘 찍어? 아무나 다 볼 수 있는 캡처잖아. 누군가 우연히 찍은 거겠지. 나랑은 아무 상관 없어. 강채원, 그런 사소한 일에 매달릴 시간에 네가 뒤에서 무슨 떳떳하지 못한 짓을 했는지나 잘 생각해 봐.”

조혜성에게 그녀의 소행임을 인정하게 만드는 건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였다. 증거가 없는 이상 그녀가 순순히 인정할 리가 없었다.

문제는 송금 내역을 찍은 사람이 조혜성이라는 증거를 찾아내는 것도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분노가 치밀어 오른 강채원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조혜성을 노려봤다.

“이거 명예훼손인 거 알아?”

조혜성이 팔짱을 낀 채 침대에 기대어 서서 대수롭지 않게 웃었다.

“왜? 내가 헛소문을 퍼뜨리기라도 했어? 증거 있어? 아니면 이게 헛소문이라는 걸 네가 증명할 수 있어?”

“내가 보기엔 사실 같은데? 너 우리 몰래 더러운 짓을 하고 다니잖아. 과외는 무슨 과외. 그냥 남자랑 자는 거겠지.”

강채원의 얼굴이 분노로 새하얗게 질렸다.

한편, 학교에 퍼진 소문이 박도현의 귀에도 들어갔다.

박도현의 비서 지시언이 학교에서 벌어진 일을 보고하는 사이 박도현의 얼굴이 점점 더 어두워졌다.

“대표님, 이 일이 이미 학교 내 여러 단체 채팅방에 퍼졌어요. 전교 단체방이든 학과 단체방이든 송금 내역이 담긴 대화 기록 사진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어요.”

지시언이 박도현의 차갑게 굳어 가는 얼굴을 살피면서 조심스럽게 말을 이었다.

“지금 사정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학생들까지 덩달아 조롱하고 있고 강채원 씨에게도 온갖 괴롭힘 메시지가 쏟아지고 있어요. 대표님, 제가 조사해 볼까요?”

박도현의 얼굴이 완전히 얼어붙었다.

조금 전까지만 해도 차분했던 눈매에 순식간에 서늘한 기운이 감돌더니 이내 차갑게 입을 열었다.

“그 대화 기록을 누가 단체 채팅방에 퍼뜨렸는지, 그리고 덩달아 조롱한 사람들도 한 명도 빠짐없이 조사해.”

“전공이 뭔지 알아내고 증거도 전부 확보해. 그다음에 학교와 담당 교수에게 연락하고 그 학생들 부모에게도 알려. 누구 하나도 그냥 넘어가선 안 돼. 알겠어?”

지시언의 두 눈에 뜻밖이라는 기색이 스쳤다.

이렇게 처리하려면 상당한 인력과 시간이 필요했다.

평소 박도현의 성격대로라면 소문을 처음 퍼뜨린 사람만 처리하고 끝냈을 터. 그런데 이번에는 아무 생각 없이 남을 따라 조롱한 사람들까지 모두 책임을 묻겠다고 했다.

그만큼 마음을 단단히 먹었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그 잔혹한 처사는 오직 강채원을 위해서였다.

“강채원 지금 어디 있어?”

박도현이 무거운 목소리로 물었다.

“아직 기숙사에 있을 겁니다. 제가 연락해 볼까요?”

지시언이 조심스럽게 대답했다.

잠시 침묵하던 박도현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 됐어.”

강채원은 겁이 많고 조용한 성격이었다. 이런 큰일을 겪었으니 지금쯤 당황하고 두려워하고 있을 게 뻔했다.

그가 지금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빠르게 소문을 잠재우는 것이었다. 강채원의 뒤에서 조용히 일을 처리하면 되었다.

섣불리 직접 나섰다가 오히려 강채원을 난처하게 만들지도 모른다. 자칫하면 다른 사람들에게 새로운 허점이 잡혀 두 사람의 관계를 멋대로 추측할 수도 있었다.

지금으로서는 뒤에서 조용히 모든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가장 적절한 방법이었다.

“최대한 빨리 움직여.”

박도현이 미간을 문지르며 차가운 목소리로 덧붙였다.

“그리고 강채원 씨를 괴롭히는 친구 추가 요청도 전부 차단해. 앞으로도 철저히 관리해서 이상한 사람들이 더는 접근하지 못하게 해.”

“네. 바로 조치하겠습니다.”

