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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4. [우리들의 입술이 맞물렸었지]

Autor: silver구슬
last update Fecha de publicación: 2026-05-24 00:05:35

4월의 셋째 주 목요일.

관악 학생생활관의 아침은 오늘도 지독하게 익숙한 풍경으로 시작되었다. 너무 자주 반복되어 이제는 기상 알람 수준이 되어버린, 한 여대생의 처절하고 절망적인 곡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보살님, 자자, 제발 이불에서 나오세요. 샌드위치 한 조각이라도 씹고 학교 가셔야죠.”

“···윽, 망할 세뇨리타. 나쁜 세뇨리타··· 휴우.”

“아니, 아침부터 왜 그렇게 세뇨리타 타령이에요? 벌써 며칠째냐고 그게.”

“그냥 싫어. 이름도 모르는 스페인 여자가 뼈무치게 싫다고.”

둠칫거리는 이불 덩어리를 향해 한심하다는 듯 눈총을 쏜 화야가 창문을 활짝 열어젖혔다. 

먼지가 파닥거리진 않아 다행이었지만, 이번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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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   #226. [오직 너만을 위한 행진]

    드디어 태하와 경신은 강남의 펜트하우스로 돌아왔다.꼬꼬와 무무는 그사이 훌쩍 자라 못 알아보게 달라져 있었다. 루이스가 지성으로 돌봐준 덕분인지, 비숑 프리제 특유의 모범적인 '헬멧 컷'과 숨 막히는 귀여움을 뽐내며 경신과 태하의 품으로 세차게 파고들었다.반야와 반야 남친 역시 한층 더 늠름해진 자태를 자랑했다. 녀석들은 경신을 알아보자마자 꼬리가 떨어져 나갈 듯 격렬하게 흔들며 퇴원을 축하해 주었다.오후 내내 태하의 부모님과 한자리에 모여 따스한 차를 마시고 개들의 재롱을 보며 화기애애한 시간을 즐겼다.시간이 한참 흘러 태하와 파블로는 서재로 들어가 향후 사업 계획과 수사 진행 상황을 묵직하게 나누었고, 경신은 루이스를 위해 부드러운 피아노 연주를 들려주며 시어머니와의 살가운 시간을 만끽했다.‘사람 일은 정말 살고 볼 일이구나.’달콤한 시월드라니. 불과 한 달 전만 해도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던 풍경이었기에 경신은 속으로 깊은 감회에 젖어 들었다.루이스는 경신과 단둘이 남았을 때도 아까의 결혼식 이야기를 먼저 꺼내지 않았다. 경신이 스스로 마음의 결정을 내릴 때까지 기다려주려는, 다정한 배려였다. 경신 역시 그 진심을 알았기에 섣불리 가벼운 언어로 확답을 던지지 않고 조용히 깊은 울림을 간직했다.어느덧 창밖의 색조가 차분히 바뀌며 뉘엿뉘엿 해가 지기 시작했다.그동안 강아지들을 정성스레 돌봐준 파블로와 루이스는 저녁 식사를 함께 마친 뒤, 두 사람만의 편안한 밤을 위해 대학로 연건 캠퍼스 근처의 집으로 조용히 자리를 비켜주었다.경신이 손님방이 아직 넉넉하다며 부모님을 한사코 붙잡았지만, 두 어른은 살며시 손을 내저으며 기분 좋게 손을 흔들어 보였다.마침내 태하와 경신, 둘만의 호젓한 일상이 펜트하우스 안에 감돌기 시작했다.***

  •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   #225. [자꾸 선물이 넝쿨째 굴러와]

