登入개비
한 시간 뒤, 노란색 택시가 나를 소호에 자리 잡은 초고급 부티크, 메종 드 라무르 앞에 내려주었다. 입구에서 샴페인을 제공하고, 천장에 벨벳 커튼이 드리워져 있으며, 어떤 옷걸이에도 가격표가 없는 그런 가게였다. 가격을 물어봐야 한다면, 당신은 살 수 없다는 뜻이었다.
나는 유리문을 밀고 들어갔고, 머리 위에서 묵직한 차임벨 소리가 울렸다. 대리석 카운터 뒤에 있던 판매원—키가 크고 완벽하게 차려입은, 날카로운 단발머리의 여자—이 즉시 고개를 들었다. 그녀의 눈이 재빠르고 익숙한 시선으로 내 몸을 훑었다. 헐렁한 스웨터, 벌어지는 엉덩이, 내 곡선을 하나하나 집어삼키듯.
과거였다면 그 평가하는 시선에 나는 몸을 움츠렸을 것이다. 오늘은 어깨를 활짝 펴고, 그녀의 시선을 똑바로 마주하며 곧장 앞으로 걸어갔다.
“환영합니다,” 그녀가 말했다. 미소는 예의 바르지만 거리감이 있었다. “특별히 찾으시는 게 있으신가요?”
“토요일 결혼식에 입을 드레스가 필요해요,” 나는 부드럽고, 크고, 흔들림 없는 목소리로 대답했다. “짧은 거. 진홍색으로. 그리고 완전히, 용서받지 못할 정도로 잊히지 않는 걸로요.”
그녀의 눈썹이 살짝 올라가며 가벼운 놀라움을 보이더니, 회사식 미소가 사라지고 훨씬 진심 어린 표정으로 바뀌었다. “결혼식에 진홍색이라니? 스타일 좋네요. VIP 라운지로 따라오세요.”
십 분 뒤, 나는 푹신한 피팅룸 안에 서서 무거운 실크 진홍 드레스를 입고 있었다. 구조적인 본이 내 허리를 감싸고, 깊게 파인 네크라인이 가슴을 높이 받쳐 올려, 억누르려 하지 않고 오히려 풍만함을 강조했다. 밑단은 허벅지 중간을 스치며 다리의 긴 곡선을 드러냈다.
나는 묵직한 나무 문을 열고 부티크의 공용 거울 라운지로 나와, 전체 효과를 보기 위해 바닥에서 천장까지 이어진 유리 앞 단상 위에 올랐다.
판매원이 문간에서 숨을 헐떡이며 손을 입으로 가져갔다. “오, 맙소사, 손님… 그 색이 손님한테 완전 죄악이에요. 정말 끝내주게 보이세요.”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라운지와 재단사의 개인 작업실을 가르던 두꺼운 벨벳 커튼이 젖혀졌다. 한 남자가 걸어 나오며, 머리를 돌린 채 세련된 스마트폰에 대고 말하고 있었다.
“—그래, 재단사한테 맞춤 차콜 수트들 토요일 두 시 정각에 세인트 마이클스로 배달하라고 전해—”
그의 목소리가 문장 중간에 끊겼다.
그는 그 자리에서 완전히 굳어 버렸다.
키는 쉽게 6피트 2인치는 되어 보였고, 넓은 어깨가 비싼 차콜 블레이저를 가득 채우고 있었다. 날카롭고 그림자가 드리운 턱선, 어둡고 제멋대로인 머리. 하지만 나를 사로잡은 건 그의 눈이었다. 강렬하고, 폭풍 같고, 어두웠다.
그의 시선이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천천히 내려갔다. 드러난 목선, 가슴 위로 깊게 파인 빨간 천, 날카롭게 조여진 허리, 허벅지의 맨살까지 하나하나 훑었다.
방 안의 공기가 순식간에 희박해졌다.
예의 바른 시선 돌리기도, 당황한 기침도 없었다. 어둡고 강렬하며 탐욕스러운 무언가가 그의 얼굴에 스쳐 지나갔다. 순수하고 여과되지 않은 남자의 감탄이 담긴 그 시선에, 뜨거운 전율이 곧바로 내 핵심으로 쏘아져 들어왔다.