지시언은 지체하지 않고 바로 지시를 이행하러 나갔다.

그의 일 처리 속도가 상당히 빨랐다. 게다가 아직 학생들이라 허점과 흔적이 남을 수밖에 없었다.

그 덕에 별로 힘도 들이지 않고 소문을 퍼뜨린 사람이 누구인지 밝혀냈다. 그러고는 곧바로 조혜성의 지도교수에게 연락했다.

그 시각 기숙사에 있던 조혜성은 그녀가 오늘 한 짓을 누군가 이미 철저하게 조사했다는 사실을 꿈에도 모르고 있었다.

그녀가 팔짱을 낀 채 강채원에게 다가갔다. 눈시울이 붉어진 강채원을 보자 우월감이 더욱 커졌다.

“왜? 이젠 말도 못 하겠어? 사람이 어쩜 그렇게 뻔뻔할 수가 있어? 더러운 돈으로 실컷 누리면서 내 앞에서는 불쌍한 척 열심히 사는 척하다니. 그렇게 사는 거 피곤하지도 않아?”

“차라리 네가 번 돈이 떳떳하지 못한 돈이라고 인정해버리지 그래? 그러면 나도 차라리 네가 대단하다고 생각할 수 있을 텐데.”

화가 치밀어 오른 강채원이 온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억울함과 분노가 마음속에 한데 뒤엉켰다.

그녀에게는 증거가 없었다. 손에 쥔 것이라고는 사진 한 장뿐이었고 그 사진을 조혜성이 찍었다는 사실을 입증할 방법이 없었다.

조혜성이 사진을 단체 채팅방에 올리기 전에 휴대폰 앨범에서 원본을 깨끗이 지워버렸을 게 분명했다. 그러니 증거를 찾아내는 건 하늘의 별 따기나 마찬가지였다.

“말 좀 해 봐. 왜 갑자기 아무 말이 없어?”

조혜성의 입가에 의기양양한 미소가 번졌다.

기숙사 문 앞에 몇 명이 서 있다는 사실도, 다른 룸메이트들의 표정이 급격히 변한 것도 눈치채지 못한 채 계속 강채원을 몰아붙였다.

바로 그때 문밖에서 지도교수의 싸늘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조혜성.”

조혜성이 움찔하더니 의기양양하던 미소가 순식간에 사라졌다.

고개를 돌아본 그때 문 앞에 지도교수와 학과 교수들이 서 있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불안감이 온몸을 덮쳤다.

그녀가 변명하기도 전에 교수들이 모두가 보는 앞에서 조혜성의 잘못을 지적하고 엄중하게 꾸짖은 뒤 학교 전체에 이 사실을 공지하고 공개 사과하라는 처벌을 내렸다.

“나머지 학생들도 잘 들어. 지금 단체 채팅방에서 소문을 퍼뜨리고 부추긴 사람들을 조사하고 있어. 너희들 중에도 가담한 사람이 있다면 밝혀지는 즉시 똑같이 처벌을 받을 거야.”

지도교수가 떠나기 전 기숙사 안을 둘러보면서 남은 룸메이트들에게 경고의 눈초리를 보냈다.

“조혜성, 네가 이 일의 최초 유포자니까 따라와. 너에게는 추가로 내릴 처벌이 있어.”

기숙사 안의 모든 사람이 숨을 죽였다. 누구도 감히 조혜성을 똑바로 쳐다보지 못했다.

전교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루머는 불과 십여 분 만에 일단락되었다.

강채원이 자리에 가만히 서 있었다. 룸메이트들은 그녀와도 감히 눈을 마주치지 못했다.

그녀는 속으로 조용히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소문이 더 퍼지지 않아서 다행이야. 이젠 이준이를 데리러 가야겠어.’

박이준 생각에 강채원은 서둘러 짐을 챙긴 뒤 얼마 지나지 않아 기숙사를 나갔다.

박도현이 출장 중이라 별장에는 박이준의 일상생활을 돌보는 가정부만 남아 있었다. 멀리서 강채원이 들어오는 모습을 본 가정부가 곧장 다가가 맞이했다.

“강 선생님 오셨어요? 이준이가 아까부터 기다리고 있었어요.”

강채원이 가볍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그녀는 평소 누구에게도 거만하게 굴지 않았고 누구를 대하든 늘 다정하고 여유로웠다.

“뭐 드시고 싶은 거 있으세요? 말씀만 하시면 준비해 드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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