    경신은 강남의 고깃집으로 향한 뒤, 태하와 봉선규 세 사람이 모여 앉아 지난 봄날에 있었던 뜻밖의 추억들을 곱씹으며 정겨운 식사를 즐겼다.“하하, 우리 태하 님이 그때 얼마나 통이 크셨는지 모릅니다. 처음에는 티 안 나게 그날 이 가게에서 식사한 모든 손님들 밥값을 전부 내주시려고 했다니까요.”선규의 폭로에 깜짝 놀란 경신이 태하를 바라보며 혀를 내둘렀다.“돈을 흥청망청 쓰다 보면 거지가 되는 건 한순간이라지만······ 베푸는 걸 이렇게 좋아하시다니, 태하 씨는 정말 대단한 분이네요.”불판 위에서 노릇하게 고기를 굽던 태하가 쑥스러운 듯 경신을 슬쩍 내려다보며 나지막이 스페인어를 중얼거렸다.“Quería ser amable sin aparecerte(너한테 나타나지 않고, 뒤에서 가만히 잘해주고 싶었어).”“그때는 뭐······ 그럴 수밖에 없는 사정이 있었으니까요. 그래도 태하 씨, 늦었지만 인사는 할게요. 정말 고마웠어요.”태하는 그저 부드럽게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잘 익은 한우 한 점을 정성스레 집어 경신의 밥그릇 위에 올려주며 나지막이 덧붙였다.“그때, 맛있게 잘 먹는 모습이 정말 보기 좋았어.”경신은 태하가 올려준 고기와 밥을 입에 넣은 뒤, 새콤하게 무친 꼬막도 하나 집어 올려 맛을 보았다.“그때가 슬슬 입덧이 시작될 무렵이었는데, 이상하게 이 집에만 오면 음식이 술술 잘 넘어가더라고요.”“그때도 네 앞접시 위에만 반찬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지.”태하의 말에

  •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   #224. [긴 터널을 지나 맞이한 새로운 계절]

    다음 날 새벽.경신은 밤새도록 깊은 잠에 들지 못한 채 계속 뒤척였다.악몽의 잔재에 시달리는지 나지막한 신음을 내뱉고는, 괴로운 듯 끙끙거리며 앓는 소리를 냈다. 태하는 그런 경신이 안쓰러워 견딜 수 없었다. 결국 불을 켜고 그녀를 둘러싼 이불을 조심스레 젖힌 뒤, 병상 위로 올라가 경신을 가만히 품에 안아주었다.“신, 많이 힘들어?”태하의 나지막한 음성이 귓가를 울리자, 경신은 힘없이 축 늘어진 채 그의 품으로 파고들며 가늘게 몸을 떨었다. 아직 잠에서 다 깨지 못한 데다 정신적으로도 한계에 몰려 많이 힘겨워하고 있었다.“······태하 씨, 조금 힘드네요.”“신, 네가 힘들면 배 속의 아기들도 같이 힘들어져.”‘아기’라는 단어에 경신은 희미한 의식 속에서도 제 손을 가만히 배 위에 얹었다. 가쁜 숨을 내쉬던 그녀가 나지막이 중얼거렸다.“······그러게요.”경신은 가만히 눈을 뜨며 두 손을 배에 얹은 채 태하의 품 안으로 깊숙이 파고들었다. 눈시울은 이미 붉게 물들어 있었다. 마음고생이 심했던지 작은 목소리로 읊조리며 나직하게 한숨을 내쉬었다.“······그래도 정민 씨랑 현수 씨는······ 세상의 차가운 시선을 받게 되면······ 많이 괴로울 텐데·····&mid

  •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    #223. [험난해도 나아가야 하는 길]

    경신은 정민을 내려다보았다. 연신 고개를 숙인 채 어두운 표정으로 가쁜 숨만 내뱉는 모습이 가여울 지경이었다.오늘 위독한 고비를 넘기고 가까스로 눈을 뜬 정민이 언제 다시 의식을 잃을지 몰라, 의식을 찾자마자 급히 이곳으로 찾아왔노라고 기범이 대신 정황을 설명했다.현수 역시 조금 전 경신과 대화를 나누었음에도, 정민처럼 죄인의 얼굴을 한 채 감히 눈조차 제대로 맞추지 못했다. 경신이 보기에도 정민의 상태는 현수보다 훨씬 심각해 보여 마음이 편치 않았다.‘당장이라도 쓰러질 것 같은 상태인데······.’정민의 간절한 의지를 읽어낸 경신은 차분하게 의자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태하는 팔짱을 낀 채 경신의 옆자리에 앉아 두 사람을 향해 서늘하고 살벌한 눈빛을 보냈다.“할 말이 있으면 빨리 끝내.”태하의 단호한 음성에 기범이 깊게 심호흡을 하더니, 마치 정민을 대변하듯 입을 열었다.“경신아, 너한테 큰 상처를 준 정민 씨랑 현수 씨는 사과부터 전하고 싶어서 이곳을 찾은 거야. 오래 머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야.”말을 마친 기범이 휠체어를 경신의 앞까지 조심스레 밀고 다가왔고, 도윤 역시 현수의 휠체어를 정민의 곁으로 바짝 붙였다.“미안해요······, 이 말을 전달하고 싶어서······ 눈을 감을 수가 없었어요.”“진심으로······ 죄송해요.”정민과 현수의 억눌린 사과가 터져 나오자 병실 안 공기는 수직으로