그는 침을 세게 삼켰고, 손에 든 휴대폰이 한 치 정도 내려갔다가 목을 가다듬었다. 낮고 깊은 목소리가 눈에 띄게 쉬어져 있었다. “저… 죄송합니다. 이 복도가 메인 쇼룸으로 이어지는 줄 알았습니다.”
“괜찮아요…” 나는 겨우 대답했다. 그의 시선이 주는 무겁고 중독적인 무게 아래, 맥박이 갈비뼈를 두드리고 있었다.
그는 고통스러울 정도로 긴 삼 초 동안 움직이지 않았다. 시선이 내 얼굴에 머물며 뺨에 살짝 오른 홍조를 담아낸 뒤, 천천히, 의도적으로 고개를 끄덕이고 복도 쪽으로 돌아섰다. 그가 지나간 자리의 공기가 거의 파열음처럼 울렸다.
판매원이 참았던 숨을 내쉬었다. “오케이… 그럼 이 드레스는 무조건 가져가시죠.”
나는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 바라보았다. 낯선 남자의 시선 때문에 피부가 아직도 저릿했다. 여덟 달 만에 처음으로, 나는 내 몸을 숨기려는 여자처럼 느껴지지 않았다. 강하다고 느껴졌다.
“네,” 나는 속삭였고, 느리고 위험한 미소가 마침내 입가에 번졌다. “포장해 주세요.”
—
토요일 오후
두 시 사십 분, 세인트 마이클스 교회의 웅장한 돌계단 위로 태양이 눈부시게 빛나고 있었다. 내 황금빛 머리카락이 두껍고 윤기 나는 물결로 등을 타고 흘러내려, 불꽃처럼 진홍빛 드레스와 강렬한 대비를 이루었다. 검은색 4인치 힐. 골드 주얼리. 대담한 빨간 립스틱.
택시가 연석에서 멀어지자, 내 위가 격렬하고 신경질적으로 뒤집혔다. 손님들이 이미 테라스에서 어울리고 있었다. 조엘의 사교 서클 사람들, 예전 사진에서 본 얼굴들.
공포가 치솟았다.
그 교회에 혼자 걸어 들어가면, 조엘은 후회를 느끼지 않을 것이다. 우쭐해할 것이다. 내가 희망을 놓지 못한 채 관심을 구걸하러 온 절박한 전 애인으로 보일 거라고 생각할 것이다. 나에게는 지렛대가 필요했다. 아무도 시선을 뗄 수 없을 만큼 거대한 방해물이 필요했다.
몇 야드 떨어진 곳, 세련된 검은색 세단 옆에 한 남자가 등을 돌린 채 서 있었다. 귀에 휴대폰을 대고, 한 손은 맞춤 정장 주머니에 넣은 채. 넓은 어깨. 잘록한 허리. 흠잡을 데 없는 자세.
절박함이 망설임을 모조리 쓸어 버렸다. 나는 폐 속으로 숨을 끌어들여, 곧바로 그의 뒤로 다가가, 용기가 배신하기 전에 입을 열었다.
“그 교회로 들어가서 세 시간 동안 내 약혼자 행세만 해 주시면, 현금으로 천 달러를 드릴게요.”
남자가 완전히 굳어 버렸다.
천천히, 의도적으로, 그는 귀에서 휴대폰을 내리고 몸을 돌렸다.
내 숨이 목구멍 뒤로 처박혔다.
어둡고 꿰뚫는 눈. 날카롭고 치명적인 턱선. 이틀 전 부티크 피팅 라운지에서 본 그 강렬하고 굶주린 입술.
내 세상이 축을 이탈했다.
당신…?그는 나를 내려다보았다. 빨간 드레스, 홍조 오른 내 뺨, 그리고 내 시선에 담긴 사납고 두려운 결의를 천천히 훑었다. 느리고 위험한 미소가 입가에 끌어올려졌다.
개비"그 사람이 너한테 뭘 제안했다고?!"클로이의 목소리가 내 작은 아파트의 균열 간 회반죽 벽에 부딪혀 요란하게 울려 퍼졌다. 나는 펄쩍 놀라 비상계단 쪽으로 난 열린 창문을 바라보았다. 윌리엄스버그의 늦은 밤 거리 소음을 타고 그녀의 고함이 인도까지 흘러내려 갈까 봐 다소 겁이 났다.그녀는 내 작은 거실 한가운데 서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카모마일 차가 담긴 머그잔을 움켜쥔 채, 낡은 떡갈나무 커피 테이블 위에 펼쳐진 하얀 법적 서류들을 멍하니 내려다보고 있었다. 페이지를 빠르게 훑어내리는 그녀의 입이 떡 벌어졌다."6개월짜리 계약이야." 나는 겨우 속삭임에 가까운 목소리로 말했다. 손가락을 떨며 맨 위 서류의 모서리를 쓸어내렸다. "소호의 고급 레스토랑 공간에 대한 전폭적인 자금 지원 및 임대권, 바니 홀딩스의 '호스피탈리티 부문 총괄 이사' 직함, 그리고 조엘과 그 집안 사람들로부터 완벽하게 보호해 주는 법적 면책권까지.""그리고 네가 해야 할 일은 그 사람의 기업 합병안이 이사회를 통과할 때까지 가짜 약혼녀 연기를 해주는 것뿐이라고?" 클로이가 내 옆 소파로 쿵 소리를 내며 앉았다. 찻잔을 딱 소리가 나게 내려놓더니 서류 뭉치를 무릎 위로 끌어당겼다. "개비, 이 편지봉투 상단 심볼 좀 봐! 이 사람은 네이선 바니야. 성당 앞에서 네가 천 달러 주고 부른 잘생긴 낯선 사람이 아니라고. 포브스 표지를 장식한 사람이야—조엘의 억만장자 사촌이자 바니 제국 전체의 CEO!""나도 알아." 지난 12시간 동안의 피로감이 마침내 밀려오자, 나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 쥐었다. 아침부터 나를 버티게 했던 아드레날린이 빠져나가고 지독한 피로만이 남았다. "맹세하는데, 클로이, 성당 밖에서 그 돈 봉투를 건넬 때만 해도 그 사람이 누구인지 전혀 몰랐어. 그저 조엘의 결혼식 피로연장에 고개를 당당히 들고 들어갈 수 있게 해줄, 당당하고 외모 깔끔한 사람이 필요했을 뿐이야. 내가 상처받고 무너진 게 아니라는 걸, 난 언제든 버려질 수 있는 흔한 여자가 아니라는
네이선코너 집무실에 있는 대형 TV 화면은 원래 실시간 주식 시장 현황을 보여주고 있어야 했다. 하지만 지금은 브루클린의 한 거리에서 전해오는 산만한 생중계 뉴스에 채널이 맞춰져 있었다.속보: 네이선 바니의 의문의 약혼녀 발견되다.나는 검은 커피가 담긴 잔을 든 채 책상 뒤에 서서, 작은 아파트 건물 밖 잔디밭에 떼로 몰려든 극성스러운 기자들을 바라보았다. 언론은 12시간도 채 되지 않아 개비의 거처를 찾아냈다. 아침 8시가 되기도 전에 수십 명의 기자와 취재진, 호기심 많은 주민들이 그녀의 집 현관문 바로 앞 인도를 점령했다. 그들은 고함을 지르고 긴 마이크를 내밀며 2층 창문을 향해 카메라를 겨누고 있었다.경호팀장 마커스가 문을 한 번 두드리고는 태블릿을 든 채 방으로 들어왔다."장이 열리자마자 우리 회사 주가가 4퍼센트 상승했습니다." 마커스가 말했다. "사람들은 사촌 조엘 씨의 결혼식장에서 대표님이 약혼했다는 이야기에 열광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언론이 벌써 에니 씨의 집을 찾아냈습니다. 