  •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   #222. [마침내 허물어진 벽, 인연]

    경신의 마음속에는 불꽃과 얼음이 서늘하게 공존했다.처음 이 몸으로 태하의 세계에 발을 들였을 때만 해도, 스스로를 결코 어울리지 않는 불청객이라 여겼었다. 그들이 상상하는 완벽한 가문이란 페넬로페의 이름 뒤에 도사린 막강한 권력과 부의 합작품이었을 테니까.하지만 경신은 물러서지 않았다. 태하의 손가락 마디마디에 박힌 기타 굳은살을 알아봐 준 것도, 밤마다 악몽에 시달리는 자신을 온기로 감싸 안아 준 것도 오직 그였으니까.무엇보다 배 속에서 고물거리며 자라는 아기들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하고 행복한 가족의 완성체였다.경신은 초음파 사진을 소중히 들어 올려 태하의 부모를 향해 펼쳐 보였다.태하를 사랑하고 그 결실을 품어 안은 대가가 이토록 혹독했기에, 경신은 그 모든 풍랑을 오롯이 홀로 견뎌냈다.그리고 태하의 마음을 받아들여 남은 미래를 그와 함께 걸어가기로 확신한 지금, 그녀는 당당하게 파블로와 루이스를 직시했다.“Madre y padre. Sé mi verdadera familia.”*(어머니, 아버지. 제 진짜 가족이 되어 주세요.)*경신은 이 작은 생명들과 태하 덕분에 비로소 두 사람과 끊어지지 않을 단단한 고리로 연결되었음을 느꼈다.그때, 태하가 경신의 어깨를 조심스레 감싸 쥐며 자신감 넘치는 어조로 부모를 향해 입을 열었다.“어머니, 아버지. 저는 경신이와 행복하게 살아갈 겁니다. 그리고······ 홍콩 사업체는 매각하지 않고 제가 직접 인수해서 키우겠습니다. 형님의 뜻과 의지를 제가 다 이어받겠습니다.”태하의 뜻밖의 선언에 파블로는 크게 놀란 듯 두 손으로 테이블을 짚으며 거친 숨을 내쉬었다.&ldquo

  •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   #221. [축복받은 사람, 바로 나]

    저녁을 먹고 소파에 마주 앉은 경신과 태하는 오늘 하루를 가만히 되짚었다.페넬로페 사건의 여파로 온전한 평화가 찾아온 것은 아니었지만, 두 사람은 서로의 존재를 가까이서 느끼며 깊이 의지했다. 돌이켜보면 경신의 하루는 남들보다 배는 길게 흘러가는 것만 같았다.“태하 씨, 우리는 정말 하루를 살아도 남들 한 달 치를 사는 것처럼 버라이어티하네요.”태하는 천천히 손을 올려 경신의 배를 감싸 쥐었다. 손끝으로 전해지는 아가들의 태동에 그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번졌다.“빨리 이 병원에서 나가고 싶군.”“그러게요. 이제 병원은 정말 지긋지긋해요.”경신이 깊게 공감했다. 온전하게 둘만의 일상이 펼쳐진다는 게 아직은 상상조차 되지 않았다.“조만간, 평범한 날들이 찾아오겠죠?”“그럼.”경신의 배를 가만히 어루만지는 태하의 음성에는 흔들림 없는 확신이 실려 있었다. 크고 단단한 그의 손길은 경신에게 깊은 안정감을 안겨주었다. 앞으로 어떤 풍랑이 찾아와도 이 손만 잡고 있다면 무사히 헤쳐 나갈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싹텄다.“훌륭한 남편을 둔 덕분에, 전 세상을 다 가진 사람이 됐어요.”“영광이군.”사실 경신의 마음 한구석에는 페넬로페가 불쑥 나타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잔재해 있었다.광기에 사로잡혀 울고 웃던 그 마지막 모습이 문득문득 뇌리를 스쳤다. 세상 험악한 악의 속에서 아기들이 너무 고생하는 것 같아 경신은 가만히 제 배를 내려다보았다. 험난한 고비를 겪으면서도 건강하게 견뎌준 녀석들이 그저 대견하고 고마울 따름이었다.“뭐라도 더 먹어.”아가들과 경신의 건강이 걱정되었는지 태하가 자리에서

  •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   #1. [(프롤로그) 폭풍우 치는 날에]

    20XX년 1월 28일.겨울비가 창문을 부술 듯 거칠게 몰아치는 밤이었다. 한여름의 폭우보다 더 사나운 기세로 쏟아지는 빗줄기는 테헤란로의 마천루를 집어삼킬 듯 요란하게 창을 두드렸다.강남의 야경이 한눈에 내려다보이는 30층 펜트하우스. 유리벽 너머의 도시는 혼돈 그 자체였으나, 두터운 방음벽이 가로막은 실내는 기묘할 정도로 고요했다. 공기 중에는 묵직한 침묵과 함께, 빗소리에 섞여 들어오는 낮은 신음과 불규칙한 숨소리만이 아슬아슬한 파동을 만들고 있었다.은은한 무드등이 어둠의 경계를 허물자, 주인의 오만한 취향이 고스란히

  •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   #4. [누가 임신했다고?]

    헉-. 한규련의 탄식이 경신의 귀에도 닿았다. 화야는 규련의 팔을 톡톡 치면서 작게 그의 귀에다 대고 속삭였다.“오빠, 내 말 맞지?”“그래, 되게 친근하게 내 이름을 불렀어.”병실로 들어와 정숙한 자세로 반듯하게 서 있는 화야는 비슷한 두려움을 품고 있는 규련의 팔짱을 꼭 낀 채 작게 중얼거렸다.“저기, 보살님. 저 기숙사 아니면 갈 곳 없어요. 룸메이트 교체는 안 된다네요.”그럼 그렇지. 화야는 다시 경신의 벗이 될 운명이었다. “보, 보살? 음흠, 화야, 나 21살이야. 너 재수해서 23살. 과거에 친구라 나 반

  •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   #3. [인생 다시 사는 건가?]

    그 모습을 지켜본 경신은 자신도 이렇게 혼란스러운데 옆에서 멀쩡한 정신으로 이 상황을 지켜본 사람은 얼마나 놀랐을까 싶어 화야를 향해 사과를 건넸다.“화야, 미안해.”경신은 젊고 어린 화야를 바라보며 세 번의 전생 내내 의지하고 위로받았던 과거를 떠올렸다. 내리는 빗줄기만큼이나 머릿속에 기억이 쏟아져 내리는 경신은 한결같이 제 편이었던 친구 화야가 감사하기만 했다.핸드폰 검색을 잠시 멈춘 화야는 뭔가 생각에 잠긴 자신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이제······, 정상으로 돌아온 건가요? 그분은 가셨나요?”두 눈을 껌뻑이며

  • 아기를 품은 앙큼한 그녀[The Boss and His Sly Baby-Mama]   #2. [다시 뜬 눈, 기적 혹은 재앙?]

    병상 위, 이불이 산처럼 불룩 솟아오른 채 연신 꿈틀거리고 있었다. 그때, 병실 문이 벌컥 열리며 한 여자가 들어왔다.“악, 깜짝이야! 오늘 일진 왜 이래?”단발머리에 동그란 금테 안경을 쓴 여학생, 송화야가 가슴을 쓸어내리며 물통을 꽉 쥐었다. 꿈틀대던 이불 덩어리가 서서히 솟아오르더니 이내 이불자락이 옆으로 스르르 흘러내렸다.“······정신이 들어요?”“송화야, 나 아픈 거야?”“헉!”화야는 경악하며 뒷걸음질 쳤다. 오늘 처음 본 사람이 제 이름을 너무나 자연스럽게, 심지어 아주 오래 알고 지낸 사이처럼 부르고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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