만약 그녀가 밖으로 나와 어제 일이 전부 가짜였고, 3시간 동안 연기해 주는 대가로 천 달러를 받았을 뿐이라는 진실을 밝힌다면 이야기 전체가 산산조각 납니다. 투자자들은 패닉에 빠질 것이고, 진행 중이던 30억 달러 규모의 비즈니스 계약은 점심시간이 오기도 전에 무산될 겁니다.""차 준비해." 나는 커피 잔을 내려놓으며 마커스에게 말했다. "브루클린으로 간다."—-10분 뒤, 내 검은색 테슬라 사이버트럭이 인도 턱에 사납게 차를 대며 카메라 라인을 가로막고 기자들을 차단했다. 나는 무거운 차문을 밀어젖히고 눈부신 카메라 플래시의 장벽 속으로 걸어 나갔다.내 이름을 울부짖는 기자들을 완벽히 무시한 채, 콘크리트 계단을 곧장 걸어 올라갔다. 개비가 입을 떼기도 전에 손을 뻗어 그녀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 쥐고 내 가슴에 바짝 밀착시켰다.나는 그녀의 귓가 근처로 고개를 숙이고 카메라들을 정면으로 바라보았다."물러서시죠." 군중을 압도하는 목소리로 내가 단호
개비나를 깨운 것은 알람 소리가 아니었다. 창밖에서 들려오는 사진기 셔터의 날카롭고 쉴 새 없는 소리와 블라인드 틈새를 뚫고 들어오는 눈이 멀 것 같은 흰 플래시 빛이었다. 거리에서부터 흘러들어오는 웅성거리는 군중의 소음에, 나는 가슴속에 갇힌 새처럼 펄떡이는 심장을 움켜쥐고 침대에서 번쩍 일어났다.눈을 비비며 시간을 확인하려고 협탁 위의 핸드폰으로 손을 뻗었지만, 화면은 수백 개의 문자 메시지와 부재중 전화, 끝없이 밀려드는 푸시 알림으로 거의 멈춰 서 있다시피 했다. 모든 주요 뉴스 앱의 상단에는 굵고 기괴한 헤드라인이 번쩍이고 있었다.‘네이선 바니의 마음을 사로잡은 글래머러스한 의문의 여인은 누구인가?’‘억만장자 네이선 바니, 이름 없는 출장 요리 셰프와 약혼.’목구멍이 바짝 말라붙었다. 이 혼란의 거대한 규모를 파악하기도 전에 현관문이 쿵 하고 열렸다. 클로이가 한 손에는 갓 구운 베이글이 든 갈색 종이봉투를 들고, 다른 한 손으로는 핸드폰을 장전된 무기처럼 나에게 겨누며 내 침실로 다짜고짜 들이닥쳤다."개비! 너 진짜 단체로 미친 거 아니야?!" 클로이가 침대 옆 탁자에 봉투를 툭 던져놓으며 미친 듯한 에너지를 뿜어내며 소리쳤다. "당장 창밖 좀 봐! 기자 파파라치 최소 서른 명에 뉴스 취재진 차량 세 대, 동네 구경꾼 수십 명이 네 잔디밭에 진을 치고 있다고! 아침 6시부터 내 전화기가 아주 불이 나게 울려대! 어제 그 성당에서 나오고 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나는 몸을 일으켜 육중한 몸매 위로 두꺼운 실크 가운을 둘러매고, 조심스럽게 블라인드 틈새로 밖을 빼끔 내다보았다. 아래쪽 인도에는 기자들과 카메라맨들의 소형 군대가 대기하고 있었고, 그들의 육중한 렌즈는 내 집 현관 계단을 정확히 향하고 있었다."그냥 잠시 동안만 하기로 했던 일이었어, 클로이!" 나는 침실 바닥을 서성거리며 순전한 패닉에 휩싸여 목소리를 높였다. "3시간 동안 내 데이트 상대인 척해주는 대가로 그 남자한테 천 달러를 줬다고! 그 남자가 조엘의 억만장자
개비우리 뒤로 무게감 있는 쌍여닫이문이 찰칵 소리를 내며 닫히자, 비로소 연회장의 소음이 완벽히 차단되었다.나는 조명 빛이 닿지 않는 석조 테라스 모퉁이에 도달해서야 걸음을 멈췄다. 서늘한 밤공기가 드러난 어깨에 닿았지만, 귓가에는 피가 솟구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울렸다.나는 힐이 부드러운 자갈밭에 파묻히는 것도 아랑곳하지 않고 홱 돌아서서, 왼손에 끼워져 있던 무거운 플래티넘 밴드를 잡아채듯 끌어당겼다. 다이아몬드 반지를 뽑아내 그를 향해 내밀었다."당신 완전히 미쳤어요?" 나는 공포에 질린 속삭임으로 쏘아붙였다. "당장 이거 다시 가져가요, 네이선!"네이선은 전혀 개의치 않는 모습이었다. 그는 느긋하게 바지 주머니에 두 손을 넣고는, 어깨의 힘을 뺀 채 어두운 눈빛으로 내 손바닥 위에서 반짝이는 보석을 바라보았다."방금 건 청혼이었어요, 달콤한 사람." 그의 목소리는 낮고 매끄럽게 흘러나왔다. "그리고 조엘의 표정을 보니, 당신이 돈을 지불한 대가는 확실히 치른 것 같군요.""내가 돈을 낸 건 데이트 때문이었어요!" 나는 한 걸음 다가가 그의 오른손을 낚아채고 강제로 손바닥을 펼친 뒤, 차가운 다이아몬드 반지를 그의 손가락 사이로 밀어 넣었다. "난 3시간 동안 일할 가짜 약혼자를 고용한 거라고요! 맨해튼 사람 절반이 보는 앞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손가락에 반지를 끼우고, 내 인생 전체를 산산조각 낼 남자를 고용한 게 아니라고요!"네이선은 곧바로 손가락을 쥐지 않았다. 그는 손바닥 위의 반지를 내려다보았다가, 다시 나를 건너다보았다."이 반지는 내가 잘 안다고 생각했던 여자를 위해 샀던 겁니다." 그가 나직하게 말했다. 그는 다이아몬드를 재킷 주머니 속으로 슬그머니 넣었다. "리나는 이 반지를 가질 자격이 없다는 걸 스스로 증명했죠. 하지만 당신은 뱀들이 들끓는 방 한가운데 서서 고개를 당당히 들었어요."나는 눈을 가늘게 떴다. "그나저나 당신 사촌하곤 대체 무슨 관계인데요? 우리가 진짜로 그 사람 결혼식을 망쳤으면 어쩌려고 했어요? 내
개비성 미카엘 영지의 대연회장은 수입된 흰 난초, 빈티지 샴페인, 그리고 숨 막히는 부의 냄새로 가득했다. 현악 사중주단이 구석에서 부드럽게 연주하는 가운데, 수정 샹들리에가 비단으로 덮인 수십 개의 원형 테이블 위로 반짝이는 빛을 던졌다.나는 네이선의 손가락을 꽉 끼고 들어갔다. 진홍색 드레스의 무거운 실크가 걸을 때마다 종아리를 스쳤고, 방을 가득 채운 보수적인 파스텔 가운들과 선명한 대조를 이뤘다. 아치형 출입구를 지나자마자, 상류 사회 잡담의 집단적인 웅성거림이 절반으로 줄었다. 시선이 우리에게 쏠렸다. 속삭임이 갑작스러운 바람처럼 테이블 사이로 파도쳤다.“어깨 힘 빼, 자기야,” 네이선이 내 귓가에 낮고 벨벳 같은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는 손을 내 등 아래로 옮기며 넓은 손바닥으로 실크를 통해 부드럽게 눌러, 나를 그의 옆에 고정시켰다. “왕좌를 차지하려는 여왕처럼 보여. 그렇게 행동해.”천천히 숨이 폐로 들어찼다. 그의 손에서 나오는 열기가 척추를 타고 퍼지며 발끝까지 기분 좋은 전율을 보냈다. 나는 턱을 들고 어깨를 뒤로 젖힌 뒤, 입술에 미묘하고 신비로운 미소를 머금었다.바에 닿기도 전에, 날카롭고 다급한 목소리가 음악을 가로질렀다.“네이선!”반짝이는 아이스 블루 디자이너 가운을 입은 날씬한 여자가 손님 무리를 헤치고 나왔다. 검은 머리는 흠잡을 데 없이 올린 머리로 스타일링되어 있었고, 목에는 다이아몬드가 드리워져 있었지만, 얼굴은 다급한 분노로 붉어져 있었다.리나. 네이선이 밖에서 전화로 차버린 전 여자친구였다.“네이선, 다행이다!” 리나가 헐떡이며 우리 앞에 미끄러지듯 멈춰 섰고, 나를 완전히 무시했다. “미치광이처럼 시내를 가로질러 운전해 왔어! 네가 전화를 꺼 버렸잖아—설명을 듣게 해 주지도 않고! 그 녹음은 완전히 오해였어, 자기야, 맹세해—!”네이선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얼굴은 완전히 평온했고, 어두운 눈은 동요하지 않았으며, 턱은 이완되어 있었다. 그는 지나가는 웨이터의 쟁반에서 샴페인 잔 두 개를
네이선성 미카엘 성당의 거대한 유리문이 우리 뒤에서 닫히며, 회중석의 숨 막히고 경건한 고요함을 차단했다. 오후 햇살이 돌로 된 안뜰을 날카로운 흰 빛으로 비추었지만, 내 관심을 사로잡은 유일한 것은 내 팔에 매달려 있는 여자였다.가브리엘라는 아드레날린으로 거의 떨고 있었다.우리가 출입구를 빠져나오자마자, 그녀는 내 손에서 손을 낚아채더니, 하이힐을 신은 채로 빙글 돌아서 나를 마치 내가 무기를 꺼낸 것처럼 쳐다보았다.“네 사촌이라고?!” 그녀가 다급하고 분노에 찬 속삭임으로 목소리를 낮추며 숨이 막혀 말했다. “네가 조엘의 사촌이라고?!”나는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맞춤 제작된 차콜 색 바지 주머니에 손을 아무렇지 않게 집어넣으며, 그녀의 쇄골과 볼에 번지는 진한 홍조를 천천히 훑어보았다. 그녀는 평온할 때도 아름다웠지만, 얼굴이 붉어지고 화가 났을 때는 숨이 멎을 정도로 아름다웠다.“기술적으로는 사촌 동생이지,” 내가 부드럽고 벨벳 같은 저음으로 정정했다. “내 아버지와 그의 어머니가 같은 할아버지를 공유하거든. 하지만 맞아. 가족이지.”“네가 미쳤어?!” 그녀의 손이 관자놀이로 날아오르며 날카롭게 한 발짝 물러섰고, 빨간 드레스가 종아리 주위를 스쳤다. “난 독성 있는 전 남자친구를 떼어놓으려고 성당 밖에서 아무 남자나 고용한 거라고! 그 친척을 고용한 게 아니라고! 이게 내 인생을 얼마나 복잡하게 만들었는지 알기나 해?!”“너는 아무 남자나 고용한 게 아니야, 자기야,” 내가 부드럽게 말했다.나는 천천히, 의도적으로 한 발짝 다가가 광택 나는 이탈리아 가죽 구두 끝이 거의 그녀의 것에 닿을 때까지 다가갔다. 그녀의 향수 냄새—바닐라에 따뜻하고 그녀만의 무언가가 섞인—가 우리 사이의 공간을 채웠다.“너는 나를 고용한 거야. 그리고 내가 기억하기로는, 네가 내 시간 한 시간에 천 달러를 제안했지.”“그건 네가 내 자존감을 망친 남자와 피를 나눈다는 걸 알기 전이었어!”“지금 턱시도에 땀을 흘리며 네가 훨씬 우월한 사람한테 넘어갔다